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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 당신이 절대 모르는 경제기사의 비밀
김진철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요새는 인터넷으로 쉽게 뉴스를 검색할 수 있어서 별도의 종이 신문을 구독하고 있진 않지만 한때는 종합일간지 1부, 경제신문 1부 이렇게 2 부를 정기 구독 했었다. 종합일간지야 오래전부터 부모님께서 계속 구독하셨기 때문에 거의 습관처럼 펼쳐보곤 했는데, 경제신문은 한 때 유행했던 “경제신문을 통한 경제 공부” 차원에서 구독했었다. 그러나 경제학을 전공했음에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기사가 바로 “경제면”이어서 1년 남짓 구독하다가 그만 중단을 해버렸다. 그 후로 회사에서 거의 의무적으로 구입하다시피 하는 경제신문들이 있었지만 솔직히 화장실 갈 때 들고 가서는 대충 보고 놓고 나오는, 즉 화장실용 심심풀이 읽을 꺼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런 신문이 바로 경제 신문이었다. 이마저도 최근 회사 경비 절감 한다면서 끊기는 바람에 경제 신문들은 인터넷으로나 접해볼 뿐 - 그것도 거의 클릭하지 않는 그런 신문 - 종이신문으로 만나본지 꽤나 오래된 듯하다. 그렇다면 이해하기 도통 어렵기만 한 경제 신문 기사들은 과연 어렵더라도 계속 읽어야 할까 아님 예전처럼 그냥 포기하고 - 물론 관심 가는 기사는 챙겨 보겠지만 - 아예 멀리해야 할까? 9년 여간 한겨레 신문 경제, 문화 분야의 현역 기자이자 작년에 참 재미있게 읽었던 경제서적인 <내 돈을 지키는 경제학(밀리언하우스/2010년 2월)>을 쓴 작가인 김진철 기자는 그의 신작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당신이 절대 모르는 경제기사의 비밀(밀리언하우스/2010년 11월)>에서 경제 기사를 꼭 챙겨 읽되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행간 사이를 잘 살펴보면서 읽으라고 충고한다.
작가는 책 첫머리에서 우리가 경제 기사를 읽어야 될 이유로 경제 기사를 챙겨 읽는 독자들이 주로 쏜 꼽는 이유일 “부자”되겠다는 이기적 이유에서뿐 아니라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이 모두 행복하게 잘살기 위해서도 경제기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경제에 대한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며, 그래야 언론이 제대로 된 경제 기사를 쓸 것이요, 경제 기사를 읽는 시민 독자들도 경제 역시 민주화된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유가 거창하게까지 느껴지는데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왜 “우리”를 강조하는 지 잘 알 수 있게 된다.
작가는 경제 기사를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말고 잘 헤아려 읽으라고 이야기하는데, 제일 먼저 경제기사를 읽는 독자들의 가장 큰 착각이 경제 기사를 쓰는 기자가 해당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기자들이 일반시민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정확히 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기자의 역할은 “전달자”로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 이를 독자에게 잘 정리해 들려주는 것, 즉 해당 사안을 잘 아는 것보다 해당사안을 잘 아는 사람이 누군지 잘 추려내는 사람이 바로 기자라고 말한다. 따라서 좋은 경제 기자란 경제에 정통한 것보다 정통한 사람들로 이뤄진 네트워크를 잘 갖추고 있는 기자일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여러 견해 중 가장 적절한 것을 판별해낼 수 있을 정도의 전문 지식까지 갖춰야 훌륭한 기자라고 인정받게 되는데 우리 언론에서 이런 기자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으며 심지어 전혀 모르는 내용을 다른 신문의 기사를 참고해 짜깁기하는 표절형 기사를 써대는 엉터리 경제 기자도 적지 않다고 고백한다. 이러니 아무 경제 기사나 무턱대고 사실이나 진실로만 받아들여선 곤란한 일이며, 네트워크를 갖추고 전문지식까지 보유한 훌륭한 기자가 쓴 기사라 해도 독자 스스로 비판적으로 읽고 다시 확인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현명한 경제기사 읽기의 태도라고 충고한다.
