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렁크족 말레이시아 100배 즐기기 - World 100 100배 즐기기
아쿠아(한혜원, 박진주)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평점 :
품절





예전에는 여행을 갈 때면 떠나기 한달 전부터 어디를 갈지 뒤지고 다녔다. 가이드북은 물론이고 관련 책들을 찾아 읽고, 블로그를 이리저리 돌아다니며 여행 동선을 최대한 짧게 만들어 많은 곳을 돌아다닐 수 있게 여행 계획을 세웠다. 여행 중에 계획대로 돌아다닐 수 없게 되어서도, 그래도, 라는 심정으로 쉴 틈 없이 돌아다니기만 했다.

그랬는데, 어느 순간부터 그런 여행보다는 한 곳에 오래 머물며 내가 그 곳에서 쭉 살아온 양 그렇게 하는 여행이 더 끌리기 시작했다. 어차피 많은 곳을 돌아다녀봐야 대충 비슷하고, 지치기도 했다고 해야 하나? 그리고 양보다는 질이라고... 내가 여행 간 나라를 넓게 알기보다는 깊게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아예 여행이라고 생각하기 보다는 휴식의 개념으로 많은 것을 준비 하지 않아도 되며 푹 쉴 수 있는 리조트 여행도 좋아진다. 왠지... 이렇게 써놓고 보니 내가 점점 늙어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들지만...... 리조트 여행 안 해봤죠? 안해봤음 말을 마세요! 

베트남을 여행할 때, 무이네와 나트랑이라는 곳에 머물며 각각 판다너스 리조트, 소피텔 빈펄 리조트 라는 곳에 묵었었다. 그 전까지는 ‘리조트’라는 곳에 길게 머물러 본 적이 없어서 아무 것도 하지 않으며 하루를 보낸다는게 어떨지 조금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는데, 그건 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하루가 얼마나 길 수 있는지... 경험도 하고, 그러나 그렇게 긴 하루동안 산책도 하고 생각도 하고 물놀이도 하고 나니 무언가 기분이 개운한 느낌이 찾아오고... 그 때, ‘비우고 다시 채운다’는 게 어떤 건지 경험 한 듯 싶다.

판다너스가 자연을 느끼는 조금은 야생의 느낌이라면, 빈펄은 잘 다음어진 세련되고 활기찬 리조트의 느낌이랄까? 그런 경험을 할 수 있는 곳이었다.  





사족이 길었지만, 어쨌든...... 리조트는 그냥 가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멍하니 있다오는 장소만은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는 말이다. 그래서 요즘도 답답하고 잘 안풀린다는 생각이 들때면 나는 리조트 여행을 꿈꾸고 있다.

말레이시아 100배 즐기기는 그럴 때 딱 필요한 책이다.

사실 나는 말레이시아에 그... 높은 쌍둥이 빌딩이 있다는 것만 알고 있었지, 코타키나발루가 말레이시아에 속한다는 것도, 이렇게 많은 리조트를 가지고 있다는 것도 이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쿠알라룸푸르, 랑카위, 페낭, 코다키나발루, 이렇게 나누어 각 지역의 정보가 가득 담겨 있다. 그 외에 말레이시아에서 먹어야 할 음식, 이슬람 문화, 지역별 추천 일정, 다녀온 사람들이 추천하는 여행지, 궁금한 것 등이 자세히 실려 있기도 하다. “ 트렁크족을 위한 럭셔리 여행‘ 이라는 동그란 딱지가 앞에 붙어 있긴 하지만, 럭셔리한 리조트부터 알뜰 여행객들을 위한 숙소, 여행팁도 함께 있어 다양한 여행객들에게 좋은 가이드북이 되어 줄 수 있다. 편안한 휴식을 꿈꾸는 당신을 위한 가이드북 <말레이시아 100배 즐기기>다.

< 코사무이, 코타키나발루가 있는 말레이시아 가이드북- 코시리즈..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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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날의 파스타 - 이탈리아에서 훔쳐 온 진짜 파스타 이야기
박찬일 지음 / 나무수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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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일요일 한낮. 유일하게 챙겨보는 [출발! 비디오여행]과 [지붕뚫고 하이킥]이 끝나면 솔직히 볼게 없어 텔레비전을 끄게 된다. 드라마를 챙겨보는게 없어서 더 그럴지 모르겠다. 1시 이후의 시간에는 각 방송사 별로 드라마들이 2부씩 재방송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주에는 조금 더 텔레비전을 켜놓고 있다가 <파스타>라는 드라마의 재방송을 보게 되었다. 거기서 공효진이 만들었다는 피클이 테이블마다 있는 것을 보고 이선균이 공효진에게 마구 버럭대는 내용이 있었는데, 처음엔 그 의미를 몰랐다가 이 책을 읽고서야 아! 하고 알게 되었다. 우리나라에선 당연시되는 피클이...이탈리아에선 없단다.

