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식으로 꼭 알아야 할 세계의 전설 : 서양편
아침나무 지음, 이창윤 그림 / 삼양미디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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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은 말 그대로 옛날부터 입에서 입으로 전해 내려온 이야기들이다. 어떤 공동체 속에서 전해진 이야기들이라 그 공동체의 특징과 내력을 다룬 것이 많다. 전설에는 신데렐라나 콩쥐팥쥐처럼 동서양을 아우르는 보편적인 이야기도 있고 선녀의 날개옷처럼 동양의 여러 지역에서 나타나는 이야기도 있다. 문자로 기록되지 못한 그 옛날부터 전설은 어떻게 지금까지 전해져 올 수 있었는지 궁금하기도 했는데 그 시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전설들을 믿었으면 그랬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즉, 중세시대 때 귀족이나 왕에게 착취를 당하는 평민들은 착취자들을 벌주는 영웅을 꿈꾸지 않았을까, 또 신비한 자연현상들을 인간이 아닌 또 다른 존재가 있다고 믿음으로써 해결하려하지 않았을까하는 생각들이다.

<세계의 전설, 서양편>에는 유럽과 북미, 남미 등 서양 여러 지역에 전해 내려오는 전설들을 담은 모음집이다. 작가 진은 수 백 만권의 책 중에서 세계의 전설을 모은 책이 없다는 사실을 앍고 이 책을 기획했다고 한다. 그 야심찬 기획에 맞게 책에는 다양한 지역에서 발견 된 전설들이 많이 들어있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던 로빈 후드나 아서왕 이야기, 바이킹, 트리스탄과 이졸데, 드라큘라 등 유럽의 전설들도 있고 북미 지역이나 남미지역의 생소한 전설들도 함께 다루고 있어 식견을 넓히는 데 많은 도움이 되었다.

책을 읽다 보니 지역마다 각자의 특성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유럽의 전설이 주로 영웅이나 실제 인물 등 초점이 ‘인간’에게 맞춰져 있다면 그 외 북미나 남미, 오세아니아는 동물이나 꽃 등 자연현상에 초점이 더 맞춰져 있다는 사실이다.
또 책 <오두막>에서도 등장했던, 족장의 딸이 전염병으로부터 사랑하는 사람을 살리기 위해 스스로 제물이 되어 물로 뛰어든 전설은 흡사 우리나라의 <심청전>을 떠올리게도 해 신기했다.

백설 공주와 신데렐라는 세계 여러 곳에서 변용되어 존재한다고 한다. 익히 알고 있던 내용이 아닌 변용되어 온 이야기와 비교해보는 재미도 쏠쏠했는데 신데렐라 이야기는 ‘이끼옷’ 전설로 신데렐라를 도와준 대모가 존재하지 않는 다는 사실은 처음 알았다. 또 백설 공주는 ‘금나무 은나무’전설로 공주를 죽이려 한 사람이 계모가 아닌 친모고 난쟁이도 존재하지 않았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물론 난 내가 알고 있던 이야기가 더 재미있다고 생각했지만 말이다. 그 외에도 ‘오르페우스’이야기를 생각나게 한 북미의 전설도 아마 교류를 통해 퍼져나가 변용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이렇게 보니 참 신기하다. 멀리 떨어진 각각의 지역에 고유의 이야기도 있지만 비슷한 이야기도 존재하니 말이다. 사실 뿌리가 어디일까 하는 생각은 중요치 않다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들어와 그 문화에 맞게 변형된 데에는 다 이유가 있을 테니 말이다. 그보다 그 특성들이 그 문화를 어떻게 나타내는지 더 알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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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은 자란다 - 아라이 연작 소설
아라이 지음, 양춘희 외 옮김 / 아우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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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는 내게 있어 물안개 같은 나라다. 실체는 있지만 흐릿한 느낌, 존재는 하지만 뭔가 가려져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나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그들의 이미지 때문일까? 아니면 중국이 감춰놓기 때문일까? 그것도 아니라면 내가 스스로 그 나라를 틀에 가두어 존재해도 존재하지 않는 듯, 손에 잡힐 듯해도 잡히지 않는 듯 생각하고 있기 때문일까? 아마도 세 가지 다 해당 될 것이다. 난 티베트를 불교의 나라, 고승의 나라라고 한정시켜 욕망이 없는 사람들이 사는 그저 신비한 나라라고만 생각해왔다. 하지만 이번에 읽게 된 작가 아라이의 <소년은 자란다>를 읽고 아, 티베트도 다른 나라와 다를 바 없이 사람 사는 곳이구나 하고 새삼 깨닫게 되었다.

