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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을 감은 인간 - 상대의 양면성을 꿰뚫어 보는 힘
리사 맥클라우드 지음, 조연수 옮김 / 토네이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모든 만남과 일에는 적당한 시기 즉 '타이밍'이 있듯, 책읽기 역시 적당한 시기가 있나 보다.
같은 책 같은
내용일지라도 어느 시점에 읽느냐에 따라 느낌과 감동이 다르다. 리사 맥클라우드의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은 바로 이런
진실을 나에게 깨닫게 해준 책이었다. 사실, 이 책은 지난 5월달에 대출하여 1/3 정도 읽다가 아마도 반납마감일이 임박하여
도중에 읽기를 중단했던 책이었다. 근데, 이 책이 우연찮게 다시 내 손에 들어왔다. 도서관 서고 앞에 서서 홀린 듯이 첫장을 다
읽어내려가면서도 불과 몇 개월전에 읽었었던 책이라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인간의
심리와 행동에 대한 책들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가서 제목만 보고 다섯권의 책들을 빌려온 적이 있었다. 그 중, 네 권의 책들을 다
읽고 나서 맨 마지막으로 집어든 책이 바로 <한쪽 눈을 감은 인간>이다. 책의 초반부는 정말 놀라웠다. 현재 내가
감정적으로 직면해 있는 문제들을 완벽하게 설명해주고 있었다. 책에도 읽기에 적당한 시기가 있다는 말이 진정 사실이라면, 나에게 이
책은 5개월전이 아닌 바로 지금 이 순간이 읽기에 가장 적당한 '시기'였던 것이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는 한쪽 눈을 감고 있다. '불안' 때문이다. 한 번 눈 밖에 난 사람은 다시는 내 곁으로 돌아올 수
없을 것이라는 불안, 내 생각과 다른 사람들의 생각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를 더 큰 하나의 합일로 묶어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불안, 상대의 생각을 계속 받아주다 보면 언제나 손해는 내 몫일 것이라는 불안...
그래서 우리는 상대가 아니라 내 생각과 입장만 바라보는 '외눈박이'관계를 선택한다. 감고 있는 눈을 뜨기 위해선 고통에 가까운 노력이 뒤따른다. 그래서 우리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이라는 편안한 길을 선택한다.
-리사 맥클라우드, <한쪽 눈을 감은 인간> p32-
정서적으로 불편한 상황이나 사람과 마주하게 되면, 0.001초만에 자신도 모르게 솟구치는 분노. 그리고 당혹스러움과 함께 얼굴
표정은 급속도로 굳어지며 행동은 경직되고 부자연스러워진다. 생존에 대한 위협에 즉흥적으로 반응한다는 변연계(파충류의 뇌)가
순식간에 작동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 순간부터 우리는 현실 상황을 직시할 수 있는 여유와 이성을 잃어 버린 채, 두려움에 휩싸인
한 마리의 도마뱀처럼 행동한다.
'멈춤->도망->싸움'
생존을 위해 인류가 진화시켜온 행동 양식이다.
상대의 시선을 끌지 않기 위해 본능적으로 최대한 움직임을 줄인다. 즉 멈춤의 단계이다. 뜻밖의 상황이나 사람을 마주하게 되면 우리의
몸이 순식간에 굳어지는 것이 바로 이 '멈춤'의 단계에 해당된다고 한다. 그리고 순식간에 도망갈지(회피할지) 아니면, 맞서
싸울지(화를 내고 주먹을 휘두른다)를 결정하게 된단다.
이와 같은 생리적 반응은 사실 인류의
조상이 수 백만년에 걸쳐 정글에서 생존하기 위해 강화시켜 온 진화의 산물이다. 단 0.001초만에 잡아 먹히느냐 마느냐의
'생사(生死)의 기로'에서는 이와 같은 변연계의 역할이 생존에 훨씬 유리하게 작용했다. 그러나 과거 정글에서처럼 강한 동물들과
생존경쟁을 벌일 필요가 없어진 현대 사회에서 우리들은 이와 같은 변연계의 작동으로 얻는 것보다는 잃는 것이 훨씬 많다. 왜냐하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은 우리를 눈 뜬 장님으로 만들어 현실을 직시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해 버리기 때문에......
이 처럼 이분법적 사고 혹은 양자 택일이라는 딜레마에서 벗어나 양측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수 있는
새로운 길(일명, 진실의 삼각형의 꼭짓점)을 추구하는 것이야말로 문명화된 사회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취해야 할 태도이며, 새로운
길을 찾기 위한 첫걸음은 조직 전체의 취지와 목적을 재확인하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바라보는 것이다.라는 저자의 주장이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그렇다!
직장에서건 가정에서건 나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사람들 역시
결론은 '잘 해보자'는 것이다. 즉, 나와 같은 목표를 갖고 있는 것이다. 목표가 동일하다면 어느 한쪽의 패배나 양보없이 목표에
다다를 수 있는 길은 반드시 존재한다. 협조하겠다는 마음, 아니 최소한 상대방이 나를 해치려는 의도는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
하나만으로도 우린 불필요한 대립과 싸움을 피할 수 있다.
저자는 위와 같은 두려움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랑' 즉 '열린 마음'을 갖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특히, 그녀가 전해 들었다는
스톡데일 제독과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의 저자 짐 콜린스와의 일화는 메아리가 되어 두고두고 울려퍼졌다.
스톡데일 제독은 베트남 전쟁 당시 포로수용소에수용된 미군들중 가장 고위급 장교였고,미 해군 역사상 최고의 훈장을 받은 인물이었다. 2005년 그는 알츠하이머병으로 81세를 일기로 사망했다.
