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 당신이 절대 모르는 경제기사의 비밀
김진철 지음 / 밀리언하우스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요새는 인터넷으로 쉽게 뉴스를 검색할 수 있어서 별도의 종이 신문을 구독하고 있진 않지만 한때는 종합일간지 1부, 경제신문 1부 이렇게 2 부를 정기 구독 했었다. 종합일간지야 오래전부터 부모님께서 계속 구독하셨기 때문에 거의 습관처럼 펼쳐보곤 했는데, 경제신문은 한 때 유행했던 “경제신문을 통한 경제 공부” 차원에서 구독했었다. 그러나 경제학을 전공했음에도 가장 이해하기 어려운 기사가 바로 “경제면”이어서 1년 남짓 구독하다가 그만 중단을 해버렸다. 그 후로 회사에서 거의 의무적으로 구입하다시피 하는 경제신문들이 있었지만 솔직히 화장실 갈 때 들고 가서는 대충 보고 놓고 나오는, 즉 화장실용 심심풀이 읽을 꺼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그런 신문이 바로 경제 신문이었다. 이마저도 최근 회사 경비 절감 한다면서 끊기는 바람에 경제 신문들은 인터넷으로나 접해볼 뿐 - 그것도 거의 클릭하지 않는 그런 신문 - 종이신문으로 만나본지 꽤나 오래된 듯하다. 그렇다면 이해하기 도통 어렵기만 한 경제 신문 기사들은 과연 어렵더라도 계속 읽어야 할까 아님 예전처럼 그냥 포기하고 - 물론 관심 가는 기사는 챙겨 보겠지만 - 아예 멀리해야 할까? 9년 여간 한겨레 신문 경제, 문화 분야의 현역 기자이자 작년에 참 재미있게 읽었던 경제서적인 <내 돈을 지키는 경제학(밀리언하우스/2010년 2월)>을 쓴 작가인 김진철 기자는 그의 신작 <대한민국 불공정 경제학; 당신이 절대 모르는 경제기사의 비밀(밀리언하우스/2010년 11월)>에서 경제 기사를 꼭 챙겨 읽되 무분별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행간 사이를 잘 살펴보면서 읽으라고 충고한다.

  작가는 책 첫머리에서 우리가 경제 기사를 읽어야 될 이유로 경제 기사를 챙겨 읽는 독자들이 주로 쏜 꼽는 이유일 “부자”되겠다는 이기적 이유에서뿐 아니라 나와 내 가족, 내 이웃이 모두 행복하게 잘살기 위해서도 경제기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통해 경제에 대한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말하며, 그래야 언론이 제대로 된 경제 기사를 쓸 것이요, 경제 기사를 읽는 시민 독자들도 경제 역시 민주화된 세상에서 인간답게 살아갈 수 있다고 강조한다. 이유가 거창하게까지 느껴지는데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왜 “우리”를 강조하는 지 잘 알 수 있게 된다.  

  작가는 경제 기사를 무턱대고 받아들이지 말고 잘 헤아려 읽으라고 이야기하는데, 제일 먼저 경제기사를 읽는 독자들의 가장 큰 착각이 경제 기사를 쓰는 기자가 해당분야의 전문가라고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물론 기자들이 일반시민들보다 더 많이 그리고 더 정확히 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당연한 사실이겠지만 기자의 역할은 “전달자”로 다른 이들의 말을 들어 이를 독자에게 잘 정리해 들려주는 것, 즉 해당 사안을 잘 아는 것보다 해당사안을 잘 아는 사람이 누군지 잘 추려내는 사람이 바로 기자라고 말한다. 따라서 좋은 경제 기자란 경제에 정통한 것보다 정통한 사람들로 이뤄진 네트워크를 잘 갖추고 있는 기자일 것이며 이를 바탕으로 여러 견해 중 가장 적절한 것을 판별해낼 수 있을 정도의 전문 지식까지 갖춰야 훌륭한 기자라고 인정받게 되는데 우리 언론에서 이런 기자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으며 심지어 전혀 모르는 내용을 다른 신문의 기사를 참고해 짜깁기하는 표절형 기사를 써대는 엉터리 경제 기자도 적지 않다고 고백한다. 이러니 아무 경제 기사나 무턱대고 사실이나 진실로만 받아들여선 곤란한 일이며, 네트워크를 갖추고 전문지식까지 보유한 훌륭한 기자가 쓴 기사라 해도 독자 스스로 비판적으로 읽고 다시 확인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을 현명한 경제기사 읽기의 태도라고 충고한다. 