다른 나라의 문학을 읽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나고 자란 그들의 나라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해주기 때문인데 <소년은 자란다>를 읽으면서도 중국과 티베트의 일상생활, 사회문제들을 알게 되었다. 특히 중국의 문화혁명으로 사원을 잃은 라마승들이 일자리 노선에 뛰어드는 과정을 그린 단편들이 많아 그런지 이 일이 티베트에 큰 사건이었다는 것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요즈음 관광목적으로 중국정부가 사원들을 다시 복구하고 있다고 알고 있었는데 읽으면서 씁쓸해지기도 한 이야기였다.

티베트는 몇 천년동안 실생활에 큰 변화 없이 살아온 나라라고 한다. 답보상태로 있던 역사가 흐를 때쯤 태어난 작가는 자신이 변화를 목격한 세대라 운이 좋다고 말하고 있는데 그래서인지 변화의 바람에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한 단편들도 실려 있었다. (<마지막 마부> <라마승 단바> 등.) 또 인간의 욕망과 남녀 간의 애정이 등장하기도 하고 원래 생각해온 티베트의 분위기가 물씬 나는 단편들도 있었다. 열 세 개의 이야기 중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은 <마지막 마부>인데 말을 잘 다루는 곰보가 주인공이다. 마을에 마차가 들어오면서 곰보의 마차 모는  솜씨는 많은 사람들의 찬사를 받지만 그 뒤 트랙터와 자동차가 생기면서 곰보와 말들은 과거의 형상이 되고 만다는 이야기다. 짧은 이야기지만 그 강렬함은 길었다. 역사 속으로 사라진 많은 것들이 퇴물 취급받지만 그 속에 진정 소중한 것은 없었는지 또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들은 없었는지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책엔 여러 개의 단편들이 수록되어 있고 이야기의 소재도 제각각이지만 신기하게도 분위기는 한결같았는데 그것이 작가 특유의 분위기이기 때문인지 궁금했다. 감정의 고저 없이 잔잔한 호수를 연상시키는 소설집이 그래서 더 특별할지도 모르겠다.   

아라이라는 작가의 이름은 이 책으로 처음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 단편집만으로 그가 쌓아온 내력들을 짐작할 수가 있었다. 오랜 시간 우려내어 진한 맛을 내는 음식처럼 값지고 맛있는 단편들이었다. 평론가에게 사랑받는 작가라 그의 다른 책들도 읽고 싶어졌다. 또 작가의 책이 많이 알려져 티베트의 진정한 모습이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바라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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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 - 책과 사람, 그리고 맑고 서늘한 그 사유의 발자취
김풍기 지음 / 푸르메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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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조선 선비들에게 악감정을 품고 있던 적이 있었다. 책만 읽는 글쟁이들, 스스로 농사짓지 않고 가난하더라도 책만은 버리지 않았다는 일화가 왜인지 무능한 이미지를 풍겼기 때문이었다. 실생활에 도움이 될 기술은 연마하지 않고 중국문학을 읽으면서 시나 짓고 학문이나 논하니까 나라를 빼앗겼지!! 같은 생각도 했었다. 차라리 왕이나 귀족들이 칼을 들고 나가 전쟁을 하던 삼국시대가 더 멋지게 느껴졌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생각이 바뀌었다. 조선 선비들의 가난은 검소함과 청렴함으로 학문을 닦는 것은 자기 자신의 연마하는 과정으로 느껴졌다. 무치에서 문치로 넘어가는 정세는 보편적인 발전과정의 하나로 생각되었고 나 또한 책을 읽는 것이 실생활에 많은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하면서 그들에 대한 불만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완벽히 해소 되진 않았지만) 이번에 읽게 된 <조선 지식인의 서가를 탐하다>를 읽은 계기도 그렇다. 조선의 지식인이라 불리던 선비들이 어떤 책을 읽으면서 그 시대를 살았을까 궁금했고 그 책이 그들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도 궁금했다.

우선 책을 읽고 나서 기분은 만족스러웠다. 작가는 책이 유통하면서 후세의 사람들의 사유에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한다. 각각의 책에 스민 옛사람들의 자취를 더듬어보고, 책의 성립과정을 살피며, 현재 남아 있는 책의 판본을 정리하고, 나아가 그 책의 의미를 되새겨야 한다는 것이다. (총론 p.20 중에서) 책은 유통되면서 사람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다. 한 작품에서 촉발되어 그 영향력으로 여러 나라에서 창작된 책(전등신화)도 있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고통에서 희망의 싹을 틔어준 책(정감록)도 있다. 책은 세상에 깊숙이 관여하고 있고 사람들의 의식까지 바꿔버리는 가공할만한 영향력이 있는 것이다. 마치 스토우부인의 책 엉클 톰스 캐빈(Uncle Tom's Cabin)이 미국의 남북전쟁을 발발하여 노예해방의 결과를 가져 왔듯이.  

