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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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평범했던 한 남자가 총리 암살범으로 전국에 수배령이 내리고, TV에서는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인물이 암살하는 장면이 매시간 톱뉴스로 방송된다. 자신이 암살범이 아니라고 만천하에 나서서 이야기하고 싶지만 경찰들은 그의 말을 들을려고 하지도 않고 보자마자 총질을 해댄다. 이런 “미치고 팔짝 뛰는”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된다면 과연 어떨까? 일본 차세대 작가로 손꼽히고 한국에서도 “마왕”, “사신 치바” 등으로 인기를 얻고 있는 이사카 코타로의 “골든 슬럼버(웅진지식하우스, 2008년 6월)”를 출간한지 2년여 만에 이제야 읽게 되었다. 이 책은 거대한 음모의 함정에 빠져 암살범 누명을 쓴 한 남자의 숨 막히는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라는 미국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등장하는 조금은 식상한 주제를 작가 특유의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낸 읽고 나면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감동을 느끼게 하는 그런 소설이다.  

   택배회사 직원이자 소심한 청년인 아오야기 마사히루는 우연찮게 유명 아이돌 여가수를 구해주고는 톡톡한 유명세를 치루게 되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세간의 지나친 관심이 회사에 폐를 끼치는 것 같아 회사를 그만두고 백수생활을 시작한다. 그로부터 2년 후 어느 날 발신자 불명의 우편물이 계속해서 날라 오고, 지하철 안에서 난데없이 치한으로 몰리는 이상한 일을 겪게 되는데, 그러던 중 8년 만에 대학 동아리 친구가 만나자는 전화를 받게 된다. 오랜만에 만난 친구와 반갑게 이야기 나누던 중, 친구가 건넨 생수를 마시고는 깜빡 친구의 차에서 잠이 든 후 깨어났더니 친구는 그에게 너는 함정에 빠졌으며, 케네디를 암살했던 오스왈드처럼 넌 제2의 오스왈드가 될 것이다 라는 어디서 웃어야 될지도 모르는 밑도 끝도 없는 이상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 순간 자신이 타고 있는 친구의 차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근처 도로에서 카퍼레이드를 벌이고 있던 일본 총리가 폭탄에 의해 암살을 당하는 사건이 벌어지고, 친구는 그에게 달아나라고 재촉한다. 어리둥절하여 친구의 차에서 나온 아오야기에게 인근에 있던 경찰이 다가오더니 다짜고짜 총을 쏴대고, 믿을 수 없던 친구의 이야기가 현실임을 깨닫고는 황급히 달아나게 된다. 경찰 당국은 아오야기를 암살범으로 지목하고, 아오야기가 인근 건물 옥상에서 폭탄으로 쓰였던 모형헬기를 조작하는 CCTV 화면이 결정적인 증거로 그의 얼굴과 함께 매시간 방송된다. 꼼짝없이 암살범으로 몰리게 된 아오야기, 가진 능력이라곤 2년전 아이돌 스타를 위협하던 범인을 멋지게 제압했던 유도의 밭다리 후리기 기술 하나 밖에 없던 평범하기 짝이 없는 그의 아슬아슬하면서도 가슴 따뜻해지는 감동을 불러 일으키는 도주극은 이렇게 시작된다. 도주 중에 그가 만난 사람들, 즉 동아리 후배, 연쇄살인범으로 쫓기고 있던 남자, 택배회사 동료, 병원에서 만난 가짜 환자이자 뒷골목 사내, 잠시 그의 인질이 되었던 경찰관 뿐만 아니라, 한때 그와 연인이었던 히구치와 오래전 아르바이트 했던 폭죽회사 사장과 그의 아들 등 모두는 그가 암살범이 아니라는 것을 신뢰하고 그의 도주를 물심양면으로 돕는다. 사건 3일째 되던 날 그는 자신의 결백을 생방송으로 알리는 최후의 승부수를 던지고, 경찰들은 그가 나타나기로 한 도심 공원을 경찰들이 물샐 틈 없이 포위하고 그를 기다린다.  