심지어 어떤 가게의 경우 벽에 “ NO pickle" 이라고까지 붙여 놨단다. 이탈리아에서 당연히 피클을 먹는 줄 알고 끊임없이 요구하는 한국, 미국 손님을 위해서 그랬다고 한다..^^

 

이렇게 <보통 날의 파스타>에서는 이탈리아 파스타의 진면목만을 보여주는 책이다.

우리가 흔히 아무렇지 않게 이탈리아에서 넘어온 줄 알았던 것들을 아니다! 라고 솔직하게 말해주는 것이다. 오.. 이런건 처음이라 솔직함이 맘에 든다.

'이탈리아 파스타‘의 다양함에 놀랐다. 한국에서 잘 팔리고 있는 유명한 파스타가 사실 이탈리아 식이 아니라 변형된 미국식, 혹은 한국식인 것은 더 놀랍다. 파스타의 면의 종류가 이렇게 많다는 것도, 소스가 다양한 것도 새롭게 알았다. 우리나라에서 팔고 있는 밀가루로는 제대로 된 이탈리아 파스타를 만들 수 없다는 것도 알았다. (해외에 나가 슈퍼마켓에 들러서 보면 한 가지 제품에 정말 다양한 상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에 큰 놀라움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도 조금씩 마트에 가보면 제품들이 많이 세분화 되고 다양화되고 있다고 느껴지지만... 아직 부족해.. 라고 생각된다)

 

배가 고플 때 보면 안되는 책이다. 이탈리아 파스타를 이 땅에서 최대한 비슷하게 만들 수 있는 레시피를 제공하면서 파스타 요리 사진이 떡 하니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오!!

이탈리아 파스타의 진면목을 볼 수만 있고, 맛볼 수 없다는 것이 한이 될 정도이다.

누군가 책에 나온 레시피대로 맛있는 파스타를 내게 해준다면 정말 맛있게 먹어줄 자신 있는데...

아니.. 그냥 마트에서 파는 스파게티라도 사서 먹고 싶어지게 만든다.

그들에겐 <보통날의 파스타>, 우리에겐 <특별한 날의 파스타>가 되게 하는 맛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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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서비스데이
슈카와 미나토 지음, 이영미 옮김 / 은행나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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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저자의 전작 ‘새빨간 사랑’을 읽었다. 이 작가.. 뭐랄까 판타지 쪽을 추구하는 작가인가보다..예전에 자주 보던 ‘환상특급’과 같은 류의 글을 쓰는 작가인가보다... 그렇게만 생각했다.

사실... 나는 책보다 같이 묶어 주던 수첩에 더 관심이 많았기 때문이다. 미안하게도..

 

그러다가 <오늘은 서비스데이>라는 소설을 읽게 되었다. 정확히 어떤 점이 달라졌는지 내가 ‘새빨간 사랑’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 비교하기 어렵긴 하지만, 분명 무언가 달라졌다. 뭔가 섬뜩한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전개했던 것 같은 내용도, 일상 속으로 스며들어 평범한 일상 가운데 우연히 생길지도 모를 그런 일들로 가득차 버렸다. 무리하게 끝내버리던 결말도 뭔가 퍼즐이 딱딱 맞듯 하나하나 잘 맞물려 끝을 맺고 있어 완성도도 더 높아진 느낌이다. 음... 왠지 나는 이런 이야기 쪽이 편하고 마음에 든다.

이러한 환상 이야기들이 다섯 편 모여 있는 단편 모음집이다.

읽으면서 왠지 자꾸 작년에 읽은 <도쿄 펄프 픽션>이 생각났다. 도쿄에서 벌어진 실제인지, 환상인지 헷갈리게 만드는 그 이야기들을 정말 재밌게 읽었는데 이 책과 분위기가 비슷하다는 느낌이 들어서였다.

<오늘은 서비스데이> 외에 <도쿄 행복 클럽> <창공 괴담> <기합입문> <푸르른 강가에서>, 이렇게 네 편이 수록되어 있다. 각 이야기들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을까... 싶은 소재를 가지고 유쾌하게 전개된다.

나는 특별히 소년이 빨간 가재의 사투를 벌이고 난 후 형이 말해준 기합의 의미에 대해 깨달아 가는 <기합 입문>이라는 단편이 마음에 들었다.

문득 작가가 이렇게 단편만 쓰지 말고 긴 호흡을 가진 환상 이야기를 만들어 보면 어떨까 생각해 본다. 그래도 왠지 재밌을 것 같은 기분이 드는데....

