로봇 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
데니스 홍 지음, 유준재 그림 / 샘터사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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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 과학자 데니스 홍은 미국 캘리포니아 UCLA 기계항공공학과 교수이자, 로봇 연구소 로멜라의 설립자이다. 세계 최초로 시각 장애인용 자동차를 개발하고, 미국 최초 휴머노이드 로봇 ‘찰리’와, 교육 연구용으로 모든 소스를 공개한 ‘다윈-OP’를 만들었다. 책 <로봇 박사 데니스 홍의 꿈 설계도>에는 어린 시절, 호기심 가득한 장난꾸러기 데니스 홍이 로봇 박사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생생히 담겨 있다.

데니스 홍이 로말레 브레인스토밍 세션에 대해 이야기하는 내용이 인상적이다. 그는 로멜라 브레인스토밍 세션은 창의력을 키우는 자리라고 말한다. 창의력은 도서관에서 열심히 공부하거나 학원을 다닌다고 길러지는 것이 아니다. 언제 어디서든 주위의 모든 것에 호기심을 갖고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세션의 주제는 정답을 요구하는 시험 문제가 아니다. 그보다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토론이다. 주제는 보통 로봇을 다루지만, 중요한 건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다. '어떻게'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왜'를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데니스 홍은 로봇을 사용하는 사람과 로봇을 만드는 사람 모두에게 책임감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특히 그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혹은 아무 생각 없이, 옳지 않은 목적의 로봇을 만드는 것은 위험하다고 강조한다.​  존경받은 과학자 알버트 아인슈타인의 특수 상대성 이론이 핵폭탄을 만드는 과정으로 이어졌고, 물리학자 알프레드 노벨이 발명한 다이너마이트 역시 전쟁 무기로 쓰였다. 좋은 의도로 만든 과학자의 노력이 인류를 파괴하는 무기가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제대로 된 과학자라면 자신이 하는 일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늘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는 과학자에게 꼭 필요한 신념이 아닐까.

시각 장애인용 자동차를 만들면서 따뜻한 세상을 경험했다고 말하는 데니스홍의 이야기는 사람을 돕는 따뜻한 로봇을 만들고 싶다는 그의 어린 시절의 꿈을 선명하게 일깨워주었다.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니스 홍의 이야기를 많은 어린이들이 읽고 호기심과 꿈을 지니며 성장하길 바란다.

 

이 책의 끝부분에는 데이스 홍이 부모님과 선생님들께 부탁하는 내용과 어린이들에게 전하고 싶은 당부의 말이 소개된다. 창의력을 위해서는 호기심으로 저지른 아이들의 사고와 실수를 인정하는 인내심을 기르기, 좋아하고 잘하고 가치 있는 일들을 꿈으로 찾도록 풍부한 경험을 시켜주기, 자녀를 격려해주고 칭찬하기, 자녀를 마음껏 뛰어놀게 하기, 부모가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하는 것이다. 어린이들에게 전하는 데니스 홍의 성공노트는 호기심 어린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목표를 세우고 최선을 다하기, 무슨 일이든 결과 못지 않게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하기, 실패를 했다면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기, 아이디어를 위한 영감을 언제 어디서나 얻을 수 있다는 것 알기, 좋은 아이디어는 꼭 노트에 적는 습관을 기르기, 꿈을 이루고 싶다면 공부도 소홀히 하지 않기, 좋은 것은 나누고 받은 만큼 베풀기이다. 로봇 박사 데니스 홍의 창의력과 열정을 배운다. 뿐만 아니라 로봇을 통해서 사람들에게 행복을 전해주는 데니스 홍의 앞날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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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 시에서 배우는 삶과 사랑
천양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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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는 시 쓰는 일로 일생을 보낸 시인들의 시와 함께 천양희 시인의 해석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시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시인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에 실린 시와 시인의 이야기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조선일보 <문학의 숲>에 실렸던 것들이다. 짧은 지면에 시인들의 열정과 사랑과 애환을 다 쓸 수는 없었지만, 그 글을 쓰는 동안 그들은 나를 참 많이 울게도 웃게도 했다. 나는 그때 무엇보다 시는 힘이 세다는 것을, 어떤 권력도 시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시는 음악처럼 일시에 지치고 피곤한 몸을 춤추게 할 수는 없지만, 어둑어둑한 마음을 환하게 하고 절실하게 하리라는 것을, 그래서 많은 이들을 울게도 웃게도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져 본다."

