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인식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1
이상권 지음 / 자음과모음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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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어른이 되길....... 그 얼마나 무서운 주문이었던가” 

별다른 성장통(成長痛)을 겪지 않고 사춘기를 비교적 무난히 넘겼던 - 부모님은 별탈없이 사춘기를 넘긴 내게 아직도 고마워하고 계신다-  내가 실제로 "어른"이 된다는 것이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깨닫게 된 것은 대학 졸업하고 사회에 나서게 된 무렵이었다. 그 당시 괜한 감상에 빠져 화두(話頭)처럼 나를 괴롭혀 온 내 존재의 물음에 대한 해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었고, 대학을 졸업한 후 남들처럼 취업을 하고  결혼을 해서 가정을 이루는 틀에 박힌 과정을 겪는 것에 대한 강한 혐오감을 가졌던 나는 졸업하고도 2년 가까이 취업을 포기하고 방황을 했었다. 결국 현실과 타협하고 오늘날 이 나이에 이르렀지만 지금 내 모습이 내가 꿈꿔왔던 그런 모습인가 하는, 성장통을 앓던 그 시절의 고민을 떠올려보면 자괴감(自愧感)까지 느껴진다. 어쩌면 성장통을 너무 늦게 앓게 되어서인지 그 때의 가슴 앓이는 훌쩍 어른이 되어 버린 지금의 나이에도 아직도 잊지 못하고 가끔식 떠올리게 하는, 어쩌면 아직도 현재진행형으로 나를 괴롭히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중견작가 이상권의 <성인식(자음과 모음/2010년 10월)>은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에 있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겪고 있는 성인 통과 의례와 아픔을 그린 소설로 나처럼 어른이 되어버린 지 오래인 중년의 “어른”들이 읽어도 가슴 뭉클하고 감동적인 성장소설이다.  

“성장이란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이 소설에는 다섯 편의 성장 소설이 담겨져 있다. 다섯 편의 단편 속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성인 통과 의례를 겪게 된다. 표제작이기 도한 "성인식"의 시우는 가족과 같은 개 칠손이를 자신의 손으로 죽이면서 누구보다도 더 충격적이고 아픈 통과의례를 치러내고, "문자 메시지 발신"편의 중학생 소녀 "슬기"는 자신의 절친한 친구였다가 친구들에게 따돌림 당해 전학을 간 "정미"와 같은 따돌림을 당하면서 친구의 아픔을 이해하고 뒤늦은 후회의 눈물을 흘리고, "암탉"에서 왕따 문제로 도시 외곽으로 이사와 키우게 된 암탉과 오리를 벗 삼아 상처를 치유하던 "예분“은 조용한 전원생활을 즐기려는 이웃주민들의 "폭력"에 다시 한번 상처를 입게 된다. "욕짱 할머니와 얼짱 손녀"에서 필분이는 조류 독감으로 살처분하라는 압력을 온몸으로 거부하고 키우던 "때까우(거위)"을 데리고 산으로 숨어버리는 자신의 '욕짱' 할머니가 영 이해가 되지 않아 "된장!"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마지막 편 "먼나라 이야기"에서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 개방으로 소 값이 폭락하면서 생계가 막막해진 축산농가의 아들 오연이가 우시장에 다녀온 아버지가 들고 들어온 농약병을 이웃주민처럼 자살하려고 그런다고 오해하고 그런 아버지를 온 몸으로 막아선다.  이처럼 작가는 다섯 편의 단편에 등장하는 사춘기 소년 소녀들이 겪는 저마다의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을 이야기하면서 결국 어른이 된다는 것은 과거의 소중했던 무엇과의 작별의 아픔을 겪는 것이라고 성인식을 정의하고 있다. 그런데 작가는 요즈음 신문이나 방송에서 자주 오르내리는, 학원으로, 과외로 내몰리며 공부하는 기계로 살아가고 있는 도심 속 청소년들만이 지금 우리 아이들이 모습이 아니라 소외되고 있는 도심 밖 "농촌"의 아이들도 바로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아이들이며, 그들이 겪고 있는 성인 통과 의례의 아픔 또한 우리가 귀 기울여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단편 제목처럼 그저 먼 나라 남의 이야기로만 알고 있던 "조류 독감"이나 "쇠고기 수입 개방" 문제를 자신의 삶에서 실제로 아파하는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그 어느 말보다도 더 가슴에 와 닿도록 생생하게 들려주고 있다.  

나는 산다는 것이 먹고 움직이고 배우는 게 아니라 웅크리고 두려움을 지켜내는 일이라는 것을 벌써 알아버렸다.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고, 웅크리고 두려움을 지켜내는 것이 어른이 되는 과정이라고 이야기하는 이 책은 청소년들에게는 너희가 앓고 있는 성장통은 어른이 되기 위한 통과 의례이니 두려워하지 말라고, 다만 어른들처럼 소중한 무엇인가를 잃지 말고 가슴 깊은 곳에 간직하라고 당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이미 훌쩍 어른이 되어 버려 성인식을 치루던 그 나이를 까맣게 잊고 사는 우리 어른들에게는 당신이 잃어버린 소중한 그것은 과연 무엇이었냐고,  그래서 되어버린 어른의 당신 모습은 당신이 꿈꿔왔던 그 모습이었냐고 질책하고 있는 것 같다. 짧은 분량의 단편소설들이니 단숨에 읽겠지 하고 별 기대 없이 읽은, 사춘기 소년 소녀들의 눈높이에 맞춘 여타의 성장소설과 크게 다르지 않겠거니 여겼던, 그저 애들 문제로나 알고 있었던 "왕따"나 마찬가지로 남의 이야기로나 알고 있었던 조류 독감이나 쇠고기 문제들을 담은 이 책이 이렇게 나에게 많은 생각꺼리와 큰 울림의 감동을 안겨 줄지는 몰랐었다. 

기대 밖의 재미와 감동을 나에게 안겨준 이 책 덕분에 깊어가는 가을, 내가 어른이 되던 그 시절을 떠올려 보는 괜한 감상에 빠져 버리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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