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여 네가 말해다오
조용호 지음 / 문이당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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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십 수 년 만에 가본 모교 축제에서 요새 인기를 끄는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을 보면서 우리시절과는 참 많이 달라졌구나 하는 격세지감을 느꼈었다. 내가 대학 다니던 시절에는 축제 - 그때는 명칭이 대동제(大同際) 였었다 - 단골 가수가 기타 하나 둘러메고 민중가요와 서정적인 발라드를 부르던 “안치환","김광석","신형원","한동준" 등이었는데, 지금처럼 화려한 조명과 퍼포먼스, 학교를 쩌렁쩌렁 울리는 사운드는 없었지만 그들의 기타 선율과 노랫소리에 숨 죽여 귀 기울이고, 그들이 부르는 민중가요를 어깨동무하고 따라 부르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특히 김광석은 학교 축제에서도 여러 번 봤었고, 장기 공연 중이었던 대학로 학전 소극장 공연도 몇 번 가본 적이 있어서 그가 죽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떠오른 생각이 "이제 학전에 가도 그를 만날 수 없겠구나”였었다. 조용호의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문이당, 2010년 7월)에서 주인공인 "가객(歌客)" 연우에게서 계속 김광석이 오버랩되었던 이유가 바로 대학시절 축제와 소극장에서 만났던 그의 노래 때문이었을 것이다. 

 꾸준한 음반 출시와 노래 공연으로 인지도가 있던 민중가수 "가객" 연우가 자취를 감춘 지 몇 개월 후 신문기자인 "나"에게 연우가 작성한 비망록이 도착한다.  그리고 연우의 아내인 승미가 나에게 남편으로 의심되는 시신을 확인하러 가자고 전화해와 나는 승미의 아내와 시체 안치소로 찾아간다. 나와 연우, 승미는 대학시절 같은 노래패 활동을 했던 오래된 친구와 후배로 승미를 마음에 두고 있었지만 승미는 연우와 결혼하고 내 사랑은 그렇게 가슴 속 깊은 곳으로 감춰버렸던 그런 사이이다. 시신은 다른 사람으로 밝혀지고 나는 승미에게 연우의 비망록을 건네고 비망록 속의 연우의 추억을 따라 찾아 나서게 되고 책은 연우의 비망록과 나와 승미의 추적을 교차하여 보여주는 형식으로 진행된다 . 연우가 "에덴"이라 불렀던  어린 시절의 마을에서부터 시작된 나와 승미의 추적은 매번 최근에 그가 다녀간 사실만을 확인하는 정도로만 그치고, 그의 발걸음을 돌려세우지는 못하게 된다. 비망록과 그의 흔적에서 연우가 대학시절 잠깐 같이 활동했었던 후배 “선화”라는 여인을 만나왔고, 그녀와 아내 승미 사이에서 고민해왔다는 것을 알게 되고 선화의 집에까지 찾아가지만 연우는 선화를 찾아 남미 칠레로 떠나버렸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나와 승미는 칠레로 연우와 선화를 찾아 떠나게 된다.

