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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
임광명 지음 / 클리어마인드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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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교를 믿지 않는 무신론자이지만 고즈넉한 옛 사찰의 법당 앞에 서면 옷깃이 절로 여며진다. 보통은 법당 안으로 들어서지 않고, 대웅전 앞 마당의 탑이나 범종을 구경하곤 하지만 법당 안으로 들어가게 될 경우에는 법당 앞 댓돌에 놓은 신발을 비뚤어짐은 없는지 다시 한번 신발의 코를 가지런히 맞추고, 부처께 삼배(三拜)를 올리지는 않지만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두발을 가지런히 붙이고 서서 같이 간 분의 절이 끝날 때까지 기다린다. 종교에 대한 믿음(信心)과는 상관없이 불교의 성소(聖所)라는 사찰이 주는 그 경건함에 절로 경도되었기 때문일테다. 오스트리아 비엔나 시내에서 만났던 슈테판 대성당에서도 왠지 범접할 수 없는 그런 기분에 옷깃을 여미게 되고, 절로 두 손을 모아 절대자에게 기도를 올리고 싶은 그런 기분이 들었던 것도 비록 종교는 다르지만 마찬가지의 경험일 것이다. 이처럼 종교적 건축물들은 사람의 마음을 엄숙하게 하는 그런 무언가가 있다. 그래서 내가 아는 지인(知人)은 자신도 종교를 믿지는 않지만 삶에 지치고 힘들 때 가끔씩 동네 성당에 가서 신도석에 앉아 하염없이 정면 단상의 십자가를 바라보고 온다고 한다. 그러면 일상의 짜증과 스트레스가 눈 녹듯이 사라지고 마음에 무언가를 채워오는 그런 느낌을 받는다고 한다. 차라리 종교를 믿어보지 그러냐 물으면 자신은 성당의 그 경건함과 엄숙함에서 위안을 받는 것이지 종교의 말씀과 교리를 신봉하는 것은 아니라며 손사례친다. 신문사 종교 담당 기자로 몸담고 있는 임광명의 “여기서는 그대 신을 벗어라(클리어 마인드, 2010년 8월)”은 믿음의 장소로써 또는 마음의 위안을 얻게 하는 장소로써 우리나라 각 종교들의 종교적 건축물 총 38 곳을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프롤로그에서 교회나 사찰 등 종교건축은 본질적으로 다른 건축들과 다른데, 거기에서는 거룩함과 세속적인 것, 영원함과 무상함이 서로 만나며, 신 혹은 절대자를 향한 공간일 뿐만 아니라 기쁨이나 슬픔, 고통과 환희 등 모든 인간적 관심사를 해소하는 안식의 공간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즉 종교인들에게는 절대자를 향한 성전으로, 일반인들에게는 희노애락을 해소하는 위안의 공간이라는 의미일테다. 종교기자이지만 출가한 종교인도 아니고, 건축학도 전공하지 않은 이로서 각 건축물에 대해 감식이나 비평은 불가능하지만, 순전히 개인적인 관심과 욕심에서 종교 건축물들을 답사했고, 감상대로 글을 풀었다는 작가는 기독교, 천주고, 불교 등 우리나라 3대 종교 뿐만 아니라 그 성전을 흔히 만나기는 어려운 이슬람교, 천도교, 원불교의 성전들, 그리고 특정 종교와는 연관이 없는 제주도 지니어스 로사이까지 총 38 곳의 종교적 건축물을 네 곳의 지역과 주제, 즉 “마음 쉴 곳을 찾아 헤매다(부산)”, “마음이 머무는 곳 발길이 머무는 곳(경남, 경북)”,“세상을 품은 아름다운 자비(전남, 전북)”, “가세 가세 함께 가세 저 피안의 세계로(기타 지역)”으로 나누어 소개한다. 각 건축물마다 5~6 페이지의 분량으로 건물의 외부 전경과 내부 전경을 담은 밝은 색 톤의 컬러 사진과 건축물 소개글을 싣고, 작가의 짧은 단상을 싣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예를 들어 부산 남천 성당에서는 그리스도교에서 빛은 진리와 지혜, 구원과 생면인 하느님의 상징이요 구세주 예수 그 자체이며 성당의 스테인드글라스가 그러한 빛의 의미를 극대화한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글라스를 통해 여러 색의 빛이 들어오는 목회당 사진을 배치하고, 수학이나 기하학에서 가장 기본이 되는 도형인 삼각형 모양의 지붕이 이색적인 경남 고성군 천사의 집 성당에서는 세상에서 소외된 이들을 위해 지어진 성당의 내력을 설명한다. 