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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놀로지의 세계 1 - 기술의 탄생과 미래 기술, 발명과 진로까지 선생님이 들려주는 기술의 모든 것 ㅣ 테크놀로지의 세계 1
미래를 생각하는 기술교사 모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평점 :
품절
어릴 적 소년잡지를 보면 “2000년 우리의 미래”라는 만화나 글들이 꼭 등장했었다. 주로 그 당시 인기 명랑 만화 작가들이 어린이들에게 과학적인 호기심을 키워주기 위해 자신들의 만화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21세기 첫 해인 “2000년”에는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놀랍게 바뀔 것인지를 소개하는 교육용 만화 또는 글들이었는데, 오래전이라 내용을 다 기억할 순 없지만, 주로 가정의 전등과 TV 등 가전제품들이 사람의 목소리로 작동하고, 집집마다 음식과 빨래 등 가사 일을 맡아 하는 로봇을 가지게 될 것이며, 학생들은 TV와 전자계산기 - 그 당시에는 컴퓨터란 용어대신 ‘전자계산기’로 불렀다 - 를 통해서 재택(財宅) 수업을 들으며, 외국에 나가 있는 아버지 - 해외 건설 붐으로 해외 진출이 잦았던 시기 - 와는 화상 전화하는 그런 시대가 될 것이라는 그런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SF 소설 같은 예측들도 많았는데, 2000년에는 달나라로 소풍가는 “우주여행시대”가 열리고, 2000년이 되기 전에 지구상의 석유가 모두 고갈되고 말 것이라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주 들었던 “석유 고갈”이 현실이 되어 도심의 도로에는 석유가 아닌 전기나 수소 자동차 - 심지어는 맹물로 가는 자동차 이야기도 있다 - 가 다니며, 도로가 자체적으로 움직여서 사람들이 걷지 않아도 가까운 곳은 이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우리가 어른이 되면 달나라로 갈 수 있다 없다 를 놓고 싸움도 종종 벌였고, 집에서 수업을 들으면 지긋 지긋한 숙제를 안 해도 되겠다 - 그 당시에는 숙제를 선생님에게 직접 검사를 맡아야 했으니 학교 안나오면 숙제 검사 안 맡아도 되는 줄 알았다 - 싶어 그런 시대가 제발 우리가 졸업하기 전에 오기를 간절히 빌기도 하는 등 그 당시 아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신기하고 놀라운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그 당시 이런 이야기들에 감동받아 저마다 다 “과학자”를 장래 희망으로 정했던 대부분 친구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고 있지만, 그 중 지금 KAIST에서 대체 에너지를 연구하는 유명 과학자가 된 친구가 지금도 만나면 어릴 적 돌려보던 소년 잡지에 나왔던 저런 만화나 기사들이 오늘날 자신을 과학자로 만들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한 아이의 장래를 결정할 수 도 있었던, 그 교육적 효과가 꽤나 컸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소년 잡지와 과학자가 된 친구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이번에 읽은 <테크놀로지의 세계 1~3(미래를 준비하는 기술교사 모임/랜덤하우스 코리아/2010년 12월)>이 바로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들의 어린 시절의 그 소년 잡지 기사들과 같은 그런 영향을 기대해볼 만한 꽤나 좋은 책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10대들이 기술 지식을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고, 기술을 더욱 가치있게 활용하며, 나아가 기술인의 꿈을 키울 계기를 마련해주기 위해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기획”한 일종의 교육 활용서이다. 머리말에서 이 책을 집필한 작가들- 책 말미에 실려 있는 필진과 감수진의 대부분이 현재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분들이다 - 은 현 교육 현장에서의 기술 교과서와 기술 수업시간은 학생들의 기술 변화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해주기에는 부족하며, 그런 호기심이 더 넣은 기술의 세계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안타까워 기술 교사들이 모여 기술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알려줄 멋진 선물을 만드는 데 뜻을 모아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을 쓰는 작가들이 일선 교육 현장에 있기 때문에 복잡한 용어들을 쓰지 않고도 어려운 지식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해 낼 수 있었다고 말하며, 오늘날의 다양한 기술들을 한 권으로 모두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만큼 그 양이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이에 유사한 주제끼리 묶으면서도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내용과도 연계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분하여 모두 3권에 나누어 실었다고 이야기한다. 즉 실제 기술, 나 과학 수업의 부교재로서의 활용가치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실제로 책 본문에 들어가 보면 2~3페이지 짧은 분량으로 주제를 설명하고 매 페이지마다 관련 사진을 배치하여 시각적 이해를 돕고, 일부 용어들과 기술에 관련된 과학기술들은 <지식 더하기+>와 <STEM>이라는 작은 박스 기사로 별도로 해설하며, 좀 더 부연 설명이 필요한 내용이거나 체험 수업으로 활용할 만한 내용 - 예를 들어 1권에 보면 우리의 목판 활자기술을 설명하는 내용에서 목판 활자를 만드는 과정을 사진을 곁들어 설명하고 있어 실제 수업에서 활용해볼만 하다 - <지식산책>이라는 별도의 페이지로 설명하고 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1권에서는 기술을 “역사”,“생활”,“발명”,“진로(進路)” 이렇게 4가지 주제로 나누어 기술의 세계를 전반적으로 개괄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특히 “4부 기술 속 진로” 편에서는 기술의 발달이 산업 구조를 바꾸고 더 나아가 직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어제는 유망했던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들이 탄생할 수도 있어 직업을 정하고 진로를 세울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청소년들이 실제 자신의 진로를 정할 때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 “평생 직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덕목들이 어떻게 있는지, 기술 분야로 진로를 택한다면 어떤 직업들이 있으며 어떤 고등학교나 대학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어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들과 진로 상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 내용 중에 최근 TV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참 기상천외한 발상의 건물이라고 생각했던 “움직이는 빌딩”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건물은 이탈리아의 건축과 데이비드 피셔가 설계한 건물로 각 층들이 바람이나 중앙 통제실에 의해 좌우로 360도 회전하는 건물로 외부에선 다양한 빌딩의 모양을 볼 수 있으며, 실내에서는 여러 각도에서 외부 전망을 볼 수 있는 그런 건물이라고 한다.