   이 책은 이사카 코타로의 전작인 “마왕”,“사신 치바”,“종말전 바보”에 이어  네 번째로 읽은 작품이다. 독특하고 기발한 소재를 인간에 대한 그만의 따뜻하고 애정어린 시각으로 감동스럽게 그려낸 전작들로 눈여겨 두었던 작가인터라 이번 “골든 슬럼버”에서는 어찌보면 평범한 소시민을 암살범으로 몰아가는 거대 권력의 음모, 조작된 언론 보도, 쫓고 쫓기는 아슬아슬한 추격전 등 미국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 등에 단골 소재로 등장하는 철저하게 상업적인 이야기를 과연 그만의 독특한 감성과 인간에 대한 사랑을 어떻게 풀어나갈지 자못 기대를 하면서 읽기 시작하였다.  다 읽고 나니 익숙한 소재를 책 말미까지 전혀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정도로 스릴 넘치게 그려낸 그의 탁월한 글 솜씨에 놀랐고, 인간에 대한 그의 시선이 전작들을 능가하는 더욱 따뜻하고 감동적으로 그려져 있어 읽고 나서도 쉽게 책을 놓지 못하고 다시 들춰보게 만드는 긴 여운을 남긴다.  주인공은 영화 “다이하드”의 브루스 윌리스나 “도망자”의 해리슨 포드처럼 자신을 함정으로 빠뜨린 거대한 음모를 밝혀내고 악당들을 물리치는 그런 전형적인 영웅적인 모습과는 거리가 먼, 도주 내내 소심하고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준다. 그를 함정에 빠뜨린 음모도 “사건 20년 뒤”라는 챕터에서 추측성 기사로 미뤄 짐작해볼 수 있을 뿐 결국 사건의 전말과 음모의 배후는 속 시원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처럼 평범한 소시민인 아오야기가 매번 경찰을 감시망을 따돌리고 도주에 성공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습관처럼 내뱉는 말인 “습관과 신뢰”는 오래전부터 자신과 인연이 닿았던 사람들 뿐만 아니라 도주 중 우연찮게 만나는 사람들조차도 그가 범인이 아니라는 것을 믿게 만들어, 결국 그들의 도움으로 경찰의 포위망과 첨단 감시 체계를 뚫고 아슬아슬하게 도주를 가능케한 원동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오야기의 인간에 대한 신뢰와 그리고 진실된 마음이야말로 그동안 보아왔던 어느 소설이나 영화 속 주인공들보다도 더 강력한 그의 무기인 셈이다. 작가가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도 기가 막힌 플롯이나 반전, 화려한 액션이 아니라 바로 인간에 대한 신뢰와 진실이 가지는 힘의 가치가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그래서 책의 마지막 쳅터인 “사건 석달 뒤”에서 작가의 의도대로 결말을 맺는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저절로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지어지고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그런 감동을 느낄 수 가 있었다. 

통속적인 스토리를 이만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이사카 코타로의 글 솜씨에 다시 한번 경탄하게 한 이 작품은 이미 일본에서는 2008년 일본서점 대상 1위를 차지했고, 그해 우리나라에서도 출간되면서 인터넷 서점에서 이 책에 대한 서평이 백 여개가 넘게 올라올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고 하니 가히 그 인기를 짐작할 만하다. 이 책은 일본에서 영화화되어 올 1월 개봉되어 “일본 언론과 관객이 선정한 최고의 영화”로 꼽히면서 엄청난 흥행실적을 거두었고, 우리나라에도 곧 개봉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일본 드라마 “런치의 여왕”에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팬이 되었던 타케우치 유코가 아오야기의 연인 “히구치 하루코”를 어떻게 연기했을지 무척 궁금하다. 영화 개봉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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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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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고 이제는 중견작가로서 입지를 굳힌 하성란 작가는 이름은 자주 들어봤지만 작품은 이번에 읽게 된 “A"(자음과 모음, 2010년 7월)이 처음이었다. 광신도들의 집단 자살로 유명했던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시멘트 공장에서 일어난 의문의 집단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여인들의 나신(裸身) 위에 굵고 검은 글씨체로 크게 씌여진 ”A"가 강렬한 표지 때문에 첫 페이지부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난 지금 느낌은 만족스러움과 동시에 혼란스러움도 같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었다.  