 

천양희 시인은 시를 통해 진정한 성공을 이야기한 에머슨의 시를 소개한다. 에머슨은 '인생의 목적은 자신을 아는 데 있으며, 글 쓰는 목표는 글 속에 햇빛을 반짝이게 하는 데 있다.'고 말한 시인이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받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것... 아름다움을 헤아릴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현재 살아 있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시를 말할 때 빼놓을수 없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천양희 시인은 미국의 여성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이란 시를 소개한다. 에밀리 디킨슨은 평생을 고향 마을에서 독신으로, 은둔자처럼 살다 간 고독한 시인이었다. 특히 그의 시 중에서 실연의 시들은 모두 날짜가 쓰여 있고 빠른 필적으로 쓰여 있었다고 한다. 천양희 시인은 그에게 실연은 날짜까지도 잊어버릴 수 없는 상처였고 죽음 같은 것이었으며, 글자를 빠르게 쓸 정도로 비명을 지르고 싶은 고통이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디킨슨은 30세 때, 처음으로 기혼자인 목사를 사랑했지만 실연으로 끝난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천양희 시인은 '사랑과 예술은 모두 그것을 위해 전부를 요구하기 때문에, 사랑은 때때로 예술을 파괴한다. 그러나 디킨슨은 한 해에 366편의 시를 썼다. 하루에 한 편을 쓴 셈이다. 그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예술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게 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고 말한다.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것이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리."

 

이 책에서 천양희 시인은 다양한 시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시인의 마음가짐과 현대 사회에 왜 시가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인이 되는 길은 결국 자기를 구원하는 길'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시를 읽는 다는 것은 시인의 언어의 미로 위에 숨겨놓은 보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라는 말을 잊지 않을 것이다. 시인이란 언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골라내는 사람들이 아닐까...

"시인이란 빛을 베풀고 자기 자신은 고독해야 하는 존재인데, 시란 욕망이 아니라 그저 존재해야 하는 것인데, 살기 힘든 탓인지 그렇지 않은 시인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시에 순정을 바치고 운명을 거는 시인들은 점점 줄어들고, 시를 마치 휴대하는 휴대폰이나 치장하는 액세서리쯤으로 생각하는 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개탄하는 평자들도 있다.(...)

시인이 되는 길은 결국 자기를 구원하는 길이다. 구원에는 언제나 고통이 따른다. 누구도 그 고통을 대신해 줄 수 없고, 대신해 줄 수 없으므로 시인에게 고통은 축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인은 시라는 위독한 병을 철처히 앓는 자이며, 고통은 희망과 암수 한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영혼이란 기쁨에 너무 굶주리면 본래의 마음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그럴 때는 눈을 돌려 시를 잃어보라. 곧 굶주림이 채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좋은 시를 만나는 방법이 바로 기쁨이기 때문이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인이 언어의 미로 위에 숨겨놓은 보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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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2014.10
샘터 편집부 엮음 / 샘터사(잡지)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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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터 10월호에는 에세이스트 김경님의 '우리에겐 교황님이 있다'라는 제목의 프란치스코 교황 방한에 대한 글이 실려있어 인상적이다.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처럼 부당한 압력을 허용하지 않고 깨어 있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 방한 기간 교황이 했던 그 모든 좋은 말씀 중에서 개인적으로 다음과 같은 말이 가장 와 닿았다. '우리는 깨어 있어야 한다. 잠들어 있는 사람은 아무도 기뻐하거나, 춤추거나, 환호할 수 없다. 우리 자신과 다른 사람들의 죄와 유혹, 그러한 압력을 허용하지 말아야 한다.' 그건 아마도 이런 말일 거다. 이 세상에 존재하는 폭력과 불의에 무관심한 '죄', 그리고 삶을 아름답게 하기보다는 황폐하게 만들 뿐인 무익한 '유혹'에 맞서서, 우리 자신과 내 이웃을 지킬 때에 더 아름답고 풍성한 삶이 가능해진다는..."

 

샘터 10월호 '이달에 만난 사람'에는 결혼한 지 7년 만에 아내가 임신을 하면서 첫 아이인 딸을 위해서 들려주고 싶은 그림책을 이야기를 쓴 강풀 작가의 사연이 등장한다. 강풀 작가는 첫 그림책 <안녕, 친구야>에 이어서 두 번째 책 <얼음 땡!>을 출간했다. 궁극적으로 그가 아이에게 들러주고 싶은 이야기는 '관계'에 관한 이야기라는 글귀에 공감했다.

