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깨달음의 이야기
디팩 초프라 지음, 정경란 옮김 / 문예출판사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4대 복음서에 기술되어 있는 예수의 공생애(公生涯) - 예수가 30세에 이르러 복음을 선포하시다가 33세에 십자가에서 최후를 맞을 때까지의 3년간의 삶을 공생애라 부른다고 한다 - 야 굳이 크리스천(Christian)이 아니더라도 너무나 잘 알고 있을 유명한 이야기이지만 성경에서 다루고 있지 않은 12세부터 30세까지의 예수의 삶에 대해서는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져 온다고 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예수 생존 당시 유대교 일파이자 금세기 최대의 발견(1945)의 하나라는《사해문서(死海文書)》의 소유자였던 쿰란 교단으로도 잘 알려져 있는 "에세네파(Essenes)" - 네이버 백과사전 발췌 - 의 일원으로 수행(修行)을 했다는 이야기와 멀리 인도(India)북부 히말라야에 있는 달라이 라마의 포탈라 궁전에 있는 라싸 사원에서 불법(佛法)을 수행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인터넷을 조금만 뒤져보면 수십 건이 검색될 정도로 워낙 유명한 이야기라 한 두 번 쯤은 들어봤을 이 두 가지 설(說)은 그 진위(眞僞)를 떠나서 기독교인들에게는 불경(不敬)스러운 이야기겠지만 나처럼 비신자(非信者)들에게는 흥밋거리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인도 뉴델리 출신의 의학자이자 영적 지도자라는 디팩 초프라(Deepak Chopra)는 이처럼 온갖 설이 분분한 예수의 12세부터 29세까지의 숨겨진 삶을 그린 소설 <예수 깨달음의 이야기(문예출판사/2010년 5월)>에서 그동안 알려졌던 것과는 조금은 다른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준다. 즉 인간(人間)이었던 예수는 태어날 때부터 신성(神聖)을 지녔던 것이 아니라 자기 성찰을 통해 "메시아(Messiah)"로서의 소명(召命)을 "깨달은" 사람이라는 이야기이다. 

   어느 고산 지역 사원에 거주하며 글을 쓰며 수행하고 있는 "나"에게 어느날 아침 사원의 아이가 숨을 몰아쉬며 뛰어와 눈 속에 말이 묻혀 있다고 알려온다. 단순히 말 한 마리가 아니라 말에서 떨어진 외지인이 있음을 직감한 "나"는 아이를 앞장 세워 그 장소로 가보게 된다. 마치 무덤 봉분 위에 눈이 쌓인 듯 볼록하게 솟아 있는 눈더미를 걷어내니 무릎을 꿇고 앉아 두 손을 턱 밑에 고인 채로 얼어 있는 사람을 발견한다. 그가 바로 오늘날 하느님의 아들이자 구세주(救世主)로 잘 알려져 있는 "예수"였다. 아직 메시아로서의 존재를 각성(覺性)하지 못했던 예수는 고산 지역에 자신을 깨우쳐 줄 사람이 있다는 소문을 듣고 머나먼 구도(求道) 여행 끝에 도착했지만 폭설을 만나 말에서 실족한 것이었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예수는 자신의 이름을 대번 말하는 "나"가 바로 자신이 찾고 있던 사람임을 알고 그동안 그가 겪은 일들을 들려주기 시작한다.
 

   예수는 동생을 따라 혁명당원 집회에 참석했다가 그들의 은신처에까지 끌려가게 되는 위험을 겪게 되지만 다행히 빠져나오게 된다. 돌아오는 길에 혁명당원 "유다" - 훗날 예수를 배신한 바로 그 가롯 유다다 - 를 만나게 되고, 그와 함께 예루살렘 유대인 성전의 제사장 중 한 명을 암살하려는 음모에 우연찮게 가담하게 된다. 일종의 사기극을 벌이는 걸로 계획했지만 또 다른 혁명당원이 실제로 살인을 저지르게 되자 예수와 유다는 거리의 "성녀(聖女)" - 실제로는 창녀를 비꼬는 말 - 막달아 마리아의 도움으로 로마 군인들을 피해 달아나게 된다. 결국 예수와 유다는 로마 군인에게 체포되어 비좁은 감옥에 갖히게 되지만 누군가 잠금장치를 풀어놓은 덕분에 예수는 홀로 탈출하게 된다. 그곳에서 로마인이면서도 유대교의 믿음을 가지고 있는 의문의 사내에게서 "주인님"이라는 호칭을 듣게 되고, 예수는 그 사람의 안내로 그의 집에서 머물면서 그의 인생사를 전해듣고, 자신을 구세주로 생각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마을에서 머무르던 예수는 큰 불길에 휩싸인 마을 주민의 집에 사람을 구하러 들어갔다가 신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서 자신의 사명에 대해 조금씩 자각하게 된다.  마을을 떠나 다시 여행 길에 나서던 중 간음죄로 돌팔매질을 당할 뻔한 마리아를 구해내고,  그녀에게 남자로서의 사랑을 느끼게 되지만 그를 찾아온 젊은이의 손에 이끌려 에세네파의 은거지로 향하게 된다.  에세네파 예배당 백색 벽에는 아무도 그린 사람이 없는, 말 그대로 하룻 밤 사이에 갑자기 나타난 메시아의 생애를 담은 그림들이 그려져 있었는데, 예수는 그 그림들이 자신의 탄생과 성장과정을 그렸다는 것을 알게 되고 먼 훗날 미래 모습일 십자가가 그려져 있는 그림을 보고 자신이 완성해야 할 그림임을 깨닫게 된다.  에세네파에서 5년을 머물렀던 예수는 에세네파 교인들 앞에서 자신은 유대인들이 바래왔던 정복 군주로서의 메시아가 아니라고 선언하고 떠나온다. 아직 자신의 소명에 대한 완전한 깨달음을 얻지 못했던 예수는 상인들에게서 고산 지역에 구도자들이 있다는 소문을 전해 듣고 그들을 찾아나서는 구도 여행을 시작한다. 

