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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어느날 텔레비전에서 뽀글뽀글한 파마를 한 남자분을 봤다. 조영남 아저씨 옆의 그 분은 조영남 아저씨에게 절대 밀리지 않고, 뽀글뽀글 파마만큼이나 파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데 참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그 때 <노는만큼 성공한다>라는 책을 읽었다. 세상에..
너무 재밌는거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이 있다는게 기분 좋았다.
더 많이 놀라고, 더 많이 즐기라하는 어른, 솔직히 찾기 힘들지 않은가.
그 뒤로 김정운 교수의 책은 ‘꼭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들어가게 되었다. ‘남자의 물건’도 그렇게 보게 되었다.
삶의 속도가 급변하여 생기는 문화병의 치료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걷기’다. 수백만년에 이르는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걷는 속도’에 적응해 발달해왔다. (p45)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자신의 삶에 감사할줄 안다. 그래서 가끔 외로워야 한다. 가슴저린 그리움이 있어야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기쁨, 내 가족에 대한 사랑, 내가 소유한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가 생기는 까닭이다. ...... 삶에 아무런 기쁨이 없을 때는 처절하게 고독해 보는 것도 아주 훌륭한 대처 방법이다. ...... 고독해야 누군가를 그리워 하게 되고,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내면이 풍요로워진다. (p49)
역시나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아 적어 놓게 되는 구절이 있다. 오십이 된 아저씨의 삶을 살짝 엿보는 재미도 있다. 그의 탄식, 그의 깨달음... 공감된다. ^^ 이건 뭐지?
하지만 왠지 전작의 반복이 많아서 조금 실망도 했다. 새로움이 없다고 할까? 지난번 책에서도 한 말인거 같은데.. 이것도 들어봤는데.. 몇 번 이런 생각이 드니까 책의 재미는 좀 줄었다. 하지만 뒷부분의 인터뷰 내용에서 다시금 진지하게 책에 몰입하게 된다. 이십대, 삼십대 청춘이랍시고, 그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지만, 솔직히 오십대 이상, 아저씨들의 이야기... 술먹고 하는 꼬장 말고, 듣기 어려운 일이잖는가. 우리나라 아버지들... 어찌나 입이 무거우신지..
이어령의 책상, 신영복의 벼루,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 문재인의 바둑판, 안성기의 스케치북, 조영남의 안경, 김문수의 수첩, 유영구의 지도, 이왈종의 면도기, 박범신의 목가가 수납통...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연이 담긴 ‘물건’ 하나씩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자의 물건>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야릇한 제목은 그래서였던거다.
아, 이런 식으로 책이 좋아지게 하다니..
또 다른 아저씨들의 이야기만 담은 2탄이 나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