 가난했던 1960년대, 홍수 피해로 폐허가 되다 시피 한 시골 마을에 그 당시 국민차로 불리우던 “시발” 자동차를 타고 낯선 여인이 찾아온다. 이쁜 구두를 진흙 밭에 빠져도 개의치 않던 그 여인은 그 마을에 신작로와 다리를 내고, 시멘트 공장을 건설하여 “신신양회”라는 회사를 세운다. 시멘트 공장 식당에는 어떻게 모였는지 모르는 7명의 여인들이 사장인 그녀를 “어머니”라 부르며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낳아 키우며 오순도순 자매처럼 모여 산다. 회사는 1970년대 불어 닥친 경제개발 붐과 신신양회의 계열사인 서울에 있던 관광 상품용 공예품을 만드는 공장이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 특수 덕에 큰 수익을 거두면서 급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무리한 공장 확장과 연료로 쓰던 폐기물 파동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되고, “어머니”와 그녀들, 그리고 “삼촌”이라 부르던 남자 등 총 24 명이 공장 천장에서 집단 자살한다. 사건 조사 결과 남자 한 명이 어느 누구도 저항하지 않은 모두를 교살했으며 그 또한 목을 매달아 자살한 것으로 결론이 나고, 언론에서는 신흥 종교의 광신도들의 집단 자살로 추측 보도를 한다. 그러나 어느 하나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은 그렇게 미궁으로 종결하게 된다. 그날 사건으로 죽은 여자들 중 한 명의 딸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나’는 사건이 일어나던 당시 집단 자살의 현장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였지만 맹인이었던 탓에 직접 목격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현장에 모여 있던 “어머니”와 “엄마”들을 죽인 사람이 결코 어렸을 때부터 자신들을 돌보던 삼촌이 아니라 또 다른 남자였다는 것과 자신을 죽이려던 그의 차가운 손길 또한 생생이 기억하지만 수사과정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그녀들의 자식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3년 뒤 “나”의 언니인 정인이 신문에 광고를 내서 “엄마”들의 자녀들을 이제는 낡고 폐허가 된 시멘트 공장으로 불러 모은다. 예전 공장 숙소에서 마치 형제자매처럼 옹기종기 모여 살던 생활을 그리워했던 그들은 다시 모여 살게 되고, 2년 후 ‘신신양회의 아이들’ 중 한 명인 기태영이 수소문 끝에 찾아낸 자신의 생부의 도움으로 신신양회를 재건하게 되면서 그와 합류하게 되면서, 그들은 그들의 엄마들처럼 신신양회에서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시멘트 공장은 예전처럼 다시 가동하게 되면서 승승장구하게 되지만, 침체에 빠진 건설경기와 건설업, 레미콘 사업 등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회사는 부도 위기에 빠져 버린다. 오래전 광신도들에 의한 집단 자살 사건이 언론에 다시 부각되고, 그 당시 실종되었던 기자가 결국 살해당해 암매장되었다는 석연치 않은 자수자가 나서면서 회사는 결국 문을 닫게 되고 그들만의 공동체를 꿈꿨던 신신양회의 아이들은 공장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게 된다. 

 광신도들의 집단 자살과 그 배후에 있는 어둡고 차가운 세력, 유명 연예인들에게 배달되는 “A"란 글자가 선명한 의문의 편지, 그리고 자신들의 ”엄마“들에 이어 다시 한번 공동체 생활을 꿈꾸는 아이들 등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소재로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고 독특한 이야기 전개가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전개로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주인공인 ”나“가 전문작가가 아니라 엄마들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는 형식의 일종의 고백인 탓이기도 하겠지만, 시간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깨어진 거울의 단편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과거 이야기들은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게 했다. 