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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민 투자학 - 대한민국 90%를 위한
이규성 지음 / 국일증권경제연구소 / 2010년 9월
평점 :
절판
'중산층 몰락'…가난 탈출 어려워져(MBN TV, 2010.11.2.)
6년간 중산층 5.1% 줄었다(내일신문, 2010.11.3.)
비록 지방 중소도시(천안)에서 대출을 받아 산 작은 평수의 아파트이지만 내 명의로 된 “내 집” 한 채가 있고, 비상장기업이긴 하지만 매출액 기준 1,000대 기업 안에 드는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으니 그래도 “중산층”에는 들겠구나 생각한 적이 있었다. 그런데 최근 장바구니 물가가 사상 최고치로 오르면서 마트에 가기가 점점 두려워져 매주 가는 걸 한 달에 한번으로 줄여가게 되고, 인플레이션 우려로 금리 인상이 점쳐지면서 대출 금리가 얼마나 오를까 노심초사하고, 꼬박꼬박 부어온 국민 연금과 연금 보험은 내가 수령할 때 쯤 되면 기금이 고갈되서 손에 푼 돈 몇 푼 주어지고 말 거라는 보도에 노년이 영 불안하는가 하면, 그나마 내가 가지고 있는 몇 주 안 되는 주식은 주가가 연일 최고점을 갱신하면서도 본전은 커녕 계속 손실만 커지고 있으니 현재와 미래에 대한 걱정이 이만저만한 것이 아니다. 집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대출 이자에, 치솟는 물가에 삶이 더 팍팍해지고 곤궁해지는, 그렇다고 미래가 좀 더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를 전혀 할 수 없는, 이른바 “하우스 푸어(House Poor)"라는 말이 바로 지금 나에게 딱 맞는 그런 말 일 것이다. 아침 출근하면서 뉴스를 들어보니 지난 해(2009년 기준) 기준 일명 '부자세(富者稅)'로 불리는 종합 부동산세를 납부한 사람이 21만 2,600명이고, 그 중 상위 10%(2만 1,260명)가 납부한 세액이 종부세 전체 세액의 85.7% 를 차지하고 있다니 부자들 사이에서도 부의 편중이 심하다고 그러던데, 그래도 종부세를 납부하는 사람들은 "부자"라 칭한다면 그들을 제외한 나머지 국민들은 그야말로 "서민(庶民)"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대한민국 대다수를 차지하는 "서민"들은 도대체 어떻게 하면 부자가 될 수 있을까? '다음 아고라 경제토론방'에서 필명 '카이사르21'로 이름을 날리던 -아쉽지만 아고라에서 이 작가의 글을 접해본적이 없는 것 같다 - 이규성의 <90% 서민 투자학; 대한민국 90%를 위한(국일증권 경제연구소, 2010년 9월)>은 이 책만 읽으면 단박에 부자가 되는 비법을 알려주는 그런 책이 아니라 출판사 소개글처럼 대한민국 90%에 속하는 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재테크 방법, 특히 펀드나 주식에 대한 투자방법을 소개하는 일종의 투자 지침서이다.
투자 기술서 10권 보다 <삼국지>, <쇼펜하우어 인생론> 한 번 읽는 것이 투자에 더 도움이 되며, 경제 전쟁에 승리하는 자는 경제 지식과 함께 인간을 이해하고, 보이는 현상을 통해 보이지 않는 이면의 세계를 간파해낼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진 사람이 승자가 될 수 있다는, 즉 지식은 통찰을 이기지 못한다고 강조하고 있는 이 책은 먼저 실질적인 투자의 기술에 앞서 투자를 대하는 올바른 태도와 서민이 알아야 할 투자의 맥을 짚어준다(1장). 그리고 나서 투자의 바로미터가 되는 경제 변수인 금리와 환율에 대해 언급하고, 종종 증권가의 격언인 “무릎에서 잡아서 어깨에서 팔아라”와는 정반대로 상투에서 잡았다가 발바닥에서 팔아 큰 손해를 보고야 마는 펀드와 주식에서의 서민의 눈높이에 맞춘 제대로 된 투자 방법에 대해서 설명한다(2장). 마지막 장(3장)에서는 일상 생활에서 만나게 되는 여러 경제 상황들에 대해 대처하는 방법, 즉 경제 활동에 있어서의 삶의 지혜를 역설하며 끝을 맺는다.
책은 목차만 새겨 읽어 봐도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비교적 쉽게 설명하고 있는데 사실 변변한 주식이나 펀드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로서는 피부에 직접 와 닿지 않는 해설들이라 읽는 데 제법 시간이 걸리고 이해가 어려운 부분도 있어 하나하나 새겨 읽지 못하고 흘려 읽은 대목도 많았다. 다만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빚내서 집 한 채 장만한 나로서는 2장에서 "부동산 불패신화의 불편한 진실" 챕터 만큼은 곱씹어 읽게 되는데, 작가는 먼저 산업역군이셨던 50,60대 아버지 세대와 지금 중년으로 90~2000년대를 살아온 30,40대 우리 세대(386세대), 그리고 지금 취업 때문에 고생하고 있는 20,30대 젊은 세대(88만원 세대)의 내 집 마련 세태를 비교하면서 도시 근로자가 아파트를 구매하기에는 이미 가격이 너무 올라버렸고, 또한 아파트를 살 만한 사람은 거의 다 사버렸으며, 향후 인구 증가는 둔화되고 머지않아 인구가 감소되는 상황이 예상되므로, 앞으로 시장의 무게 중심은 수요보다 공급 우위로 변해가고 있다고 전망한다. 따라서 이런 상황 속에서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매한 후 더 높은 가격에 사줄 사람을 기다리는 것은 매우 위험한 경제적 선택이며, 이제 아파트로 돈 버는 시대는 희미한 그림자만 남아 있을 뿐 역사 속으로 사라져가고 있다고 단언한다. 이 대목은 비록 투기(投機) 목적이 아닌 실 거주 목적으로 산 집이지만 그래도 이자내고 있는 만큼은 좀 오르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를 하고 있는 나로서는 괜히 힘이 쭉 빠지는 그런 전망이라 할 수 있겠다.
서민들의 눈높이에 맞춘 실질적인 투자 전략을 주 목적으로 한 책이지만 이런 류의 투자 지침서들이 그러하듯 실생활에서 응용하거나 변화하지 않는다면 역시나 이론서, 즉 "그림의 떡"에 불과할 수 도 있는 그런 책일 것이다. 그러나 실제 주식이나 펀드를 설명하는 2장은 그렇더라도 투자의 마음가짐이나 "큰돈을 빌려주거나 보증을 서지 말라", "현명한 노후대책은 무엇일까"와 같은 바람직한 경제 생활을 위한 충고들을 담고 있는 1장과 3장은 경제 에세이로 읽어도 좋을 그런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투자 전략이나 경제생활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여부는 오로지 이 책을 읽은 독자의 몫에 달려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