  또한 IMF 경제 위기 이후에 경제신문들이 앞 다퉈 창간하고 종합일간지조차 경제 섹션을 대폭 늘리는 등 경제 기사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데, 물론 경제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커지기도 했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종이신문 구독률이 갈수록 떨어지고, 방송이나 뉴미디어 매체로 광고를 자꾸 빼앗기면서 불거진 “신문의 위기” 때문이라고 말하며 경제 기사나 섹션의 확대를 통해서 광고를 유치하려는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이렇게 대다수 신문사들이 재무적으로 매우 취약한 상태에 놓이다 보니 물적 기반이 불안정하고 더 나아가 존폐의 기로에 놓인 언론이 광고주를 향해 비판의 날을 날카롭게 세우기란 쉬운 일이 아니며, 기자의 전문성을 높여줄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고, 만성적인 인력부족을 감내하며 신문이 만들어지므로 심층 취재는 커녕 취재의 기본도 지켜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한다. 이러다 보니 자본이라는 막강한 창을 지닌 취재원이자 광고주인 기업, 특히 재법기업에 맞설 방패가 신문사에 전무할 수 밖에 없고, 광고인지 기사인지 구분이 안되는 홍보성 기사가 만연하고 언론의 당연한 책무인 경제 권력에 대한 비판은 소극적으로 이뤄지게 된다고 통렬히 비판하며 경제 정보에 대한 수요 증가 때문이 아니라 광고 수주에 도움을 얻기 위해 경제기사가 증가하는 건 매우 비극적인 일이라고 개탄한다. 따라서 독자들이 경제 기사에 돈 되는 정보가 담겨 있다고 여기기 쉽지만, 실은 경제 기득권 세력의 논리 그 자체인 경우가 많으며 소수 기득권층의 이해를 그대로 대변하기 때문에 이런 관성이 굳어지다 보면 스스로 노동자이자 서민인 경제 기자들조차도 자신이 소수 기득권층이라도 되는 양 그들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도맡게 되며, 그들(기자)이 교양인으로서 공부하고 터득한 상식은 신문사 월급쟁이로 살면서 체화되고 내면화된 편견과 타성의 벽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말하며, 이런 함정이 가득한 경제기사에서 독자들이 티끌을 걷어내고 보석 같은 정보를 추출해내기 위해선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서민들에게 필요한 경제기사 독법에는 어떤게 있을까? 작가는 가장 중요한 것은 “재미”로 경제기사로 당장 돈 벌겠다는 생각은 버리라고 단언한다. 그리고 서민의 입장에서 경제신문의 그 많은 경제 정보가 다 필요하지 않을 뿐더러 별 도움도 되지 않으니 재미를 찾으려면 경제신문보다 종합 일간지를 읽으라고 말한다. 종합 일간지의 정치,사회, 문화면 등 다른 여러 분야의 기사를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경제기사 읽기로 넘어가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렇게 쉽고 재미있는 데서 시작하고 나면 관심의 범위를 넓혀가야 할 때인데 똑같은 사안에 대해 서로 다른 견해가 존재한다면 각각의 견해가 담고 있는 논리, 근거들을 비교해보고, 자신의 입장을 정리해보라고 말한다. 한 종류의 신문으로는 불가능하니 인터넷에서 쉽게 할 수 있는 기사 검색을 활용하는 것이 좋은데, 다만 기준으로 삼을 신문 하나는 정기 구독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기서 더 나아가게 되면 경제 기사 행간에 숨어 있는 기업논리를 찾아봐야 하는데, 기사 안에 숨어있는 대기업의 입장과 논리를 구별해내고, 과거와 현재의 논조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추적해보며, 독자 스스로 취재기자가 되어 이해되지 않는 논리는 기자에게 직접 묻고, 기사의 소재는 직접 찾아보라고 충고한다. 이렇게 상당기간 경제 기사를 읽는 것 자체가 공부여서 단순히 돈을 벌고 모으는 테크닉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보는 눈을 기르는 데 매우 긴요하다고 말한다. 경제 논리가 정치 논리를 넘어선 지도 오래여서 경제가 돌아가는 논리를 모르고는 세상을 알 수 없으며 엉터리 같은 재테크 책 한권을 읽는 것보다 경제 기사를 꾸준히 곁에 두고 읽는 게 더 중요하고 유용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말한다. 더구나 경제 기사가 왜곡되는 근본적인 원인인 신문사의 재무적 취약성과 이 때문에 벌어지는 광고를 무기로 한 대기업의 언론 지배 역시, 독자들의 경제기사 읽기로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하는데, 즉 비판적 독자들이 경제 기사 보는 안목을 갖추고 신문을 가려 읽게 될 때, 신문은 광고주가 아닌 독자에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이기 때문에, 독자들의 경제기사 읽기는 곧바른 경제보도가 나오도록 하는 선순환의 실마리이기도 하다고 이야기한다.  

  책에는 이처럼 경제 기사를 읽어야 하는 이유와 바람직한 독법 외에도 여러 실제 기사들을 사례로 들기도 하는데, 그중 평균법의 오류인 “주택보급률”의 함정과 만능청약통장 붐에 숨겨진 경제 논리, 현대자동차 파업에 유독 적대적인 기사와 사설을 쏟아내는 모 경제신문사가 그럴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소개하기도 한다. 그중 우리가 종종 착각하는 “'삼성이 망하면 나라가 망한다”는 논리에 대하여 작가는 이는 시장의 근본 윈리나 기업 활동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한다면 있을 수 없는 망상이라고 잘라 말하며, 삼성그룹은 사기업 일뿐이며 삼성을 비롯해 오늘날 굴지의 대기업집단을 이룩한 대부분 재벌기업들은 창업 초기 정부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다고 말하며, 이는 국민들이 낸 세금이 이들의 기업 활동을 지원하는 데 쓰였다는 것으로 정부가 준 다양한 감세 혜택과 수출 지원 등은 모두 세금을 바탕으로 한 기업지원활동이었다고 밝힌다. 그런데도 삼성 창업주 일가는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덜 내고 경영권을 세습하기 위해 온갖 불법을 저질렀음에도 긴 시간도 지나지 않아 사면 복권을 받곤 했다면서 불법 탈세는 결국 온 국민의 손해로 돌아온다고 말한다. 문제는 바로 서민들의 인식으로 삼성의 불법 경영권 승계와 비자금 문제를 지적하거나 비판하면 삼성 편을 드는 이들이 있는데, 이들은 삼성의 이익과 자신의 이익을 서로 구분하지 못하는 어리석은 인식의 소유자들이라고 비판한다. 자신의 삶과 가치관이 서로 잘 연결되지 못하는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무엇보다 언론의 속임수 때문인데, 특히 경제 기사가 독자들을 위해 쓰여지지 않고 광고주의 돈, 정부의 회유, 신무사주의 이익에 기자들이 복무하기 때문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니 삼성의 불법적 경영승계는 나라가 망하면 안 되니 봐줘도 된다는 논리가 독자들에게 부지불식간에 내면화되는 것으로 결국 돈과 권력이 사람들의 인식까지 좌지우지 하는 것이며 언론이 특히 경제기사가 복무하고 있는 셈이라고 이야기한다.  

