칭기스칸에 관한 모든 지식 - 칭기스칸이즘 : 세계를 정복한 칭기스칸의 힘은 무엇인가. 그의 철학과 전략
구종서 지음 / 살림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문명의 파괴자' '무정한 살인자' '잔인한 전쟁광'... 몽골인들에게는 말할 것도 없고 동양인들에게 위대한 영웅으로 손꼽혀 왔던 칭기스칸에 대한 서양의 평가는 참으로 냉혹했다. 역사는 누가 어떤 관점으로 서술하느냐에 따라 같은 인물을 전혀 다른 캐릭터로 만들어 버리곤 한다. 제국주의 이전시대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세계의 경제와 문화가 움직이던 시대가 있었음에도 서양의 역사는 그들이 패권을 장악한 이후부터 중점적으로 다루어진다. 역사의 한 때, 몽골 제국을 통일하고 유럽을 비롯한 서양 문화를 위협했던 칭기스칸의 존재는 그들에게 있어서 오랫동안 불편한 존재였는지도 모른다. 
 
첫번째 장에서 칭기스칸 이전의 내륙 아시아 부분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우리 역사와 세계사를 한꺼번에 그려 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에 흉노, 돌궐, 위구르, 투르크족, 퉁구스족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서술이 어렵게 다가왔던 것도 사실이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롭게 읽었던 부분은 2장 칭기스칸의 생애를 다룬 부분이다. 영웅의 일대기이다 보니 드라마틱한 장면도 많고, 언젠가 징기스칸에 대한 역사드라마를 시청했던 기억과 겹쳐지면서 재미있게 읽었다. 3장과 4장에서는 칭기스칸의 철학과 전략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데 앞서 서술했던 부분에서 에피소드를 발췌하기도 하고, 새롭게 추가하기도 하여 칭기스칸이 성공할 수 밖에 없었던 이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칭기스칸의 철학은 그랬다. 원수는 대를 이어서라도 반드시 갚아야 한다고 믿었고, 엄격한 규율과 신의로 통치했다. 적국의 장수라도 충신은 예우해 주었고, 항복하면 받아주되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잔인하리만큼 철저하게 짓밟았다. 칭기스칸은 전쟁중에 부인이 납치되어 다른 부족에서 1년간 살다가 돌아왔음에도 정부인으로서 합당한 대우를 해주었고, 그녀가 낳은 자식에 대해서도 핏줄에 연연해 하지 않고 친자식이라 생각하고 키웠다. 승전을 기념하기 위해 적장의 이름을 자식에게 붙여주는 것도 그렇고, 전쟁때마다 상대편 전쟁 고아들을 기념으로(?) 한명씩 데려와 아내로 하여금 키우게 했다는 것도 우리 정서로는 이해되지 않지만, 칭기스칸이 전통을 중요시했던 인물이라는 점을 미루볼 때, 그들의 전통이나 문화의 부분으로 이해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역사를 이해하고, 역사적인 인물들을 이해하는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오늘날의 시대에 비추어 판단할 것이 아니라 그 시대로 돌아가서 생각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일 것이다. 칭기스칸의 생애에 있어서도 마찬가지다. 유목민족의 특정상 특정 장소에서 생활하되 자리를 이동해 버리면 아무것도 남지 않는다. 칭기스칸의 경우, 어떠한 교육도 받지 못했으며 모든 것을 직접 경험하여 터득하였다고 한다. 몽골의 위대한 문화 유산들이 '유목민'이라는 특성 때문에 오늘날까지 제대로 전해지지 못한 것은 참으로 안타까운 부분이 아닐 수 없다. 

 2000년대 개막을 앞둔 시점, 칭기스칸은 서양 사회에 새롭게 주목받기 시작한 역사적 위인이 되었다. 카이사르나 나폴레옹, 알렉산더 같은 인물이 '위대한 정복자'라면 칭기스칸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자격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이 사실이 더욱 반가운 것은 몽골과 우리가 역사적, 문화적, 인종적으로 맺어진 깊은 인연과도 상관있다. 오늘날 수많은 몽골의 젊은이들이 '코리안 드림'을 위해서 한국행을 원하고 있다는 사실과 함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한 때, 우리의 독립군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준 이들이 바로 몽골인들이란 사실이다. 역사는 그렇게 맞물려 돌고 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