   이 책은 김광석의 학전 소극장 공연에서 마지막 노래가 끝나고도 쉽게 자리를 떠나지 못해 객석을 서성거리던 것처럼 마지막 페이지를 읽고 나서도 쉽게 책을 덮어버리지 못하고 자꾸만 앞의 페이지들을 펼쳐보게 만드는 진한 여운이 남는다. 읽는 내내 연우에게서 김광석을 떠올렸고 - 책 초반 대학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에서 연우가 학내 공연에서 민요풍의 민중가요를 부르는 장면은 김광석이 87년 노찾사 첫 공연에서 앵콜 곡으로 불렀다던 “이 산하에” 영상이 생각났다. 유투브로 본 그 영상에서 김광석은 마이크 앞에서 시종일관 두 손을 모으고 수줍은 표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데 애잔하면서도 가슴을 울리는 그 목소리에 두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든다 - , 연우의 발자취를 찾아 떠나는 여행의 끝이 혹시 그처럼 비극으로 끝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읽는 내내 괜한 불안함과 안타까움이 느껴졌었지만 모든 여행이 끝나고 다시 돌아와 시간이 흐른 뒤 희망을 암시하는 결말에서는 안도감에 가슴을 쓸어내렸다. 선화 어머니와 선화, 연우 아버지와 연우로 이어지는 대(代)를 이은, 어쩌면 파격적이고 치명적인 사랑이 연우의 "기타"와 노래가 선화의 “해금"이 어우러지는 장면이 저절로 떠오르면서 귓전에서 들리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애절하게 그려지고 있다.  작가는 마치 악기를 연주하고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때로는 잔잔하게, 때로는 가슴이 뭉클할 정도로 애절하게, 때로는 격정을 토로하는 거친 음성으로 연우, 선화, 승미 그리고 “나”, 네 사람으로 대변하는 그 당시의 젊음들의 깊은 슬픔과 아픈 사랑을 우리에게 다양한 음색으로 들려주는 듯하다. 아마도 이 책은 나에게 주인공들의 이름이나 그들의 사랑 이야기보다는 책에서 느낄 수 있는 음악의 이미지로  더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비슷한 시대를 살아온 나에게 그 당시의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숱하게 지샜던 불면의 밤들과 같이 고민하고, 같이 술잔을 기울이며 목청껏 노래 불렀던 이제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버린 내 오랜 친구들, 좋아한다는 말 제대로 못해보고 가슴 앓이하며 지켜만 봤던 내 풋풋했던 첫사랑, 그리고 내가 좋아했던 가수 김광석을 다시 다시금 떠올리게 해준 소중한 시간이었다. 

   책을 읽고 나서 이 책에서도 소개된, 칠레 민중 운동가이자 가수인 빅토르 하라가 칠레 피노체트 쿠테타 군의 총칼 앞에서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불렀다던 “벤세레모스(우리 승리하리라)”와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아르헨티나 민중 가수 메레세데스 소사의 “기타여, 네가 말해다오”를 들었다. 사실 이 책을 통해서 처음 알게 되었을 정도로 낯선 가수들과 노래들인데 남미풍의 다소 이국적인 노래여서 쉽게 와 닿지는 않지만. 노래 듣는 내내 우리네 정서인 “한(恨)”이 배어나오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리와 지구 정반대 국가인 칠레와 아르헨티나도 우리처럼 독재정권의 폭압과 민주화를 위한 아픔을 겪었다는 점에서, 우리의 민중가요들처럼 힘없고 핍박받던 민중의 절규와 염원을 담아냈다는 점에서 묘한 동질감이 느껴졌다. 빅토르 하라의 삶과 노래를 담아냈다는 소설과 영화를 찾아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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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VS역사>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책 vs 역사 -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
볼프강 헤를레스.클라우스-뤼디거 마이 지음, 배진아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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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들의 방학시즌, 직장인들의 휴가철, 독서의 계절이라는 가을이 시작되는 9월, 한해를 결산하고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하는 연말 연시에는 각종 기관들이나 유명 인사들이 추천하는 “무슨 무슨 책 100선” 등과 같은 책 목록들이 수 없이 올라오곤 한다. 베스트셀러 위주이거나 출판사의 상술용 목록들이 대부분이고, 책에 대한 평가는 읽는 사람의 취향과 소화 능력에 따른 주관적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그저 일회성 흥미꺼리로 치부해버리는 경우가 많지만, 몇몇 목록들은 자신의 편중된 독서습관을 바로잡고 독서의 외연을 넓히는 데 참고할 만한 목록들도 종종 눈에 띄인다. 