  실제 신문사 경제 분야에 기자로 종사해온 작가의 경험담이 녹아 있어서인지 작가가 후기에서 같은 분야에 종사하는 선배와 동료들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할 정도로 논조와 이야기 전개가 상당히 날카롭고 비판적이다. 실제로 경제 신문이나 종합일간지 경제 섹션을 보면 광고가 대다수이고 이게 기사인지 홍보인지 헷갈릴 정도로의 기사들이 수두룩한데, 그 이유를 이 책을 통해서 정확히 알 수 있었다. 책에서 소개한 사례 외에 회사 업무가 기획/홍보관련 업무이다 보니 신문사 창립기념일이나 연말연시만 되면 각종 신문사에서 요란한 경영 대상(大賞)들을 수여하겠다고 수십차례 연락을 받곤 하는데, 중소기업 CEO들이야 상을 받는다니 기쁜 마음에 응모하지만 뒤늦게 수천만원의 협찬을 요구해와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돈을 내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을 보면 이 또한 신문사의 돈벌이에 불과한 것이 명백하다 할 것이다. 민주화 운동시절에는 언론이나 경제가 정부의 꼭두각시 노름을 하는 “정언유착(政言癒着)”, “정경유착(政經癒着)”이 문제였는데 이제는 그보다 더 지능적이고 위험한 “경언유착(經言癒着)”이 뿌리내린 지가 오래되었다니 참 걱정이다. 작가가 제안한 대로 경제기사를 찬찬히 뜯어보고 전후좌우를 비판하는 현명한 독자야말로 이러한 부패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일 것이다. 좀 아쉽다면 물론 몇몇 사례들을 들기는 하지만 다소 부족한 감이 없지 않아 실제 경제 기사 사레들을 보다 충분히 열거해서 오류나 숨은 의도를 조목조목 비판했으면 이해하는 데 더욱 좋았을 것을 하는 생각이 든다.  혹 이 분야 관련하여 후속작을 생각하고 있다면 좀 더 풍부한 사례들 위주로 구성되어 주길 개인적으로 바래본다. 

 그나저나 우리 국민들은 황우석 사태를 겪으면서 거의 준(準) 줄기세포 전문가로, 광우병 소고기 반대 촛불 시위를 겪으면서는 준 광우병 전문가로, 4대강 반대로는 준환경 전문가가, 미네르바 사태로는 개인의 말할 권리와 공익의 충돌이라는 헌법적 가치에까지 신경 써야 할 정도로 공부할 것이 많아 피곤했는데, 이제 경제 기사까지 하나하나 공부하면서 읽어야 한다니 정말 국민들은 더욱 피곤해질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에효 라고 한숨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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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하는 사람의 스마트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인생 설계에서 업무 관리까지 스마트폰을 활용한 똑똑한 자기관리 비법
김동균 지음 / 시공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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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스마트 폰(Smart Phone)" 열풍이 거세다. 사무실에도 작년 연초부터 한 두 명씩 스마트폰을 사기 시작하더니 요즈음에는 일반 휴대폰 사용자들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직원들이 스마트폰으로 바꾸었다. 심지어 휴대폰이라고는 전화 걸고 받는 것 외에는 문자 보내는 것이나 사진 찍는 것 조차 못하시던 올해 환갑이신 모 팀장님이 작년 가을 스마트폰을 하나 장만하시고는 근 한 달 여를 매뉴얼과 각종 관련 서적들을 찾아가면서 낑낑대시더니 지금은 여느 젊은 직원들 못지않게 익숙하게 사용하고 계실 정도이다. “스마트폰, 참 요물단지야”라는 그 팀장님의 말씀처럼 이제 대세(大勢)가 되어 버린 스마트폰, 그런데 단순히 화상통화나 MP3, 동영상, 게임 등 “신기한” IT 기기에서 좀 더 실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김동균의 <성공하는 사람의 스마트폰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시공사/2010년 12월)>은 스마트폰이야말로 영 거추장스럽고 불편하기만 했던 “시스템 다이어리”를 대체할 만한 최적의 자기 관리용 기기라면서 그 활용 방법을 우리에게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작가는 서문격인 <프롤로그>에서 이 책은 요새 붐을 이루고 있는 여타의 스마트폰 활용서처럼 스마트폰의 기본적인 사용법과 여가생활에 활용할 방법들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어떻게 좋은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고, 원하는 삶을 살아가기 위해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에 다가가기 위해 생활을 관리하는 데 스마트 폰을 어떻게 활용할까라는 목적을 가지고 쓰여졌다고 집필 동기를 밝히며 이 책은 스마트폰 입문서가 아닌 본격적인 실용/활용서라고 정의한다. 또한 이 책에서 소개된 방법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며, 특히 스마트폰으로 자기 인생을 관리하고자 할 때는 자기만의 다양한 방법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책을 읽고 따라 해보며 자기에게 꼭 맞는 여러 가지 방법을 발견해 적용해 나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할 수 있으며, 자기에게 딱 맞게 응용하기 위한 개념에 대해 설명하고 참고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이 책이 지향하는 목표라고 밝히고 있다. 즉 스마트폰을 이용한 자기관리 지침서라고 이 책의 성격을 분명히 밝히고 있는 셈이다. 
 

   책에는 세 명의 가상의 등장인물이 나오는데 같은 고등학교와 대학을 나온 선후배 사이로 현재 서로 다른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는 김대강 대리, 이방황 차장, 박완벽 상무가 그들이다. “대강”,“방황”이라는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후배 2명은 개인적으로나 회사적으로나 문제를 가지고 있고, 항상 앞서가는 사람이자 미스터 플래너라고 불리울정도로 메모광으로 잘 알려져 있는, 말 그대로 자타 공인하는 “완벽”한 선배이자 최근 스마트폰을 항상 곁에 두고 이것저것 활용하는 방법을 모색 중인 박완벽 상무가 후배들에게 설명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최근 자기계발 서적들이 좋은 말만 잔뜩 써놓은 그런 형식에서 벗어나 주인공과 스토리를 부여해서 “재미”와 “흥미”를 유발시키는 구성을 취하고 있는데 이 책도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다.

   책에서는 스마트폰을 통한 자기 관리 기법으로 “프랭클린 플래너 시스템”, “GTD 시스템”, “ZTD 시스템” 세 가지를 들고 있다. 먼저 우리나라에서도 베스트셀러였던 스티븐 코비의 <성공하는 사람들의 7가지 습관>에서 비롯된 “프랭클린 플래너 시스템”은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기 위하여 방향성을 가지는 것이 제일 중요하다고 역설하는 자기관리 프로그램으로 전체적인 시스템은 1)소중한 것의 발견(가치, 사명) 2) 미래 계획(향후 5년간) 3)위클리 컴퍼스 카드 4) 작업일정 확인 5)톱다운(Top Down)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스마트폰은 기존의 수첩 형식의 “플래너”들보다 휴대성과 검색 능력, 보안 및 백업 능력에서 월등히 뛰어나다고 역설한다. 그리고 스마트폰 구현 프로그램으로 “iMission(iOS)”,“iThoughts(iOS)”, “Thinking Space(Android)”등의 유/무료 앱(app)의 활용법을 소개한다.

