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를 막고 밤을 달리다
이시모치 아사미 지음, 김주영 옮김 / 씨네21북스 / 2009년 8월
평점 :
절판



다소 생각하게끔 만들어 버리는 제목이다. 귀를 막고 밤을 달린다면...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하고 그저 앞으로만 나아간다는 의미일까?

다른 소리를 듣지 못한다는 건.. 정보가 차단이 된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그렇게 귀를 막은 사람은 자신만의 생각에 빠질 위험이 높다는 것일 수 있다.

‘ 살인을 하려고 한다.

한명도 아닌 자그마치 세 명이나. 즉, 연쇄 살인을 계획하고 있다. ‘ (p7)

이렇게 독자에게 선전포고하듯 자신의 생각을 알리는 나미키 나오토시. 하지만 뚜렷한 살인 계획을 세우기도 전에 불의의 습격을 당하게 된다.

불의의 습격으로 자신이 죽게 될 위험에 처하게 되었다 가까스로 살아나게 된 나미키는 그렇기 때문에 하룻밤 안에 자신의 살인 계획을 모두 이뤄버리기로 한다. ‘밤을 달리다’는 이렇게 살인이 일어나게 된 그 밤을 지칭하는지 모르겠다. 

나미키가 살인을 계획하는 상대는 기시다 마리에, 구노스키 유키, 야타베 히토미, 이렇게 세 명이다.

나미키는 대체 무슨 이유로 그들을 죽여야만 하는 걸까?

사실 그들은 가족이 억울한 죽음을 당하여 보살핌을 받고 있는 사람들이었다. 그때 겪은 일이 트라우마가 되어 그들을 잠식하지 않도록 돌봐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나미키도 그런 지원자 중 한명이었다. 그랬던 그가 그들을 죽이려 한다니...

나미키가 왜 그들을 죽여야만 하는지.. 한 명 한 명 처리해 나가는 나미키의 뒤를 따라다니면서도 크게 공감하지 못했다가 반전처럼 마지막에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알라우네 : 무고한 죄로 교수형에 처하게 된 남자가 흘린 정액에서 핀다는 독일의 전설 속 식물. 그 알라우네를 가진 사람은 영원한 행복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다만 알라우네를 뽑을 때 처절한 비명 소리를 지르는데, 그 소리를 듣는 자는 죽게 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알라우네를 뽑을 때 개에게 끌게 하고 자신은 귀를 막고 있다가 개만 죽게 하고 알라우네를 얻을 수 있었다고 한다. 

제목의 ‘ 귀를 막고..’ 는 귀를 막았기 때문에 독주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아닐까 하는 처음 나의 생각과는 다르게 알라우네가 지르는 비명을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막았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죽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살인’ 이라는 것이 어떠한 상황에서도 용납될 수 있는 행동은 아니겠지만, 누군가, 정말 힘들 때 옆에서 정성으로 돌봐준 사람들이 심어 놓은 생각 속에 사로잡힌 사람이 저지르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살인에 대해서는 생각해 볼 여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마치 ‘ 세뇌 ’ 당하듯 그렇게 세상을 이분법으로 나눠놓고, 우리편이 아닌 ‘저쪽 편’의 사람은 필요없다.. 라는 생각을 그렇게 받아들이고 마는 그들이, 더 이상 상처 받지 않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귀를 막아야 하는 그들의 모습이 왠지 마음이 아프다.

처음부터 알라우네는... 그렇게 태어나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아픔 때문에 비명을 지르는데, 그 비명에 누군가가 죽기를 바라진 않았겠지.

이시모치 아사미의 작품은 처음이다.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상을 놓고 겨룬 사람이라니...

그녀의 다른 작품도 출간되어 있다니 한번 찾아 읽고 싶은 마음이다.

단순히 살인을 묘사하고, 한 사람의 행적을 뒤쫓고만 있는 작품이 아니라, 무언가 읽는 이에게 그 사람의 상황을 통해, 그 사람의 마음을 통해 한번 더 생각해 보길 원하는 그런 작가가 아닐까 싶어진다. 그런 면에서는 히가시노의 작품과 비슷하게도 느껴진다.

아마... 다른 작품을 읽어보면 답을 얻게 되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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