또한 이 책의 제목이자 아마조네스(Amazon), 엔젤(Angel), 주홍글씨에서 간음과 원죄를 뜻하는 A(Adultary) 등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A"는 결혼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이 사랑을 나누고 애를 낳았던 그들의 엄마들처럼 공동체를 구성할 건강하고 현명하고 강한 아이를 낳게 해줄 사회적인 영향을 갖춘 남자들- 주로 책에서는 연예인들이 대상이 된다 - 에게 보낸 비밀 편지이기도 하는 데, 어떤 내용으로 그들을 유혹해 냈는지, 책에 잠시 등장한 아이돌 가수 ”김준“은 어떻게 그녀를 만나 아이를 갖게 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어머니“와 ”엄마“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비밀은 무엇인지, “나”가 그 어두운 천장에서 느낀 차가운 손의 정체는 무엇인지, 실종된 기자가 살해 되었다고 자백한 사람의 정체나 신신양회의 과거를 조사하던 최영주 기자에게 털어놓은 “나”의 이야기는 무엇인지 어느 하나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끝을 맺어 마치 미완의 소설을 읽은 것처럼 궁금증만 더욱 커지게 만든다.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둔한 독자의 일개 푸념일 수 도 있겠지만, 깨어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다시 맞춰 거울을 완성해냈지만 거울에 비쳐진 모습들이 더 이상하고 불명확스러운, 기대했던 만큼이나 혼란스러움과 실망감도 컸던 그런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과연 이번 작품이 작가의 문학적 실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작품들도 이러한 경향이었는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 본 후에야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해 제대로 평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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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틀라잇 - 패러디 트와일라잇
하버드 램푼 지음, 변용란 옮김 / 바다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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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들어 소설, 방송, 영화계 최고의 아이콘은 사람의 피를 빨아먹는다는 “뱀파이어”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러한 인기의 시발점은 역시 뱀파이어와 인간의 사랑이야기를 그린 “트와일라잇”의 영향 때문이라 할 수 있는데, 원작 소설도 1편이 출간되자마자 “해리포터” 완결편을 끌어내리고 각종 서점 1위를 차지하더니, 영화로 각색된 1편이 전 세계에서 3억 8000만 달러를 거둬들였고, 2편은 “뉴문”도 개봉 2주 만에 제작비의 다섯배를 벌어들이는 대 흥행 실적을 거두었다고 한다. 올 7월에 개봉한 3편 “이클립스”도 1,2편만큼은 아니지만 개봉하자마자 북미 박스오피스 1위 자리를 차지하고는 롱런 태세를 갖추고 있다니 그 인기가 가히 짐작할 만하다. 서양 귀신의 대명사이자 공포 영화의 단골 소재로 공포와 금기의 존재이기만 했던 뱀파이어 이야기가 이렇게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트와일라잇에 등장하는 뱀파이어들은 우리가 그동안 공포영화를 통해서 접해온 날카로운 송곳니와 붉은 눈, 피를 갈구하는 끔찍한 모습이 아니라 조각같은 외모와 초능력, 그리고 인간 여인을 지키려는 지고지순한 사랑이라는, 어릴 적 순정만화나 하이틴 로맨스에서나 등장할 법한 그런 멋있고 매력적인 모습으로 그려진다. 심지어 나 같은 남자가 봐도 참 멋있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니 뱀파이어의 아름다움과 위험한 매력에 여성들이 열광하는 것도 어찌 보면 당연하다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트와일라잇이 대 흥행을 거두자 여기저기서 아류작들이 쏟아져 나왔다. 소재도 뱀파이어에서 타락천사, 늑대인간 등으로 다양해졌고, 만화, 애니메이션, TV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로 만들어져, 케이블 TV 영화채널을 보다보면 하루에도 몇 편씩 만나볼 수 있다고 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것이다. 여기 트와일라잇을 소재로 한 또 하나의 책을 만났다. 이번에는 트와일라잇에게 바치는 오마주나 또는 그 인기에 편승하여 제작되는 고만고만한 아류작이 아니라 아예 작정하고 조롱하고 비꼬고 우스꽝스럽게 만들어버린 “패러디” 소설이다. 지금으로부터 100년도 훨씬 전인 1876년 하버드 대학 재학생들이 만들었다는 서양에서 가장 오래된 유머 잡지 “하버드 램푼 Harvard Lampoon"에서 만들었다는"나이틀라잇 Nightlight: A Parody(바다출판사, 2010년 7월)”이 바로 그 책이다.  