  두 번째로는 거창한 사명, 인생목표들과 명확하지 않은 수행방법, 큰그림에 맞게 하부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워 종종 포기하고 마는 프랭클린 플래너의 단점을 보완한 “GTD(Getting Things Done) 시스템”을 소개하는데, 데이비드 앨런의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치우기>라는 책에서 비롯된 이 시스템은 끊임없이 발생되는 모든 문제를 중요도에 상관없이 모두 취합하여 기계적으로 워크플로(Workflow)에 따라 처리하도록 하는, 즉 중요도나 우선 순위를 고려하지 않고 순간순간 기계적으로 워크플로에 따라 처리해나가는 방법으로 보텀업(Bottom Up) 방식이라고 불리우기도 한다. 이에 관련한 스마트폰 계정과 앱으로는 “구글 계정”, “투틀두 계정”, “Todo(iOS)”, “Jorte(Android)” 등을 소개한다.
 

   세 번째로는 프랭클린 시스템과 GTD시스템의 실행력 부분이 부족한 문제점을 자각하고 이를 보완한 시스템으로 대두되고 있는 “ZTD(Zone To Done)시스템”을 소개한다. 미국의 유명한 블로거인 “레오 바바우타”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공유하면서 알려진 이 시스템은 "단순화해서 많은 것을 얻자"는 모토로 GTD시스템의 실천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이 경험하는 문제점들에 대해 해결책을 제시하는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한 프로그램으로는 “Pocket Information(iOS)”, “Goal Keep(iOS)”, “iREWARD Chart(iOS)” 등을 소개한다. 마지막 장에서는 이러한 자기관리 프로그램과 함께 스마트폰의 대표적 역할인 정보관리, 즉 메모, 노트 관련 기능과 각종 앱들을 소개하고, 부록 “스마트폰, 어떤 것들이 있나?”에서는 대표적 OS별로 각종 스마트폰 브랜드별 특징들을 소개하며 마무리한다. 

   그저 신기하고 다양한 기능이 첨가된 “업그레이드”된 휴대폰 정도로만 알고 있었던 스마트폰을 자기계발의 훌륭한 도구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유익한 책이었다. 다만 아쉽다면 아직 내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지 않아 책에서 소개하는 각종 앱들이 말 그대로 “그림의 떡”이나 마찬가지였다는 점일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구형(?) 핸드폰에도 간단하게나마 약식의 프랭클린 플래너가 탑재되어 있고 달력 형태의 일정관리 프로그램으로 각종 계획들을 입력, 관리해왔는데 책에서 소개하는 앱들을 보니 한번도 스마트폰을 사용안해본 나도 써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것을 보니 꽤나 유용할 것으로 보인다.나처럼 스마트폰이 없는 사람들이라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자기 계발 시스템인 “프랭클린 플래너”, “GTD", "ZTD"가 어떤 방법인지를 공부해보는 것도 유익할 것이고,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책에서 소개하는 대로 앱을 설치하여 활용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나저나 기존 사용하고 있는 핸드폰의 약정 만료가 올해 3월이라 그때까지 주변의 유혹을 물리치면서 꿋꿋이 버텨온 나로서는 이 책이 아주 강력한 유혹임에는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번에는 그림만 보고 넘어갔던 앱들을 올해 4월, 드디어 스마트폰 구입을 하고서는 하나하나 설치하면서 그 활용법을 다시금 눈여겨 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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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렁커 -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
고은규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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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 수상작인 고은규의 <트렁커(뿔(웅진문학에디션)/2010년 11월)>를 받아들고서 뜬금없이 뤽 베송 감독의 영화 <택시 1(1998)>가 떠올랐다. 영화에서는 파리 택시를 운전하는 한국인 젊은 유학생들이 나오는데 두 사람이 한 조가 되어 한 사람은 트렁크에서 지내면서 24시간 일을 하는 것으로 나온다. 한국인을 비하하는 것이라고 인터넷에서 꽤나 논란이 많았었다고 하는데, 나중에 한국을 방문한 뤽 베송 감독이 인터뷰에서 그 당시 우리나라가 “IMF 환란"시절인지라 힘들 수 밖에 없었던 한국 유학생들 - 실제로 그 당시 유학생들이 천정부지로 치솟는 환율 때문에 본국에서 송금이 끊기거나 대폭 줄어 꽤나 고생했었다고 들었다 - 을 다소 코믹스럽게 묘사한 것일 뿐 비하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기도 했었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이 책도 그 영화처럼 생계를 위해 차 트렁크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것이 아닐까 지레짐작을 했었는데, 책 표지에 보니 제목 아래 조그마한 글씨로 "Trunker: 멀쩡한 집 나두고 차 트렁크에서 자는 사람”이라는 문구가 붙어 있고, 표지 삽화로 차 트렁크에 앉아 있는 남녀의 모습이 그려져 있었다. 지레짐작한 예상이 전혀 빗나간 셈이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를 우리에게 들려줄까 하는 호기심에 책 첫 페이지를 펼쳐 들었다.  

 유아용품 전문 백화점인 “베이비앤마미” 1층 “달리는 유모차” 코너 매장 직원인 20대 젊은 여성 “이온두”는 특이한 잠 습관이 있다. 바로 멀쩡한 침대에서 자면 백 퍼센트 가위가 눌려 잠을 못 이루고 차 트렁크에서 자는 것. 그런데 이런 사람들이 온두 한 명이 아니라 인터넷 모임인 “슬트모”까지 결성된 것을 보면 한 둘이 아닌 듯 하다. 작가는 주기로 “슬트모”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슬트모: 슬리핑 트렁커들의 모임. 멀쩡한 집 놔두고 트렁크에서 처자는 인간들. 병명의 원인을 찾는 연구는 계속되고 있으나 별다른 진척을 보이지 않고 있음. 슬트모에 가입한 온라인 회원은 988명. 회원 가입은 기존 회원의 신규 가입 추천에 의해 가능. 비가입 회원까지 감안하면 5000여 명으로 추산함. 그들은 트렁크를 불법 개조하고, 안락한 트렁크를 위한 정보 공유를 활발하게 하고 있음. 

