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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주자 ㅣ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안재권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우선 말하지만, 나는 <추적자>를 읽지 않았다. 리 차일드가 누군지도 모르고, 잭 리처는 더더군다나 모른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에 열광하는 이유를 정말... 도통 알지 못했다. 그리고 이 책이 내게 왔을 때 그 두툼한 사이즈만 보고는..“ 오호... 점심 먹고 낮잠용 베개로 딱이겠군” 뭐, 이런 생각이나 하고 있었다.
미안하다... 잘못했다...
이젠 알겠다. 왜 이 책에 열광하는지... 왜.. 누군가가 “ 잭.. 잭..” 거리는지..
문장이 참 짧다. 그 짧은 글을 읽다보면, 호흡이 짧아져버려 왠지 조급해져버린다. 그래서 느끼는 긴장감은 실로 어마어마하다. 그게 그 두꺼운 책의 마지막까지 그러니,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그리 편하지는 않았다. 물론 주인공은 절대 죽지 않을테지만, 그에게 다가온 위협, 어떻게 전개될지 모를 때 느낄 수 있는 호기심에, 압박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하는 그 땀나는 시간, 연이어 숨가쁘게 벌어지는 사건, 누가 누구를 배신했는지 알 수 없는 상황들이 엮어낸 이야기에 푹 빠져버리게 된다. 그래서 잠을 줄여야 했고, 일하는 대신 책을 펼쳐야 했기에, 책을 읽는 동안 편할 수만은 없었다. (내가 처한 상황이나, 잭이 처한 상황이나..) 그 기분... 정말 재밌는 책, 손에서 절대 놓기 싫은 책을 만났을 때, 얼른 얼른 읽고 싶은데, 더 읽고 싶은데 상황이 허락지 않는다면 느낄 수 밖에 없을 그 마음.. 아는 사람은 다 알리라...
나는 말이다. 정말 똑똑한 사람을 좋아한다. 성별을 불문하고 똑똑하면 그냥 애정이 샘솟는다. 그 똑똑한 사람이 호랑이 굴에 들어간 듯 앞뒤 꽉 막힌 위험 속에 갇혀서도 당황하지 않고 생각하고 생각하며 냉철하고 지적으로 강인하게, 또 차분히 상황을 처리해버리면, 거기다가 성격도 어지간히 괜찮고, 내 이 사람만은 죽어도 지켜내리라 하면서 정말 그렇게 해버리면.. 없던 애정도 생기고, 세상에 이런 사람... 다시 없을거야라며 빠져드는 건 당연지사가 아닐런지.
잭 리처란 사람. 보면 볼수록 매력적이다.
그리고... 이야기. 작가는 말이다. 대단하다고 밖에 할 말이 없다. 이렇게 두꺼운 책에.. 어느 한 군데 버릴 것 없는 충실한 내용으로 채우고, 읽는 이를 확 사로잡아버리는 긴박한 내용을 끝까지 채워놨는지.. ‘네가 진짜로 원하는게 뭐야’ 라고 묻고 싶을 만큼, 알수없는 무언가를 꼭꼭 잘 포장해 숨겨놓고, 배신자도 누군지 모르게 숨겨놓고 독자들과 내기라도 하듯이 애태우며 알려주지 않는다. 그런 이야기는 생생한 묘사덕분에 마치 눈 앞에 영화가 펼쳐지듯 그렇게 전개된다. 소설을 읽은 것이 아니라, 왠지 생생한 첩보 영화 한편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생생한 첩보영화를 삼일에 걸쳐 본거다. 나... 힘들어 해도 되는거겠지?
지금 <추적자>를 주문해야지... 결심해버렸다. 재밌는 책은 계속 계속 찾아 읽고 싶어진다. 힘이 들건 말건, 해야될 일이 뒤로 미뤄지건 말건. 그게 독자의 예의다. 라고 막 우긴다.
오랜만에... 책 읽는 맛에 푹 빠져볼 수 있는 책을 만나 행복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