베
트남의 호아 로 감옥에 갇혀 있던 7년 6개월 동안 스톡데일 제독은 20번이 넘는 혹독한고문을 견뎌야 했으며 매일같이 구타를
당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다리에 족쇄를 차고 좁은 독방에 갇혀 지냐야 했다. 포로의 권리 따위는 있을리 만무했고, 석방도 기대할수
없었음은 물론이고, 다시는 가족을 만날 수도 없을 것만 같았다. 총지휘의 책임을 지고 있던 스톡데일 제독은 그대로 부하들이
절망에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을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
"나는 단 한번도 희망을 버린 적이 없습니다."
스톡데일 제독이 답했다.
"내가 석방됨은 물론이고, 결과적으로는 모든 일이 다 잘 될 것이고, 이는 내 인생의 중요한 사건이 되리라는 사실을 의심해 본 적이 없어요. 지금 다시 돌이켜봐도, 나는 그때의 경험을 그 어떤 것과도 바꾸지 않을 것입니다."
짐 콜린스는 잠시 아무 말도 안했고, 그들은 교수 식당을 향해 계속 걸어갔다.
(......)
"살아남지 못한 사람들은 어떤 사람들이죠?"
"그야 뻔하지 않겠소? 낙관주의자드리죠."
"낙관주의자들이요? 무슨 말씀이신지..."
"
이런 말을 하는 낙관주의자들 말입니다. '성탄절에는 분명 풀려날 거야.'그러다가 성탄절이 지나도 풀려나지 않으면 이렇게
말하죠.'부활절에는 나갈 수 있을 것야' 그렇게 부활절이 지나가고 추수감사절을 기다리고, 그러다가 다시 성탄절이 되고... 결국은
실의에 빠져 죽게 됩니다."
(......)
콜린스는 스톡데일 제독의 그 말을 잊을 수가 업었다. 그래서 그는 <좋은 기업을 넘어 위대한 기업으로>에 스톡데일 제독의 명언을 삽입하기로 한다.
"상황이 아무리 어려울지라도 결국은 모든 것이 잘 될 거라는 희망을 간직하는 동안 끔찍한 현실과 직면할 수 있는 능력이 자기 삶을 주도하거나 조직을 이끄는 위업을 이룬 사람들의 대표적인 특성이다."
-리사 맥클라우드, <한쪽 눈을 감은 인간> p60~p65 중 일부 발췌-
현실을 낙관하지 말고 직시하되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한쪽의 패배나 양쪽 다 만족시킬 수 없는 타협이 아닌 모두 다 승자가 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두려움에 가득 차서는 자신의 이익과 생존을 지키기에만 급급한 파충류형 인간처럼 구는 사람을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한편, 주위 사람들을 나의 생존을 위협하는 적이 아닌 같은 목적을 공유한 동지라고 생각한다면, 많은 사람들은 이와 같은
사람에 대해 방어와 의혹을 풀고 그를 깊게 신뢰하면서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될 것이다.
상대방에 대해 먼저 마음을 열고 진심으로 그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마음은 상대방에게 그대로 전달되어 나 역시 상대방으로부터 존중받고
이해받게 된다고 한다. 이처럼 단순하지만 위대한 이치를 머리가 아닌 온몸으로 익혀야 한다. 처음에는 어렵겠지만 노력해자.
반복적으로 연습하고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습관처럼 몸에 붙어 익숙해지겠지...
한때 목욕용품 세일즈우먼이자 유명한 커뮤니케이션 강사 그리고 간판광고사업체를 운영했던 경험에서 나온 풍부한 실전 사례들은 저자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준다.
수단과 방법을 찾기 위해 우리는 때때로 목표와 기본을 잃어 버린다.
햄버거를 많이 팔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면(수단과 방법), 일단 맛있는 햄버거를 만들겠다는 기본을 망각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마찬가지로 당신의 가게에 고객을 많이 끌어올 수 있는 방법을 강구하고자 한다면, 일단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고 고객이 원하는 바를 제공하여 만족시키면 된다.
회사에서 붙자는 1% 직원이 되고 싶은가? 그렇다면 자리에 맞는 업무능력을 겸비하고 회사와 상사(혹은 동료) 그리고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면 된다.
이 얼마나 단순명쾌한 이치란 말인가.
그러나 행동에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파충류와 같은 본능이 스멀스멀 기어올라와 장애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끝으로, 대선이 얼마 안 남았다.
"우리에게 필요한 리더는 과연 누구인가?"
"우리는 과연 어떤 사람을 리더로 선출해야 하는가?"
라는 질문 앞에서 리더에 대한 저자의 정의를 되새겨 본다.
훌륭한 리더는 이중성을 통합할 줄 아는 사람이며, 상대에게도 그것을 가르칠 줄 아는 사람이다. 윗사람이 알려주는 정보도 잘
받아들이지만 아랫사람이 전해주는 정보 또한 잘 수용할 줄 안다. 엄격한 규율을 강조하면서도 창조적 사고력을 펼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낼 줄 안다. 확고한 신념과 진정어린 마음을 지닌 사람이다. 말할 때는 위엄이 있고 들을 때는 겸손한 사람이다. 사람들이
나아갈 방향을 명확히 보여주면서, 세상이 안겨주는 시련도 열린 마음으로 헤쳐 나갈 수 있게 격려해주는 사람이다.
-리사 맥클라인, <한쪽 눈을 감은 인간> p267~p26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