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은 입을 잊고 입은 소리를 잊고 - 옛 음악인 이야기, 문화의 창 12
송지원 지음 / 태학사 / 2009년 5월
평점 :
품절



고등학교 음악시간에 서양음악가와 그들의 음악을 외워, 지금의 영어 듣기 들려주는 음악을 맞추는 시험을 본 기억이 있다. 서양 음악은 이렇게 억지로, 주입식으로라도 알게 했으면서, 반면 우리 음악에 대해 자세히 배운 기억은 없다. 덩달아 우리의 음악가도 잘 모르고.

그래서인지 이 책은 참 새롭다.

우리 음악에 대한 꾸준한 연구와 알려지지 않은 역사가 오롯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소리’를 통해, ‘악기’를 통해, 이론이나 다른 것을 통해 평생을 음악과 함께 한 우리의 조상들이 책 속에 있었다. 

남성 중심의 사회일 텐데, 과연 여성 음악가들이 존재 할 수 있었을까? 싶지만, 분명 아름다운 목소리로 세상에 이름을 남긴 여성 음악가들이 있었다.

거문고, 가야금, 해금, 비파, 대금, 퉁소 등 우리가 쉽게 들을 수 없었던 악기를 사랑하여 한평생을 바친 사람들이 있었다.

누구도 억지로 그 길로 가라한 사람은 없지만, 우리의 음악을 아끼고 사랑하는 마음 하나만 가지고, 배고픔을 잊고, 외로움을 잊고 그 길을 택한 그들을 보며, ‘장인 정신’ 의 의미를 새삼 생각해 보게 된다. 

예전에 라디오에서 “ 전설 따라 삼천리~~” 하며 풀어 놓는 이야기를 조곤조곤 듣고 있는 느낌이었다. 조금은 폐쇄적인 사회일 것이라 생각했던 옛 시절에, 그저 묵묵히 음악을 위해 정진한 그들의 이야기는 재미뿐 아니라 세월의 깊이와 감동을 전해 준다. 오랜만에 우리 음악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
한비야 지음 / 푸른숲 / 2005년 9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단돈 2만원 ”

이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예전의 나는 그저 나를 위해 쓰는 법만 떠올릴줄 알았다. 나를 꾸밀 악세서리를 또는, 내 배를 불릴 먹을거리를 생각하던가 그렇게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그만큼의 돈이 가진 무한한 가능성과 변신을 안다. (물론, 지금은 3만원으로 올랐지만...) 그 돈은 누군가를 살릴수도 있고, 누군가의 꿈을 이루어 줄 수도 있고, 아무 것도 없는 곳에 희망을 쌓을 수 있다는 것을 이제는 아는 것이다.

그걸 가르쳐준 사람이 바로 한비야씨다.

돈에 꿈과 희망이라는, 그리고 그보다 더한 가치를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알려준 것이다.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에는 그렇게 우리가 몰랐던 국제 구호라는 것에 대해 소개해 주고 있는 책이다. 바람의 딸로 세계의 오지를 떠돌며 사는 삶 이후 선택한, 국제 구호를 하며 다시 세계를 돌아다니며 사는 5년의 삶이 책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아프가니스탄, 시에라리온, 라이베리아, 말라위, 잠비아, 이라크, 네팔, 팔레스타인, 이스라엘, 남아시아 해일 참사지역, 그리고 북한까지 이어지는 그녀의 숨가쁜 행보를 따라다니다 보면 그녀의 몸은 정말 강철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이 될만큼의 강행군이다.

겁이 없구나... 싶을 만큼 무모해 보이기 까지 하지만, 국제 구호란 일이 그 일이 그녀의 가슴을 뛰게 한다 하지 않던가. 피를 끓어 오르게 한다 하지 않던가.

묵묵히 그저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그녀는 자신의 온 몸을 내던져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고 다른 이에게도 그렇게 살라고 알려주고 있구나... 싶어져서.

나는 내 옆에서 이렇게 펄떡이며 살아있음을 알려주는 사람들이 너무 좋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는 그녀의 강인한 열정이 참 부럽구나... 하며 막연히 생각했던게 떠오른다. 힘들어도 힘든 내색하지 않고, 무엇이든 ‘고맙다’ 진심으로 말하는 그녀의 삶이 왠지 그저 우상시되는 영웅같은, 나는 할 수 없는 그런 삶이라고만 생각하기도 했다.

다시 펼쳐든 책에서 나와 함께 나이를 먹어가는, 세월을 살아가는 인간적인 그녀의 모습이 더 많이 눈에 들어온다. 얼마전 읽은 <그건, 사랑이었네>의 영향일까? 물론 국제 구호 현장에서 저돌적으로 달려가 온 몸을 바쳐 일하는 그녀의 모습이 더 많은 건 사실이지만, 그 안에서 실수하고, 싫은 사람 흉도 보는, 주변의 모든 사람에게서 배울 것을 찾는 그런 인간적인 한비야씨의 모습이 더 기억에 남는다. 이제야 한비야씨가 ‘왕언니’ ‘ 큰언니’ 로 그렇게 더욱 스스럼없어 지는 기분이다. 

