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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가 되기 5분 전 ㅣ 마음이 자라는 나무 20
시게마츠 기요시 지음, 양억관 옮김 / 푸른숲주니어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책장을 덮는다.. 눈물이 나는 걸 꾹 참고 있다. 마음이 벅차오르는 걸, 입을 굳게 다무는 걸로 막는다. 머릿속에는 계속 에미짱 잘했어.. 잘 견뎌내었어.. 하는 말이 떠오른다.
<친구가 되기 5분전>.. 초등학교, 중학교를 거쳐 어른이 된 아이들에 관한 이야기라고 한정하기엔 너무 큰걸 담고 있다.
내가 초등학생이었을 때.. 내가 중학생이었을 때.. 어땠지? 나는 어떻게 지내고 있었지? 하는 생각을 책을 읽는 내내 했다. 그리고.. 책에 나온 아이들에게는 미안했지만.. 조금 안도했다. 휴~ 하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적어도 나는 그 시절을 기억할 때.. 친구들 안에서 즐거웠고, 행복했던 기억만 떠오르니까.. 내가 워낙에 무딘 아이였을 수도 있고.. 그 시절의 아이들이 워낙 순수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내가 그런 시절을 보냈다는 것이 이 아이들에 비한다면 참 다행이었던 건 아닐까 싶었다.
<친구가 되기 5분전> 이라는 약간은 달달한 제목을 보며, 책의 중심이 되는 초등학생이었을 당시 에미와 유카의 이야기로 시작하는 글을 보며 ‘뭐, 좋잖아.. 이런 것도..’ 하며 그저 단순하게만 생각했다. 서로 마음을 나누며 친구가 되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작가가 말하려는게 그냥 이런건가 보다... 싶었다. 아웅다웅 하던 녀석들이 친구가 되어가는 모습... 그걸 보여주려고 하나보다.. 딱 이정도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하지만 에미의 이야기.. 후미의 이야기.. 미요시.. 하나.. 사토.. 니시무라.. 모토.. 한 명, 한명의 이야기가 나올수록 나는 점점 당황했다. 아이들이 사는 그곳.. 즐거워야 하고, 배움의 열기로 가득하고, 순수한 경쟁만이 있어야 할 거라고 어른들이 지레짐작해버리는 그 곳은 마치 ‘전쟁터’ 같았다. 숨가쁘게 전개되는 첩보전을 능가하는 머리싸움이 있는 그 곳은.. 더 이상 순수해보이지도, 안전해 보이지도 않는다. 그 속에서 살아남는 게 가능한가? 아니, 친구란 존재를 만들 수는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이 떠나질 않는다. 그리고 마음이 아파진다. 내가 마음이 아팠던건 이런 여러 가지 일을 겪으며 아이들의 몸에 생채기가 난게 아니라 마음에 생채기를 입었을 것이고, 가장 아름다워야할 유년기에 가장 아픈 추억을 만들었다는 점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것도 이미 ‘어른’이 되버린 사람의 쓸데없는 ‘걱정’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드는 건.. 굳건한 ‘우정’을 키워가는 에미와 유카의 모습 때문이었다. 의미를 몰랐던 에미의 구름 사진 찍는 취미도 사실은 간단하게 ‘나는 네가 좋아.. 너랑 나랑은 친구야..’ 라고 말하지 못하는 에미의 유카를 향한 애정이었다는 걸 나는 너무 늦게 알아챈 것이다. 에미가 유카에게 보여주는 우정은 서투르고 냉정해 보일 수도 있었지만, 유카만은 알고 있다. 에미는 언제나 상냥한 아이라는 걸..
“ 나는 떨어져 있어도 쓸쓸하지 않은 상대를 진짜 친구라고 생각하는데. ” (p 192)
도대체 나는 ‘친구’에 대해서 어떤 정의를 내리고 있었던 것일까.. 그리고 나는 ‘친구’라는 자격을 주고 나의 친구들에게 얼마나 많은 강요와 억압을 하고 있었던 걸까... 싶어졌다. ‘아이는 어른의 스승’ 이라는 말이 새삼 마음에 와닿는다. 에미가 툭 내뱉는 친구에 대한 정의는 내 가슴에 큰 파문을 남겨버렸다. 그것은 ‘친구’라는 관계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관해서도 마찬가지일거란 생각이다. 사람에게 상처받는 건 어쩌면 내가 그 사람에게 너무 많은 걸 바라고 있어서 그런 걸 아닐까.. 나 혼자 기대해놓고, 나 혼자 실망하는 그런 상황.. 그 상황에 나혼자 짓눌려 있는건 아닐지. 아이들의 모습에서 큰 깨달음을 얻게 된다.
이제는.. 힘든 상황에서도 ‘친구’가 옆에 있는 에미와 유카, 후미, 모토...... 모두와 함께 하는 그 시절이 더 이상 ‘전쟁터’와 같은 악몽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그들에겐 힘들었지만 그 힘든 시기를 이겨내게끔 도와준 친구들이 있었고, 좋은 기억으로 바꿔준 친구들이 있었다.
마지막에 에미가 보여준 눈물방울은 혹 내가 참고 있는 눈물의 의미와 같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고 있자니 나도 에미처럼 ‘행복’에 한걸음 다가선 것 같아 뿌듯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