  온두가 잠을 자는 장소는 온두가 살고 있는 “노루귀 아파트” 단지에서 4차선 노루귀 단지에서 4차선 큰길을 건너 좌로 꺾어 300여 미터 정도 걸으면 비포장도로 끝에 있는, 공터 뒤에 있는 노루산으로 가려면 오른쪽으로 100미터 더 내려가야 하는 다른 사람 눈을 크게 의식하지 않아도 될, 최적의 장소였다. 여느 때와 다름없는 어느 날 아침 트렁크에서 자고 있던 온두는 자신의 알람시계 소리 외에 낯선 핸드폰 알람 소리에 깨서 트렁크 문을 열고 일어나니 자신의 차 맞은편에 주차되어 있는 차 트렁크에서 자신처럼 자고 있다가 일어나는 한 남자를 발견하게 된다. 이곳 공터가 자신의 땅이라고 주장하는 이 남자와의 낯선 동거(?)가 이렇게 시작된다. 다음날 밤 어김없이 잠을 자기 위해 자신의 차 트렁크로 온 온두에게 남자는 자신의 이름이 “이름”이고 직업은 건물의 균형을 맞추는 “밸런시스트”라고 자신을 소개하며, 기억을 잃고 있는 아버지를 위해 만들었다는 보드 게임 “치킨차차차”를 함께 하자고 제안해온다. 색깔을 기억하고 맞히는 이 보드 게임은 벌칙으로 자신의 과거 추억을 밝히게 하는데, 온두는 연전연승을 하면서 “이름”의 과거를 듣게 된다. 이름은 군인이셨던 아버지에게 남자다움을 강요받지만 어릴 적부터 그런 아버지가 부담되어 어머니와 더욱 가까워지고, 학교 축제에서 여장(女裝)을 했다가 취재 나온 방송 카메라에 잡혀 아버지에게 들켜 무차별적인 폭력을 당한다. 그 후로도 계속되는 폭력과 형제들의 외면에 괴로워하던 이름은 아버지 몰래 피아노를 배우지만 선생님이 이름에게 계속 피아노를 배우게 할 생각으로 여자들 이상의 감성을 가지고 있다고 아버지께 말하면서 이성을 잃은 아버지가 가위로 손가락을 잘라내는 엄청난 일을 겪게 되고, 결국 유일하게 자신을 변호하던 큰 형마저 자살을 하자 집을 뛰쳐나오게 된 사연을 온두에게 들려준다. 그런데 온두는 기억상실증에 걸려 어린 시절의 기억이 단편적으로 떠오를 뿐 딱히 이름에게 들려줄만한 이야기가 없어 얼버무리거나 또는 상상으로 지어내서 들려준다. 온두가 과연 자신의 이야기인지 아니면 소설 또는 자신이 지어낸 것인지 헷갈려하는, 심지어 동료에게 자아가 여럿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조각 조각 단편적으로 떠오르는 기억 속에는 가족끼리 동반 자살하려던 부모들 틈에서 홀로 살아남아 트렁크에서 발견된 일, 고아가 되어 경찰서에서 맡긴 복지시설인 “들피집(들꽃이 피어나는 집)”에서의 일들, 들피집 아이들이 뿔뿔이 흩어지고 홀로 남아 버려진 차 트렁크에서 살던 중 자신에게 음료수를 건네주던 낯선 남자에 대한 기억들이 등장한다. “름”과 온두는 이렇게 서로의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조금씩 가까워진다. 어느날 자신의 말실수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게 된 온두는 “름”에게서 자신을 학대했던 아버지가 임종이 다가오면서 자신을 보고 싶다는 전화를 받고 경주로 내려가는 길에 같이 다녀오자는 제안을 받고 경주에 함께 내려간다. 잠시 잠깐 얼굴만 보고 나오겠다던 름에게서 먼저 서울로 올라가라는 말을 들은 온두는 혼자 서울로 올라오게 되고, 다른 직장에 취직하여 다니게 된다. 얼마후 다시 공터 트렁크로 돌아온 름에게서 실어증에 걸려 “죽어라” 밖에 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말이 결국 “미안하다”라는 자신에게 용서를 구하는 말이었다는 사연을 듣게 되고, 온두 또한 자신의 과거라고 짐작되던 가족 동반 자살에 대한 신문기사를 름에게 보여준다. 그리고 름에게서 자신이 미쳐 몰랐던 오래전 름과의 인연에 대해 듣게 된다.  

이 책에서 온두와 름이 잠을 자는 “트렁크”는 어떤 의미였을까? 작가는 책 말미의 “작가의 말”에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트렁크가 아니면 잠을 이루지 못했던 그들에게 트렁크란 안전을 보장받는 장소였다. 그러나 성인이 된 그들에게 트렁크는 도피와 은폐의 장소가 된다. (중략) 적지 않은 사람들이 자신의 '트렁크'를 갖고 있을 것이다. 안전을 보장받을 수 있는 장소, 그리고 도피와 은폐의 장소. 

사람에게 있어 가장 편안하고 안전한 장소가 바로 “어머니의 뱃속(母胎)”이라고 했던가? 작가의 말처럼 어쩌면 름과 온두에게 사방이 꽉 막혀 있고 어두운 트렁크 속은 상처뿐인 자신의 과거와 단절할 수 있는 공간, 또다시 사람들에 의해 상처받기 싫어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어버릴 수 있는 공간, 즉 그 과거의 상처와 사람들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어느 곳보다도 안전한 어머니의 뱃속과도 같은 그런 곳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해본다. 부모에게 상처받은 두 사람의 아픈 과거를 회상하는 장면들에서 감정이입이 되어 애잔한 마음이 들더니 마지막 부분에서 트렁크를 벗어나 함께 잠을 자고 깨어나는 장면에서는 작가의 표현대로 “트라우마를 어느 정도 이겨냈다는 의미”, 즉 결코 치유될 수 없는 그런 상처도 결국 또 다른 사랑으로 치유가 될 수 있다는 지극히 평범하면서도 종종 잊어먹곤 하는 그런 진리를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고, 서로의 상처를 보듬으며 사랑할 그들의 미래를 그려보며 입가에 미소와 함께 가슴 한 켠이 따뜻해지는 그런 잔잔한 감동마저 맛볼 수 있었다. 이번 중앙장편문학상은 공동 수상작인 오수완의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도 읽었는데, 신인작가 답지 않은 내공에 감탄이 절로 나오게 하더니, 이번 작품이 첫 장편 소설인데도 불구하고 긴 호흡을 놓치지 않고 적절하게 긴장과 이완을 구사하며 기발한 설정과 재미, 그리고 감동까지 어느 하나 빠뜨리지 않고 적절히 조화롭게 구성해낸 고은규 작가 또한 그 내공이 결코 예사롭지 않은 작가로 평가하고 싶다. 그녀의 다음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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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 제2회 중앙 장편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뿔(웅진) / 2010년 11월
평점 :
품절