그녀의 책에는 무슨 요술이라도 담아놓은 것처럼 책을 펼치기만 하면 크나큰 힘을, 마음까지 와닿는 위로를 얻는다. 세상을 살아갈 에너지가 모두 고갈된 느낌이었다가도, 어떤 상황에서도 힘을 내고, 열심히 살아가려고 하는 왕언니의 모습을 보고나면 저절로 에너지가 충전된 기분이랄까? 더불어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하는 용기도 얻는다.

나의 마음 속 지도를. 한계를 그어버린 그 굴레를 벗어나 세상 속으로 행군해보자. 그 속에서 분명 내가 얻는 것은 무궁무진하리라. 

‘ 나아감이란 내가 남보다 앞서가는 것이 아니고, 현재의 내가 과거의 나보다 앞서 나가는데 있는거니까. ’ (p21)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트라우마(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는 전쟁, 대참사, 재난같은 ‘ 일반적인 인간 경험의 범주를 넘어서는’ 충격적인 외상 사건을 경험한 후 그 후유증으로 발생하는 장애를 말한다.

CSI 나 범죄 드라마, 혹은 영화를 통해 접해봤을지 모를 단어겠다. 나 역시 그렇게 알게된 단어였다. 일상적으로 사람과의 관계에서 오는 심리적 부담감이나 소통의 부재 혹은 불명확성에 따른 상처와 같은 생활 속의 심리학이 아니라, 좀더 큰 사건, 사고를 겪고 난 후 정신적으로 황폐해진 사람들, 즉 트라우마를 경험한 사람들을 위한, 그들을 이해하기 위한 심리학책이다. 마음의 상처에 ‘비교’가 가당키나 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겪은 불행은 좀 더 깊은 상처를 남겨 아주 많은 시간의 회복기를 필요로 하는 그런 것이었다. 

현대의 세상에서는 전쟁 뿐만 아니라 그에 필적할 만큼의 대형 사건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만해도 백화점 붕괴, 성수대교 참사, 지하철 사고 등의 사고가 있었고, 그에 따라 트라우마를 경험하고 극복해 나가야 하는 사람이 많이 나오고 있다. 그 악몽과도 같은 시간이 지나간 후 피해자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이라는 것이 잊어라, 혹은 그만 극복할 때도 됐잖아, 와 같이 그들에게 더 큰 상처를 줄 수 있는 말이었다. 나 역시 상처받은 사람에게 무심히 던졌을지 모를 말인데, 이 책을 보고 나서야 얼마나 생각없는 말인지 느낄 수 있었다. 트라우마를 겪은 사람에게는 차라리 인내심을 갖고 옆을 지켜주는 것이 가장 좋은 조언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인생에서 있어 한번이라도 경험하고 싶지 않을 그 일을 겪은 사람들..

그들의 이야기를 이 책은 영화를 통해 접근하고 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다양한 유형의 트라우마를 이야기하고 그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있는 것이다.

밀양, 붕대 클럽, 21그램, 라비앙 로즈, 씨 인사이드, 나비효과......

다양한 영화에서 사랑하는 사람을 사고로 잃은 슬픔, 상처를 받은 아이들, 전쟁을 통해 얻은 상처, 불치병에 걸린 사람, 군대라는 트라우마 등 여러 가지 트라우마를 보여주고, 그 치유법 또한 영화 속에서 찾는다.  

트라우마를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  ‘포레스트 검프’처럼 삶을 긍정해 보자. 내친 김에 ‘ 굿 윌 헌팅’처럼 “ 그건 내 잘못이 아니야” 라고 외쳐 보자. ‘ 아들의 방’과 ‘ 미스 리틀 선샤인’은 가족의 사랑이 치유의 원동력임을, ‘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은 교감 속의 소통이, ‘ 포 미니츠’에서는 예술의 힘이, ‘ 휴먼 스테인’ 에서는 진실한 고백의 힘이 진정한 치유책임을 보여 준다. (p233)

상처받은 사람이 아닌 이상 그의 마음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마음을 이해하기 위해 한걸음 내딛는 노력은, 그 안에 인내와 진실과 믿음을 담는다면 분명 큰 성과를 보일 것이다. 어설픈 위로가 아닌 그런 진심이 담겨 있는 말과 행동이야말로 그들을 위한 꼭 필요한 것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다소 생각하게끔 만들어 버리는 제목이다. 귀를 막고 밤을 달린다면...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저 앞으로만 나아간다는 의미일까?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건.. 정보가 차단이 된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렇게 귀를 막은 사람은 자신만의 생각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것일 수 있다.

‘ 살인을 하려고 한다.