  책은 패러디 소설답게 주인공 이름부터 벨라 스완은 벨 구스로, 에드워드 컬렌은 에드워트 멀렌으로 개명을 한다. 스토리 전개는 원작의 기본적인 사건 전개를 그대로 따르고 있지만 사건은 절로 실소가 나올 정도로 매번 비비꼬이고 어처구니없이 변형된다. 원작처럼 벨은 엄마의 재혼으로 피닉스를 떠나 아버지가 있는 오리건 주, 스위치블레이드로 전학을 온다. 원작처럼 조용하고 차분한 성격의 소녀가 아니라 툭하면 넘어지고 손대면 망가뜨리고, 모든 남자들이 자신에게 반해버리며 심지어 세무서와 전기회사에서도 자신에게 연애편지를 보내온다고 생각하는 과대망상증 환자에, 댄스 파티에서 무대에 올라서기만 하면 댄스장에서 폭동이 일어나버리는 참 어처구니 없는 소녀이다. 역시 원작처럼 아버지에게 초대형 트럭을 선물받아 등교를 한다. 전학 온 첫날부터 원작을 연상시키는 멋진 외모의 에드워트 멀렌을 만난 벨은 여학생들과 절대 데이트 하는 법이 없다는 친구의 말을 듣고 자기가 그의 첫 여자친구가 될 것을 확신하며 흐뭇해한다. 그를 유심히 관찰하기 시작하면서 그에게서 왠지 모를 이상한 점들을 발견하고는 그가 뱀파이어라는 결론을 내린다. 동아리 모집에서 에드워트가 만든 기괴한 클럽 ‘가격 탄력성 클럽’에 가입한 벨은 쇼핑 클럽 친구들과 시내에 나갔다가 우연히 에드워트의 도움을 받으면서 서로 정식으로 사귀게 된다. 기상천외한 클럽 활동에 열중하던 중, 처음 친구를 집에 초대한다는 에드워트의 집에 가서 성형외과 의사라는 아버지와 별난 어머니를 소개받고 온통 유리로 지어진 대저택을 보게 되고는 그가 뱀파이어라는 확신은 더욱 굳어진다. 에드워트가 자신의 목덜미를 깨물어 자신을 뱀파이어로 만들어주기를 바라며 늦은 밤 공동묘지, 즉 아예 자리를 펼치지만 어찌 에드워트는 자신의 집처럼 익숙한 분위기였을 공동묘지에서 귀신이 나올까 덜덜 떠는 그런 모습을 보여준다. 시간이 지나고 깨물 생각을 안하던 찰나, 드디어 이야기는 원작의 틀을 벗어나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옆으로 빠져 산으로 가버린다. 공동 묘지에서 검은 망토를 입고 긴 송곳니를 드러낸 전형적인 뱀파이어가 짜짠 하고 깜짝 등장하고 만 것이다! 이때부터 이야기는 갈수록 허무맹랑 황당 엽기로 치닫게 된다. 

  패러디 소설의 재미는 원작을 어떻게 비비꼬았는지를 하나하나 확인해보는 것 일텐데, 아쉽게도 트와일라잇은 원작소설을 읽진 못했고 영화만 봐서 세세하게 어떤 부분이 변형되고 비틀어졌는지는 확인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원작을 토대로 한 영화와 비교해 봐도 그 패러디 정도가 어떤지 쉽게 짐작이 되는 것을 보면 원작을 읽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킥킥대는 웃음을 참지 못하거나, 아니면 마치 다비드 조각상처럼 아름답고 멋있는, 소녀들 뿐만 아니라 결혼한 아주머니들도 한 눈에 반해버렸다는 미남자 에드워드 켈렌을 이렇게 망쳐놓다니 하는 분노에 일찌감치 책을 바닥에 집어던졌을 수도 모르겠다. 책은 원작을 보지 못한 내가 읽어봐도 마치 유머 콩트를 한편 보는 것처럼 황당하면서도 재미있다. 다만 종종 서양 시트콤을 보면 도대체 왜 저렇게 웃는 거지 하고 이해가 안되던 것처럼 서양인들의 웃음 코드를 기반으로 한 이 책의 유머가 이해가 안되서 웃기다는 생각보다는 참 유치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어쩔 수 가 없었다. 이 책이 트와일라잇을 좋아하는 팬들에게 또 다른 즐거움이 될지, 아니면 원작의 인기에 편승하는 불경스러운 책이 될 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을 읽는 짧은 시간 동안 황당한 유머에 눈살을 찌푸리다가도 천연덕스럽게 시침을 떼고 이야기를 전개하는 작가의 유머와 재치에 절로 웃음이 나게 하는 유쾌하고 즐거운 책 임에는 분명하다 할 것이다. 순서가 거꾸로 되긴 했지만 괜히 말랑말랑할 것만 같아 읽지 않았던 트와일라잇을 한 번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나서 이 책을 다시 읽으면서 원작이 어떻게 변형되고 비비꼬였는지를 확인해보면 더욱 재밌고 즐거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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엠퍼러 1 - 로마의 문
콘 이굴던 지음, 변경옥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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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이우스 율리우스 카이사르.  