팔상전, 나한전, 독성전 세 전각을 하나로 합쳐 놓은, 다른 불교 사찰에서는 볼수 없는 독특한 구조의 건축물인 부산 범어사 팔상독성나한전을 소개하면서 현실에서는 삶의 무게에 짓눌려 힘들어하지만 즐거이 불법을 믿고 따르면 언젠가는 복된 삶을 맞을 수 있을 것이라는 민중들의 소망을 이야기하고, 엄숙한 직선과 완만한 곡선으로 이뤄진 이슬람 부산성원에서는 초기에는 리비아 대사관으로부터 재정지원을 받았으나 이제는 신자라고 해봐야 150여 명에, 절대 다수가 형편이 어려운 외국인 노동자들인 어려운 형편을 이야기하면서 외국인 학생의 입을 빌어 문화, 언어가 다른 사람들이 서로 어울리는, 다문화의 가치를 존중하는 요즘 성원의 기능을 이야기한다. 또한 마치 절이나 향교가 아닌가 싶을 정도로 우리가 흔히 알던 교회의 모습이 아닌 우리나라 현존 최고(最古)의 성당 대한성공회 강화읍성당에서는 진정한 복음은 자신의 것을 강요하는 게 아니라 상대의 가치를 포용해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우리나라에도 이처럼 여느 유럽 국가에서 만났던 고색 창연한 성당이나 TV 다큐멘터리를 통해서나 보았던 인도, 중국 사찰 못지 않은 이색적이고 아름다운 이색적인 종교 건축물들이 이렇게 전국 곳곳에 산재해 있다니 절로 눈이 호사하는 그런 즐거움을 주는 책이었다. 다만 짧은 분량 안에 많은 건축물을 담으려다 보니 건축물들의 일반적 내력이나 또는 작가의 짧은 단상들을 소개하는 수준에 그친 것이 아쉽다. 차라리 소개하는 건축물의 숫자를 줄이고, 좀 더 내밀한 소개 글과 종교전문기자로서의 작가의 사색을 좀 더 담아냈으면 건축물과 함께 읽는 종교이야기로서 좀 더 가치 있지 않았을 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종교는 나에게 있어 앎의 대상이지 믿음의 대상은 아니라는 생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 같다. 그래도 앞에서 소개했던 지인처럼 세속의 명리에, 인간관계에 지치고 힘들 때 가까운 곳의 절이나 교회, 성당에 가서 마음 속 무거운 짐을 그 건축물의 주인에게 털어놓고 한 줄기의 위안을 받고 돌아오는 것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 같다. 요즘 들어 갈수록 대형화되고 왠만한 관공서나 기업체 본사 건물보다도 웅장하고 멋드러지는, 세상 때가 덕지덕지 묻은 그런 곳보다 비록 작고 초라하지만 절로 무릎 꿇고 두 손을 가지런히 모으게 하는 경건함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충만한 그런 곳에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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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시간에 잠기다>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 - 한 인문주의자의 피렌체 역사.문화 기행 깊은 여행 시리즈 2
고형욱 지음 / 사월의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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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이탈리아 피렌체. 세 명의 교황을 배출했던 중세 이탈리아의 유력 가문이자 르네상스 예술의 후원자였던 “메디치”가의 본거지였다는, 고등학교 세계사 시간에 배운 상식이 전부인 나에게는 낯선 곳이다. ‘주마 간산 보고 다니는 여행에서 깊이 있는 여행으로!’라는 시리즈의 두 번째 권 <피렌체, 시간에 잠기다>(사월의 책, 2010년 8월)의 저자 고형욱은 많은 이들이가장 좋아하는 도시가 어디냐는 질문에 주저하지 않고 문화가 살아 있는 두 도시, 즉 작은 도시는 피렌체, 대도시는 파리라고 대답한다고 한다. 반나절에 다 둘러볼 수 있는 도시이지만 오랫동안 머무르면서 도시의 세부와 깊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도시이기도 하며, 소처럼 느린 걸음으로 이미 본 풍경을 다시 되새김질하면서 중세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묘미라는 피렌체를 그의 책으로나마 간접적으로 둘러보니 제목 그대로 중세 암흑기에서 벗어나 문화적 혁명을 가져왔던 르네상스의 아름다움과 풍취를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시간이 멈춰진 도시로 다가온다. 