한명도 아닌 자그마치 세 명이나. 즉, 연쇄 살인을 계획하고 있다. ‘ (p7)

이렇게 독자에게 선전포고하듯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나미키 나오토시. 하지만 뚜렷한 살인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불의의 습격을 당하게 된다.

불의의 습격으로 자신이 죽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가까스로 살아나게 된 나미키는 그렇기 때문에 하룻밤 안에 자신의 살인 계획을 모두 이뤄버리기로 한다. ‘밤을 달리다’는 이렇게 살인이 일어나게 된 그 밤을 지칭하는지 모르겠다. 

나미키가 살인을 계획하는 상대는 기시다 마리에, 구노스키 유키, 야타베 히토미, 이렇게 세 명이다.

나미키는 대체 무슨 이유로 그들을 죽여야만 하는 걸까?

사실 그들은 가족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여 보살핌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때 겪은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들을 잠식하지 않도록 돌봐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미키도 그런 지원자 중 한명이었다. 그랬던 그가 그들을 죽이려 한다니...

나미키가 왜 그들을 죽여야만 하는지.. 한 명 한 명 처리해 나가는 나미키의 뒤를 따라다니면서도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가 반전처럼 마지막에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라우네 : 무고한 죄로 교수형에 처하게 된 남자가 흘린 정액에서 핀다는 독일의 전설 속 식물. 그 알라우네를 가진 사람은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알라우네를 뽑을 때 처절한 비명 소리를 지르는데, 그 소리를 듣는 자는 죽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알라우네를 뽑을 때 개에게 끌게 하고 자신은 귀를 막고 있다가 개만 죽게 하고 알라우네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제목의 ‘ 귀를 막고..’ 는 귀를 막았기 때문에 독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처음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알라우네가 지르는 비명을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살인’ 이라는 것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있는 행동은 아니겠지만, 누군가, 정말 힘들 때 옆에서 정성으로 돌봐준 사람들이 심어 놓은 생각 속에 사로잡힌 사람이 저지르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살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 세뇌 ’ 당하듯 그렇게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눠놓고, 우리편이 아닌 ‘저쪽 편’의 사람은 필요없다.. 라는 생각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마는 그들이,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귀를 막아야 하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마음이 아프다.

처음부터 알라우네는... 그렇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픔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데, 그 비명에 누군가가 죽기를 바라진 않았겠지.

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은 처음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상을 놓고 겨룬 사람이라니...

그녀의 다른 작품도 출간되어 있다니 한번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다.

단순히 살인을 묘사하고, 한 사람의 행적을 뒤쫓고만 있는 작품이 아니라, 무언가 읽는 이에게 그 사람의 상황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통해 한번 더 생각해 보길 원하는 그런 작가가 아닐까 싶어진다. 그런 면에서는 히가시노의 작품과 비슷하게도 느껴진다.

아마... 다른 작품을 읽어보면 답을 얻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
 
 
 
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쉽게 읽히는 책이다.

검은 구가 나타나기 시작한지, 팔십 일일, 하지만 실제로는 팔십 이일 동안 지구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차례 차례 펼쳐진다.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만 쫓아다니며 흡수해 버리는 검은 구가 서울에서 나타나자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그 혼란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사고가 있다.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벌이는 잔인한 행각도, 살기 위해 도망치는 그들이 보여주는 아비규환의 상황을 보면서, 굳이 위기 상황이 아니더라도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치열한 인생이 겹쳐진다. 

도대체 구는 왜 나타나게 된 것일까?

남자에게 던진 할아버지의 말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자꾸 떠오르지만, 깊이 생각해 볼 틈도 없이 ‘남자’를 따라 검은 구를 피해, 그리고 부모님을 찾아 나선 남자의 뒤를 숨가쁘게 따르게 된다.

처음에는 단 한 개였던 구가 두 개, 네 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사람들을 흡수하고, 공중에 떠오르거나, 물을 건너고, 총이나 대포, 심지어 핵폭탄까지 구를 향해 쏘아 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한없는 절망감에 빠져 보기도 한다.

구에 흡수되어 버린 사람들이 느꼈다는 절망감이나 아무도 없는 지구에 혼자만 살아 남았다는 남자가 느끼는 절망감은 크기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구가 멸망하는 것에 대한 갖은 상상들을 보았지만, 검은 구가 나타나 세상을 뒤덮게 되고, 사람을 흡수하여 인류가 멸망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왠지 새로움을 주었다. 인터넷을 통해, 혹은 언론이라는 것을 통해 갖가지 추측과 억측, 잘못된 정보가 진실인양 퍼지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정말 지구가 멸망하게 된다면 사람들이 꼭 그렇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잠시 흠칫하기도 했다.

검은 구를 통해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

하지만 그 마지막은 너무 뒷맛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나 구에 흡수되는 것이나 혹은 남겨지는 것이나 도대체 다른 게 무엇일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l 공유하기 l 북마크하기찜하기 l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