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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산책하는 낭만제주
임우석 지음 / 링거스그룹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제주... 나에게는 어떻게 기억되고 있을까?
책을 받자마자 푸른빛 바다의 표지를 보며 나는 예전에 제주에 다녀온 기억을 떠올려봤다.
외가가 제주였던 친구를 따라 비행기표만 들고 따라나섰던 여행.
그래서 제주의 이름난 관광지와 제주도민이 살고 있는 가정집을 모두 볼 수 있었던 특별한 시간. 바람이 많이 불고, 맛있는 해물탕, 육지와는 분명 많이 다른 모습을 많이 가진 풍광.. 그렇게 제주는 나에게 기억된다.
낭만 제주..
그 때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후 제주의 모습을 담은, 제주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보았다.
여전히 제주는 다른 모습을 가지고 있었고, 지금 생각해 보면 그 때문에 제주는 작가에게뿐만 아니라 나에게도 비행기 타고 가야하니 ‘외쿡’처럼 받아들여진다.
작가의 전작 <도쿄 산책>을 읽은 후여서 그런지 아니면 제주 자체의 이미지가 그렇기 때문인지, 책 속의 제주는 왠지 한국스럽지 않고 일본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섬’ 이기 때문일까..
그나저나... 제주 앞에 붙어 있는 저 ‘낭만’의 의미는 무엇일까?
그저... 그녀와 함께 하는 여행이기 때문에 붙여진 것일까... 아니면 연인끼리 가기 좋은 곳을 많이 소개하고 있어서 그런걸까... 이도저도 아니면 그냥?
음... 전자 쪽 이유에 더 큰 힘을 실어야겠다. 도쿄 산책도 그녀와 함께 나서더니... 이번 제주여행에서도 작가는 그녀가 필요했다.
<낭만 제주>에 소개된 제주는 남들에게 많이 알려진 유명 관광지보다는 작가가 직접 돌아다니며 좋았던 곳 위주로 소개가 되어있다. “ 쉬리라는 꽤 유명한 한국영화를 찍었던 신라호텔의 정원은... ” (p254), 테디 베어 뮤지엄, 성산 일출봉, 삼성혈, 오설록... 일반적으로 ‘제주’ 하면 떠올릴 법한 곳은 차라리 조연의 역할을 하고 있었다.
예쁜 교회가 있다는 법환동, 팽나무를 볼 수 있는 명월리, 해녀들의 숨비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조천리, 밤에 가보고 싶어지게 만드는 월대, 귀신을 만나는 곳 와흘리... 등등 좀 더 제주스럽고, 때묻지 않고, 개발되지 않은 숨은 제주의 비경들이 진짜 주연으로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나는 이렇게 남들은 잘 모르는 곳, 알려지지 않은 자연의 모습이 참 좋다.
" 제주에서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업체들은 먹이를 던져주길 기다리는 연못의 잉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 그 나라를 잘 모른다고 등을 치려고 하는 후진국의 후진 가이드들의 나쁜 형태다. “ (p280)
“ 공항에서 나눠주는 제주 여행용 책자가 있다. 그 안에 있는 음식점들을 찾아가면 아주 맛없게 한 끼를 먹을수 있다. ....... 그 곳에 나온 집들은 대부분 맛으로 유명한 집들이 아니라 무료 책자에 돈을 내고 광고를 한 관광객용 식당이라고 볼 수 있다. ” ( p301)
작가의 여행 스타일을 알게 되니 이런 걱정 또한 아름다운 우리 자연을 아끼는 마음에서 나오는 말이라는 것도 알겠다. 나 역시 책에서 보고, 혹은 누군가 다녀온 후 한번 가볼 것을 권유받은 곳을 후일에 찾아갔다가 낭패를 본 듯한 기분을 몇 번 느껴 보았기 때문이다. 조용하고 고즈넉하며, 음식점이나 상점이 없는, 바가지가 없는, 시끄러운 유행가가 없는 관광지는 없다고 생각하고 있을 정도니까.
그래서 나도 좋은 곳은 차라리 소문내지 않고 싶어진다. 사람들을 타게 되면... 이상하게 망가진다는 것을 아니까.
제주도 역시 자연스러운 지금의 이국적인, 아름다운 모습을 몇 백년, 몇 천년 이어갔으면 좋겠다. 인위적으로 만든 것은.. 마음이 편치 못하게 만드는 것이니까. 물론 보기엔 깔끔하고 좋을지 모르겠지만...
얼른 제주에 가고 싶어진다. 책에 소개된 곳이 뭔가 변하거나, 없어지기 전에 말이다.
덧붙임 : 음... 이제 작가는 그녀와의 여행을 글로 옮기는 것은 그만했으면 좋겠다.
분명 <도쿄 산책>에서는 그녀와의 이야기가 알콩달콩 재밌게도 보였는데, 이번 <낭만 제주>에서는 좀 거북하게도 느껴진다. 음식을 할 때 조미료를 적당량만 넣어야 음식이 맛깔나지지 너무 과하면 음식을 망치지 않던가... 그것처럼 이번에는 ‘그녀’와의 이야기가 좀 과했다고 본다.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는데, 그 마음... 본인과 그녀의 마음속에만 담아두시길...... 덧붙여... 술 이야기도 그만...... 그녀와 작가가 술이 쎄다는 건 이미 알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