1권이 개괄적인 설명이었다면 2권부터는 본격적인 테크놀로지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데 우선 2권에서는 “디자인”,“정보통신”,“제조”, “에너지” 분야의 기술을 다루고 있다. 기술을 이야기하면서 언뜻 보면 실질적인 기술이라기 보다 외양(外樣)이라할 수 있는 “디자인”을 먼저 설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서는 과학 기술이 발전하여 기술력과 생산력이 급속히 성장하자 21세기에는 ‘기술과 품질이 쉽고 낡고 바래는 시대’기 되었고, 회사마다 기술이나 품질이 비슷비슷해지면서 인간의 개성과 다양성을 담은 디자인,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의 디자인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한다. 그러한 기술의 디자인화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아이팟”,“지하철 노선도”,“뽀로로”, 아프리카의 기생충으로 오염된 물을 걸러주어 수많은 생명을 살렸던 휴대용 정수기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를 예로 들고 있다. 그 외 정보통신, 제조, 에너지 분야에서도 우리가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들인 "GPS","스마트폰”,“가상현실”, “유비쿼터스”,“나노기술”,“레이저”,“스마트그리드” 기술들과 독도 밑에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어 향후 일본과의 자원전쟁의 대상이 될 수 도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2권에서는 정보통신, 에너지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를 다루었다면 3권에서는 전통적인 기술 분야라 할 수 있는 “전자기계”,“건설”,“생명”,“수송”분야의 기술을 다루고 있다. 전자기계에서는 전자기계 기술의 이모저모와 기계의 원리, 전기의 생산과 수송, 전기의 활용법 등 전자 기계 분야의 기초적인 원리를 설명하고 요새 가장 각광받고 있는 산업인 “로봇”분야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건설”에서는 역사 속 다양한 건축물들과 건축의 원리를 설명하고 환경,IT, 에너지 등의 분야와 건축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재미있는 부분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각종 과학 소재 다큐나 드라마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신문지 교량”과 “스파게티” 구조물을 만드는 방법을 다루고 있는 “제작 체험” 페이지였다. 이런 구조물 제작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구조물의 압축력, 인장력, 전단력과 힘의 분산 및 집중점을 체험해본다면 기술에 대한 흥미를 부쩍 늘릴 수 있고, “제작체험”은 이 건설 분야 뿐만 아니라 2권과 3권에서 소개되고 있는 각 분야에 해당하는 각종 체험을 싣고 있으니 한 단원이 끝나면 직접 만들어 보는,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한번쯤은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이처럼 정부기관이 기획한 서적들은 너무 교육적인 것에만 치중하여 내용이 천편일률적이고 재미가 없는 편이 대부분인데, 책을 읽어가면서 어른인 내가 읽어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제법 새겨 읽을 만한 내용들이 있는 것을 보면 꽤나 성공한 책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래도 책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기술한 책이라 과학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지식이나 성찰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릴 적 소년 잡지에 실린 몇 페이지 분량의 허무맹랑하기까지 한 과학 기사를 읽고서도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갔던 내 친구처럼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보다 진지하게 돌아보고 분명하게 만들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으로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 이 책의 내용들은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낡은 기술 또는 잊혀진 기술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에도 청소년들의 장래를 열어줄 새로운 버전의 <테크놀로지의 세계>가 나와 주기를, 비단 과학 기술 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철학, 역사 등 다른 인문 분야들에 대해서도 이런 류의 책들이 쏟아져 나와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길라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