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하성란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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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종 문학상을 수상하고 이제는 중견작가로서 입지를 굳힌 하성란 작가는 이름은 자주 들어봤지만 작품은 이번에 읽게 된 “A"(자음과 모음, 2010년 7월)이 처음이었다. 광신도들의 집단 자살로 유명했던 ”오대양 사건“을 모티브로 한 시멘트 공장에서 일어난 의문의 집단 자살이라는 자극적인 소재와 여인들의 나신(裸身) 위에 굵고 검은 글씨체로 크게 씌여진 ”A"가 강렬한 표지 때문에 첫 페이지부터 기대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다 읽고 난 지금 느낌은 만족스러움과 동시에 혼란스러움도 같이 느껴지는 그런 소설이었다.  

 가난했던 1960년대, 홍수 피해로 폐허가 되다 시피 한 시골 마을에 그 당시 국민차로 불리우던 “시발” 자동차를 타고 낯선 여인이 찾아온다. 이쁜 구두를 진흙 밭에 빠져도 개의치 않던 그 여인은 그 마을에 신작로와 다리를 내고, 시멘트 공장을 건설하여 “신신양회”라는 회사를 세운다. 시멘트 공장 식당에는 어떻게 모였는지 모르는 7명의 여인들이 사장인 그녀를 “어머니”라 부르며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들을 낳아 키우며 오순도순 자매처럼 모여 산다. 회사는 1970년대 불어 닥친 경제개발 붐과 신신양회의 계열사인 서울에 있던 관광 상품용 공예품을 만드는 공장이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 특수 덕에 큰 수익을 거두면서 급성장하게 된다. 그러나 무리한 공장 확장과 연료로 쓰던 폐기물 파동으로 인한 환경오염 문제가 크게 이슈화되면서 빚더미에 앉게 되고, “어머니”와 그녀들, 그리고 “삼촌”이라 부르던 남자 등 총 24 명이 공장 천장에서 집단 자살한다. 사건 조사 결과 남자 한 명이 어느 누구도 저항하지 않은 모두를 교살했으며 그 또한 목을 매달아 자살한 것으로 결론이 나고, 언론에서는 신흥 종교의 광신도들의 집단 자살로 추측 보도를 한다. 그러나 어느 하나 확실히 밝혀지지 않은 채 사건은 그렇게 미궁으로 종결하게 된다. 그날 사건으로 죽은 여자들 중 한 명의 딸이자 이 소설의 화자인 ‘나’는 사건이 일어나던 당시 집단 자살의 현장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생존자였지만 맹인이었던 탓에 직접 목격을 하지 못한다. 그러나 그 현장에 모여 있던 “어머니”와 “엄마”들을 죽인 사람이 결코 어렸을 때부터 자신들을 돌보던 삼촌이 아니라 또 다른 남자였다는 것과 자신을 죽이려던 그의 차가운 손길 또한 생생이 기억하지만 수사과정에서 입을 굳게 다물고, 그녀들의 자식들은 뿔뿔이 흩어진다. 3년 뒤 “나”의 언니인 정인이 신문에 광고를 내서 “엄마”들의 자녀들을 이제는 낡고 폐허가 된 시멘트 공장으로 불러 모은다. 예전 공장 숙소에서 마치 형제자매처럼 옹기종기 모여 살던 생활을 그리워했던 그들은 다시 모여 살게 되고, 2년 후 ‘신신양회의 아이들’ 중 한 명인 기태영이 수소문 끝에 찾아낸 자신의 생부의 도움으로 신신양회를 재건하게 되면서 그와 합류하게 되면서, 그들은 그들의 엄마들처럼 신신양회에서 공동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시멘트 공장은 예전처럼 다시 가동하게 되면서 승승장구하게 되지만, 침체에 빠진 건설경기와 건설업, 레미콘 사업 등 무리한 사업 확장으로 회사는 부도 위기에 빠져 버린다. 오래전 광신도들에 의한 집단 자살 사건이 언론에 다시 부각되고, 그 당시 실종되었던 기자가 결국 살해당해 암매장되었다는 석연치 않은 자수자가 나서면서 회사는 결국 문을 닫게 되고 그들만의 공동체를 꿈꿨던 신신양회의 아이들은 공장을 떠나 다른 곳에 정착하게 된다. 

 광신도들의 집단 자살과 그 배후에 있는 어둡고 차가운 세력, 유명 연예인들에게 배달되는 “A"란 글자가 선명한 의문의 편지, 그리고 자신들의 ”엄마“들에 이어 다시 한번 공동체 생활을 꿈꾸는 아이들 등 자극적이고 흥미로운 소재로 독자를 확 끌어당기는 그런 매력을 가지고 있고 독특한 이야기 전개가 색다른 재미를 주기도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현재와 과거를 오가는 종잡을 수 없는 이야기 전개로 읽는 내내 혼란스러웠다. 주인공인 ”나“가 전문작가가 아니라 엄마들과 자신들의 이야기를 두서없이 늘어놓는 형식의 일종의 고백인 탓이기도 하겠지만, 시간 순서에 따라 차근차근 이야기를 전개하는 것이 아니라 마치 깨어진 거울의 단편처럼 불쑥불쑥 튀어나오는 과거 이야기들은 전체 이야기의 흐름을 이해하는 데 상당히 애를 먹게 했다. 또한 이 책의 제목이자 아마조네스(Amazon), 엔젤(Angel), 주홍글씨에서 간음과 원죄를 뜻하는 A(Adultary) 등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는 "A"는 결혼에 구속되지 않고 자유로이 사랑을 나누고 애를 낳았던 그들의 엄마들처럼 공동체를 구성할 건강하고 현명하고 강한 아이를 낳게 해줄 사회적인 영향을 갖춘 남자들- 주로 책에서는 연예인들이 대상이 된다 - 에게 보낸 비밀 편지이기도 하는 데, 어떤 내용으로 그들을 유혹해 냈는지, 책에 잠시 등장한 아이돌 가수 ”김준“은 어떻게 그녀를 만나 아이를 갖게 했는지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는다. 그 외에도 ”어머니“와 ”엄마“들을 죽음에 이르게 한 그 비밀은 무엇인지, “나”가 그 어두운 천장에서 느낀 차가운 손의 정체는 무엇인지, 실종된 기자가 살해 되었다고 자백한 사람의 정체나 신신양회의 과거를 조사하던 최영주 기자에게 털어놓은 “나”의 이야기는 무엇인지 어느 하나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끝을 맺어 마치 미완의 소설을 읽은 것처럼 궁금증만 더욱 커지게 만든다.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지 못하는 우둔한 독자의 일개 푸념일 수 도 있겠지만, 깨어진 조각들을 하나하나 다시 맞춰 거울을 완성해냈지만 거울에 비쳐진 모습들이 더 이상하고 불명확스러운, 기대했던 만큼이나 혼란스러움과 실망감도 컸던 그런 책으로 기억될 것 같다.  과연 이번 작품이 작가의 문학적 실험에 의한 것인지, 아니면 기존 작품들도 이러한 경향이었는지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어 본 후에야 그녀의 작품세계에 대해 제대로 평을 내릴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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