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식당 - 먹고 마시고 여행할 너를 위해
박정석 지음 / 시공사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서점에서 친구를 기다리며 몇 권의 책을 뒤적여본다.

꼭 여름이 아니더라도 계절에 상관없이 여행서가 쏟아져 나온다. 여행지도 다양해지고 여행의 방법도 그렇다. 몇 권의 여행서를 들었다 놨다 반복하다 <열대식당>을 발견했다.

<열대식당>이라...

열대라는 단어를 보자마자 반사적으로 프놈펜이 떠올랐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목차를 살폈지만 역시나 없다.

버마나 베트남을 가셨으면 캄보디아도 한번 들르시지... 태국과 베트남, 버마 사이에 있는데. 괜히 근처까지 왔다가 들르지도 않고 가버린 친한 친구마냥 서운함이 드는 건 무슨 마음일까.

그렇지만 <열대식당> 속엔 캄보디아의 프놈펜을 떠올리게 하는 풍경이 가득했다.

기후나 문화 등 비슷한 점이 많아서 그런 듯 싶다.


책을 읽으며 몇 번이나 책에 대고 말했는지 모르겠다.

프놈펜도 그래요, 라고.

특히나 시장이나 순박한 사람들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면 나는 기다렸다는 듯 책에 대고 말했다.

프놈펜도 그래요

태국의 국수가 꿔띠어우라고 하는데 캄보디아의 국수는 꾸이띠우라 한다. 버마의 시장이 그렇듯이 캄보디아도 유명하고 큰 시장을 빼고 동네 시장들은 아직도 작고,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 열악한 모습이다. 자꾸 비교하게 된다. 길거리 식당의 요리사들의 모습도 참 비슷하다. 그들의 땀, 손때가 묻어 있는 요리는 그래서 더 맛있다는 말에 동감.

 

열대식당은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버마의 식당을 소개한다. 맛집 순례냐구? 아니다. 특별한 맛집을 소개하는 책이 아니다. 선택된 네 나라에 물론 비까번쩍한 맛집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길에서 만난 허름한, 이름 없는 식당들이 주인공이다. 그런데 끌린다.

동남 아시아, 열대의 나라에서만 볼 수 있는 느긋하고 여유로운 모습이 책 속에 그대로 담겨 있다. 미슐랭 가이드, 화려한 식당을 소개해 놓은 책보다 아시아의 열대에는 요런 식당이 더 정감가고, 더 어울린다.


이 책. 너무 마음에 들어 아껴 읽느라 다 읽는데 두 주는 걸린 것 같다.

그래서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으로 별 다섯개!

뜨겁고, 가끔 위생관념이 없어 배앓이를 하더라도... 열대 식당으로 언제든 떠나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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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구레빌라 연애소동
미우라 시온 지음, 김주영 옮김 / 은행나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작가가 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뜬금없지만 누군가 작가가 되고 싶다면 독특해야 한다고, 남과 다른 사고방식을 가져야 한다 말하는 걸 들어서 하는 말이다. 작가가 되려면 그렇게 튀어야 하고 4차원적이어야만 할까? 나는 생각이 좀 다르다.


작가는 일상을 특별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일상을 일상답게 살아내는 것이 먼저이다. 삶의 기초가 되는 일상조차 버텨내지 못하고 언제나 특별하고 특이하고 신기하고 다른 것만 찾는다면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글을 쓰는 작가는 될 수 없으리라 생각한다.

내가 진정한 작가라 생각하는 건 어떤 상황이든 어떤 사람이든 공감이 가도록 일상 속에서 발견하고 새롭게, 그리고 조리있게 창조해내어 설득할줄 아는 사람들이다. 그 작업이라는 것이 쉬운 듯 보여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있었던 일이라 서평 앞의 글로 적어보았는데, <고구레 빌라 연애 소동>의 미우라 시온, 역시 일상을 조금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게 하는 작가라 생각된다.

나오키 상을 받은 작가이고, 다른 작품을 몇 권 읽기도 했었던 것 같은데 그다지 인상에 남아 있지 않은 것을 보니 내 취향의 작가는 아니라 생각되었다.

그러니 저러니 해도 이 책 <고구레 빌라 연애 소동>을 읽는 동안은 즐거웠다. 그다지 심각하지 않고 쉽게 읽을 수 있는 에피소드같은 단편 일곱 편이 담겨 있다. 이들을 연결하는 교집합의 가운데는 고구레씨가 소유한 고구레 빌라인 것이다. 낡았지만 특유의 개성을 뽐내며 우뚝 서있는 고구레 빌라에 세들어 사는 세입자와 주변 사람들이 주인공이다. 평범해 보이기만한 사람들이 보여주는 몇 일, 혹은 몇 달 동안의 일상이 재밌다. 예기치 않았던 사람이 등장, 예기치 않았던 사건의 발생, 예기치 않았던 풍경... 그런 일상 속에 간간히 등장해서 삶의 재미를 안겨주는 양념같은 사건을 잔잔한 시선으로 담았다.