또한 IMF 경제 위기 이후에 경제신문들이 앞 다퉈 창간하고 종합일간지조차 경제 섹션을 대폭 늘리는 등 경제 기사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물론 경제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커지기도 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종이신문 구독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방송이나 뉴미디어 매체로 광고를 자꾸 빼앗기면서 불거진 “신문의 위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경제 기사나 섹션의 확대를 통해서 광고를 유치하려는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이렇게 대다수 신문사들이 재무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다 보니 물적 기반이 불안정하고 더 나아가 존폐의 기로에 놓인 언론이 광고주를 향해 비판의 날을 날카롭게 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기자의 전문성을 높여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감내하며 신문이 만들어지므로 심층 취재는 커녕 취재의 기본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다 보니 자본이라는 막강한 창을 지닌 취재원이자 광고주인 기업, 특히 재법기업에 맞설 방패가 신문사에 전무할 수 밖에 없고, 광고인지 기사인지 구분이 안되는 홍보성 기사가 만연하고 언론의 당연한 책무인 경제 권력에 대한 비판은 소극적으로 이뤄지게 된다고 통렬히 비판하며 경제 정보에 대한 수요 증가 때문이 아니라 광고 수주에 도움을 얻기 위해 경제기사가 증가하는 건 매우 비극적인 일이라고 개탄한다. 따라서 독자들이 경제 기사에 돈 되는 정보가 담겨 있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은 경제 기득권 세력의 논리 그 자체인 경우가 많으며 소수 기득권층의 이해를 그대로 대변하기 때문에 이런 관성이 굳어지다 보면 스스로 노동자이자 서민인 경제 기자들조차도 자신이 소수 기득권층이라도 되는 양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도맡게 되며, 그들(기자)이 교양인으로서 공부하고 터득한 상식은 신문사 월급쟁이로 살면서 체화되고 내면화된 편견과 타성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말하며, 이런 함정이 가득한 경제기사에서 독자들이 티끌을 걷어내고 보석 같은 정보를 추출해내기 위해선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서민들에게 필요한 경제기사 독법에는 어떤게 있을까? 작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로 경제기사로 당장 돈 벌겠다는 생각은 버리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서민의 입장에서 경제신문의 그 많은 경제 정보가 다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별 도움도 되지 않으니 재미를 찾으려면 경제신문보다 종합 일간지를 읽으라고 말한다. 종합 일간지의 정치,사회, 문화면 등 다른 여러 분야의 기사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경제기사 읽기로 넘어가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데서 시작하고 나면 관심의 범위를 넓혀가야 할 때인데 똑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한다면 각각의 견해가 담고 있는 논리, 근거들을 비교해보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보라고 말한다. 한 종류의 신문으로는 불가능하니 인터넷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기사 검색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데, 다만 기준으로 삼을 신문 하나는 정기 구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게 되면 경제 기사 행간에 숨어 있는 기업논리를 찾아봐야 하는데, 기사 안에 숨어있는 대기업의 입장과 논리를 구별해내고, 과거와 현재의 논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추적해보며, 독자 스스로 취재기자가 되어 이해되지 않는 논리는 기자에게 직접 묻고, 기사의 소재는 직접 찾아보라고 충고한다. 이렇게 상당기간 경제 기사를 읽는 것 자체가 공부여서 단순히 돈을 벌고 모으는 테크닉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는 데 매우 긴요하다고 말한다. 경제 논리가 정치 논리를 넘어선 지도 오래여서 경제가 돌아가는 논리를 모르고는 세상을 알 수 없으며 엉터리 같은 재테크 책 한권을 읽는 것보다 경제 기사를 꾸준히 곁에 두고 읽는 게 더 중요하고 유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더구나 경제 기사가 왜곡되는 근본적인 원인인 신문사의 재무적 취약성과 이 때문에 벌어지는 광고를 무기로 한 대기업의 언론 지배 역시, 독자들의 경제기사 읽기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즉 비판적 독자들이 경제 기사 보는 안목을 갖추고 신문을 가려 읽게 될 때, 신문은 광고주가 아닌 독자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경제기사 읽기는 곧바른 경제보도가 나오도록 하는 선순환의 실마리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책에는 이처럼 경제 기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와 바람직한 독법 외에도 여러 실제 기사들을 사례로 들기도 하는데, 그중 평균법의 오류인 “주택보급률”의 함정과 만능청약통장 붐에 숨겨진 경제 논리, 현대자동차 파업에 유독 적대적인 기사와 사설을 쏟아내는 모 경제신문사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소개하기도 한다. 