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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펄프픽션
이강훈 지음 / 웅진윙스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토끼가 마치 사람처럼 멋지게 차려입고 어느 문 안으로 들어간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나오는 그 토끼이던가?
어떤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려나? 궁금해진다.
이 책 말이다. 나는 지금 굉장히 이 책에 열광하고 있다.
우선.. 배경이 도쿄인데... 단지 배경에 머물지 않고 주인공자리를 꿰차고 들어간다.
도쿄이기 때문에 가능한, 다른 도시를 슬쩍 넣어보면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어쩌면 그리 능수능란하게, 도시가 가진 특색을 콕콕 집어내어 표현하는지.. 내가 느끼고 알아낸, 도쿄 곳곳의 기억이 새삼 새록새록 떠오른다. 한 도시가 품고 있는 무한한 상상력, 이야기거리가 이정도란 말인가!
도쿄에는 세번 가봤다. 그리고 도쿄와 관련된 책은 가이드북이라고 할지라도 왠만하면 찾아 읽는 편이다. 처음엔 서울과 비슷한 도시라고만 생각했다가, 그 속으로 들어가면 갈수록 시대와 역사가 뒤섞인 모습을 가진, 서울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구나1라고 생각이 바뀌었다. 무조건 무너뜨리고 새로운 건물을 올리기에 바쁜 서울과는 다른, 도쿄는 역사를 지켜내고 후세에 어떻게 이어줄지 고민하는 그런 도시였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아무에게나 쉽게 드러내는 도시 또한 아니라는 생각이다. 애정을 가지고 도시에 마음을 내놓는다면 도쿄는 당신에게만 특별한 것을 보여준다.
함께 움직이고 즐기고, 살갑게 챙기며, 정이 느껴지게 만드는 것이 서울이란 도시가 가진 힘이라면, 혼자 있는 여유를 느끼고, 무슨 일이 일어나도 전혀 놀랍지 않도록 느껴지게 만드는 것은 도쿄라는 도시가 가진 힘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런 도쿄이기 때문에 나카메구로 강가 카페에 앉아 있으면 살찐 고양이가 다가와 나에게 말을 걸어도, 진보쵸의 고서점가를 뒤적이고 있다 보면 정말로 예전에 작가였지만, 지금은 사람들에게서 잊혀진 누군가를- 도쿄라는 곳에서만큼은 만날 수 있을 것 같은- 소설 속의 일이 소설 속의 일만은 아닌 진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도쿄를 대표하는 각각의 장소들이 뿜어내는 독특한 아우라를 잡아내고, 그 아우라를 분석하여 어울리는 이야기를 찾아낸다. 배경이 되는 나카메구로, 이케부쿠로, 야나센, 지유가오카 등은 각각의 느낌이 다 맞다. 평온한 산책길같은, 껄렁껄렁한, 무언가 신비하고 몽환적인, 세련되고 자유스러우면서도 반항적인... 어쩜... 그 장소에 딱어울리면서 기묘한... ‘적재적소’란 말이 어울리는 이야기를 배치했는지 읽으며 계속 감탄을 했다.
소설이나 드라마 등에서 배경이 되는 도시에 주목할 때가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이 소설에서 도쿄는 단지 배경만이 아니다.
주인공이 아닐까 싶을만큼, 이야기를 담고 있는 도시는 정말 매력적이라 생각해본다.
언젠가 다시 도쿄를 찾는다면..
야나카 시노바즈 거리로 들어가는 입구의 계단에서 고양이들에게 몸을 숙이고 ‘ 사바 사바 사바 사바 사바’를 조용히 읊조려 볼테다.
그나저나... 고양이가 귀찮은 듯 ‘왜? 뭘 찾아주면 되는데? ’ 하고 대답한다면.. 어떤 걸 의뢰해볼까?
이건 전적으로 작가 탓이다. 얘기를 너무 그럴듯하게 만든 탓. ^.^
누군가의 여행기보다도..
더 도쿄를 가보고 싶게 만드는 책..
도쿄 펄프 픽션 되시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