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의 구
김이환 지음 / 예담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쉽게 읽히는 책이다.

검은 구가 나타나기 시작한지, 팔십 일일, 하지만 실제로는 팔십 이일 동안 지구에서 벌어진 이야기가 차례 차례 펼쳐진다.

다른 무엇도 아닌 사람만 쫓아다니며 흡수해 버리는 검은 구가 서울에서 나타나자 사람들은 혼란에 빠지고, 그 혼란 때문에 벌어지는 사건사고가 있다. 위기에 몰린 사람들이 벌이는 잔인한 행각도, 살기 위해 도망치는 그들이 보여주는 아비규환의 상황을 보면서, 굳이 위기 상황이 아니더라도 도시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치열한 인생이 겹쳐진다. 

도대체 구는 왜 나타나게 된 것일까?

남자에게 던진 할아버지의 말은 대체 무슨 의미일까?

여러 가지 궁금증이 자꾸 떠오르지만, 깊이 생각해 볼 틈도 없이 ‘남자’를 따라 검은 구를 피해, 그리고 부모님을 찾아 나선 남자의 뒤를 숨가쁘게 따르게 된다.

처음에는 단 한 개였던 구가 두 개, 네 개,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면서 사람들을 흡수하고, 공중에 떠오르거나, 물을 건너고, 총이나 대포, 심지어 핵폭탄까지 구를 향해 쏘아 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느껴지는 한없는 절망감에 빠져 보기도 한다.

구에 흡수되어 버린 사람들이 느꼈다는 절망감이나 아무도 없는 지구에 혼자만 살아 남았다는 남자가 느끼는 절망감은 크기를 비교할 수 없을 것이다. 

지구가 멸망하는 것에 대한 갖은 상상들을 보았지만, 검은 구가 나타나 세상을 뒤덮게 되고, 사람을 흡수하여 인류가 멸망할지 모른다는 이야기는 왠지 새로움을 주었다. 인터넷을 통해, 혹은 언론이라는 것을 통해 갖가지 추측과 억측, 잘못된 정보가 진실인양 퍼지고, 사람들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정말 지구가 멸망하게 된다면 사람들이 꼭 그렇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들어 잠시 흠칫하기도 했다.

검은 구를 통해 벌어지는 한바탕 소동..

하지만 그 마지막은 너무 뒷맛이 씁쓸한 여운을 남긴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나 구에 흡수되는 것이나 혹은 남겨지는 것이나 도대체 다른 게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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