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세상이다 - 청소년과 가정을 위한 지식사전
피에르 제르마 지음, 최현주 옮김 / 하늘연못 / 2009년 1월
평점 :
품절


'지식'이나 '교양'이라는 것은... 그런 것 같다. 설사 모른다고해도 살아가는데 큰 문제는 없지만, 알고나면 괜시리 뿌듯해지고 눈빛이 달라진다는 뭐 그런 것. 사람이 동물과 구분되는 것에 대해 많은 이유를 꼽지만 지금 이순간 만큼은 호기심과 상상력, 그리고 무언가를 이루어냄으로써 느끼는 성취감이라고 말하고 싶다. 인간은 자신의 역사와 미래를 고민하는 유일한 종족이며, 주변 환경에 대해 끊임없는 관심을 보이는 존재다. 이 책은 그러한 '지적욕구'를 채워주듯 지구와 인류의 출현에서 부터 관습, 제도, 의식주, 발명, 학문에 대한 것등 총 566가지의 주제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최초의 여론조사를 시행한 사람은 미국의 심리학자인 조지 갤럽이다. 그는 1935년 당시 아이오아주 선거에 입후보했던 장모를 위해서 지역 주민들의 의사를 묻는 설문을 실시했다고 한다. 이러한 노력 덕분인지 장모는 선거에 당선되었고, 이듬해 대통령 선거결과까지 예측해 냄으로써 유명해졌다. 오늘날에는 사회 여러분야에서 설문이나 여론조사를 시행하는 경우가 흔하지만,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발상이었던 것이다. 갤럽외에도 켈로그 가문에서 만들어낸 콘플레이크, 샌드위치 가문의 존 몬테규 백작을 위해서 만들어졌다는 샌드위치도 이름과 관련되어 기억에 남는다. 

 의류쪽에서는 비키니와 관련된 일화가 흥미롭다. 프랑스의 의상 디자이너인 루이 레아는 '천을 극도로 적게 써서 상,하의가 구분된 수영복'을 만들어 '비키니'라고 이름 붙였다. 비키니는 미국의 원자폭탄 실험이 있었던 섬의 이름으로 그녀의 수영복이 가져올 충격을 생각하며 지었다고 한다. 최초로 비키니를 입은 여성은 미셸 베르나르디니라는 카지노 스트립댄서였다고 하는데 당시 어느 모델도 비키니를 입으려 하지 않았기 때문이란다. 파리가 아무리 패션에서 앞서가는 도시였다고는 하나 1946년도에 비키니는 무리였나 보다. 의복과 관련해서 구두를 잠깐 언급하자면 고대 로마시대에는 구두의 왼발, 오른발이 아직 구분되지 않았고, 태양왕 루이 14세는 작은 키를 커버하기위해 하이힐을 제작해서 신었다고 전한다.

  스코틀랜드의 전통의상을 보면서도 그런 생각 많이 했는데... 치마와 하이힐은 여성의 것이라는 편견은 어쩜 근대 이후에 산업화, 정보화가 심해지면서 사람들의 사고조차 어떤 틀에 갇혀버린 탓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고대로부터 인류 문화의 발전은 남들이 생각해내지 못한 것을 구상해 내거나, 혹은 아무도 엄두 내지 못한 것을 시행했던 이들에 의해 이끌려 왔다. 라이트형제가, 루이 레아가 당시 사람들에게서 받았을 비웃음과 비난을 한번 생각해보라. 비록 분야는 다르지만 그들 모두는 시대를 앞서가는 선구자들이었다.

이 책에서는 특정 단어가 유독 자주 등장한다. 바로 '최초의' 혹은 '처음' 이라는 단어다. 최초로 자전거를 발명한 사람은? 최초로 안경을 쓴 사람은? 신용카드는 처음 사용한 사람은? 등등... 500여가지가 넘는 주제에서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이 누가 먼저 했는가 하는 것이다. 속담에 '시작이 반이다.' 라는 말처럼 역사에 있어서도 '처음'이라는 말은 실로 엄청난 의미를 지닌다. 인류 최초에 달에 첫발을 디딘 사람은 닐 암스트롱 그렇다면 그 다음은 누구던가... 아, 책 읽는 동안 꼭 기억해주리라 다짐했건만 그새 잊어버렸다. ^^;; (검색해서 다시 적음- 버즈 올드린) 

달에 첫발을 디딘 사람이 누구인지에 대해서는 너무나 명확하지만, 또한 비행기로 하늘을 나는 실험을 했던 사람이 라이트 형제라는 사실은 인정하지만 그렇다면 인간이 하늘을 날 수 있다고 믿었고 그 방법을 고안했던 사람은 누구일까 하는 질문에 대해서는 고민이 생긴다. 책에서 근거로 제시하는 것은 고대의 동굴 벽화일수도 있고, 오래된 고문서 일수도 있다. 여기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 것이 바로 '기록의 중요성'이다. 

 얼마전 로마에 관한 책을 읽다가 '스파르타'에 대해 잠시 언급된 부분이 생각난다. 그들은 역사적으로 가장 뛰어나고 훌륭한 전사였을지는 몰라도 특정 목적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자신들의 문화를 발전시키고 보호하여 전수하는데 무심했다. 몽골의 칭기스칸도 유목민이라는 특성때문에 그들을 떠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사실이 '문화적 정체'라는 결과를 가져온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평탄치 않았던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도굴되거나 훼손되어버린 우리의 문화재를 생각하면 후손들에게 얼마나 죄스러운 일인지 말할 것도 없다. 일단 과거는 덮어두자. 그렇다면 우리는 지금 우리의 역사를 잘 쓰고 있긴 한 걸까?

'지식'으로 시작해서 살짜기 옆으로 새는가 싶더니 어느새 '역사'로 끝나버린... ㅠ.ㅜ 어쨌거나 책으로 다시 돌아와서, <이것이 세상이다> 이 책은 인간과 관련된 거의 모든 것들에 관한 지식, 탄성을 자아낼만큼 방대한 분량의 지식을 담고 있다. 원하는 정보를 자판을 통해서 모두 알아낼 수 있다고 믿는 시대일지라도 이런 책 한권쯤은 소장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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