  예수의 긴 이야기를 전해들은 "나"는 예수에게 자신의 주변에서 맴돌고 있는 악마를 보여주며 예수의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깨닫는 데 도움을 주고, 마침내 깨달음을 얻은 예수는 공생애로 잘 알려져 있는 자신의 운명의 길을 걷기 위해 고산 지역을 떠난다. "나"는 머리 속에 떠오르는 그 이후로의 예수의 삶 몇 장면과 예수의 제자였던 도마와의 만남, 예수를 배신했던 유다의 영을 만난 이야기를 들려주며 이야기를 끝맺는다.  

소설이 다 끝나고 말미에 실은 “디팩 초프라가 독자들에게 : 예수와 깨달음의 길”라는 글에서 작가는 신약성서 바깥에 존재하는 예수야말로 현대인에게 가장 중요한 의미를 주는 예수이며 예수가 우리에게 남긴 가르침을 실현하는 유일한 방법은 이 책에서 소개한 예수의 깨달음의 과정을 우리가 직접 체험하는 것이며 각 개인이 깨달음에 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신적 존재의 예수가 아닌 "깨달음의 과정"이라는 개념으로 독특하게 해석한 이 책은 이야기 자체는 참신하고 흥미롭지만 작가의 생각에 올곧이 공감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사실 이해하기 쉽지 않은 책이었다.  특히 마지막 글은 한 때 유행했던 크리슈나 무르티 스타일의 명상 서적들을 읽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아마도 인도 출신인 작가의 종교적 사상적 배경이나 그가 운영하고 있다는, 마음 수련법 단체이자 뉴에이지 성향 단체로 보이는 '초프라 행복 센터(Chopra Center for Well-Being)'에서 기인한 것일 수 도 있을 것이다.  또한 예수를 신성(神聖)을 지니고 태어난 초월적인 존재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구도를 통해 하느님과 일체가 되는 경지에 이르는, "깨달음"이라는 개념으로 묘사한 점 -  마치 유교나 천도교에서의 신인합일(神人合一)의 경지를 일컫는 말처럼 느껴졌다 - 막달라 마리아에게 남성으로서 사랑을 느끼고 그 충동에 휩싸여 잠시나마 사명을 망각한다는 인간적인 고뇌를 그린 점, 악마도 신(神)의 일부분이라고 언급하는 것들은 바로 영지주의(靈智主義)적 해석으로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예수의 신성을 왜곡하고 폄하하는 이단(異端) 서적이라고 확대 해석할 필요까지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해석은 기존 종교계의 일반적인 관점과는 다르지만 예수의 존재나 하느님의 유일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혼란과 의심, 절망을 딛고 마침내 자기 멸각과 ‘세상의 빛’으로서 자신의 진정한 정체성을 깨달아가는 한 인간의 여정에 관한 매혹적인 이야기" 라는 "에크하르트 톨레(<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 저자)"의 평처럼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아 마침내 인류의 구세주가 된 예수의 삶을 통해 우리들도 그가 걸어온 발자취를 따라 하느님의 큰 가르침을 실천해야 한다고 이야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나와 같은 비신자들에게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획을 그은 인물이자 정신적 스승이라 할 수 있는 예수의 색다른 면 - 비록 소설적 상상력으로 만들어낸 허구의 모습이겠지만 - 을 만나 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다.  신앙의 유무를 떠나 우리가 익히 알고 있었던 예수님과는 다른 모습을 만나보고 싶다면 한번쯤은 읽어봐도 좋은 그런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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