갈리아(지금의 프랑스)를 정복하고 이집트의 여왕이자 지금도 미녀(美女)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클레오파트라와의 멋진 로맨스를 벌이던, “주사위는 던져졌다", "부루투스, 너마저도" 라는, 지금도 심심찮게 희자되는 명언을 남겼으며, 자신이 살아있는 동안 황제에 오르지 않았는데도 그의 이름은 황제를 지칭하는 말로 쓰이고(독일어인 카이저(kaiser), 러시아에서는 차르(czar)가 바로 그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성경(聖經)에도 등장하는('가이사르의 것은 가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에게 돌려라'  루가 20:25) 지금으로부터 2000년 전의 로마의 정치가이자 군인으로 우리에게는 영어식 발음인 “시저(Caesar)"로 더 잘 알려진 그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상식 전부이다. 2009년 미국의 경제잡지 포브스가 선정한  '역사상 가장 강력한 인물 7인' 에 진시황, 나폴레옹 등을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는 그는 어쩌면 서양 역사상 가장 중요한 인물 중의 한 사람으로 꼽는데 전혀 부족함이 없는 그런 영웅일 것이다. 콘 이굴던의 “엠퍼러 1 - 로마의 문”(소담출판사, 2010년 7월)는 카이사르를 그린 역사 소설 시리즈의 첫 번째 권으로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카이사르의 유년기와 청년기를 다루고 있으며, 마치 카이사르가 성큼 성큼 걸어 나와 우리 앞에 마주서는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수천년 전의 로마와 등장인물들을 세밀하고 생생하게 그려 재미와 몰입감이 뛰어난 소설이다. 

  로마시 외곽에 영지를 소유하고 있고, 원로원 의원을 역임하고 있는 "율리우스"를 아버지를 둔 “가이우스”와 창녀의 자식이라는 비천한 신분이지만 가이우스의 집에서 살고 있는 "마르쿠스"는 신분의 차이를 넘어 둘도 없는 친구로 유년시절을 보낸다. 11세가 되던 날, 율리우스는 유명한 검투사 “레니우스”를 두 아이의 선생으로 맞아들이고, 레니우스의 호되고 모진 교육을 받으면서 둘은 멋지고 다부진 청년으로 성장한다. 그로부터 3년 후 14세가 되던 해에 레니우스는 마지막 가르침으로 제자들과 최후의 대결을 벌이고, 가이우스는 크게 부상을 당하고 레니우스도 한 팔을 잃고야 마는데, 마침 여행 중이었던 신비의 노인 “캄베라”가 그들을 치료해주게 된다. 공교롭게도 그때 로마에서 식량 폭동이 일어나고, 촉도로 변한 노예들이 가이우스의 집으로 쳐들어오게 되고, 가이우스 일행은 집 안의 노예들과 함께 그들을 힘겹게 막아내지만 가이우스의 아버지 율리우스는 그만 목숨을 잃고야 만다.  가이우스는 자신의 외삼촌이자 로마의 집정관인 “마리우스”에게 의탁을 하게 되고, 마르쿠스는 마리우스의 추천으로 스승인 레니우스와 함께 마케도니아로 떠나게 된다.  가이우스는 마리우스의 후견으로 아버지의 뒤를 이어 노빌리타스(로마공화정 때 형성된 신귀족으로, 원로원 신분 중에서도 최상층에 속함)의 직을 승계하고, 로마 귀족 사교계에서 주목받는 청년이 된다.  마리우스는 원로원들을 회유하여 자신의 정적인 "슐라"를 그리스 반란군과의 전쟁에 내보내고는 로마를 장악하고, 슐라가 다시 로마로 돌아올 것을 대비하여 로마를 요새화한다.  1년 후 그리스 반란군과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 슐라는 자신의 군대를 거느리고 로마로 되돌아오고, 17세로 어엿한 청년이 된 가리우스는 외숙부의 전쟁에 참여하기 앞서 자신과 사랑을 나눈 “코르넬리아”와 서둘러 결혼을 한다.  마침내 결전의 날, 도시에 위장 잠입해 있던 슐라의 비밀 부대에 의해 성문이 열리고 전쟁에 패한 마리우스는 살해당하고, 전쟁 중에 생포된 가리우스도 사랑하는 아내를 남겨둔 채 추방을 당하고, 일행들과 함께 이집트로 떠나 로마 해군에 복무하게 된다. 한편 마케도니아에서의 2년 복무기간을 훌륭히 마친 마르쿠스는 가이우스의 소식을 전해 듣고 자신의 맹세인 가이우스의 검이 되기 위해 부대를 떠나려 하지만, 그의 사정을 이해한 사령관의 배려로 가리우스의 남은 복무기간인 1년하고 하루를 군단에서 더 복무할 수 있게 된다.