 

"눈 오는 밤, 아이는 길 잃은 새끼 고양이의 엄마 아빠를 찾아주려고 온 동네를 헤매지만 결국 포기하고 돌아온다. 그러나 아이는 그 과정에서 여러 동물을 만나면서 타인과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비록 새끼고양이의 가족을 찾는 데는 실패했어도, 남을 돕고 또 도움을 받는 과정에서 아이의 마음은 한 뼘 더 자랐을 것이다. 강풀은 딸이 단기간에 많은 것을 이루길 원하지 않는다. 더디 가더라도 도움이 필요한 누군가의 손을 잡아줄 줄 아는 아이가 되길 바란다."

 

"강풀은 어린 시절 친구들과 놀 때 한 사람 몫을 하기엔 약간 부족한 아이가 주로 맡았던 '깍두기'란 역할에 주목했고, 숨은 주인공 역할을 맡긴다. 얼음 땡 놀이를 하다가 정말로 얼어붙은 소년을 구하러 오는 것도 깍두기다. 소심했던 깍두기가 있는 힘껏 남을 돕는 모습을 통해, 강풀은 '세상에서 소중하지 않은 사람은 없다'고 넌지시 알려준다."

 

샘터 10월호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았던 글은 명사 초대석으로 '재일학자 강상중, 죽음이 전한 말은 살아가라 : 삶과 죽음에 관함 물음과 마주하다'라는 제목의 재일학자 김상중과의 인터뷰 내용이였다. 그가 한국에 왔을때 직접 강연회를 들으러 간 적이 있어서 친근하면서도 핵심을 잃지 않는 인터뷰의 내용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그는 애도의 공감, 마음의 공명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타인의 아픔을 함께 공감하는 연대야말로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의식이 아닐까. 

 

"일본도 그렇지만, 한국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사람들이 자​살로 생을 마감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 사회는 그들의 아픔이나 불행을 충분히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해왔을까요?

대지진을 경험한 후 일본에서 사람들 사이에 떠오른 말이 '연대'였습니다. 예전엔 타인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라는, 제로섬게임의 사고가 지배적이었다면, 거대한 불행을 앞에 두고 타인의 불행과 아픔을 나의 불행과 아픔으로 깨닫는 일종의 새로운 감각에 눈을 뜨게 된 것이지요. 이와 같은 애도의 공감, 마음의 공명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도 함께 그 죽음을 저마다의 가슴에 새기고 기억하겠다는, 그러한 연대감이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절망한 사람들에게 위안이 되고 힘이 되지 않을까요."


이밖에도 샘터 10월호에는 10월의 물건으로 가스레인지 후드, 새우에 관한 상식 등의 생활의 지혜를 소개하여 도움이 되었다. 샘터 10월호와 함께 따뜻한 감성과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시간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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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연인 스토리콜렉터 25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 지음, 이원열 옮김 / 북로드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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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명 높은 연인>​은 스웨덴 작가 알렉산데르 쇠데르베리의 작품이다. 이 책은 '소피 브링크만'이라는 간호사가 주인공인 '소피 브링크만 시리즈'의 1부이다. 2011년 프랑크푸르트 도서전 최고의 화제작으로 떠오르면서 출간도 되기 전에 34개국에 판권이 팔려나가는 등 엄청난 관심을 받은 작품이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을 만든 인디언페인트브러시가가 영화 판권을 획득하여 할리우드 영화화가 결정되었다고 하니 기대된다.

<악명 높은 연인>은 ​평범한 여자 소피 브링크만이 순간의 설렘 때문에 전 유럽을 잇는 폭력의 연결고리 중심에 놓이게 되고, 무력한 희생자이던 그녀가 범죄 조직의 수장으로서 그 누구보다 강인하고 냉철하게 거듭난다는 내용이다. 남편을 잃고 중학생 아들과 함께 스톡홀름 교외에서 소박하게 살던 간호사 소피가 호감을 느낀 환자 엑토르가 하필이면 마피아 보스였고, 그로 인해 코카인 밀수 루트를 둘러싸고 전쟁 중인 스페인과 독일 조직, 소피를 조종해 엑토르를 잡으려는 경찰 특별 수사팀, 무기 밀매상이 되어 나타난 소피의 첫사랑, 그리고 러시아에서 날아온 세 명의 갱까지 모두 그녀를 중심으로 얽히고설킨다. 선과 악, 아군과 적을 구분할 수 없는 아비규환 끝에 피범벅의 클라이맥스가 찾아오고, 결국 소피는 소중한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악의 연결고리 속으로 성큼 발을 내딛는다.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인물은 바로 주인공 소피였다. 간호사인 소피가 마피아 보스인 엑토르를 알게 되면서 그녀의 인생은 뒤바뀐다. ​