  오컬트(Occult) 용어 중에 “아카샤 기록(Akashasic Record)"라는 말이 있다. 아카샤(Akasha)란 공간에 가득 차 있는 대기 중의 영기(靈氣), 또는 유광체(幽光體)를 나타내는 말로 전 우주에서 과거에 발생했거나 현재에 일어나고 있는, 그리고 앞으로 일어날 모든 현상과 사건들이 이 아카샤에 고스란히 기록되어 있어 이 기록을 읽는 방법을 배운다면 전 시공간의 비밀을 알 수 있다고 한다. 노스트라다무스나 진 딕슨 등 유명한 예언가들이 바로 이 기록을 읽고서 과거를 맞추거나 미래의 일들을 알아맞힐 수 있었다고 하며, 히브리 신학자들은 아카샤 기록을 “신의 기록을 담은 책”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뜬금없이 아카샤 기록을 언급하는 이유는 제2회 중앙장편문학상을 수상한 오수완 작가의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뿔(웅진문학에디션)/2010년 11월)>에서 이야기하는 신과 자연, 우주의 비밀 등 이 세상 모든 비밀이 적혀 있다는 완전한 책인 <세계의 책>이 바로 이 아카샤 기록을 연상시켰기 때문이다. 물론 작가가 의도했는지 아니면 전혀 무관한지는 알 수 가 없지만.

 앞에서 언급한 대로 이 책은 <세계의 책>을 추적하는 “책 사냥꾼”들의 이야기이다. 그런데 책에 대한 이야기이긴 한데 설정이며 배경들이 낯설어 사전지식이 좀 필요한 책이기도 하다. 먼저 완전한 책으로 설정한 <세계의 책>에 대해 작가의 말을 인용해본다. 

<세계의 책>은 모든 책의 참고 문헌이었다. 만약 당신이 아주 아름다운 책을 읽었다면 그 책의 모든 것이 <세계의 책>에 있다. 만약 당신이 가장 지극한 비밀을 어딘가에 적었다면 그 모든 것이 <세계의 책>에 적혀 있다. 당신이 이 우주에서 가장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찾는다면 그 이야기는 <세계의 책> 속에 있다. 당신이 신과 자연과 우주의 비밀에 대해 알고 싶고 당신의 운명과 인간의 본질에 대해 알고 싶다면 그건 <세계의 책>에 나와 있다. 당신은 언젠가 모든 책이 파괴되고 불태워지고 사라져도 단 한 권의 책이 남아 불타 사라진 모든 책들을 다시 부활케 하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 그것이 <세계의 책>이다. - P.36. 

책 사냥꾼들은 바로 이 세상에 단 한 권 밖에 없다는, 그 실존 여부마저 전설로 취급되는 <세계의 책>을 추적하는 사람들이다. 작가는 책 사냥꾼에 대해서

아주 오래전에 아주 훌륭한 책이 한 권 있었다. 그 책은 『세계의 책』이라고 불렸다. 그 책은 없어졌고 그래서 어떤 사람들이 그 책을 다시 찾기로 했다. 그들은 책 사냥꾼이라고 불렸다 (중략). 책 사냥꾼은 밤에 걷고 낮에 머물며 눈길이 머무는 곳을 피해 다니다 벽 뒤에 이르러 한숨을 쉰다. 도둑과 강도와 칼잡이 들이 책 사냥꾼의 친구이며, 도둑과 강도와 칼잡이들과, 그리고 책 사냥꾼과 경찰이 책 사냥꾼의 적이다. 