 작가는 길 안내를 제일 먼저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보니첼리의 "비너스의 탄생"에서부터 시작한다. 어린 시절  이원복 교수가 유학생 시절 어린이 잡지 <새소년>에 연재했던 <시관이와 병호의 모험> - 먼나라 이웃나라의 원조격인 이 만화는 나도 참 재밌게 봤었다. 세계 여행이라는  것은 정말 꿈같던 그 시절 유럽에 대한 환상을 심어줬었다. 나폴레옹을 "나풀대용"이라고 불렀던 것이 기억난다.- 에서 소개된 흑백 부분화로 제일 처음 대했던 "비너스의 탄생"을 고등학교 미술부 시절 컬러로 다시 만나고, 1992년 실물로 처음 만난 후에 지난 십여년 동안 적어도 열 번 넘게 만났다는 작가는 2003년 12월 겨울 비가 부슬부슬 내리던 날 아침 우피치 미술관으로 향한다. 언제나 관광객의 행력이 길게 늘어서 있던 것과 달리 그날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았고, 그는 미술관 개관과 동시에 서둘러 올라가 보니첼리 방에 가서 “비너스의 탄셍”을 처음으로 혼자 대면하게 된다. 어린 시절 느꼈던 감동을 넘어서기 어렵다지만, 그리고 나이가 들면 들수록 점점 무뎌지는 것이 감동이라지만 이렇게 그 그림을 혼자 대하면서 모든 추억과 꿈이 현실이 되었고, 그래서 더 크게 다가온 감흥 때문에 꼼짝도 하지 못한 채 그림 앞에 20분 가량 서서 그저 그림만을 바라보았다고 한다. 굳이 움직여야 할 이유를 찾지도 못하고 그저 그림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모든 걸 얻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자신의 감상을 먼저 털어놓은 작가는 피렌체 하면 가장 먼저 연상되는 화가라는 보티첼리의 그림들에 대한 미술사적 배경을 설명하고, 우리가 중고등학교 시절 미술 교과서에서 한번 쯤은 봤었을 그림들인 우피치 미술관에 있는 르네상스 시절의 유명화가들의 그림들, 즉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태고지”, 미켈란젤로의 “성가족”, 라파엘로의 “검은 방울새의 성모”, 티치아노의 “우르비노의 비너스”, 카라비조의 “메두사” 등을 소개한다. 작가는 파리의 루브르와 오르세보다 우피치가 느끼는 감동이 덜할지도 모르고, 우피치의 그림들은 고전적이고, 진부하고, 낯설어 보여 무슨 그림을 봐야할 지도 애매한 경우가 있을 수 도 있지만, 우피치에는 거장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작품들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아 먼 세월만큼이나 이 그림들을 통한 시간 여행이 쉽지 않을 뿐이지, 누구에게나 장대하든 소박하든 감동을 안겨주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또한 미술관 감상법으로 느려지고, 홀로가 돼서, 사람들과의 대화가 아니라 시대를 넘어선 걸작과의 대화를 시도해보라고 충고한다. 그림을 천천히, 반복해서 들여 보고 있으면 언제부턴가 그림이 말을 건네 오기 시작할 것이며, 멀리서 가까이서, 다시 뒷걸음쳐 반복해서 보다 보면 그림이 서서히 자신을 드러내기 시작할 것이며, 시대를 넘어서 공간을 넘어서 그들의 진실된 세계를 공감할 수 있다는 건 그 자체로 행복한 일이라고 말한다. 

우피치 미술관을 나와서는 “피렌체의 속살”들을 하나하나 소개한다. 메디치의 궁전에서는 베노초 고촐리의 “동방박사들의 여행”을, 시뇨리아 광장과 궁전에서는 도니텔로의 청동조각과 카라바저의 회화로 만나보는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자르는 유디트”를, 갈레리아 델라카데미아에서는 그 유명한 미켈란젤로의 “다비드”를, 도시와 건물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같은 이미지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예이자 피렌체의 완성이라 일컬어진다는 산타마리아 델 피오레 대성당의 “두오모(Duomo,돔)”를 올려다보고 성당안의 기베르티의 “천국의 문”을 감상하라고 일러주며, 한 때 감옥이었다가 1865년 이탈리아 최초의 국립박물관으로 재탄생한, 교회 건물을 재외하면 피렌체에서 가장 오래된 건물이라는 바르젤로 미술관에서는 도나텔로의 “다비드”와 미켈란젤로의 “바쿠스”를 놓치지 말라고 이야기한다.  

 1300년대 단테가 <신곡>을 쓴 이래, 르네상스라고 불린 1400년대와 1500년대의 약 200년 동안 그토록 많은 예술가, 학자들이 피렌체에 모인 건 인류 역사상 보기 드문 일이었다는, 아직도 르네상스의 숨결이 살아있는 피렌체를 비록 이렇게 책 속의 사진들과 글들로 간접 체험해봤지만 참으로 아름다운, 그리고 한번쯤 꼭 가보고 싶은 그런 도시로 느껴진다. 어쩌면 이탈리아의 유명 도시인 로마나 베니스, 나폴리 때문에 발걸음이 잘 닿지 않는 소도시이겠지만 작가의 말대로 소걸음처럼 느릿느릿 미술관과 고궁, 궁전, 성당 들을 거닐면서 그저 책이나 영화 속에서만 보았던 르네상스를 직접 체험해보는 그런 휴식이 될 수 있는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된다. 대학생 때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를 들고 전국 일주 여행을 했던 것처럼 언제가 될 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유럽에 간다면 - 첫 번째 유럽여행은 신혼 여행 때 9박 10일 일정으로 비엔나, 런던, 파리를 그야말로 속전속결로 다녀왔었다. - 이번에는 이 책에서 나오는 시뇨리아 광장 벤치에 앉아 수 백년 전 과거 속 르네상스 시대로 떠나보는 특별한 시간여행을 해보고 싶다.  