그렇다면 세계 걸작 영화 100선, 세계 유명 음악 100선 처럼 선정의 주체와 그 대상이 누구인지, 또한 어느 문화권을 바탕으로 하느냐에 따라 모두 제각각일 수 밖에 없는 “인류 역사의 빛과 그림자를 만든 50권”, 바꿔 말해 인류 역사상 가장 위대한 책 50권을 선정해본다면 과연 어떤 책들이 뽑힐수 있을까? 독일의 유명한 저술가이자 저널리스트인 “볼프강 헤를레스”와 역시 독일의 유명 극작가이자 방송 프로듀서인 “클라우스 뤼디거 마이”는 책이 만든 역사, 역사가 만든 책이라는 테마로 인류가 기억해야 할 책 50권을 선정하여 “책 VS 역사”(추수밭, 2010년 6월)라는 책으로 엮어 우리에게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은 인류의 역사를 고대, 중세, 근대, 현대 4부로 나누어 이집트의 “사자의 서”부터 최근 전 세계 베스트셀러로 자리 잡은 “해리포터”에 이르기까지 50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책 목록의 면면을 보면 종교의 경전인 “신구약성경", 코란", "벽암록","논어"에서부터 서구 사상사에서 일대 변혁을 일으키고 새로운 철학적 사유를 이끈 “방법서설(데카르트)","국부론(애덤스미스)","순수이성비판(칸트)”, "공산당선언”(마르크스)등의 인문, 사회과학 서적,  과학사에서 일대 혁명을 가져왔던 “자연철학의 수학적 원리"(뉴튼), "종의 기원"  (다윈), "특수 상대성 이론과 일반 상대성 이론에 관하여"(아인슈타인) 등과 같은 자연과학 서적, 세계 고전 명작으로 부를만한 “일리아스”(호메로스), "니벨룽겐의 노래", "로미오와 줄리엣"(세익스피어), "로빈슨 크루소"(대니얼 디포) 등의 문학 작품들과 최근 베스트셀러인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에 이르기까지 종교, 사회, 철학, 과학, 문화를 총망라한, 한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이제는 식상하기까지 한 책들을 우리에게 선보이고 있다.  책에 대한 소개는 비교적 충실해서 본문에서는 책이 출간된 시점의 시대적 배경과 책이 인류의 역사에 미친 영향에 대해서 다루고 책의 기본 내용이나 작가 소개, 책 이면의 이야기꺼리는 별도의 칸을 만들어 본문에 삽입했고, 페이지마다 그 시대와 책에 관한 각종 컬러 삽화를 배치하여 시각적 이해를 쉽게 하고 있어 유명 책들에 대한 상식 사전으로는 훌륭한 읽을 꺼리를 제공하지만 솔직히 이 책에 선정된 50권의 목록이 과연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 만한 그런 책들인가에 대해서는 솔직히 인정하기 어렵다. 작가의 태생이 독일인지라 그런지 서구, 특히 독일 문화권 위주의 책을 선정하는 편협된 시각과 역사관이 곳곳에 보이고 상대적으로 홀대받고 있는 동양의 위대한 저술들 -  예를 들어 일리아스 못지 않게 위대한 서사시로 오늘날 10억 힌두교의 경전이자 문화적 근간이 될 수 있는 “마하바라타"나 “금강경",“화엄경”등 선종(宣宗)의 경전들, 유교, 불교와 함께 종교적, 사상사적 큰 줄기를 이어오고 있고 최근 서양에서도 크게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노자의 “도덕경” 등 -,  개인적으로야 참 좋아하는 작품인 “말괄량이 삐삐”나 “반지의 전쟁”, 그리고 비록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이자 게임, 영화 등으로 천문학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했다지만 과연 “해리포터”가 문학사적으로 기념비적인 업적을 거두고 지대한 영향을 끼친 수많은 고전 걸작들을 제치고 과연 50권 안에 드는 것이 합당한지는 의문이다.  
 

작가도 이런 논란이 있을 것이라고 충분히 예상한 듯 들어가는 말인 "책의 나비효과"에서  "여기에서 제시하는 50권 중에는 역사를 만든 책이 아닌 것도 있으며, 교양이 높은 사람들의 서가에 구비되어야 하는 필수 도서가 아닌 것도 있다. 그런 책이 존재하는다는 사실과 그 책에 담긴 지식이나 사상, 그리고 그 책이 미친 영향을 아는 것만으로 충분한 경우도 있다. 이 책은 지식이 목마른 사람들에게 지침을 일러준다. " J.K.  롤링의 "해리포터", 요한 볼프강 폰 괴태의 "파우스트",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등을 역사를 만들 정도의 힘은 가지지 못한 책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있을 수 있으며 이 책은 좀 더 중요한 책과 그렇지 않은 책을 둘러싼 흥미로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책은 사람과 똑같은 존재이며 일단 세상에 태어나면 독립적으로 존재하며, 그러다가 역사를 만들기도 한다는 마지막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사람도 보는 관점에 따라 그리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그 평가가 달라지듯이 책도 사람처럼 다양한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아쉽지만 “인류 역사의 빛과 그림자를 만든 50권의 책”이라는 