"병원에 도착하자마자 소피는 일하기 시작했다. 다른 것을 할 시간이 거의 없었던 데다, 그녀는 동료들과 커피 마시는 걸 좋아하지 않았다. 수줍음을 타는 편은 아니지만, 성격에 무언가 결여된 게 있어서 커피를 마시며 어울리는 것을 피하는지도 모른다. 그녀가 병원에 있는 이유는 환자 때문이었다. 유달리 성실하거나 다른 사람을 돌보고 싶은 욕구가 특히 강해서가 아니라, 그들과 이야기를 하고 함께 시간을 보내기 위해 병원에서 일하는 것이었다.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약해진 환자들은 대부분 자기 본모습을 드러내곤 했다. 개방적이고 인간적이고 정직했다. 그들을 보면 그녀는 안전한 기분이 들었고 일도 잘할 수 있었다."

엑토르는 비록 살벌한 마피아였지만 자신이 사랑하는 여인 소피에게는 솔직하고 진실한 인물이었다. 자신을 잘 드러내려고 하지 않았던 소피가 변화해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소피는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그에겐 무언가가 있었다. 그녀가 끌렸던 것, 무시하려고, 보지 않으려고 애썼던 것.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그녀가 엑토르를 처음 만났을 때부터 죽 그랬던 것처럼, 그녀의 눈앞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는 아주 특이한 방식으로 솔직했다. 거짓말을 하거나 게임을 하는 데 재능이 없는 것 같았다. 그에겐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녀는 그의 그런 면이 좋았다. 그는 솔직하고 개방적이고 진실했다. 그녀가 굉장히 높이 사는 자질이었다. 하지만 그는 사람을 죽이기도 한다. 개방적이고 솔직하고 진실하며 사람을 죽인다. 그녀는 그게 사실이 아니기를 바랐다"​

"이제 모든 것은 명료했다. 소피는 ​껍질을 벗으며 변해가고 있었다. 변화는 천천히 일어났다. 그녀는 언제부턴가 자신이 변화에 맞서지 않게 되었다는 걸 깨달았다. 모든 것은 언제나 변하고, 이 지구 어디에서나, 낮에나 밤에나 계속해서 변한다. 누구도, 그 무엇도 변화를 피할 수 없다. 그것은 소피도 마찬가지다. 분노, 따스함, 격력함, 공허함, 그리고 결의가 아주 자연스럽게 느껴졌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자신의 이익을 위한 경찰과 마피아, 누가 선이고 악인지 판단하기 어려운 경계에 마주선다.​ 이 책에 등장하는 간호사 소피와 마피아 엑토르, 경찰인 라르스, 구닐라는 모두 내면의 상처를 지닌 인물이라는 점도 눈길을 끈다. 이 책은 자신의 욕망을 위해서 서로를 속이고 짓밟아 올라서려는 인물들의 관계가 흥미롭게 펼쳐진다. 간호사 소피가 악의 연결고리의 세계로 들어가면서 '소피 브링크만' 시리즈의 2권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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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고도를 사랑한다 - 경주 걸어본다 2
강석경 지음, 김성호 그림 / 난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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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이 고도를 사랑한다>는 소설가 강석경이 경주에 관해 쓴 에세이이다. ​저자는 경주가 주는 환상은 작가인 자신에게 영감의 원천이고 흑백 같은 유적지들은 본질을 돌아보게 만든다고 이야기한다.

"신라라는 찬란한 이름을 만나기 전 나는 디아스포라였다. 경주는 모태와 같으니, 이 책은 유목민의 금빛 꿈이 묻혀 있는 고도에서 발길 닿는 곳마다 길어올린 사색의 우물이다. 나와 우리들의 뿌리에 대한 소박한 찬미이다."​

저자는 자신에게 고향이란 육신이 태어난 물리적 장소가 아니라 영혼이 안주할 수 있는 장소라고 말한다. 이는 우리들의 뿌리인 자연이야말로 편안함을 주는 고향이라는 의미가 아닐까. 이 책을 읽으며 경주에 터를 잡은 저자가 뿌리로의 귀환​을 한 이유에 공감했다.