피렌체, 참 매력적인 도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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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령들의 귀환 - 1636년 고립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사건 꿈꾸는 역사 팩션클럽 3
허수정 지음 / 우원북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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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하얗게 바랜 사진과 같은 희미한 배경 탓인지 나뭇가지 위에 앉아 있는 까마귀와 하늘을 날고 있는 몇 마리의 까마귀가 유독 두드러져 보이는 표지에 불길함과 공포가 확 느껴진다. “1636년, 고립된 한 마을에서 벌어진 의문의 연쇄살인사건”이라는 부제로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임을 알고 있지만 책을 처음 받아들고서는 이처럼 묘한 분위기의 표지와 “망령들의 귀환(허수정, 우원북스, 2010년 8월)”이라는 제목 때문에 왠지 오컬트적인 공포소설 느낌이 먼저 들었다. 모든 미스터리의 내막이 밝혀지고 마지막 책장을 덮은 후에도 여운이 바로 가시지 않고 자꾸 앞 페이지를 들춰보게 만드는 묘한 분위기가 인상적인 그런 책이었다.  

서기 1636년 병자년(인조 14년), 지난 정묘년(1627년)에 조선을 침략했던 후금이 “청”으로 국호를 개칭하면서 조선에 다시 전운이 감돌기 시작하고 민심은 흉흉해지기 시작한다. 부산 두모포 왜관에서 통역사로 일하는 박명준은 왜관 관수(館守: 왜관의 우두머리) 아들의 석연치 않은 동반자살의 전모에 대한 자신의 추리를 왜관 거상 ‘아베“에게 전한다. 그 자리에서 아베는 명준에게 자신의 수하인 ’오카다 준이치‘를 수행하여 대구 팔공산에 있다는 까마귀 촌에 가서 오카다의 동생을 찾아줄 것을 부탁한다. 명준은 왜인은 왜관을 벗어날 수 없다는 법 때문에 처음에는 거절하지만 아베의 간곡한 부탁에 마지못해 승낙하고, 오카다와 함께 까마귀 마을로 향하게 된다. 명준 일행은 팔공산을 얼마 남겨 두지 않고 길을 물을 겸 들른 주막에서 두달 전 끔찍한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까마귀 촌에 대한 흉흉한 소문과 그 마을에는 절대 발을 들여놓지 말라고 경고하는 주정뱅이 노인을 만나고 왠지 모를 불안감에 휩싸인다. 마을이 얼마남지 않은 산 속에서 사위를 분간할 수 없는 폭풍우를 만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승냥이 떼에 습격을 받아 달아 다니지만 그만 낭떠러지에 떨어지면서 정신을 잃게 된다. 눈을 떠보니 어느 낯선 방에 누워있는 것을 알게 된 명준은 그 집의 주인인 ’윤성호‘에게서 사고가 일어난 전날 밤 많은 비로 무너진 곳은 없는지 마을 외곽을 둘러보던 동네 유일의 선비 ’장수봉’과 ‘윤성호’가 낭떠러지에서 떨어져 기절해 있는 그들을 발견해서 구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윤성호의 집에서 몸조리를 하고 있던 명준에게 두달 전 일어난 끔찍한 살인사건을 수사 중이었던, 대구 감영에서 나온 김경덕이 찾아온다. 명준은 괄괄하지만 어딘지 예리한 구석을 보이는 경덕에게 호감을 느끼게 되고, 경덕 또한 명석한 명준과 배짱이 맞아 그를 데리고 마을 구석구석을 돌아다니며 탐문수사를 한다. 경덕과 함께 마을을 둘러본 명준은 조선의 여느 성황당과는 다른, 마치 일본의 신사(神社)를 연상케 하는 웅장한 성황당, 외지인들을 경계하고 두려워하는 주민들, 정신이 이상한 할머니의 영문 모를 이야기, 유독 건장한 청년이 많은 점 등등 까마귀 촌에 대해 심한 이질감을 느끼게 된다. 둘째날 마을에서 또 다른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마을 유력인사들이 모인 자리에서 경덕과 명준은 범인이 마을 촌장의 아들임을 밝혀내지만, 그만 경덕은 광분하여 달려드는 촌장의 아들의 칼에 말릴 틈새도 없이 죽임을 당한다. 경덕의 죽음을 막지 못한 죄책감과 슬픔에 명준은 본격적인 수사에 나서고, 마을에는 모종의 음모의 속삭임이 여기저기서 진행된다. 마침내 임란후 38년동안 숨겨져 왔던 충격적인 마을의 비밀과 사건의 전모가 명준에 의해 밝혀지고 명준은 처음 이 마을 행을 의뢰했던 아베를 찾아가 마지막 진실을 듣는다. 