하지만 거기까지.

읽는 동안 즐겁고 신나지만 읽고 난 후 기억에는 남지 않는 일상처럼 책도 그러했다.

그렇지만 작가에 대한 호감도는 상승했다. 이런 이야기를 쓰고 있다면, 그런 이야기를 읽음으로 마음에 살짝 온기를 불어 넣을 수 있다면 앞으로도 작가의 책을 보았을 때 관심을 갖고 읽어보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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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물건 - 김정운이 제안하는 존재확인의 문화심리학
김정운 지음 / 21세기북스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어느날 텔레비전에서 뽀글뽀글한 파마를 한 남자분을 봤다. 조영남 아저씨 옆의 그 분은 조영남 아저씨에게 절대 밀리지 않고, 뽀글뽀글 파마만큼이나 파격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하는데 참 기억에 남았다. 그리고 그 때 <노는만큼 성공한다>라는 책을 읽었다. 세상에..

너무 재밌는거다.

그런 생각을 가지고 세상을 살아가는 ‘어른’이 있다는게 기분 좋았다.

더 많이 놀라고, 더 많이 즐기라하는 어른, 솔직히 찾기 힘들지 않은가.

그 뒤로 김정운 교수의 책은 ‘꼭 읽어야 할 책 목록’에 들어가게 되었다. ‘남자의 물건’도 그렇게 보게 되었다.


삶의 속도가 급변하여 생기는 문화병의 치료법은 의외로 단순하다. ‘걷기’다. 수백만년에 이르는 인류의 진화과정에서 우리의 몸과 마음은 ‘걷는 속도’에 적응해 발달해왔다. (p45)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자신의 삶에 감사할줄 안다. 그래서 가끔 외로워야 한다. 가슴저린 그리움이 있어야 내가 이제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기쁨, 내 가족에 대한 사랑, 내가 소유한 모든 것들에 대한 감사가 생기는 까닭이다. ...... 삶에 아무런 기쁨이 없을 때는 처절하게 고독해 보는 것도 아주 훌륭한 대처 방법이다.  ...... 고독해야 누군가를 그리워 하게 되고, 누군가를 그리워해야 내면이 풍요로워진다. (p49)


역시나 읽으면서 마음에 와닿아 적어 놓게 되는 구절이 있다. 오십이 된 아저씨의 삶을 살짝 엿보는 재미도 있다. 그의 탄식, 그의 깨달음... 공감된다. ^^ 이건 뭐지?

하지만 왠지 전작의 반복이 많아서 조금 실망도 했다. 새로움이 없다고 할까? 지난번 책에서도 한 말인거 같은데.. 이것도 들어봤는데.. 몇 번 이런 생각이 드니까 책의 재미는 좀 줄었다. 하지만 뒷부분의 인터뷰 내용에서 다시금 진지하게 책에 몰입하게 된다. 이십대, 삼십대 청춘이랍시고, 그들의 이야기는 많이 들어왔지만, 솔직히 오십대 이상, 아저씨들의 이야기... 술먹고 하는 꼬장 말고, 듣기 어려운 일이잖는가. 우리나라 아버지들... 어찌나 입이 무거우신지..

이어령의 책상, 신영복의 벼루, 차범근의 계란 받침대, 문재인의 바둑판, 안성기의 스케치북, 조영남의 안경, 김문수의 수첩, 유영구의 지도, 이왈종의 면도기, 박범신의 목가가 수납통... 자신이 소중하게 생각하고, 사연이 담긴 ‘물건’ 하나씩을 가지고 이야기를 시작했다. <남자의 물건>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야릇한 제목은 그래서였던거다.

아, 이런 식으로 책이 좋아지게 하다니..

또 다른 아저씨들의 이야기만 담은 2탄이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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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 - 최갑수 여행에세이 1998~2012
최갑수 지음 / 상상출판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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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행복이 오지 않으면 만나러 가야지>부터 였을거다. ‘최갑수’ 란 저자의 이름을 알게 된 것은.

인상깊었다. 특히 책 중간의 라오스에서 만난 그 예쁜 눈망울의 아이, 혼자서 쫑알거리던 그 아이의 사진이 마음에 들어왔다. 짧게 짧게 이어진 글도 좋았다.

책을 읽자 라오스로 여행을 떠나고 싶어졌다. 물론 그러지 못했다. 

올해 초, <사랑을 알 때까지 걸어가라>의 출간 소식을 들었다. 프놈펜에서.