 책 소개글을 보니 이 책은 카이사르라는 인물을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으로 다시 구현해낸 일종의 역사 팩션 소설로 분류하는 것이 맞을 것이다. 책의 마지막에 실린 역자 주해에 보면 작가는 그 이유를 카이사르 인생 초년기에 대해서는 역사적으로 알려진 사실이 매우 적기 때문에, 가능한 한 그 당시의 사료와 자신의 상상력을 동원하여 카이사르에게 당시 로마 이류 가문의 소년이 누렸을 만한 유년 시절을 부여해 주었다고 밝히고 있다. 작가가 설정한 각종 장치들, 즉 가이우스와 마르쿠스의 스승으로 레니우스라는 가상의 인물을 등장시키고- 책에서는 레니우스 못지않게 흥미로운 인물로 마법같은 의술과 예언능력을 가진 신비의 노인인 캄베라가 등장하는데, 실존인물 여부는 작가가 따로 언급을 하지 않아 모르겠지만 앞으로 가이우스와 운명을 함께할 든든한 동반자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매력적인 인물이다.-, 훗날 카이사르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브루투스를 그의 친구로 설정 - 마지막 페이지에서 마르쿠스의 전체 이름, 즉 “마르쿠스 브루투스”가 등장하는 장면에서는 멍해지는 그런 느낌마저 들었다 -한 점, 실제로는 외삼촌이 아니라 고모부였던 마리우스와 그의 정적인 슐라 와의 몇 년에 걸친 전쟁을 압축해서 묘사한 점들은 딱딱한 역사책 속 이야기를 더욱 생동감있고 매력적으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처럼 역사적 사실과 작가의 상상력을 전혀 이질감없이 조화롭게 엮어낸 작가의 글솜씨는 같은 로마시대를 다뤄 크게 인기를 끌었던 영화 “글래디에이터”나 드라마 “스파르타쿠스”를 보는 것처럼 이 천년 전 세계 제일의 도시인 로마의 모습과 그저 역사 책 속에서나 존재했던 카이사르를 생생하게 구현해내 마치 눈 앞에 등장하는 현실 속의 영웅으로 새롭게 창조해내어 580 페이지에 달하는 만만치 않은 분량임에도 전혀 지루함이 없이 술술 읽히게 만들 정도로 재미와 몰입감이 뛰어나다. 이제 2권부터는 카이사르와 마르쿠스는 파란만장했던 유년과 청소년 시절을 마치고 이제 다시 만나 로마라는 거대한 복마전 속에서 자신들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해 본격적인 전쟁을 벌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그 끝은 알고 있지만 가이우스와 마르쿠스가 엮어낼 우정과 야망, 그리고 배신이 어떻게 전개될 지 다음 권들이 더욱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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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규나 소설
김규나 지음 / 뿔(웅진) / 2010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단편소설의 묘미는 한정된 분량 안에 이야기를 얼마나 제대로 담아내느냐에 있을 것이다. 많은 이야기를 담으려고 욕심을 내다 보면 기승전결의 흐름이 없이 이야기의 소개에 그치게 될 것이고, 분량에 얽매이다 보면 독자들에게 어떤 재미나 감흥도 없는 그저 밋밋하고 짧은 이야기에 그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 작가인 김규나의 첫 번째 단편 소설집인 “칼”(뿔, 2010년 7월)은 11편의 짧은 이야기들에 등장하는 이야기들은 마치 한권 한권 장편소설을 읽은 것처럼 이야기의 전개와 묘사가 뛰어나서 오랜만에 단편 소설을 읽는 맛을 제대로 느끼게 해준 그런 소설이다. 