우리 역사를 통틀어 어쩌면 가장 잔인했고 비참했던 전쟁인 “임진왜란”이 끝난 지 38년이 지났는데도 팔공산 자락 고립된 마을 까마귀 촌에는 그 전쟁의 상흔이 결코 치유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의 트라우마로 또 다른 비극을 잉태하고 있었다고 말하는 이 책은 엄밀히 말하면 사실과 허구를 조합한 팩션 소설이라기보다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한 추리소설이라고 분류하는 것이 정확할 듯하다. 책 이야기 전개를 살펴보면 이런 추리소설의 전형들을 확인할 수 있는데, 책 초입에 미스터리한 살인사건을 먼저 독자에게 제시하고 본격 사건에 돌입하기 전 들려주는 여러 암시들 - 8년전 소동을 벌였다는 까마귀 촌의 내력들과 주막에서의 주모와 낯선 노인네의 경고들 -, 기괴하고 음습한 마을 분위기와 무언가 감추고 있는 기색이 역력한 인물들, 즉 추리소설 특유의 시간적, 공간적 배경과 인물들이 주어지고, 연이어 새로운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인물들이 예측할 수 없는 의외의 행동들을 하게 되면서 사건은 점점 더 미궁에 빠져 들어가고, 주인공격인 탐정 박명준이 실낱같은 실마리를 토대로 결국엔 오랫동안 숨겨진 충격적인 비밀을 밝혀내면서 사건의 전말이 드러나는 점들이 바로 그런 전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 물론 이런 도식적인 전개는 기존의 추리소설과는 크게 다를 것 없는 식상함으로 느껴질 수 도 있다 -.  특히 사건의 배경이 되는 가상의 마을 까마귀 촌에 대한 설정이 탁월한데, 그 음습함과 괴이함 때문에 읽는 내내 마치 그 마을을 직접 돌아다녀보는 것 같은 긴장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그 설정과 묘사가 압권이다.  또한 사건을 추리해내는 박명준의 추리 솜씨도 여느 유명 탐정 못지 않게 명석하고 예리한데, 개인적으로는 중반에 허망하게 죽은 김경덕 - 관리 특유의 오만하고 안하무인한 성격을 가지고 있긴 하지만 명준이 감탄할 정도로 날카로운 감각과 이미 감영해서 포기했는데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남아 위험천만한 마을을 누비는 집요함이 생동감이 느껴질 정도로 입체적인 인물이다 - 과 좀 더 콤비를 이뤘다면 더욱더 재밌지 않았을 까 하는 아쉬움도 든다. 결국 인간의 이기심과 탐욕이 바로 망령의 정체이며 전쟁으로 인한 고통이 수십 년이 흐른 뒤에도 사람들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흔으로 남아 그들을 괴롭히고 있다는 전쟁의 비극적인 단면- 작가 후기에서 전쟁의 후유증으로 선천적인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의 무심한 눈망울을 담은 사진 한 장 속에서 작가는 전쟁의 참상을 보았닸고 이 책을 쓴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 을 여실히 보여주는 이 책은 일본 추리소설 열풍에 의해 그 자취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위축된 한국 추리소설계에서 우리 역사와 우리 인물들을 배경으로도 이처럼 뛰어난 구성과 재미를 보여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여실히 증명해낸 멋진 추리소설이라 평하고 싶다. 이미 전작인 “왕의 밀사”(2008년), “제국의 역습”(2009년)에서 멋진 활약을 보였다는 박명준은 세 번째 활약을 펼친 이번 책에 이어 계속 이어질 듯 한데 출판사 홍보글처럼 셜록 홈즈나 긴다이치 코스케와 같은 멋진 탐정으로 더욱 성장해주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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럼 펀치
엘모어 레너드 지음, 최필원 옮김 / 그책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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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제목으로도 유명한 “펄프픽션(Pulp Fiction)"은 원래 20세기 초반에 유행했던 싸구려 소설 잡지인 ”펄프매거진(Pulp Magazine)"에 실린 대중소설을 일컫는 말로 잡지가 값싼 갱지(Wood Pulp Paper)로 만들어져 있었기 때문에 "펄프 (Pulp)"란 이름이 붙었으며, 펄프 매거진에 실린 소설 또는 잡지 자체를 펄프 픽션 (Pulp Fiction)이라 부른다고 한다. 우리 말로는 “싸구려 가판 소설”이라고 번역되기도 하는 데, 주로 장르소설이 대부분으로 판타지, 갱, 미스터리, 추리물, SF, 어드벤처, 서부물, 스포츠 등 다양하다고 하며, 많은 작품들이 드라마나 영화화되었다고 한다(출처 인터넷 위키백과). 펄프 픽션이라는 명칭은 익히 들어봤지만 아직 정식 소설로는 접해보지 못했었는데, 이번에 본격 펄프픽션을 읽어볼 기회를 갖게 되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화 “재키 브라운”의 원작 소설이자 작가 이름 앞에 "범죄 소설계의 알렉산더 대왕, "펄프 픽션의 제왕", "하드보일드의 거장", "디트로이트의 디킨스”등  온갖 요란한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는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 엘모어 레너드의 “럼 펀치(그책, 2010년 8월”이 바로 그 책이다.    

