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클럽 - 그들은 늘 마지막에 온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억관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대형 서점 추리소설 진열대는 일본 작가들이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요즘 “일본 추리소설”이 대세(大勢)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우리나라에 소개된 수많은 일본 작가들 중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작가를 한 명 꼽는다면 과연 누구일까? 독자들 취향에 따라 여러 작가들 이름이 물망에 오르겠지만 아마 “히가시노 게이고(東野圭吾)”가 가장 많이 거론될 것으로 예상이 된다. 추리소설 애독자들이라면 아직 그의 작품을 읽어보지 못했더라도 이름만큼은 한번 씩 들어 봤을 정도로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고 있는 그는 한국에 출간된 작품 수만 해도 45권(네이버 기준, 외서(外書)제외)에 이를 정도 - 이 정도라면 한국에 가장 많은 작품을 출간한 일본 작가가 아닐까? - 이니 그 인기에 걸맞게 참 많은 작품들이 국내에 소개되고 있다. 나도 덕분에 그의 작품 몇 몇 권들을 읽어 봤었는데 어떤 책은 과대 포장된 느낌도 있고, 어떤 책은 이래서 그에게 열광을 하는구나 할 정도로 감탄을 절로 나오는 책도 있었다. 워낙 다작(多作) 작가인 만큼 작품마다 편차가 있는 것은 당연하다 할 수 있는데, 몇 권밖에 읽지 않았지만 그의 작품은 어떤 작품을 선택해도 “재미있다”라는 것이 그에게 열광하는 독자들의 공통된 평이며 나또한 그러한 평에 공감하고 있다. 작가에 대한 평에 있어서 “재미” 그 이상의 호평(好評)이 과연 있을까? 그런 “재미있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간을 만났다. “왜 히가시노 게이고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가장 명확한 답!”이라는 홍보글에 절로 읽고 싶어지게 만드는 <탐정클럽(노블마인, 2010년 10월)>이 바로 그 책이다.  

 원래 탐정시리즈를 즐겨하지 않는다는 그이지만 그의 작품들 중에도 유명 탐정이 등장하는 시리즈물이 있는데, 바로 본명보다는 탐정 갈릴레오로 유명한 "유카와 마나부" 교수와 "가가" 형사가 그들이다. 그런데 이번 작품에서는 그들과는 다른 전혀 새로운 탐정 콤비가 등장한다. 그들은 검은 색 정장에 선글라스를 낀 미모의 젊은 남녀라는 것과 정·재계의 VIP들만을 회원으로 하고 있는 "탐정 클럽"의 조사관들이라는 것 외에는 이름도 경력도 전혀 알려진 바 없는 수수께끼의 인물들이다.  평소에는 VIP의 의뢰를 받아 부하 직원의 비리나 배우자의 불륜을 캐는 일종의 "흥신소(興信所)" 역할을 하다가 클럽 회원이 죽는 살인 사건이 발생하면 의뢰를 받아 탐정으로서 살인 사건을 해결한다 - 솔직히 탐정은 셜록 홈즈나 에르큘 포와르처럼 살인사건을 멋지게 해결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추리소설에서나 볼 수 있는 일종의 오해로 사설탐정 사무소들은 배우자 뒤를 캐고 다니거나 몰래 감시하는 지저분한 일들을 주로 하는 "흥신소"가 대부분이라니 이 둘이 하는 사생활 조사도 탐정의 역할 중에 하나라고 볼수 있겠다 - "불필요한 짓은 안하는 게 저의 신조입니다"라는 탐정의 말처럼 이들의 사건 해결 방식은 군더더기 없는 깔끔 그 자체다. 철저히 의뢰인의 요구에 따라 감정을 일체 배제한 채 사건을 수사한 후 결과를 의뢰인에게 통보하고는 바람처럼 사라진다. 사건 해결 솜씨나 그들의 철저한 프로의식은 이런 탐정들이라면 의뢰비용에 상관없이 꼭 고용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이다.  

 책에서는 갑작스런 사장의 자살을 은폐하려는 음모를 밝혀내는 <위장의 밤>, 살인을 사고사로 위장하려는 <덫의 내부>, 아내의 자살을 불륜남에게 뒤집어 씌우고 딸에게만은 감추고 싶어하는 <의뢰인의 딸>, 남편들을 살해하는 엽기적인 아내들 이야기 <탐정활용법>, 가족에 얽힌 비극과 놀라운 반전을 그린 <장미와 나이프> 등 다섯 건의 살인사건이 등장하고 클럽의 두 남녀 탐정은 의뢰인의 요구에 철저히 부합하여 하나같이 해결이 불가능할 것 같은 교묘한 트릭의 사건들을 멋지게 해결한다. 짧은 분량의 단편들이라 사건에 대한 자세한 정황이나 배경, 추리 과정들을 세세하게 설명하고 있지 않지만 밀실 트릭, 변장 트릭, 알리바이 조작, 살인방법 조작 등 추리소설 요소들은 다 보여주고 있고, 범인들의 교묘한 트릭들을 멋지게 간파해내는 탐정들의 추리 솜씨, 그리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장점인 반전의 묘미까지 한껏 담아내고 있어 한편 한편이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어 단숨에 책을 읽게 만들 정도로 몰입감이 뛰어나다. 개인적으로는 탐정클럽의 탐정들마저 속아 넘기려는 두 아내를 그린 <탐정활용법>이 가장 재미있었다. 

  그동안 읽어 본 그의 작품에서 최고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그만의 "재미"가 어떤 것인지 여실히 보여준 이 작품 때문에라도 히가시노의 명성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 작품의 일본에서의 발간년도가 1990년도이고 그 후로 탐정클럽이 등장하는 작품이 없는 것으로 보면 매력적인 캐릭터인 두 탐정은 일회성 단명(短命) 캐릭터로 보여진다. 이 책이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얻어서 히가시노가 이 둘을 주인공으로 작품을 쓰게 된다면 이번에는 단편이 아닌 장편에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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