아주 많이 읽고 싶었다. 내 나라를 떠나 있었지만 읽는 순간 또 여행을 떠올리게 할 듯 싶었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읽을 수 있는 방법이 없잖은가.

그래서 인터넷 서점에 미리보기만 몇 번을 봤다.


즐기지 않으면 무의미해요.

인생도 여행도. (#003 즐거워야죠)


‘나이가 든다는게 뭔지 알아? 가고 싶지 않은 장소가 늘어난다는 것이야.’

나는 아직 가고 싶지 않은 장소보다는 ‘가고 싶은 장소’만 떠오르고, 생각하는 걸 보면 아직은 어린게 틀림없어


왠지 나에게 하는 말 같았다.

나의 여행 중 그의 여행이 들어왔지만 아무런 제재없이 그냥 섞여 버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들의 사진도 좋다. 풍경사진도 좋지만, 풍경과 어우러진 세계 각국의 사람들 사진이 참 좋다. 여행의 순간이 있다. 찰나처럼 지나가버리는 그 순간을 작가는 참 잘 잡아낸다.

글로 잘 표현된 그 순간을 읽으며 나는 나의 여행을 떠올렸다.

그래... 작가의 글과 사진에 대해서만큼은 콩깍지가 씌였다. 그리고 항상 부럽다. 여행을 통해 득도해가는 듯한 작가의 모습이 말이다.


그러니... 난 제대로된 평가를 내리기엔 너무도 편파적이니... 직접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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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 - 책쟁이가 풀어놓는 소소한 일상 독서기
이유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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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책 취향은 호기심이 생기게 한다. 또 그만큼 책을 읽고 난 후의 감상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감동깊게 읽었거나 반한 책에 대한 이야기를 보는 것도 즐겁다. 나는 이렇게 읽었는데 누군가는 전혀 다른 시선을 가지고 저렇게 읽었다고 하면 감탄하기도 하고, 분노하기도 한다. ‘책읽기’를 통해서도 세상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 개성을 지닌 존재구나, 세상에 똑같은 사람이 없음을 다시금 느낀다.


<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는 타인의 독서기를 담은 책이다.

비슷한 류의 책을 읽을 때마다 느꼈던 느낌을 이 책을 통해 다시금 느꼈다. 보통 책에 관한 책을 읽을 때마다 내가 하는 일은 책 목록 중에 ‘내가 읽은 책’이 있는지, 있다면 몇 권이나 되는지 세어보는 건데, 역시나 다섯 손가락을 다 쓰지 못했다. 한 두권 있을까 말까다. 솔직히 ‘이런 책이 있었어? ’ 하는 책도 있다. 이럴 때 나는 ‘세상에는 정말 책이 너무도 많아!’ 하며 나를 위로한다. 만약 나도 독서기를 담은 책을 낸다면 독자들 역시 나와 같은 느낌을 받을꺼야! 라 생각하기도 한다.

어쩌겠는가. 내가 모르는 책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내가 못 읽어본 책을 누군가는 읽었다는 그 생각만으로 질투심이 화르륵 불타오르는걸.


<지친 목요일, 속마음을 꺼내 읽다>는 좋은 점이 많다. 책과 함께 풀어내는 저자의 이야기에 참 많은 공감을 한다. 세상살이 녹록치 않은 인생이 어디 있겠냐만은, 나 뿐 아니라 모두 그렇게 살아간다는 게 위로가 된다. 그것을 책 속 문장을 통해 다독이거나 힘을 전해주기도 한다는 점이 좋았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책 역시 어려운 책이 아니라 ‘나도 한번 읽어볼까?’ 란 생각이 들게 하는 책인 점도 좋다. 누군가의 독서기를 읽고 나도 반해서 책을 주문했다가 두께나 내용에 질렸던 경험이 있다. 그 때 나는 두 번 좌절했다. 위에 말했듯이 세상에 내가 모르는 책이 있다는 사실에 한번, 그리고 누군가에게 감동을 준 책을 나는 이해조차 못했다는 사실에 또 한번. 그 뒤부터 다른 사람의 서평을 읽는 것이 조금 두려워졌다.

어느 책에선가 읽은 문장으로 마음을 위로한 후 생각이 바뀌었지만 말이다. (물론 그 문장 역시 기억나지 않는다. 흑. 세상에는 어려운 얘기를 더 어렵게 쓰는 사람이 있고, 어려운 얘기를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쓰는 사람이 있고... 뭐 하여튼 이런 문장이었는데...)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밌게 읽었다.

역시 책은 사람을 성장하게 만든다. 내가 계속 책을 읽어야만 하는 이유를 다시금 깨닫게 되었다. 그런 의미에서.. 또 읽어보고 싶은 책 목록을 만들어 본다.

세상엔 내가 찾아와 주길 기다리고 있는 책이 너무도, 너무도 많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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