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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의 배신 - 질병을 키우는 식품첨가물과 죽음의 온도 120도
윌리엄 레이몽 지음, 이희정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0월
평점 :
절판
“걸릴 확률도 수억 분의 일이라고 그러고 무엇보다 그렇게 걱정되면 안 먹으면 그만이지 뭐 저렇게 난리들이야!”
“수억 분의 일이라지만 그 하나가 바로 제가 된다면 그건 100%가 되는 거잖아요. 안 먹고 싶다고 안 먹을 수 있으면 좋겠지만 각종 가공 식품에, 조미료며 패스트푸드며 심지어 아이스크림까지 들어간다는데 거기에 그거 들어가 버리면 우리도 모르게 먹게 되잖아요!”
대화 내용만으로 짐작이 가겠지만 촛불시위가 전국을 뜨겁게 달구던 지난 2008년 아버지와 내가 나눈 실제 대화이다. 인터넷 괴담(怪談)이나 방송사 프로그램에 선동되어 위험성이 지나치게 과장되었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 당시 많은 사람들의 걱정은 우리가 모르는 사이에 먹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었을 것이다. 먹지 않겠다고 먹지 않을 수 없는 상황, 식탁에 올라오는 고기를 매번 의심하며 불안해하는 그런 상황을 염려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최근 각종 뉴스를 들어 보면 그 당시 “그것”을 제외하고서라도 우리가 하루 세끼 먹는 모든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 같다. 중국산 농산물들을 국산으로 속여 팔았다가 적발되었다는 뉴스는 이제 일상이 되어버렸고, 제철을 맞은 해산물 머리와 내장에서 중금속이 나왔다고 난리 - 결론적으로는 중국에서 수입해온 해산물에서 나온 걸로 밝혀져 해프닝으로 끝나는가 했지만 경제적 손실 이상으로 마음에 큰 상처를 받은 어민들이 강력히 항의를 하고 있다 -가 났는가 하면, 중국에서는 멜라닌 분유 파동이 재발생할 조짐이 보이고 있다는 뉴스도 들리고, 유명한 가공식품 회사 제품에서 이물질이나 벌레가 나왔다는 뉴스도 심심찮게 듣다보면 무엇 하나 마음 놓고 먹을 수 없는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감이야 말로 현대인의 스트레스 상승에 단단히 한 몫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전작 <독소:죽음을 부르는 만찬(원제 Toxic/랜덤하우스 코리아/2008년 5월)>에서 현대인이 앓고 있는 질병을 키우는 것이 바로 독소 덩어리인 “음식”에 있다고 밝혀 큰 반향을 일으켰다는 유명 프리랜서 시사 전문기자이며 다큐멘터리 기획자이자 도서툴판 기획자인 "윌리엄 레이몽"의 신작 <식탁의 배신(원제 Toxic Food/랜덤하우스코리아/2010년 10월)>은 그러한 먹을거리에 대한 불안이 단지 심리적인 것이 아니라 실제로 우리에게 일어나고 있는 현실이며, 오늘도 우리 식탁에 오르는 80%의 가공식품이 바로 우리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독소음식(Toxic Food)"라고 다시 한번 경고하고 있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우리 아이들의 건강을 위협하는 유해한 음식이 지천에 깔려 있으며 그러한 위험을 무마하기 위해 거대 식품 회사의 로비세력들은 정치인과 결탁하고 온갖 속임수를 쓰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비만을 조장하는 식품업계의 교묘한 술수”로 한 육류업체가 고기의 섬유조직이 없어지도록 곱게 이유는 고기를 더 쉽게 씹도록 하기 위해서, 즉 자연적인 씹는 횟수를 줄여 음식을 더 먹게 할 목적이며 이처럼 식품업계가 우리를 속이기 위해 사용하는 전략은 실로 다양하다고 밝히고 있다.