이 책에는 이름은 들어봤으되 자세히 알지는 못했던 책들이 다수 실려 있다. 우리나라 소설 뿐 아니라 우리나라 지식인들에게 많은 영향을 미친 <서유기>나 <전등신화>, 또 조선서당에서 교재로 쓰였던 <맹자>,<소학>,<천자문> 등 책이 만들어진 계기나 널리 퍼지게 된 계기, 그에 따른 조선 지식인들의 일화들을 소개하고 있어 글 읽기에 많은 도움이 되었다. 아예 존재조차 몰랐던 <기재기이>를 알게 된 것도 커다란 수확이라 할 수 있겠다. 예전에 지인이 시험 때문에 공부하는 것이 아닌 학문으로 공부하는 고전문학은 뜻밖에 재밌다하고 말한 적이 있었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 고전문학을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한 권의 책은 사람의 의식을 바꾸어 놓는다. 이 책이 아니었다면 예전에 지인이 했던 말은 기억 속에 잊혀져갔을 것이고 고전문학의 뜻밖의 재미를 느낄 기회를 놓쳐버렸을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책이 유행했을 때엔 그 시대가 그 책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란 생각이 든다. 그래서 인지 지금 우리가 읽고 있는 책은 후대 사람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궁금하다. 어떤 책들이 질긴 생명력으로 후대까지 살아남아 사람들의 사유의 발자취가 되어줄지 또한.

++책을 읽으면서 우리나라에서 지어진 많은 책들이 일본에서 발견된 것이 안타까웠다. 임진왜란과 식민지 시대를 겪으면서 많은 책들이 일본에 건너가게 된 것인데 달라고 해도 주진 않을 테고. 아깝고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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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연금술사 한국외국어대학교 통번역센터 문학총서 2
호르헤 부카이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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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모양의 구형에 가득 찬 나무가 많은 열매를 맺고 있다. 그 열매만큼이나 많은 이야기를 숨기고 있을 것 같은 책을 만났다. <영혼의 연금술사>라는 제목을 가진 이 책은 비록 두께는 얇지만 이야기의 교훈은 그 어떤 책보다 많았다. 
 

작가인 호르헤 부카이는 아르헨티나 사람들이 가장 선호하는 정신과 전문의이자 심리 치료사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엔 인간의 감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실려 있었다. 또 직업상 다져진 것인지 원래 작가가 가진 것인지 모를 통찰력이 책 곳곳에 자리 잡고 있었다. 3~4장 길이의 짧은 이야기고 어릴 적 읽었던 동화책을 생각나게 하는 우화형식이지만 이야기엔 인간에 대한 섬세한 통찰력이 있었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고 이야기를 곰곰이 생각하게 만드는 힘. 그것이 이 책이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싶다.

여러 이야기 중 내 시선을 가장 끈 건 <찾는 자>와 <탐욕>, 그리고 <우물들이 있는 마을>이다. 교훈은 각각 다르지만 내가 이 이야기들을 좋아하는 이유는 생각지 못한 반전(?) 비슷한 결론이 있었기 때문이다. <찾는 자>에서 한 남자는 인생의 목표이자 특기인 찾기를 하다가 끌림으로 어느 무덤에 다다른다. 그 무덤 묘비석에는 하나같이 5년이나 8년, 오래되어봤자 11년을 채 못산 아이들의 날짜들이 적혀 있었다.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린 남자에게 묘지 관리인이 다가와서 그 이유를 묻는데, (뒤는 약간의 반전 가까우므로 생략^^) 이 이야기를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나에겐 이 이야기에 나오는 수첩은 없지만 내가 행복했던 시간들은 언제였을까, 그때 무슨 생각을 했을까하는 생각. 자꾸 퇴색되어버리는 기억, 그리고 불행했던 기억들은 내 행복했던 기억들을 밑으로 눌러 버린다. 그래서 행복했던 시절이 잠시이고 힘든 나날만 계속 된다고 생각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에게도 그 수첩이 하나 필요하겠다.