거창한 광고글이 무색하게 이 책도 우리가 흔히 접하는 “무슨 무슨 책 50선”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런 책이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어떤 책 목록을 내놓아도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평가가 모두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왜 이런 책들을 선정했는지에 대한 불편한 마음만 가지지 않는다면 "그냥 마음내키는 대로, 기분에 따라 건너 뛰어도 좋고, 앞뒤를 오가면서도 읽어도 상관없다"는 작가의 말처럼 책꽂이에 꼽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한 번씩 펼쳐볼 만한 책 상식 사전으로서의 가치는 충분하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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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던 팥쥐전
조선희 지음, 아이완 그림 / 노블마인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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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들어 각광을 받고 있는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의미와 중요성에 대해 해설하고 있는 “디지털 시대의 신인류 호모나랜스”(한혜원 지음, 살림출판사)라는 책에서 스토리텔링 분야에서의 우리나라의 저력에 관한 대목을 읽은 적이 있는데, 작가는 우리나라의 유구한 역사 속에서 축적해온 우리의 구비문학(口碑文學) 전통은 과정 추론적, 참여적, 비선형적, 백과사전적인 디지털 기술과 궁합이 잘 맞고, 디지털 콘텐츠와의 호환가능성이 용이하여 우리도 결코 다른 나라에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이미 갖추고 있기 때문에 다양한 동아시아의 설화들을 디지털 자산으로 개발하는 한편, 한반도 내에 잠재되어 있는 다양하고 특수한 설화들을 개발하려는 노력이 절실하다고 역설하고 있다. 즉 서양의 신화나 전설, 만담 못지 않은 풍부한 상상력과 이야기를 갖춘 우리나라의 구전 설화나 전래동화를 잘 가꾸고 발전시킨다면 우리도 스토리텔링 강국으로서 충분한 저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우리에게 친숙한 전래동화(Story)를 도발적이고 독특한 상상력으로 한국의 “온다 리쿠”로 불리우는 조선희 작가(Teller)의 탁월한 글솜씨로 새롭게 창조해 낸 “모던팥쥐전(노블마인, 2010년 6월)”은 앞에서 언급한 우리나라 특유의 스토리텔링(Storytelling)의 성공 가능성을 여실히 증명해낸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작가의 말에서 대개의 전래동화는 나쁜 누구는 벌을 받고 착한 누구는 행복하게 잘 살았다는 “권선징악”의 뻔한 결말로 끝을 맺어 왔으며,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그들의 이야기가 현대까지 계속된다면 어떠했을까 라는 상상에서 시작되었다고 밝히고 있는 작가는 우리에게 전래동화로 널리 알려진 "콩쥐팥쥐전", "우렁각시", "선녀와 나뭇꾼", "여우누이” 등 6편의 전래동화에서 모티브를 가져와 현대적인 감성과 판타지적인 상상력으로 완전히 새롭게 창착해냈다. 6편의 작품 중에서 “서리, 박지[콩쥐팥쥐]", "자개함[여우누이]", "시시[우렁각시]”는 작품을 읽다 보면 원작인 전래동화가 확연히 연상되지만, “개나리꽃[개나리꽃]", "죽이거나 살리거나[선녀와 나무꾼]", "지팡이[십 년간 지팡이를 휘두른 사람]”는 각 단편 첫 페이지에 원전의 언급이 없었으면 전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전래동화와는 완전히 색다른 이야기 - “개나리꽃”과 “십 년간 지팡이를 휘두른 사람”은 우리 전래동화에 이런 내용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내게는 낯선 이야기여서 더욱 그렇게 느꼈는지도 모르겠다 - 로 느껴지며, 한편 한편이 속도감과 마지막 반전이라는 단편 소설 특유의 맛을 잘 살려내고 있어 재미와 몰입도가 빼어난 작품들이다.  특히 책 곳곳에 실려 있는 원색적이고 독특한 분위기의 삽화들은 이야기의 환상적이고 기묘한 분위기를 한껏 고양시키는 역할을 제대로 해내고 있어 색다른 느낌이 들게 한다.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한편 한편 줄거리를 소개할 순 없지만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죽은 남자친구와 함께 죽은 이복동생의 영혼 결혼식을 막기 위해 초혼 의식을 벌여 남자친구의 영혼을 불러내지만 전혀 예상치 못한 반전을 보여주는 “서리, 박지”와 혼수 상태나 마취에서 깨어나지 못한 환자들의 의식 속으로 들어가 그들을 현실로 되돌아 오게 하는 일을 하는 병원 내 비밀조직원인 두 남자가 꿈의 세계에서 벌이는 이야기인 “개나리꽃”이 가장 인상에 깊었다. 