<오늘은 서비스데이> 라는 책 제목을 들었을 때도 ‘서비스데이’를 맞이하게 된 여러 사람의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연결된 이야기일 거라 생각했다가 한편으로 끝나서 조금 서운한 감정이 들기도 해서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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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의 도둑 고양이 - 골드미스 오작가의 스페인 체류기
오명화 글.사진 / 김&정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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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재작년이 되어버린 나의 스페인 여행. 여행을 다녀온 뒤로도 스페인에 관련된 책을 꾸준히 읽고 있는데, 가기 전에 본 책의 느낌과 다르게 다녀온 후 읽는 책은 뭐랄까... 작가와 경험을 공유한다고나 할까? 내가 알고 있는 여행지의 느낌을 적은 글을 보며 같이 공감하기도 하고, 내가 해보지 못한 일이 있다면 새롭게 느끼고, 나만의 경험을 이야기해주고 싶은 기분이 들기도 하는 등 여러 감정이 교차되는, 어찌되었든 참 좋은 기분을 느끼게 해준다. 

‘바르셀로나의 도둑고양이’라는 책을 봤을 때도, 책 내용에 고양이와 관련된 것이 하나도 없어 도대체 왜 이렇게 제목을 지었는지..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그건 뭐 상관없다 생각하기로 하고, 나와 똑같은 동선의 여행지들을 보면서 우선 놀라웠다.

우와... 나랑 거의 똑같은데를 갔다왔는데... 이 분은 책을 쓰고, 나는 아직 여행기 정리조차 못했구나! 뭐 이런 생각을 하기도 했다.

바르셀로나, 그라나다, 마드리드, 똘레도, 세비야, 그리고 리스본.

여기에 내 일정은 네르하(프리힐리아나)가 추가되긴 하지만 비슷하다. 오...

하여튼... 나도 갔다온 그곳 이야기를 다시금 보는데... 감회가 새로웠다.

연신 오, 그래... 여기 갔다왔어... 오... 그래... 나도 유랑에서 정보를 얻었지... 오.. 그래.. 줄 엄청 길어... 책 속의 내용에 동의하거나, 책에다 대고 이야기도 하면서 읽고나니 왠지 여행의 추억이 다시금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고, 여행을 다시 다녀온 느낌까지 든다. 

음... 여행을 다닐수록 나도, 점찍고 이동하는 어린 때의 여행이 점점 힘들고, 한 곳에 머물며 그 곳의 생활인처럼 살아보는 여행이 점점 좋아진다. 여행이란 것이 새로운 것을 접하고,간접적으로만 접했던 정보들을 직접 접해보는 즐거움도 있다는 건 알고 있지만, 그래도 내가 정말 마음에 들어하는 한 곳에서 살아보듯 여행하는 것이 더 끌린다고 할까.

그래서 작가가 바르셀로나에서 한달동안 체류했던 일이 참으로 부러웠다.

다음번에 여행을 간다면... 나도 그렇게 해보리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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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혜옹주 - 조선의 마지막 황녀
권비영 지음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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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러시아의 공주 아나스타샤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러시아 로마노프 왕조의 마지막 비극적인 몰락도 그렇지만, 죽은 줄로만 알고 있었던 마지막 황제 니콜라스 2세의 딸 아나스타샤가 바로 자신이라고 주장하는 한 여인이 나타났기 때문에 러시아 마지막 공주에 대한 이야기는 한동안 이슈가 되었었다. 그리고 영화며, 책으로 만들어져 모르는 사람이 없게 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도 마지막 공주, 황녀가 있었다고 한다. 생소하기만한 ‘덕혜옹주’이다.

그녀를 알게 된 후, 그녀의 이야기를 읽고, 다소곳한 모습의 어린 그녀의 사진을 보며 내 마음에 서서히 들어찬 것은 그녀를 좀 더 일찍 알지 못했다는 ‘미안함’과 시대의 상처를 고스란히 품어야 했던 그녀의 삶에 대한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이었다.

 

지금 그녀 나이 즈음인 조카 녀석만 봐도 그렇듯, 어린 아이들이란 재밌는 동화 이야기를 들으면 눈이 반짝 반짝 빛나고, 장난치고 놀면서 까르르 거칠 것 없이 웃고, 혹시나 넘어지거나 다치면 아프다고 엉엉 소리내어 울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천진난만한 모습을 지녀야 한다. 그러나 덕혜옹주는 어린 시절부터 “옹주님께서 참 의젓하고 영민하신 듯합니다.“ 라는 책 속의 글이 아니더라도 이미 아이의 몸에 어른보다 더한 기품과 깊은 지혜를 담은 눈, 시대의 아픔을 모두 담고 있었다. 누가 시켜서가 아닌 영민한 스스로의 생각으로 그렇게 말이다.

좀 더 아이다워도 좋을텐데...... 아이답게 떼를 쓰고, 장난도 치다 혼나기도 하면서 살면 좋을텐데......하는 마음이 절로 생길 정도였다.