라고 설명하는데, 마치 영화 <인디아나 존스>나 <내셔널 트래저>로 익숙한 "보물사냥꾼(Treasure Hunter)"가 연상된다. 책 사냥꾼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물론 <세계의 책>을 찾아내는 것이겠지만 책에서는 주로 의뢰를 받아 고가(高價)의 희귀 장서들과 고서(古書)들을 찾아내는 - 때로는 도둑질과 폭력 같은 강압적인 방법을 동원해서 - 일을 한다. 그리고 시대적 배경은 현재로 설정하고 있는데, 지금 그대로의 현실이 아니라 정부의 강압적인 사전검열과 통제로 많은 책들이 금서(禁書)로 지정되고 - 대표적인 책이 생땍쥐베리의 <어린왕자>다 - 출판사들이 줄줄이 망한 <책의 암흑기>라 부를만한 그런 상황을 설정하고 있다. 책에서는 책 도입부에 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이기도 한 "반디(螢)"가 이러한 <세계의 책>과 "책 사냥꾼"에 대해 이야기하고, 말더듬이에 소극적이었던 자신의 유년시절, 그리고 대학 시절과 책 사냥꾼으로서의 경험, 시대적 상황들에 대해 간략히 들려주고는  본격적인 이야기를 들려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반디(螢)”라는 닉네임으로 유명했던 전설적인 책 사냥꾼이었지만 지금은 은퇴해서 조그마한 헌책방을 운영하며 조용히 살고 있는 “나”에게 어느 날 희귀서적 거래업자이자 정재계에게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의문의 조직인 “미도당” 총수인 윤선생이 찾아온다. 윤선생은 나에게 또 다른 유명 책 사냥꾼이자 악명 높은 ‘검은별’에게 빼앗긴 <베니의 모험>이라는 책을 찾아달라는 의뢰를 한다. 나는 찾아달라는 책이 바로 <세계의 책>을 찾기 위한 일종의 안내서임을 직감하고 의뢰를 수락하고 책 사냥에 나서게 된다. 검은별의 흔적을 찾아 첫 번째 책을 손에 넣게 되지만 그만 검은별에게 납치된 나는 검은별이 바로 자신과 대학시절 절친했던 친구이자 또 다른 친구 “소리”를 가운데 두고 서로 연적(戀敵)이었던 “제롬”임을 알게 된다. 검은별이 협박해오기도 했지만 자신 또한 책 사냥꾼으로서의 강렬한 본능에 이끌려 계속 책을 찾아 나선 “나”는 책들이 제시하는 단서들을 토대로 9권의 책을 차례로 찾아내고, 결국 9권의 책이 미도당 지하에 있다는 거대한 서고(書庫)를 안내하는 일종의 지도임을 알아낸다. 그 과정에서 또다른 대학 친구인 “고박사”가 사실은 국가기관에서 책에 대한 단속을 맡고 있는 공무원이고, 혼자 짝사랑했던 “소리” 또한 고박사가 파견한 일종의 간첩이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고박사”의 도움으로 검은별의 마수에서 잠시 벗어나지만 검은별은 나와 사랑을 나눴던 미도당 실장을 협박하여 나를 미도당으로 불러들이고 나는 미도당 지하에 있는 비밀 서고에 들어가게 된다. 미도당의 비밀서고는 일제 시대 원주인이었던 일본인이 비밀리에 건설한 가로 세로 9칸씩 총 81칸에 이르는 엄청난 규모의 비밀 서고로 온갖 희귀서적과 고서들이 잔뜩 진열되어 있었다. 나는 그곳에서 미도당 윤선생의 아버지를 만나 미도당의 주인이 되어달라는 제안을 받지만 거절하고, 뒤이어 들어온 윤선생이 이에 격분하여 들고 온 휘발유통에 불을 지르면서 순식간에 비밀서고는 불에 휩싸이고 나는 간신히 탈출하게 된다. 부상을 입고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 남은 거라고는 보유하고 있던 책을 몽땅 도둑 맞아 휑한 책장과 화재 중에도 들고 나온 책인 <또 다른 찰리 이야기>라는 책사냥꾼에 대한 책과 가물거리는 기억을 되살려 자신이 겪은 일들을 두서없이 기록한 이 책 <책 사냥꾼을 위한 안내서> 두 권 만 남게 된다. 즉 이 책은 전직 책사냥꾼이었던 “나”의 일종의 회고록이자 자서전인 셈이다. 

 참 독특한 재미가 느껴지는 그런 책을 만났다. 작가 약력을 보니 오수완 작가는 사실상 이 책이 첫 등단 작품인데 신인작가라는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만만치 않은 내공을 선보이고 있다. “뭔가 이야기하고 싶다면 첫 번째 문장을 제대로 적어야 한다...... 훌륭한 이야기는 모두 훌륭한 시작을 갖고 있다”라고 시작하는 이 책은 먼저 책에 대한 설정을 미리 설명하거나 또는 시간 순으로 사건을 전개하는 일반적인 방식이 아니라, 주인공 반디가 모든 사건을 겪은 후 과거의 경험을 돌이켜 보며 하나 하나 기록해나가는 그런 형식을 취하고 있는데, 두서없이 자신의 어린 시절과 경험을 뒤죽박죽 섞기도 하고, 명확하지 않은 주인공의 기억에만 의존해서 가상의 책을 소개하기도 하며, 계속적으로 문구를 반복하는 등 전문 작가가 아닌 아마추어가 적은 글이라고 저절로 알 수 있게 하는 그런 구성을 취하고 있어 마치 실재하는 책을 편집하지 않고 그대로 활자화한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물론 이러한 구성이 일반 소설 전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책 초반에 몰입하기가 영 힘들게 하는 약점으로도 작용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어느 정도 구성에 익숙해지고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는 미도당 윤 선생이 찾아오는 장면부터는 읽는 데 재미와 탄력이 붙기 시작해 중반 이후부터 책 읽는 속도가 빨라지고 점점 책에 몰입하게 되는 것을 느낄 수 가 있었다. 이 책에서 보여주는 작가의 상상력 또한 놀라운데, 책 속에 등장하는 각종 책들이 실재하는 책들이 아니라 모두 작가의 상상력으로 만들어 낸 허구의 책 - 책 속에 등장하는 몇 몇 책들은 실재하는 책인가 싶어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보기도 했다 - 이라니, 그리고 시치미 뚝 떼고 책에 대한 소개와 문구를 꼼꼼히 실어놓은 것을 보면 상당한 공과 시간을 들여 이 책을 준비했다는 것을 절로 알 수 있게 한다 - 실제로 이 책을 쓰는데 4년 여 가까이 걸렸다고 한다 -. 문학상 수상 여부를 차치하고 이 책만 놓고 보더라도 작가의 기상천외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쉽게 만나기 어려운 독특하고 색다른 재미를 보여주는 수작(秀作)임에는 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는 <세계의 책>과 “책 사냥꾼”이라는 설정이 이번 한 작품에만 등장하는 일회성으로 끝나지 말고 후속편들로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본다. 책 속에 잠깐 잠깐 소개하고 있는 <세계의 책>의 구체적인 전설과 조금은 명확하지 않은 <안내서>들에 대한 개념들, 과거 세계 유명 책 사냥꾼들의 영웅담들과 주인공 반디의 과거 책 사냥꾼 시절 활약들을 다시 한번 만나보고 싶기 때문이다. 작가의 다음 작품이 내 바램처럼 책 사냥꾼의 후속편이 될지 아니면 전혀 다른 설정과 세계관이 될지 알 수 는 없지만 나에게는 후속 작품이 기대되는 그런 작가로 기억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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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1-22 02: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1-01-23 21: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 소담 한국 현대 소설 1
이혜린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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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포털 사이트 뉴스 면을 보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건의 연예 관련 기사들이 끊임없이 올라온다. 톱스타 누구와 누가 사귄다더라, 오랫동안 쉬고 나오더니 훨씬 예뻐진 여가수 얼굴이 알고 보니 수억을 들여 완전 개보수(?)한 얼굴이라더라, 엄친아로 유명한 아이돌 남자 가수가 사실은 강남 유명 룸싸롱에서 살다시피 한다더라 등등 일명 “카더라” 통신이라 불리기도 하고 기사라고 할 만한 수준이 아니라고 해서 “찌라시”라고도 불리우기도 하는 이 연예 기사들, 한심하다고 혀를 쯧쯧 차면서도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 이름이라도 보일라 치면 어김없이 마우스 버튼을 클릭하고 있는 나를 보면서 깜짝 깜짝 놀랄 때가 한 두 번이 아니다. 인터넷 뉴스를 “도배”하다 시피 하는 이런 기사들을 쓰는 사람들은 과연 누굴까? 그 어느 전쟁보다 더 치열하다는 연예계 뉴스 전쟁을 치르는 그들의 하루는 과연 어떠할까? 최근 연예인들 뒷담화만큼이나 재미있고 흥미진진할 것 같은 연예부 기자들의 일상을 엿볼 수 있는 소설 책을 만났다. 자신이 실제 몸담았던 스포츠 신문 연예 기자 생활을 적나라하게 담아낸 이혜린 작가의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소담출판사/2010년 12월)>이 바로 그 책이다.  