그중 우리가 종종 착각하는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에 대하여 작가는 이는 시장의 근본 윈리나 기업 활동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있을 수 없는 망상이라고 잘라 말하며, 삼성그룹은 사기업 일뿐이며 삼성을 비롯해 오늘날 굴지의 대기업집단을 이룩한 대부분 재벌기업들은 창업 초기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고 말하며, 이는 국민들이 낸 세금이 이들의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는 것으로 정부가 준 다양한 감세 혜택과 수출 지원 등은 모두 세금을 바탕으로 한 기업지원활동이었다고 밝힌다. 그런데도 삼성 창업주 일가는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고 경영권을 세습하기 위해 온갖 불법을 저질렀음에도 긴 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면 복권을 받곤 했다면서 불법 탈세는 결국 온 국민의 손해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문제는 바로 서민들의 인식으로 삼성의 불법 경영권 승계와 비자금 문제를 지적하거나 비판하면 삼성 편을 드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삼성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을 서로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식의 소유자들이라고 비판한다. 자신의 삶과 가치관이 서로 잘 연결되지 못하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언론의 속임수 때문인데, 특히 경제 기사가 독자들을 위해 쓰여지지 않고 광고주의 돈, 정부의 회유, 신무사주의 이익에 기자들이 복무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니 삼성의 불법적 경영승계는 나라가 망하면 안 되니 봐줘도 된다는 논리가 독자들에게 부지불식간에 내면화되는 것으로 결국 돈과 권력이 사람들의 인식까지 좌지우지 하는 것이며 언론이 특히 경제기사가 복무하고 있는 셈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신문사 경제 분야에 기자로 종사해온 작가의 경험담이 녹아 있어서인지 작가가 후기에서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선배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논조와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날카롭고 비판적이다. 실제로 경제 신문이나 종합일간지 경제 섹션을 보면 광고가 대다수이고 이게 기사인지 홍보인지 헷갈릴 정도로의 기사들이 수두룩한데, 그 이유를 이 책을 통해서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책에서 소개한 사례 외에 회사 업무가 기획/홍보관련 업무이다 보니 신문사 창립기념일이나 연말연시만 되면 각종 신문사에서 요란한 경영 대상(大賞)들을 수여하겠다고 수십차례 연락을 받곤 하는데, 중소기업 CEO들이야 상을 받는다니 기쁜 마음에 응모하지만 뒤늦게 수천만원의 협찬을 요구해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돈을 내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을 보면 이 또한 신문사의 돈벌이에 불과한 것이 명백하다 할 것이다. 민주화 운동시절에는 언론이나 경제가 정부의 꼭두각시 노름을 하는 “정언유착(政言癒着)”, “정경유착(政經癒着)”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그보다 더 지능적이고 위험한 “경언유착(經言癒着)”이 뿌리내린 지가 오래되었다니 참 걱정이다. 작가가 제안한 대로 경제기사를 찬찬히 뜯어보고 전후좌우를 비판하는 현명한 독자야말로 이러한 부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좀 아쉽다면 물론 몇몇 사례들을 들기는 하지만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실제 경제 기사 사레들을 보다 충분히 열거해서 오류나 숨은 의도를 조목조목 비판했으면 이해하는 데 더욱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혹 이 분야 관련하여 후속작을 생각하고 있다면 좀 더 풍부한 사례들 위주로 구성되어 주길 개인적으로 바래본다.
그나저나 우리 국민들은 황우석 사태를 겪으면서 거의 준(準) 줄기세포 전문가로, 광우병 소고기 반대 촛불 시위를 겪으면서는 준 광우병 전문가로, 4대강 반대로는 준환경 전문가가, 미네르바 사태로는 개인의 말할 권리와 공익의 충돌이라는 헌법적 가치에까지 신경 써야 할 정도로 공부할 것이 많아 피곤했는데, 이제 경제 기사까지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읽어야 한다니 정말 국민들은 더욱 피곤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에효 라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