   마흔 네 살의 미모의 여성 재키 버크는 멕시코와 미국를 오가는 노선의 항공기 승무원이다. 그녀는 무기밀매업자인 오델이 멕시코에 숨겨둔 무기판매대금을 미국으로 몰래 가져다주고 수수료를 받는 일을 한다. 오델의 돈 5만 달러를 들고 입국하던 재키는 신고하지 않은 거액 소지와 자신도 알지못하는 코카인 소지죄로 긴급 체포되게 된다. 오델은 보석 보증인 맥스 체리에게 보석금을 위탁하여 그녀를 보석으로 풀려나게 한다. 재키는 자신의 집에서 자기를 기다리고 있던 오델에게 멕시코에서 50만 달러를 밀반입 시켜주는 대신 자신에게 수수료를 지불하고, 자신이 체포될 경우 오델에 대해 침묵하는 대신 10만 달러를 지불하라고 제의하고, 오델은 그 제안에 찬성한다. 또한 재키는 자신을 체포했던 수사관 레이에게도 오델의 범죄사실을 알리고 오델을 체포하기 위한 함정 수사에 동참하는 대신 자신의 죄를 없애줄 것을 제의하고, 레이도 이 제안에 찬성하고 함정 수사를 꾸민다. 위험천만한 쌍방 제의를 성사시킨 재키의 속내는 사실 오델의 50만 달러를 가로채고, 자신의 죄 또한 없애려는 것이다. 또한 이런 재키의 음모에 보석 석방 시키면서 그녀의 매력에 반한 보석보증인 맥스가 동참하게 되고, 그녀가 들고 온 50만 달러가 담긴 쇼핑백에 오델과 수사관들의 전 시선이 집중된다. 50만 달러를 멋지게 빼돌린 그녀는 자신의 돈을 찾기 위해 혈안된 오델을 잡기 위한 마지막 함정을 벌이고, 재키의 속임수로 맥스의 사무실에 나타난 오델은 그녀에게 총을 겨누고 돈을 행방을 다그친다.
  

  미국 범죄영화의 단골 소재들인 무기밀매, 마약, 돈세탁, 은행 강도, 인종차별, 흑인 갱, 음모와 배신 등을 총망라한 이 책은 대중 소설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부담 없이 술술 읽히는 흥미진진하고 재밌는 소설이다. 특히 살인을 일삼는 흉악무도한 무기밀매업자와 날카로운 감시를 펼치는 미국 경찰 수사망을 멋지게 속여 넘기는 재키의 활약은 여느 추리소설 못지 않은 플롯과 반전의 재미를 안겨준다. 엘모어 레너드 책은 이 한 권 밖에 읽지 않았지만 복잡하지 않은 사건 전개, 독특한 개성의 등장인물 -“내 작품에서는 플롯보다 인물이 우선한다”는 엘모어의 말처럼 저마다 서로 다른 개성과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인물들이 등장한다-, 엎치락 뒤치락하는 음모와 배신, 그리고 예기치 않은 반전 등을 느껴보니 그에게 헌정된 여러 수식어들이 결코 허명만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해준다. 책은 분명 쉽고 재밌게 읽히지만 그동안 익히 보아왔던 미국 범죄영화 수준 그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어서 개인적으로는 나에게 썩 맞는 그런 취향의 소설은 아닌 것 같다. 다만 이름으로만 알고 있었던 펄프 픽션이 어떤 류의 소설이라는 것을 알게 된 점만큼은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그렇다면 과연 펄프픽션 소설들은 우리나라에서도 대중적인 인기를 끌 수 있을까? 이번에 동시 출간된 이 책과 다른 두 권 “표적", "로드 독스"가 판매량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 수 없지만, 신선하고 재밌다는 평들이 눈에 띄이는 것을 보면 어느 정도는 인기 있을 만한 그런 장르라고 생각된다. 책 내용 외에 책의 구성은 좀 불만인데, 홍보글에서 말한 대로 펄프 픽션 특유의 맛을 살리기 위해 일부러 본문 용지에 중질 만화지 - 우리가 보통 “갱지”라고 부르는 그런 종이 - 를 선택해 거칠고 낡은 듯한 느낌을 살렸다니 싸구려틱한 종이 문제는 그렇다 하더라도 눈 나쁜 사람들은 잘 읽지도 못할 정도로 깨알 같이 작은 글씨는 읽는 내내 불편하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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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장 IFRS 공부하라 경제에 통하는 책 9