<탐욕>은 자신에게는 탐욕이 없다 우기지만 사실은 가장 큰 탐욕을 지닌 남자 이야기, <우물들이 있는 마을>은 많이 가지기 위해 경쟁하여 속을 채우는 우물들이 나온다. 결국 제 자신의 깊숙한 곳을 들여다보라는 성찰의 이야기인데 그 과정이 매우 아름답게 그려진다. 그 외에 어디선가 들어본 이야기들도 몇몇 포함되어 있고 시 형식의 글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책을 다 읽고 나니 긴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것 같다. 마치 여행에서 많은 것을 보고 듣고 느끼고 돌아와 내 세계가 넓어진 그런 기분? 이 책을 읽게 되어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가을이라 내 피부만큼이나 감성이 메말라 있었는데 갈라진 논바닥에 단비마냥 읽는 내내 좋았다. 영혼의 연금술사라니 제목과 딱 맞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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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을 넘어 민음사 모던 클래식 65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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쉽게 손이 가지 않는 책이 있다. 겉표지와 줄거리를 보면 내 취향일 것 같은 책인데 막상 손에 잡고 읽어 나가면 더 이상 페이지가 나가지 않는 느낌이 드는 책들. 이번에 읽은 코맥 매카시의 책 <국경을 넘어>도 그랬다. 페이지 하나하나, 문장 하나하나마다 느껴지는 묵직한 분위기, 건조한 문체, 이해하기 어려운 주인공의 심리 등 이유를 열거하자면 여럿이다. 하지만 쉬이 책을 떠나지 못하게 하는 매력도 분명 있었다.

이 책은 코맥 매카시의 초기작에 속한다. 작가는 그 전까지 평단의 화려한 주목을 받진 못했지만 1992년에 쓴 작품 <모두가 예쁜 말들>로 베스트셀러 작가에 이름을 올렸고 이어 발표한 <국경을 넘어>, <평온의 도시들> 소위 국경 3부작으로 인기작가임을 증명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다음 2000년대 작품인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나 <로드>가 더 빨리 출판되었다. 그의 작품인 <로드>나 <모두가 예쁜 말들>은 내가 모셔놓고 읽지 못한 책들 중 하나이다. 그 작품들을 먼저 읽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다음으로 미루고 이 <국경을 넘어>먼저 읽기로 결심했다.

부모님과 동생 보이드와 살고 있는 소년 빌리. 소년은 마을에서 소가 자꾸 늑대에게 죽임을 당하자 아버지와 함께 덫을 놓게 된다. 어느 날 기대하지 않던 차에 덫에 걸린 늑대를 발견한 빌리는 늑대가 온 곳으로 되돌려 보내기 위해 위험천만한 여행을 하게 된다. 하지만 그렇게 넘은 국경에서 늑대는 다른 사람에게 넘어가고 늑대는 개들과 싸우며 구경거리로 전락하고 만다. 새끼를 밴 채로 살기위해 개들과 싸우는 늑대를 차마 볼 수 없었던 빌리는 총으로 늑대를 쏘아 죽인다.

그렇게 늑대와 새끼들을 묻고 돌아온 집에는 큰 비극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는데 부모님이 도둑들에게 살해당하고 동생 보이드만이 살아남은 것이다. 이제 소년 두 명은 부모님을 쏘아죽이고 말을 훔쳐간 자들을 찾아 다시 국경을 넘는다. 그리고 그 긴 여정 속에 많은 일들을 겪으면서 소년들은 성장하게 된다.      

이 책은 빌리가 사로잡은 늑대를 돌려보내기 위해 국경을 넘는 것이 1부, 빌리가 동생 보이드와 말을 찾기 위해 다시 국경을 넘는 것이 2부 격으로 나누어져 있다. 1부는 정말 보기가 힘들었다. 예전에 본 영화 <늑대 개>가 생각나기도 했거니와 빌리가 굳이 늑대를 국경 너머로 보내기 위해 길을 떠나는 것이 쉬이 이해가지가 않았다. 그게 늑대를 더 사지에 몰았을 수도 있는데(지나는 사람들마다 봤으니) 그의 선택을 잘 모르겠다.

얼마 후 동쪽이 잿빛이 되었고, 얼마 후 하느님이 창조한 올바른 태양이 다시 한 번 떠올라 아무런 차별 없이 만물을 비추었다.              p.561

이 문장이 작가가 말하고자 한 책의 궁극적인 주제가 아니었을까. 부모님의 죽음, 동생이 그를 떠나고 그 후 알게 된 동생의 죽음까지. 소년은 많은 절망을 맛보고 슬퍼하지만 태양은 어김없이 떠오른다. 또 태양은 감춰진 곳조차 차별 없이 구석구석 내리쬔다. 그렇게 계속 되는 삶만이 소년을 구원하는 희망이 아니었을까 싶다.

국경 3부작은 연결 되어 있다고 한다. 가운데 먼저 읽었으니 앞 뒤편이 모두 이 책과 연결되어 있지 않을까. 하지만 한동안 코맥 매카시의 문장에 압도되어 힘들었으니 그의 다른 작품은 또다시 뒤로 미뤄야겠다. 지금은 우선 이 메마름에 단물이 되어 줄 유쾌한 작품들이 우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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