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 - 시에서 배우는 삶과 사랑
천양희 지음 / 샘터사 / 2006년 12월
평점 :
품절


 

<천양희의 시의 숲을 거닐다>는 시 쓰는 일로 일생을 보낸 시인들의 시와 함께 천양희 시인의 해석을 엿볼 수 있는 에세이이다. 이 책은 세계적인 시인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시인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작품이다.

"이 책에 실린 시와 시인의 이야기는 2004년 10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조선일보 <문학의 숲>에 실렸던 것들이다. 짧은 지면에 시인들의 열정과 사랑과 애환을 다 쓸 수는 없었지만, 그 글을 쓰는 동안 그들은 나를 참 많이 울게도 웃게도 했다. 나는 그때 무엇보다 시는 힘이 세다는 것을, 어떤 권력도 시를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시는 음악처럼 일시에 지치고 피곤한 몸을 춤추게 할 수는 없지만, 어둑어둑한 마음을 환하게 하고 절실하게 하리라는 것을, 그래서 많은 이들을 울게도 웃게도 할 수 있을 것이란 믿음을 가져 본다."

 

천양희 시인은 시를 통해 진정한 성공을 이야기한 에머슨의 시를 소개한다. 에머슨은 '인생의 목적은 자신을 아는 데 있으며, 글 쓰는 목표는 글 속에 햇빛을 반짝이게 하는 데 있다.'고 말한 시인이다.

 

"자주 그리고 많이 웃는 것, 현명한 이에게 존경받고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것... 아름다움을 헤아릴 줄 알며 다른 사람에게서 최선의 것을 발견하는 것... 자기가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고 떠나는 것, 자신이 현재 살아 있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의 인생이라도 행복해지는 것,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시를 말할 때 빼놓을수 없는 것이 사랑이 아닐까. 천양희 시인은 미국의 여성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이란 시를 소개한다. 에밀리 디킨슨은 평생을 고향 마을에서 독신으로, 은둔자처럼 살다 간 고독한 시인이었다. 특히 그의 시 중에서 실연의 시들은 모두 날짜가 쓰여 있고 빠른 필적으로 쓰여 있었다고 한다. 천양희 시인은 그에게 실연은 날짜까지도 잊어버릴 수 없는 상처였고 죽음 같은 것이었으며, 글자를 빠르게 쓸 정도로 비명을 지르고 싶은 고통이었을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디킨슨은 30세 때, 처음으로 기혼자인 목사를 사랑했지만 실연으로 끝난 슬픈 사연을 가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이라 말하고 있다. 천양희 시인은 '사랑과 예술은 모두 그것을 위해 전부를 요구하기 때문에, 사랑은 때때로 예술을 파괴한다. 그러나 디킨슨은 한 해에 366편의 시를 썼다. 하루에 한 편을 쓴 셈이다. 그에게 있어서 사랑이란, 예술을 파괴하는 것이 아니라 시를 쓰게 하는 이 세상의 모든 것이었다.'고 말한다.

"사랑이란 이 세상의 모든 것

우리 사랑이라 알고 있는 모든 것

그것이면 충분해. 하지만 그 사랑을 우린

자기 그릇만큼밖에는 담지 못하리."

 

이 책에서 천양희 시인은 다양한 시를 소개할 뿐만 아니라 시인의 마음가짐과 현대 사회에 왜 시가 필요한가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인이 되는 길은 결국 자기를 구원하는 길'이라는 말에 공감한다. ​'시를 읽는 다는 것은 시인의 언어의 미로 위에 숨겨놓은 보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라는 말을 잊지 않을 것이다. 시인이란 언어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을 골라내는 사람들이 아닐까...

"시인이란 빛을 베풀고 자기 자신은 고독해야 하는 존재인데, 시란 욕망이 아니라 그저 존재해야 하는 것인데, 살기 힘든 탓인지 그렇지 않은 시인들이 더러 있는 것 같다. 시에 순정을 바치고 운명을 거는 시인들은 점점 줄어들고, 시를 마치 휴대하는 휴대폰이나 치장하는 액세서리쯤으로 생각하는 시인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개탄하는 평자들도 있다.(...)

시인이 되는 길은 결국 자기를 구원하는 길이다. 구원에는 언제나 고통이 따른다. 누구도 그 고통을 대신해 줄 수 없고, 대신해 줄 수 없으므로 시인에게 고통은 축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왜냐하면 시인은 시라는 위독한 병을 철처히 앓는 자이며, 고통은 희망과 암수 한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람의 영혼이란 기쁨에 너무 굶주리면 본래의 마음을 잃어버린다고 한다. 그럴 때는 눈을 돌려 시를 잃어보라. 곧 굶주림이 채워질 것이다. 왜냐하면 좋은 시를 만나는 방법이 바로 기쁨이기 때문이다. 시를 읽는다는 것은 시인이 언어의 미로 위에 숨겨놓은 보석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