지현미.최은실 지음 / 한빛비즈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최근 한국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IFRS 적용이 우리나라 연결재무제표에 미치는 영향”이란 보고서에 따르면, 국제회계기준(IFRS:International Financial Reporting Standards) 적용으로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해야 하는 국내 상장 기업은 2007년에는 47%였으나 내년(2010년)에는 8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고 한다(연합뉴스, 2010.9.6.). 국제회계기준(이하 IFRS)란 국제회계기준위원회(IASC:International Accounting Standards Committee)가 기업의 회계 처리와 재무제표에 대한 국제적 통일성을 높이기 위해 마련해 공표하는 회계기준으로 전 세계적으로 120여 개국에서 도입하였거나 또는 도입을 준비중이며 이미 OECD가입국의 80%가 IFRS의 전면도입을 결정하였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2007년 3월 15일 '국제회계기준 도입 로드맵'을 발표하고, 2009년부터 순차적으로 국내 상장기업에 도입하여 내년(2011년)부터는 의무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한다. 내가 다니고 있는 회사와 같은 비상장기업은 당분간은 기존 회계방식인 일반기업회계기준(K-GAAP)이 적용되겠지만 그리 멀지 않은 시기에 IFRS으로의 전환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여 벌써부터 거액의 돈을 투자하여 회계법인을 통한 컨설팅을 검토 중에 있다. 사업계획 수립과 경영성과 분석을 담당하는 기획부서에 근무하고 있는 나로서는 재무제표의 활용, 즉 회계정보 관리가 필수인지라 IFRS의 도입과 영향에 미리부터 대비하는 것이 당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데 최근 회계법인 세미나에 참석하여 교육을 들었지만 아직은 시한이 남아 직접 피부에 와닿지 않아서 그런지 IFRS 도입에 따른 변화에 대한 개념이 모호하고 아직 명확하게 느껴지지가 않는다. 그래서 별도의 책을 구입해서 공부해야 하나 하고 고민하던 차에 입문서를 한 권 만나게 되었다. "지금 당장 IFRS 공부하라"(지현미, 최은실 공저 / 2010년 7월 / 한빛비즈)가 바로 그 책인데, IFRS 도입 개요와 배경에서부터 실제 회계결산상에서의 기존 회계 기준과 IFRS의 차이점과 변경 내용을 체계적으로 자세하게 설명해 놓아 모호한 개념을 명확하게 정립할 수 있는, 재무, 회계 관련 업무를 하는 사람이라면 첫 IFRS 입문서로 활용해 볼 만한 유용한 책이었다.  

책의 구성은 먼저 "제1부 국제회계기준의 도입"에서 IFRS의 도입배경과 영향, 주요 특징과 다른 나라의 국제회계 기준 도입 및 적용현황을 설명하고, "제2부 회계 관련 제도의 변화"에서는 국제 회계 기준 도입이 가져온 회계 관련 법령 및 제도의 변화된 내용을 설명하며, “제3부 K-IFRS를 적용한 재무제표를 분석해보자"편에서는 IFRS에 대한 세부적이고 실무적인 내용. 언론 보도와 기업의 실제 사례들을 각 주제별로 제시하고, "제4부 K-IFRS 도입 영향 파악하기"에서는 사전공시제도에 대한 설명을 다룬다. 그리고 부록으로는 IFRS의 세부 구성 내용, 관련 법령에 대한 구체적인 제, 개정 사항들, 기업회계기준 및 일반 회계기준과의 차이들을 요약하여 설명하고 있다. 처음 IFRS를 대하는 독자라면 1부 도입배경부터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겠지만, 이미 IFRS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독자라면 실제 사례를 제시하고 있는 3부를 더욱 관심있게 공부해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3부에서는 재무상태표(대차대조표), 포괄손익계산서 - 종전의 회계기준에서는 "손익계산서"로 불렀는데, IFRS에서는 종전의 손익계산서에는 반영되지 않았던 내용들인 자본의 기타포괄손익, 즉 예전에는 미실현 손익이라 하여 손익계산서에 반영하지 않고 대차대조표의 자본항목에 반영했던 “매도가능증권 평가손익”을 당기순이익아래 미실현 손익들도 반영하게 되어 "포괄 손익계산서"로 명칭이 바뀌었다 -, 자본변동표, 현금흐름표, 연결재무제표 등과 같은 재무제표상에서 어떤 변화가 있는지, 그리고 특히 큰 변화로 인해 현업에서 많이 혼란스러워할 수도 있는 주요 항목들인 재고자산의 회계처리, 유무형 자산의 평가방법, 투자 부동산 및 보유 금융자산의 공정 가치 평가, 대손충당금, 퇴직 급여 충당금의 설정과 평가, 외환 환산 방법의 차이 등을 항목별로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내가 근무하고 있는 제조업체에서는 후입선출법이 금지된 재고자산 평가 - 당사는 총평균법으로 평가한다 -와 매년 유형자산 내구연수 기준을 설정하여 감가 상각해야 하는 부분, 역시 내년부터 시행하게 되는 단체퇴직보험에 대한 회계처리 부분을 눈여겨 봐야할 것 같다.  