‘유치원’에 다닌다는 나이가 믿어지지 않을 만큼 그녀는 그 어린 나이에도 아버지인 고종의 뜻을 헤아리고, 자신이 태어난 나라의 앞날을, 백성을 걱정하고 있었다.

한나라의 옹주라는 지위가 주는 위엄과 지혜가 이정도일까 감탄을 하게 된다.

본래 타고난 것이던, 자리가 주는 빛남이던, 그녀는 그렇게 빛나고 있었지만, 때는 일본이 우리를 지배하고 있던 암흑과도 같은 시기였다.

 

한나라의 왕비를 잔인하게 죽이는 일이 벌어졌어도, 왕자를 볼모처럼 일본에 보내놓고도, 강제로 한나라의 황제가 폐위가 되어도, 독살일지 모르는 이유로 승하하여도 아무 말을 할 수 없었던 시절이었다. 나라의 독립을 도모하며 일본에 맞서는 독립투사와 그런 독립투사들을 일본군에게 밀고하는 앞잡이가 있고, 여자아이들을 좋은데 보내주겠다며 위안부로 보내버리는 순사, 그저 그저 목숨을 연명해가는 불쌍한 백성이 있는 때였다.

국제 사회의 도움을 바랄 수도 없었으며, 조선의 현실을 국제 사회에 알리려는 노력 뿐 아니라, 아끼는 자신의 딸만큼은 지켜보려는 고종의 노력도 일본의 무력 앞에는 통하지 않았다. 그래서 덕혜옹주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본으로 유학을 떠날 수밖에 없게 된다. 마음속에 조선, 자신의 고향에 대한 그리움, 어머니를 향한 그리움만 남아 그것만으로도 힘든 그녀를 일본인들은 조센징이라 무시하고 괴롭히고 조롱한다. 그런 생활 속에 그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나는 돌아간다. 반드시 ’ 하며 마음속으로 결의를 다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일본에서의 생활은 번번이 그녀의 결의를 무너뜨릴 뿐이다.

그 때, 그 곳에서, 덕혜옹주의 어린 날의 영민함과 기품은 날이 갈수록 옅어지게 된다.

너무 일찍 피어버린 꽃은 시간을 이기지 못하고 시들어버리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 앞에 남은 생은 원하지 않는 대마도 번주의 양자 소 다케유키와의 결혼, 뜻하지 않게 찾아온 아이, 그리움에 생긴 조발성치매, 정신병원에 입원... 이렇게 하나하나가 힘들고 견딜 수 없는 아픔을 되는 시간뿐이었다. 그 아픔으로 그녀는 세상을 향한 마음을 닫아 버렸다.

 

자신의 의지대로 살아가지 못하는 그녀에게 “ 왜” 라는 의문을 품게 될지 모르겠다.

“ 도쿠에 히메, 당신은 왜 여기 있나요? 내가 당신이라면 조선에 가서 독립운동을 했을 거에요. “ (p153)

어린 시절, 그녀를 측은히 여기던 아이가 했다는 질문을 통해 그녀의 처지를 잠시 생각해 본다. 그녀가 도대체 무얼 할 수 있었을까? 혼란스런 시기에 구부리면 휘는 것이 아니라 부러져 버리길 바랐던, 그래서 부러져 버린 그녀가 할 수 있었던 것이 무엇이었을까, 그 시기를 살아내면서 스스로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무얼까 생각해 보게 된다.

일반인이 아닌 황녀라는 자리에 있기에 일본의 감시는 당연하였을 것이고 그 감시가 일본에 있는 동안에도 더 심해지면 심해졌지 덜하지 않아 그녀를 옴싹달싹하지도 못하게 옥죄었다는 건 그녀의 삶이 충분히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현대의 잣대로 과거를 가늠한다는 건 무언가 모순이 아닐까?

여성의 지위가 향상되고 식민지가 아닌 자유로움이 보장된 나라에서 현대의 시간을 살고 있는 내가 어떻게 그녀에게 “ 왜 ”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었냐는 질문을 던질 수 있겠는가.

 

조국으로 돌아오지 못할뻔했던 그녀가 기자였던 김을한의 노력으로 꿈에 그리던 대한민국으로 돌아올 수 있었지만, 잊혀졌던 그녀가 알려지게 된 계기는 이 책<덕혜옹주>를 통해서가 아닐까 싶다. 이제라도 그녀를 알게 된 것이 다행스럽다.

우리가 그녀를 기억해야, 알아야 하는 건 그녀의 삶이 우리의 진솔한 역사이기 때문이다.

마지막 책장을 넘기며 나는 그녀에게 마음으로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당신을 잊지 않겠습니다. 당신의 삶을 기억하겠습니다.

내가 그녀에게 건넬 수 있는 유일한 위로가 아닐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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