  조선희 작가의 작품은 그녀의 데뷔작이자 제2회 한국판타지문학상 대상(세발 까마귀상) 수상작인 “고리골(북하우스, 2001년)”에 이어 이번에 읽은 “모던팥쥐전”이 두 번째 작품이었다. “고리골”이 도교(道敎) 신화와 전설을 소재로 여성 특유의 섬세한 필치와 참신한 상력으로 그려낸 판타지 소설이었다면, “모던팥쥐전”은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전래 동화를 모티브로 해서 현대적인 감각으로 완전히 새롭게 창조해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어 우연찮게도 내가 읽은 작품 둘 다 동양 문화와 감성을 소재로 한 책이어서 이채롭게 느껴진다. - 물론 두 작품 이외에도 읽어보지 못한 여러 작품들이 있어 동양적 감성을 작가의 작품성향으로 단정 지을 수 는 없을 것이다. 다만 두 작품에서는 사학(史學), 특히 중국사를 전공했던 작가의 경력이 기저(基底)를 이루고 있는 것으로 보여진다 -. 두 작품 다 그녀만의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지만 신인작가의 데뷔작으로써 조금은 풋풋하고 설익은 듯한 느낌의 “고리골”보다는 이제는 중견작가로서의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자신만의 기발하고 참신한 작품세계를 맘껏 보여준 이번 작품 “모던 팥쥐전”에 좀 더 점수를 주고 싶다. 출간하는 작품마다 소재의 한계를 벗어나 다양한 장르에서의 독특하고 참신한 성취를 계속 보여주고 있는 작가의 후속 작품들이 더욱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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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 러브 유, 필립 모리스 - 천재사기꾼, 사랑을 위해 탈옥하다
스티브 맥비커 지음, 조동섭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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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맥비커의 “아이 러브 유, 필립모리스”(북폴리오, 2010년 6월) 표지를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짐 캐리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다리에는 사슬을 두르고는 앞을 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뭔가 심상치 않은 사연과 포복절도하는 웃음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 - 코미디 스타인 짐 캐리가 그간 출연한 영화들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이 절로 들게 만든다. 동명 영화 - 미국에서 흥행실적은 어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는 2010년 7월 1일에 개봉했다는 데 흥행이 그리 신통치는 않은 가 보다 - 의 원작소설인 이 책은 5년간 4번, 그것도 13일의 금요일에 탈옥한 성공한 희대의 사기꾼이자 탈옥수 스티븐 러셀의 거짓말 같은 실화를 그린 이야기이다.  

  그리 별 다를 것 없는 유년시절을 보내던 어느 날 스티븐 러셀은 부모에게서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듣고는 충격을 받는다. 방화죄로 소년원에 다녀오긴 했지만 그리 삐뚤어지지 않고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탄탄한 직장과 아름다운 아내, 그리고 이쁜 딸과 단란한 가정을 이룬 모범 가장이 된다. 그러나 그에게도 감출 수 없는 비밀이 있었으니 동성에게 끌리는 성 정체성만큼은 그의 아내에게도 밝히지 않고 꼭꼭 숨겨둔다. 직장생활에서 여러 번 부침을 겪으면서 자의반 타의반 사기 행각을 벌이게 되고, 목숨을 잃어버릴 뻔한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그동안 감춰왔던 성 정체성을 공개 선언하고 자기 멋대로 삶을 살아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기죄로 감옥에 수감된 그는 감방에서 평생의 연인이 될 필립모리스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스티븐 러셀의 삶의 바늘은 오로지 필립모리스에게 맞춰지게 된다. 필립 모리스를 만나기 위해 탈옥을 감행하고, 미국의 경찰력을 비웃듯 탈옥은 번번히 성공하고 아이큐 169라는 스티븐 러셀의 천재적 두뇌는 탈옥과 사기에서 그 빛을 최고조로 발한다. 