본론에 들어가면 작가는 더욱 충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준다. 도입부에서 작가는 지금으로부터 30년 전에 만들어진 개념인 “저질 먹을거리(Mallbouffe)"라는 말이 처음에는 ”지나치게 기름지고 달아서 고혈당증과 심혈관질환을 일으킬 위험이 높은“ 음식을 지칭하는 말이었다가 "패스트 푸드(Fast Food)"를 가리키는 말로 변했지만 지금은 우리 식탁의 80%를 차지하고 있는 가공식품, 즉 ”독소식품(Toxic Food)"로 변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작가가 주장하는 독소식품이란 무엇일까? 책에서는 과거보다 비타민, 항산화물질, 미네랄이 크게 감소한 야채와 과일 - 1960년대 사과 1개를 먹어 섭취할 영양소를 오날날에는 3개를 먹어야 한다고 한다 -, 햄버거, 감자튀김, 포테이토칩 등 트랜스지방과 당분, 염분 범벅인 패스트 푸드, 공장식 축산방법으로 생산되는 육류나 우유, 각종 화학 식품 첨가물이 들어있는 조리 식품 등 우리가 쉽게 대하는 모든 가공식품을 말하고 있다. 특히 21세기 들어 가장 증가한 암인 전립선암, 대장암, 유방암의 원인이 공업화된 육류와 우유(전립선암), 적색 육류와 가공육(대장암), 트랜스지방(유방암), 즉 쓰레기 음식(독소식품)에 있다고 말한다. 이처럼 암의 원인이 기껏해야 2~3% 에 불과한 유전적 요인에 있는 것이 아니라 1980년 대 중반 들어 미국인들이 몸무게만 급격히 늘어난 것이 아니라 암 발병률 역시 급상승 했던 통계로 알 수 있듯이 바로 그 무렵 급성장한 식품회사들의 독소 음식이 비만과 암의 증가를 가져왔다고 주장한다. 또한 감자처럼 전분과 당분 등 탄수화물이 풍부한 식품을 고열(120도)에서 조리할 경우 발암물질인 아크릴아미드가 발생한다는 연구결과를 식품회사들이 어떻게 “혼란시키고, 파괴시키고, 진정시켰는지” 그 속임수를 낱낱이 소개하면서 그들이 건강을 담보로 하는 새빨간 거짓말에 속지 말라고 당부한다. 그러면서 책 말미에 가공식품은 “21세기의 담배”라고 부를 정도로 중독과 폐해가 심하며, 식품의 진화가 인간의 진화 속도를 앞지르면서 지방과 소금, 당분, 화학 첨가물 덩어리인 오늘날의 식품은 이제 우리를 살리는 먹을거리가 아니라 생명을 위협하는 독이 되고 말았으며, 이런 음식을 한입 한입 먹으면서 ‘호모 알리멘투스 모데르누스(Homo alimenntus modemus(먹는 현대인)’은 조금씩 중독되고 있다고 한탄한다.
그렇다면 독소식품의 위험을 줄이고 식품회사들의 속임수에 맞서 싸우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작가는 머리말에서 개인들이 이러한 음식을 먹지 않겠다는 결단을 내리고, 이러한 지식들을 모두에게 널리 알려 독소식품업체들의 전략을 좌절시켜야 하며 이러한 것은 일종의 시민저항을 시작하는 일이며, 그 싸움에 세계 각국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강조한다.
이 책에서도 자주 언급하고 있는 전작인 <독소(Toxic)>에서 워낙 충격적인 사실들을 폭로한 탓인지 - 아쉽게도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 , 아니면 전작의 반향으로 후속편인 이 책이 나오는 기간 동안 많은 연구와 의식개혁이 일어난 것인지 사실 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은 관련 서적이나 뉴스, 인터넷을 통해 한번 씩은 들어봤을 그런 내용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위험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는 말처럼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가공식품의 위험성과 식품회사의 속임수는 다시금 우리의 경각심을 충분히 일깨워줄 수 있는, 여전히 놀랍고 충격적인 사실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어릴 적 그렇게 조심하라던 불량식품들이 이제는 버젓이 식탁에 오르는 작금의 현실 속에서 아내가 맛있게 요리해준 음식에 불안감마저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 이제는 그 어떤 정치 이데올로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기본적 욕구인 먹을거리를 위하여 거리로 나서야 하는 상황이 참 서글프기까지 하다. 이 책이 작가의 말대로 먹을거리만큼은 안전하게 지키겠다는 개인들의 결단과 모두의 단결을 이끌어내는, 시민저항의 텍스트가 되어주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