  특히 각 항목마다 언론기사에서 다뤄진 기업들의 실제 사례를 배치하여 이론상의 설명만 나열하는 것보다 훨씬 이해하기 쉽개 한다.  예를 들어 2010년 IFRS 조기 도입 방침에 따라 올해 현재 회계기준인 K-GAAP이 아닌 IFRS를 적용한 첫 번째 실적을 발표한 삼성전자의 사례를 살펴보면, 전년도 1/4분기 영업이익이 지난해 발표당시 보다 상향 조정되고 4/4분기에는 거꾸로 감소되었다고 하는데, 이는 1/4분기에는 유형자산 처분이익이 기존에는 영업외수익으로 잡혔지만 IFRS에서는 영업이익 계정에 포함되어 증가하였고, 4/4분기에는 영업외비용에 포함됐던 기부금과 잡손실, 기타 영업외손실 등이 영업비용으로 잡혔고 퇴직연금 관련 비용이 증가하면서 감소되었다고 한다. 이는 IFRS를 적용한다고 해서 영업이익이나 순이익이 단순히 증가하거나 감소한다고 단정 지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회계처리 항목이 어떻게 바뀌느냐에 따라 일시적인 조정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회사도 세심하게 분석하고 대비하여야 그런 사례라 생각된다. 또한 우리와는 관계없지만 건설업분야에서도 일대 변화가 예상되는 데, 아파트 청약과 같은 자체분양공사에서 기존에는 진행기준으로 매출, 비용을 인식하지만 IFRS에서는 실제 공사를 완료하고 아파트의 법적 소유권을 구매자에게 이전하는 시기에 수익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재무제표 상에서 수익 비용 인식 자체가 완전히 바뀔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예를 들어 3년짜리 공사의 경우 기존에는 공사 착공시점부터 완성시점까지 진행 정도에 따라 년도별로 안분하여 수익과 원가를 계상했지만, IFRS에서는 공사를 완성하고 법적 소유권을 구매자에게 이전하는 시점인 3년에 가서야 수익과 원가를 한꺼번에 인식하게 되어 공사 진행 중인 전년에는 공사 수익이 전혀 인식되지 않고 공사 원가는 재고자산, 분양대금 입금액은 선수금(부채)로 계산되므로, 도입초기에는 부채로 계상되는 선수금으로 인해 부채비율이 증가할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실제로 2009년 IFRS를 도입한 KT&G는 2009년 상반기 장부상 실적이 급증했는데 그해 1분기에 완공된 공사가 많았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매출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금융위원회에서도 건설업에서 이처럼 회계기준 변경으로 일시적 수익 하락과 부채비율 증가라는 착시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진행기준을 적용했을 때의 매출 등에 대한 정보를 자율적으로 공시하는 등 업계 차원의 보완 노력이 필요하고, 금융회사도 건설회사에 대한 대출 심사시 이러한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영향을 고려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권고하고 있다. 

  한빛비즈의 "경제에 통하는 책" 시리즈 - 2번째 책인 "똑똑한 돈"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제목 첫 머리를 "지금 당장"으로 시작해서 독자들 사이에서는 "지금 당장" 시리즈라고 부른다 - 는 "원자재"와  "환위험" 편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로 만난 책이다. 원자재와 환위험에 대한 개념을 쉽고 체계적으로 설명했던 전작들처럼, 그리고 기업 회계 담당자나 재무정보 이용자들, 일반인들까지 국제회계기준을 잘 이해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가능한 한 쉬운 용어와 해설로 집필하고자 노력하였다고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는 것처럼 일정 회계 지식이 있는 독자라면 책 순서에 따라 개념을 차곡차곡 정리할 수 있도록 쉽게 씌여져 이해하기가 수월하다. 실제로 하드커버의 대학 교재처럼 두꺼운 책과 씨름중인 회계팀 동료에게 이 책을 권해보니 훨씬 이해하기가 쉬워 회계팀 전 직원에게 한 권씩 구입해서 같이 공부해야겠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상당히 실질적이고 유용성이 큰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개괄적인 내용을 다룬 입문서여서 실제 IFRS를 도입할 때는 보다 세부적인 교재와 전문 컨설팅의 도움을 받아야겠지만 IFRS를 위한 첫 단추로써는 손색이 없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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