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염마 이야기
나카무라 후미 지음, 양윤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1년 3월
평점 :
세계적인 엔터테인먼트 소설 공모전 제 1회 골든 엘리펀트 상 대상 수상작!
이라고 해서 흥미를 가지고 있었다. 일본, 중국, 미국, 대한민국의 출판 관계자들이 모여 만든 상이며, 수상만 하면 책으로 출간 뿐 아니라 영화, 만화 등 다른 콘텐츠로도 활용될 것이라고 하니 얼마나 대단하단 말인가. 작가에게는 영광스러운 상이 아닐수 없겠다.
그 첫 번째 대상작, <염마 이야기>는 이렇게 큰, 좋은 배경을 두고 있어 호기심이 생기는 소설이다. 읽고 나선 역시, 대상감이겠구나 싶었고.
영화나 만화로 만들어도 더 재밌을 것 같다. 배경도, 인물도 탄탄하다. 읽으면서 왠지 <트와일라잇>과 비슷하지 않나 싶기도 했다. 주인공이 뱀파이어는 아니지만, 불사의 존재여서 그렇기도 하고, 아련한 사랑이 있기 때문이기도 했다.
불사의 존재가 된다는 것은 좋기 보다는 어째 포기해야 할 것이 너무 많아지는 그런 불편한 존재인거 같다. 언젠간 죽는다는 것이 행복일 수 있다니......
이치노세 아마네는 조수의 무사로 들어갔다가 서로 대립하는 조직 신센구미의 밀정으로 잠입하는 임무를 받는다. 동향을 염탐하는 것이 임무였지만, 말단 처지여서 그다지 쓸만한 정보는 얻지 못하고 오히려 오카자키에게 도움을 받는 존재가 된다. 그러다가 밀정임이 발각되어 오카자키를 비롯한 신센구미의 추격을 받게 된다. 큰 상처를 입고 도망치던 아마네는 문신사인 호쇼 바이코의 도움으로 살아나고, 그가 자신의 손에 새긴 염마라는 범어덕분에 자신이 불사의 몸이 된 것을 알고는 그의 제자가 되어 문신을 배운다.
그리고 아마네가 아닌 염마로서의 삶을 시작한다.
염마가 된 아마네는 그 뒤 문신으로 생활을 꾸려간다. 한곳에 오래 있지 못하고 떠돌게 되는데, 20대의 모습에서 변하지 않는 불사의 존재이기 때문이다. 한때 도움을 받았던 오카자키와 그의 딸 나쓰와 우연한 재회를 하게 되지만, 오카자키는 억울한 누명을 쓰고 고문을 받아 염마에게 딸을 부탁하고 죽는다. 이렇게 나쓰와 오카자키의 석방을 도와준 노부마사와의 질긴 인연이 시작되는데, 이것은 염마의 입장에서 보면 어쩌면 시련인지도 모르겠다. 세월이 흐르면서 어린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는 나쓰를 사랑하지만 동생에서, 누나로, 할머니로 자신을 다른 사람에게 소개해야 하는 나쓰의 마음도, 사랑하지만 곁에 있어줄 수 없는 염마의 마음도 아프게 다가왔다. 또 다른 불사의 문신사 야차와의 대결, 기이한 살인을 벌이는 요코하마 리퍼와의 대결, 생생하게 살아숨쉬는 문신 이야기도 흥미롭긴 하지만, 나는 오랜 세월 자신을 외로움으로 몰고가는 염마의 심정과 나쓰와 노부마사의 마음에 더 마음이 쓰였다. 안쓰럽고, 도와주고 싶고, 위로하고 싶어진다.
<염마 이야기>는 펼치면 끝까지 한숨에 읽게 되는 소설이다. 100년 이상 이어지는 끝없는 이야기 안에서 문신, 사무라이간의 대결, 배경이 되는 일본의 역사, 문화 등 다양함을 담고 있으며, 인물들의 마음까지 헤아리며 상상하는 즐거움이 있어서이다. 단순히 한권의 소설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또 다른 이야기를 상상할 수도 있고, 만화나 다른 콘텐츠와의 결합으로 어떻게 변신할지도 기대하게 만든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의 흥미와 호기심을 제대로 충족시켜 주는 소설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