이 어느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은 저널리스트 스티븐 맥비커는 수감되어 있는 스티븐 러셀과 그의 주변 사람들과 차례로 인터뷰하면서 그의 인생역전을 책으로 펴낸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이 울고 갈만한 5년 간의 4번의 탈옥이 실제로 가능한 것일까? 이 책을 펼쳐들면서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스티븐 러셀의 기상천외하고 한편으로는 말도 안되는 탈옥이 실제로 가능했다는 사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감옥에서 만난 동료 필립모리스 - 특이한 성적 취향은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에게 한 눈에 반해 그를 만나기 위해 탈옥을 감행하고 기발한 사기 행각을 펼친 스티븐 러셀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고,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해 입을 손으로 틀어막아도 옆으로 킥킥 거리는 웃음이 세워 나오게 만들기도 하고, 엉뚱하면서도 기상천외한 사기 수법에 어이없어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의심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다시 한번 탈옥해내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모습에 왠지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등 그의 인생사 만큼이나 다양한 느낌이 들게 한다. 특히 스티븐 러셀이 보여주는 사기수법과 탈옥기술들은 일견 대단하기도 하지만, 매직펜의 잉크로 염색한 옷에 깜박 속아 넘어가거나, 에이즈 환자로 둔갑하질 않나 다이어트를 통해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유유히 빠져나오는 장면들은 사실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그가 저지른 탈옥과 사기행각이 오로지 자신의 사랑 때문이었다는 지독한 주의자인 스티븐 러셀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그렇다고 이뻐하기에는 내 취향에 영 맞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짐 캐리와 이완 맥그리거는 과연 어떻게 연기해냈을지 궁금한데 영화가 일찍 막을 내렸다니 못내 아쉽기만 하다.  

  과연 스티븐 러셀은 그의 장담대로 5번째 탈옥에 성공할 수 있을까? 괜히 조만간 “영화 필립모리스의 주인공 5번째 탈옥에 성공하다” 라는 헤드라인이 해외 토픽을 장식할 것 같은 기대가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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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 법상 스님과 함께하는 쿰부 트레킹
법상 지음 / 불광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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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하라 사막 횡단,  히말라야 트레킹, 아마존 밀림 탐험, 남극 대륙 횡단 등 “오지여행”이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전문 탐험가들이나 방송사 다큐멘터리 제작진이나 시도해볼 만한, 즉 먼 나라 사람 이야기들로만 들렸던 그런 오지 여행이 색다른 여행을 해보고자 하는 일반 사람들의 참여가 늘어가면서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전문 여행사 리스트나 여행 체험담들이 몇 십개 씩  검색될 정도로 이제는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다.  돈만 들이면 편하고 쉬운 여행들이 신문 일면을 가득 메울 정도로 많고, 베니스, 비엔나, 파리, 시드니 등 각종 여행서적이나 방송에서 그렇게 좋다고 선전하는 가볼만한 세계 유명 관광지가 얼마나 많은데 문명의 발길이 닿지 않은 불편함 투성의 저 오지 여행에 왜 이렇게 열광하는 걸까? 아마도 패키지대로 움직이는 판에 박힌 여행보다 아직 때묻지 않은 순수한 자연을 몸소 체험하면서 그 어울림 속에서 세상에 찌든 지나온 삶을 반추해보고 앞으로 살아갈 날들을 위한 새로운 희망을 가져보기 위함은 아닐까? 