 책에는 표제작이자 작가에게 2007년 조선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안겨준 “칼”을 시작으로 총 11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각 단편들에는 하나같이 상처입고 때론 버림받기까지 한 소외감과 상실감으로 고통받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하룻밤 찰나의 사랑을 나눈 남녀가 시체와 부검의로 마주하게 되는 “칼”, 자신의 이야기를 가로챈 친구에게 여자까지 뺏기고 만 남자 이야기인 “뿌따뽕빠리의 귀환”, 무능한 남편 대신 생활전선에 나섰지만 점점 남편과 가족들에게 소외당하는 아내의 이야기인 “테트리스 2009”, 어린 시절 엄마에게 버림받고 할머니 손에 자라다가 훗날 커서 다시 엄마를 만나 같이 살게 되었지만 그런 엄마를 미워하는 “퍼플레인” 등 모두가 가슴에 큰 상처들을 앉고 살아가는, 결코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다. 그들이 간직하고 있는 상처에 대한 사연이 소개되고, 그런 상처를 준 또 다른 등장인물과의 갈등이 극에 달한 후 자살(죽음), 체념, 반항, 이혼 등 이야기는 각각의 방식으로 결론을 맺는다. 각 편당 20~30페이지의 짧은 분량 안에 작가는 등장인물의 소개와 각각의 사연들, 그리고 갈등의 고조와 해결이라는 이야기의 서사를 치밀하고 충실하게 담아내고 있어 한편 한편이 읽는 맛이 모두 다르게 느껴지고, 마치 11편의 장편을 읽는 듯한 그런 묘미를 느끼게 한다. 

  11편 중에서 개인적으로는 표제작인 “칼”과 마지막 편인 “바이칼에서 길을 묻다”가 인상적이었는데, 그중 “칼”을 소개해본다. “당신”이라 지칭하는, 차가운 시체가 되어 부검대에 오른 “그”와 시체의 얼굴을 알아보고 놀라는 부검의 “그녀”의 만남에서 시작된다. 그들은 이렇게 재회하기 사흘 전 금요일 밤 나이트클럽에서 만나 하룻밤을 같이 보내며 찰나의 사랑을 나눈 그런 사이였다. 그녀는 의사를 “하늘이 내려준 직업”이라며 감사해하는 의사 아버지가 단순 의료 사고로 결국 폐인이 되는 것을 보고 의료사고가 걱정이 없는 부검의가 되어 3년째 국과수에서 근무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수석 바이올리니스트로 안정되고 잘 “조율”된 삶을 살고 있었던 “당신”은 행복한 줄로만 알았던 아내의 불륜을 알게 되고는 바이올린 줄이 끊어지는 그런 충격을 받는다. 정기 공연이 있던 날 연주 중에 바이올린 줄이 끊어지는, 아내의 불륜에 이어 두 번째 줄이 끊어지는 충격을 받은 “당신”도 그날 저녁 나이트클럽으로 향하게 되고, 당신은 그곳에서 그녀를 만나게 되고는 서로에게 강렬히 끌려 호텔에서 하룻밤 사랑을 나누게 된다. 외박 후 들어간 당신의 집, “서로 힘들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라는 아내의 한마디에 연습실에서 괴로워하던 당신은 팽팽하게 조여진 마지막 줄만은 당신 손으로 끊고 싶어했던 순간이 바로 지금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는 약을 입에 털어 넣고는 아내에게 다가가다가 그만 수석에 머리를 부딪혀 죽게 된다. 당신의 시체를 부검하면서 그녀는 당신과의 하룻밤을 떠올리고, 부검이 끝난 후 그녀는 갑자기 잊고 있었던, 잊으려고 애썼던 아버지가 견딜 수 없이 보고 싶어진다. 다음 주검 앞에 선 그녀의 발이 휘청거리고 손이 바르르 떨리는 걸 아무도 알지 못한다. 

 작가 프로필을 보니 이번 단편과 수필집, 여러 작가들과 함께 작업한 작품들은 있지만 아직 본격적인 장편은 없는 듯하다. 이번 단편집에서 장편을 연상케 하는 인물 설정과 서사적 전개와 결말에 있어 녹록치 않은 필력을 보여주었듯이 그녀의 장편 소설 또한 훌륭한 재미와 감동을 우리에게 선사할 것으로 기대가 된다. "내가 쓴 한 줄이 당신의 심장을 따사롭게 어루만져 줄 수 있다면 좋겠다“는 그녀의 바램이 올곧이 담겨진 그녀의 장편을 벌써부터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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