"그렇듯 존재의 불확실성에 방황하면서 성년의 세월을 보내고, 세계도 돌아보고 뒤늦게​ 경주에 터를 잡은 것은 그야말로 뿌리로의 귀환이 아닐까. 내 근원의 고향인 자연으로. 이십오 년간 살았지만 뿌리내리지 못한 서울이 연옥처럼 떠오르는 것은, 자연과 분리된 삶 때문이리라. 도시의 삶은 늘 나를 허기지게 했다."

수백 기의 고분이 밀집된 경주에는 발굴된 고분도 수십 기여서 부장품들이 박물관의 고대실을 채우고 있다고 한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부장품들을 이야기하면서 소중한 것을 생각해보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다. 저자는 그릇에 대한 애착이 있다고 말한다. 비어 있음에 대한 삶의 철학을 배울 수 있는 글귀였다.

"내가 그릇을 좋아하는 이유는 비어 있기 때문이다. 차라도 담겨야 제구실을 하겠지만 나는 바라보는 것이 더 좋다. 무엇이든 담을 용의를 지니고 겸손하게 비어 있는 모양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것이다."​

"비어 있음은 빈곤이 아니라 풍요이며 근원에 다가가는 계단이다. 가득찬 것은 혼란스럽다. 영혼을 탁하게 한다. 집에 가득찬 물질에선 부패의 냄새가 나고 가슴에 가득한 욕망에선 폐수의 냄새가 난다. 그릇을 보면서 그릇처럼 비워라. 집착도 분노도 비우고 새로 태​어나듯 공으로 돌아가라. 인연도 비우고 겸허하게 기다려라. 잎을 떨구고 늦가을 숲처럼 나의 한가운데로 들어가기 위해."

저자는 황금빛 배반들에 관한 이야기와 함께 구원이라는 철학적인 주제를 말한다. 책을 읽으면서 가을 배반들에 서서 존재에 대해 상각하는 저자의 모습을 상상하게 된다.

"전에 누가 내게 구원이 무엇인가 물은 적이 있다. 생각해보니 자연, 예술, 사회 세 가지이다. 예술은 늘 나를 ​감동시키고 자연은 나의 근원이며 자신이 살아가는 사회도 자기정체성을 갖게 하는 결정적인 조건이다. 예술과 자연은 혼자서 추구하고 접하며 순간순간 구원을 받지만 경직된 사회는 오히려 좌절을 안겨준다. 그것이 누적될수록 절망감을 벗어나고자 이상향을 그리며 지구를 헤매다녔다."

 

 

저자는 12월 겨울의 거리에서 ​'영혼의  DNA가 동일하다'는 것에 대해 사색한다. 영혼의 DNA가 동일한 사람은 우리 삶의 언저리에 계속 남아 있다는 말이 인상적이다. 저자 자신이 경주로 돌아온 것도 그와 같은 이유라는 점에 공감한다.

"친구며 연인을 추구하는 것도 닮은꼴인 영혼의 유전인자를 찾기 위해서이고, 위대한 작가의 책을 읽고 음악을 듣는 것도 예술을 통해 본질에 다가가기 위해서이다. 어느 때는 길을 잘못 들어 고통을 받기도 하지만 경험은 어리석은 자도 깨우쳐주어 결국은 제 길을 찾아가도록 해준다. 정신만 치열하다면 말이다."​

"거대 고분의 주인공들인 신라인의 기상, 자유로움과 미에 대한 찬사, 대의를 위해 몸을 던지는 올곧은 충정과 바위마다 부처를 새긴 종교심은 늘 나를 고양시킨다. 내가 경주에 이토록 친화력을 느끼는 것은 내 영혼의 유전인자인 신라 혼의 DNA와 같이 때문이고, 내가 경주로 돌아온 것도 자신의 근원으로 돌아온 회귀인 것만 같다."​

 

 

저자는 경주라는 도시에서의 삶이란 곧 자연을 자신의 근처에 두는 방식이라고 말한다.​ 나라와 지역에 따라 자연이라는 것이 주는 감동은 특별하고, 그러한 지역이 저자에게는 경주였다. 경주를 걸으면서 사색하고 쓴 이 책은 내가 경주를 걷고 있는 상상을 하게 만든다. <이 고도를 사랑한다>는 수학여행으로만 알고 있었던 경주의 매력을 알게 된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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