히말라야의 위대한 설산을 직접 눈으로 대하니 가슴에 뭔가 툭 하고 떨어지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 느낌은 그동안 자신을 짓눌렀던 세상 명리에 대한 욕심, 즉 명예, 돈, 권력들에 대한 탐욕들이 드디어 자신의 몸에서 툭 떨어져 내려 눈 녹듯 사라지고, 오직 가슴에는 위대한 자연만이 하나 가득 들어오는, 자연과 내가 오롯이 하나가 되는 물아일체(物我一體)의 경지를 느꼈다는 어느 여행 소감처럼  오지 여행의 이유가 바로 이것에 있을 지도 모르겠다. 일반인들도 마치 해탈의 경지에서나 맛볼 수 있는 경지를 비록 찰나지만 체험해볼 수 있는 데 수행과 명상을 업으로 삼고 있는 불교의 스님이라면 그 감회가 더욱 새롭고 좀 더 명징한 어떤 깨달음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인터넷 생활수행도량 ‘목탁소리’의 지도법사로서 쉽고 실천적인 가르침을 전하기 위해 글을 쓴다는 법상스님의 “히말라야,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불광출판사, 2010년 7월)은 히말라야의 아름다운 자연 풍경과 어우러진 수행자로서의 삶에 대한 관조를 오롯이 담아낸 명상 순례기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법상스님이 14일 동안 히말라야 쿰부 일대를 트레킹(Trekking)하면서 보고 느낀 자연 풍경과 그 속에 얻은 깨달음을 기록해놓은 일종의 여행기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스님은 이 책을 단순한 여행기로 보는 것을 경계하면서 머리말에서 이 책을 내면의 히말라야로 떠난 여행이며, 자신에게 있어 히말라야는 단순한 설산이 아니라 속 뜰의 깊고 드넓으며, 높고도 웅건한 지고의 지향점이기에 이 여행은 내면으로 떠나는 나를 찾는 하나의 구도의 과정이자 수행이요, 만행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말하고 있다. 즉 이 책이 여타의 여행서적처럼 히말라야 트레킹 여행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여행 안내서가 아니라 자기 안의 히말라야를 찾아가는 삶의 안내서로 봐달라고 부탁하고 있다. 그리고 세상에서는 '내가 확장되는 즐거움'에 빠져 살지만. 여행을 떠나 삶을 관조하게 되면 '내가 작아지는 즐거움', 즉 정신적 차원의 무한한 확장이 주는 즐거움이 어떤 것인지를 비로소 깨닫게 될 수 있으며, 이 책이 여행을 떠나는 모든 이들에게 자기 안에 잠재해 있던 구도의 향기를 꽃피우고, 순례의 여정을 의미 있게 만들어 줄 수 있기를, 또한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는 일상에 갇힌 이들에게 한번쯤 무거운 짐을 내려놓고 훌쩍 떠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줄 수 있다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스님은 14일 동안 느릿느릿한 발걸음으로 히말라야 곳곳을 돌아보면서 우리가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한번쯤은 귀담아 둘 필요가 있을 말씀들을 들려주고 있다. 스님은 행복에 대하여 모든 조건이 다 충족된 상태를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주어진 삶의 조건을 누리고 만끽하는 것이며, 그 무엇도 바랄 것이 없고, 추구하지 않으며, 오직 주어진 삶의 모든 조건을 받아들이면서, 작은 행복의 조각글 속에서 큰 행복의 감각을 누리는 데 있다고 행복의 비결을 들려준다. 그리고, 이렇게 느릿느릿 발걸음으로 자연을 온 몸으로 느끼며 산행하는 것이 좋다면서, 아무것도 할 것 없고, 애써 할 필요도 없는 텅빈 우주 공간과도 같은 이 시간이 얼마나 그윽하고 평화로운지 모르며  산을 찾는 즐거움이 이런 여유와 고요함을, 할 일 없음의 무위를 충분히 누리는 것에 있다고 이야기한다.  물론 이런 좋은 말씀들뿐만 아니라, 히말라야의 위대한 풍광에 대한 감탄사도 곳곳이 등장하는 데, 남체바자에서 텡보체까지의 첫번째 구간을 걸어가면서 계속해서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하는 웅대한 파노라마라고 감탄하면서 이것이 자연이 만들어 내는 장엄한 예술 작품이요 엄중한 오케스트라이고, 설산의 대서사시이며, 자신의 발걸음과 호흡과 눈에 비친 대자연이 영령한 조화를 이루며 이 모든 것들과 하나가 되어 걷는 자연과의 하나 되는 조화이자 교감이고, 우주적인 근원과 연결되는 기도요, 수행이라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별이 쏟아지는 듯한 히말라야의 밤하늘을 보면서 투명한 아름다움 앞에 도저히 내 존재를 마주 세워 두기가 부끄러울 만큼, 그 어떤 표현도 이 앞에서 누가 될 만큼 어둠 속에 저절로 빛이 나고 침묵 속에 연주되는 내 생애 최고의 아름다움이라고 경탄하기도 한다. 

