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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장 지글러 지음, 유영미 옮김, 우석훈 해제, 주경복 부록 / 갈라파고스 / 2007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한비야님께서 꼭 읽어보라고 추천하신 도서다. 그럼 다른 말이 필요 없다. 읽어야 하는 거다. 근데... 책장을 몇 장 넘기지도 않았는데 무언가 섬뜩한 예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내가 몰랐던, 누구도 알려 주지 않았으며, 알기 바라지도 않았을 중요하지만 불편한 진실을 만나게 될 것 같았다. 그리고 그 예감은 적중하고 말았다.
‘기아체험 24시간’ 이나 ‘ 한비야님의 책’을 통해, 아니면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접하게 되는 아프리카, 아시아 등 세계의 빈곤, 기아 상태에 대해 항상 한발 물러선 입장에서 생각을 했다. 감정적으로 불쌍하다는 생각만 하거나. 그들이 왜 그렇게 가난해야 하는지, 굶주려야 하는지, 그 이유에 대해서는 깊이 생각해 보질 않았다.
그저 기후가 작물 성장에 맞지 않다거나 땅이 척박해서, 아니면 정부의 잘못 때문에... 내가 생각할 수 있었던 것은 이정도였다. 그런 기아와 가난을 겪고 있는 것은 주로 아프리카나 아시아에 한정되어 있다고 생각하기도 했었다.
책을 통해 굶주림에 고생하고 있는 나라의 수가 더 많으며, 칠레나 브라질, 러시아, 이집트와 같이 잘 사는 나라라고 생각했던 나라들도 포함되어 있다는 것도 알았다. 가장 가까운 북한 역시 기아로 인해 사망하는 사람의 수가 엄청나다는 실상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이정도는 약과였다. 그저 세계의 기아 상태나 빈곤을 보고하는 형식의 책이었다면 그리 놀랍지 않았을 것이다.
- 그러니까 세계의 모든 사람들을 먹여 살릴 만한 식량은 충분히 있다는 건가요?
그 뿐 아니란다. 지구는 현재보다 두 배나 많은 인구도 먹여 살릴 수 있어. (p37)
- 세계 곳곳에서 수백만의 빈민이 부자들의 쓰레기로 연명하고 있지. (p62)
- 세계 시장에서 거래되는 거의 모든 농산품 가격이 투기의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알고 있니? (p73-74)
- 식량의 가격이나 생산량의 결정, 그리고 식량의 공평한 분배 등에 대해 FAO나 WFP는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야. 세계시장만이 힘을 가지고 있지. 그리고 그 시장은 아주 잔인하단다. (p80)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벌어지는 이런 분배의 불균형문제나 다국적 기업, 선진국 사이의 이해관계에 관한 이야기는 정말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의 놀라움을 준다.
그럼... 세계 곳곳에서 죽어가고 있는 생명들은 무어란 말인가...
미국의 이집트에 대한 정책, 칠레의 아옌데 대통령 선출과 관련한 다국적기업 네슬레 이야기, 끝나지 않은 식민지 정책... 대체 인간의 욕심의 끝은 어디일까 싶은 생각이 절로 들만큼 슬픈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이런 이야기들이 아빠가 아들에게 이야기해주는 형식으로 되어있는 구성 때문에 더 마음 아프게 다가온다. 내게 아이가 있고, 그 아이에게 지구의 잔인한 약육강식의 법칙과 부자나라와 부자들의 이익을 위해 가난한 나라들이 희생당한다는 현실을 이야기 해줘야 한다면, 쉽사리 말문이 떨어지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저자는 아들에게 그러한 진실을 진실 그대로 이야기 해주고 있다. 쉽지 않았을 것이며,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그 용기 덕분에 세계는 조금씩 무언가 변화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그나마 위안이라고 할까?
그렇다면 이러한 세계의 기아 문제에 해결책은 없는 것일까?
아래의 글은 이 책을 먼저 읽었던 한비야님의 세상을 변화시키는 작은 방법에 대한 생각이다. 그것은 책에서 이야기 해주는 방법 역시 비슷하다. 유엔도 어쩔수 없을 만큼 국제적인 이해관계로 얽혀 있는 기아 문제이기는 하지만 저자 역시 ‘인간의 의식 변화’에 희망을 걸고 있다. 손놓고 있을수만 없고, 그저 작은 변화가 큰 물결을 일으키리라는 생각 말이다.
‘ 물론 나도 알고 있다. 우리가 꿈꾸는 세상이 그렇게 쉽사리 오지 않으리라는 것을.
하지만 그렇다고 두 손 놓고 있는 것은 스스로가 초라해서 견딜 수 없다. 도시 전체가 암흑으로 뒤덮여 있는데, 나 혼자 촛불 하나를 들고 있다고 해서 그 어둠이 걷힐 리 만무하다. 하지만 어둡다, 어둡다 하고만 있을 수는 없다. 우선 내가 가지고 있는 초에 불을 붙이고, 그 불을 옆 사람에게, 또 그 옆 사람에게, 초가 타고 있는 한 옮겨주고 싶다. 그래서 내 주변부터 따뜻하게 하고 싶다. 모든 일을 해결할 순 없지만 할 수 있는 일은 하고 싶다. 정말 그렇게 하고 싶다. 눈빛 푸른 젊은이여, 만약에 당신이 내 옆에 서 있다면 내 촛불을 기꺼이 받아주시겠는가. ‘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 ‘
이 질문에 대한 답을 한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
나의 의식부터 변화시키는 작지만 의미있는 첫 시작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