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러브 유, 필립 모리스 - 천재사기꾼, 사랑을 위해 탈옥하다
스티브 맥비커 지음, 조동섭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스티븐 맥비커의 “아이 러브 유, 필립모리스”(북폴리오, 2010년 6월) 표지를 보면 웃음부터 나온다. 짐 캐리와 이완 맥그리거가 주황색 죄수복을 입고 다리에는 사슬을 두르고는 앞을 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뭔가 심상치 않은 사연과 포복절도하는 웃음을 담고 있을 것이라는 상상 - 코미디 스타인 짐 캐리가 그간 출연한 영화들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 이 절로 들게 만든다. 동명 영화 - 미국에서 흥행실적은 어땠는지 알 수는 없지만 우리나라에는 2010년 7월 1일에 개봉했다는 데 흥행이 그리 신통치는 않은 가 보다 - 의 원작소설인 이 책은 5년간 4번, 그것도 13일의 금요일에 탈옥한 성공한 희대의 사기꾼이자 탈옥수 스티븐 러셀의 거짓말 같은 실화를 그린 이야기이다.  

  그리 별 다를 것 없는 유년시절을 보내던 어느 날 스티븐 러셀은 부모에게서 자신이 입양아라는 사실을 듣고는 충격을 받는다. 방화죄로 소년원에 다녀오긴 했지만 그리 삐뚤어지지 않고 유년 시절을 보낸 그는 탄탄한 직장과 아름다운 아내, 그리고 이쁜 딸과 단란한 가정을 이룬 모범 가장이 된다. 그러나 그에게도 감출 수 없는 비밀이 있었으니 동성에게 끌리는 성 정체성만큼은 그의 아내에게도 밝히지 않고 꼭꼭 숨겨둔다. 직장생활에서 여러 번 부침을 겪으면서 자의반 타의반 사기 행각을 벌이게 되고, 목숨을 잃어버릴 뻔한 교통사고를 겪으면서 그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지게 된다. 그동안 감춰왔던 성 정체성을 공개 선언하고 자기 멋대로 삶을 살아보기로 결정한 것이다. 사기죄로 감옥에 수감된 그는 감방에서 평생의 연인이 될 필립모리스를 만나 사랑하게 되고, 스티븐 러셀의 삶의 바늘은 오로지 필립모리스에게 맞춰지게 된다. 필립 모리스를 만나기 위해 탈옥을 감행하고, 미국의 경찰력을 비웃듯 탈옥은 번번히 성공하고 아이큐 169라는 스티븐 러셀의 천재적 두뇌는 탈옥과 사기에서 그 빛을 최고조로 발한다. 이 어느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은 저널리스트 스티븐 맥비커는 수감되어 있는 스티븐 러셀과 그의 주변 사람들과 차례로 인터뷰하면서 그의 인생역전을 책으로 펴낸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이 울고 갈만한 5년 간의 4번의 탈옥이 실제로 가능한 것일까? 이 책을 펼쳐들면서 처음 든 생각이었다. 그런데 책을 다 읽고 나니 스티븐 러셀의 기상천외하고 한편으로는 말도 안되는 탈옥이 실제로 가능했다는 사실에 절로 고개가 끄덕여진다. 감옥에서 만난 동료 필립모리스 - 특이한 성적 취향은 별로 맘에 들지 않는다 -에게 한 눈에 반해 그를 만나기 위해 탈옥을 감행하고 기발한 사기 행각을 펼친 스티븐 러셀의 이야기는 읽는 내내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하고, 터지는 웃음을 참지 못해 입을 손으로 틀어막아도 옆으로 킥킥 거리는 웃음이 세워 나오게 만들기도 하고, 엉뚱하면서도 기상천외한 사기 수법에 어이없어 이게 가능한 일일까 의심스럽게 만들기도 하고, 다시 한번 탈옥해내겠다고 호언장담하는 모습에 왠지 응원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하는 등 그의 인생사 만큼이나 다양한 느낌이 들게 한다. 특히 스티븐 러셀이 보여주는 사기수법과 탈옥기술들은 일견 대단하기도 하지만, 매직펜의 잉크로 염색한 옷에 깜박 속아 넘어가거나, 에이즈 환자로 둔갑하질 않나 다이어트를 통해 사망진단서를 발급받아 유유히 빠져나오는 장면들은 사실 어이가 없어 실소가 나오기도 한다. 그가 저지른 탈옥과 사기행각이 오로지 자신의 사랑 때문이었다는 지독한 주의자인 스티븐 러셀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그렇다고 이뻐하기에는 내 취향에 영 맞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로 기억에 남을 듯하다. 짐 캐리와 이완 맥그리거는 과연 어떻게 연기해냈을지 궁금한데 영화가 일찍 막을 내렸다니 못내 아쉽기만 하다.  

  과연 스티븐 러셀은 그의 장담대로 5번째 탈옥에 성공할 수 있을까? 괜히 조만간 “영화 필립모리스의 주인공 5번째 탈옥에 성공하다” 라는 헤드라인이 해외 토픽을 장식할 것 같은 기대가 드는 건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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