 

 스님은 그동안 자신을 괴롭혀왔던 무릎 통증이 트레킹을 하면서 씻은 듯이 사라지는 체험을 하면서, 자연 치유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연 그대로의 생명력이 고스란히 살아 숨 쉬는 자연 식품을 먹거나 인공적이고 인위적인 도시를 벗어나 자연을 가까이 하고 자연의 살아 움직이는 생명력을 우리 안에 충분히 느끼고 받아들이며 그 안에 깃들어 살아야 하며, 더 중요한 것은 인위적이지 않고 억지스럽지 않으며 순리대로 사는 것, 바로 '자연스럽게' 사는 것이라고 충고한다. 또한 무소유와 청빈은 그저 하나의 선택일 뿐이며. 무소유와 청빈을 선택하되 그것만이 옳은 길이라는 생각을 버리고, 집착과 무집착의 경계마저 벗어던지는 즉, 옳고 그르며, 맞고 틀리다는 그 판단 너머에, 무분별의 지켜봄 속에 참된 진리가 있다는 것을 일깨워주기도 한다.  

 특히 스님은 앞에서도 언급한 '지금 여기',  현재의 삶에 대한 최선을 강조하고 있는데, 현재가 모든 미래를 만들어내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을 어떻게 보느냐, 어떻게 자각과 깨어있음으로 지금 여기를 살아가고 있느냐에 미래가 전적으로 달려 있으며, 내 삶의 창조자는 '지금 여기'라고 강조한다. 미래가 실현되는 순간은 언제나 현실일 뿐이기 때문에 더나은 미래는 없고, 환상적으로 부풀려지고 꾸며진 미래는 우리 생각과 상상이 만들어낸 허구일 뿐이며 우리가 부푼 기대와 추구로 기다리고 있는 미래는 결코 지금 이순간보다 더 아름답거나 신비롭지 않다고 말하면서 기다림의 끝에는 언제나 현재밖에 없기 때문에, 긴긴 기다림의 끝에 얻을 수 있는 현재를 추구할 것이 아니라 당장에 기다림이라는 중간 과정을 없애고 바로 지금 당장에 그 현재를 생생하게 살아가는 것이 더 현명하지 않겠냐고 충고한다.  

스님은 여행을 마치면서 여행 가운데 가장 아름다운 여행은 삶의 여행이기 때문에, 인생의 여정을 경건한 순례의 길로 여기는 자에게는 매 순간의 삶이 바로 거룩한 순례의 길이며, 그러한 이가 바로 구도자이자 또한 순례자이며 스님의 순례는 히말라야에서 끝나지 않고 이제부터 삶의 진짜 순례가 시작되는 것이다라고 끝을 맺는다. 

  스님은 이 책이 단순한 여행기가 아닌 삶의 안내서로 봐달라고 당부하고 계시지만, 개인적으로는 이 책은 읽는 독자가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성격이 달라질 것 같다. 스님의 트레킹 일정에 따라 책 곳곳을 수놓은 히말라야 풍광 사진을 감상해보는 일종의 포토 에세이로 읽어도, 마지막 부록으로 실린 “히말라야 트레킹 지도”와 “법상 스님께 묻는 트레킹 Q&A”를 참조하여 히말라야 트레킹을 준비하기 위한 여행 안내서로 읽어도, 아니면 히말라야 트레킹은 일종의 형식일 뿐 불교의 수행자로서 대중에게 설파하는 가르침을 담은 일종의 명상집으로 읽어도 자신이 어떤 식으로 읽느냐에 따라 받아들임이 서로 다를 것이다. 어쩌면 이 책을 규정지어 분류하는 것도 스님의 말씀처럼 집착과 분별이라는 경계지음과 같지 않을까? 히말라야나 사하라 사막 같은 거창한 오지 여행은 할 수 없겠지만 “걷기 그 자체로 걸으면 되며, 걷는 것 자체가 목적이 되도록 하라. 다만 걷되 생각에 지배되지 않고, 과거나 미래에 끌려가지 않으며 오직 텅 빈 걸음을 내딛는 것이다”라는 스님의 말씀처럼 우리가 쉽게 갈 수 있는 가까운 산과 들이라도 온 세상 시름과 욕심을 훌훌 털어버리고 가벼운 발걸음으로 걸으면서 자신의 가슴 속에 자연을 하나 가득 담아본다면 그것이 곧 명상 순례가 아닐까 생각해 보며, 올 여름 휴가때는 그런 여행을 계획해봐야겠다고 마음 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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