  남부럽지 않은 외모와 학벌, 그리고 부자 부모님 밑에서 부족함 없이 자란 대학 졸업반 “이라희”는 바늘구멍보다 어렵다는 취업문을 뚫고 신생 스포츠 신문사에 취직하게 된다. 드디어 출근 첫날, 이런 이런 일정 기간을 거치면 정식 사원으로 배치받는 “수습사원”이 아닌 정규직 전환이 보장 안되는 임시직인 “인턴사원”으로 채용된 것이 아닌가. 거기에 변변한 책상도 없이 자신의 “사수”이자 슈렉과 비슷하게 생긴 과장 옆 쓰레기통이 자신의 자리이고, 첫날부터 말이 많다고 함부로 지껄이면 죽는다라고 협박하는 무식한 상사라니 라희는 바로 직장을 그만둬 버리겠다고 결심한다. 그러나 아무 문제없는 줄만 알았던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셨다는, 그래서 네가 우리집 가장이라는 어머니의 청천벽력같은 말을 듣고는 라희는 그만 꼬리를 바짝 내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오피스텔 월세 70만원에도 못 미치는 월급 50만원 짜리 신문사 인턴 자리에 감지덕지하기로 결심하고는 열심히 일을 하게 된다. 그러나 진흙탕보다 더 더럽고 치사한 연예부 기자 업무는 결코 녹록치가 않아 온갖 수모를 당하여 하루하루 버텨낸다. 자신의 사수였던 슈렉 과장이 부장과의 트러블로 회사를 그만두자 그 자리를 꿰차게 된 라희는 부장의 ‘체면’을 위해 연예인을 깎아내리는 기사를 연작으로 쓰고, “단독 기사”라는 엄명에 매니저들에게 기사를 구걸하기도 하고, 부장의 석사 학위를 위한 설문을 자신이 직접 후배들에게 돌리기도 하며, 부장 사모님이 하는 식당에 연예인들 사인회를 섭외하기도 하는 등 온갖 일들을 겪어내면서 어느새 어엿한 연예부 기자로 자리잡게 된다. 그러나 신생 신문사였는지라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불어닥치면서 부장을 몰아내려는 국장과 연예부 선배 기자들의 쿠테타에 가담하게 된 라희는 부장의 온갖 비리를 국장에게 일러바치지만, 엉뚱하게도 국장이 밀려나고, 부장이 국장 자리를 차지하면서 주동자를 밝히라는 부장의 협박에 꿋꿋이 버텨낸다. 드디어 입사한지 1년이 된 라희는 정식 사원이 되지 못하고 다시 한번 인턴사원으로 근무하라는 제의에 미련없이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만의 보금자리인 오피스텔로 돌아온다. “넌 열정이 없다”라는 신임 국장의 질책에 속으로 “열정 같은 소리 하고 있네”라고 되받아치면서 말이다.

   작가의 실제 경험이 오롯이 녹아있어서일까? 그동안 연예계를 다룬 그 어느 탐사보도나 기사들보다도 더 현실감있고 생생하게 느껴진다. 이 책을 읽다 보니 메이저 신문이나 3류 인터넷 신문사들의 연예 기사들이 왜 그렇게 판박이일 수 밖에 없는지, 드라마나 공연이 시작도 하기 전에 벌써 시청소감이나 관람 후기들이 인터넷에 실시간으로 올라올 수 밖에 없는지, 한 유명 연예인에 대한 비하나 험담 기사를 기자들이 그렇게 집요하게 써내고 있는지, 연예인들이 좋던 싫던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 순위에 왜 그렇게 목을 매달고 있는지에 대한 이유를 저절로 알게 된다. 이처럼 온갖 추한 연예계 뒷모습에 대한 수많은 이야기를 담아내고 있지만 작가 특유의 경쾌하고 재치있는 이야기 전개 때문인지 눈살을 찌푸리기 보다는 페이지가 술술 넘어가는 재미가 느껴진다. 작품 속 작가의 분신인 “이라희”는 결국 그만둬 버렸지만 - 아마 훌훌 털어버리고 싶은 작가의 바램을 라희에게 투사한 것으로 보인다 - 아직 종사하고 있다는 작가가 자신이 몸 담고 있는 곳을 이렇게 적나라하게 묘사해도 문제가 없을지 괜한 걱정이 들 정도 사실적인 묘사가 뛰어난 이 책은 겉으로는 욕을 하면서도 포털 사이트의 연예 기사에 저절로 손이 가고야 마는 나와 같은 “속물(俗物)” 들이라면 흥미롭고 재미있을 그런 책이라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그저 막연하게 연예계를 동경하고 있을 사회 초년생들의 환상을 멋지게 깨뜨려주는, 정신이 번쩍 들게 만드는 그런 책으로 , 그리고 수없이 올라오고 사라지는 연예 기사들 행간에 숨어 있는 온갖 사연들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꼭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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