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의 세계 1 - 기술의 탄생과 미래 기술, 발명과 진로까지 선생님이 들려주는 기술의 모든 것 테크놀로지의 세계 1
미래를 생각하는 기술교사 모임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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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소년잡지를 보면 “2000년 우리의 미래”라는 만화나 글들이 꼭 등장했었다. 주로 그 당시 인기 명랑 만화 작가들이 어린이들에게 과학적인 호기심을 키워주기 위해 자신들의 만화 주인공들을 등장시켜 21세기 첫 해인 “2000년”에는 우리의 생활이 얼마나 놀랍게 바뀔 것인지를 소개하는 교육용 만화 또는 글들이었는데, 오래전이라 내용을 다 기억할 순 없지만, 주로 가정의 전등과 TV 등 가전제품들이 사람의 목소리로 작동하고, 집집마다 음식과 빨래 등 가사 일을 맡아 하는 로봇을 가지게 될 것이며, 학생들은 TV와 전자계산기 - 그 당시에는 컴퓨터란 용어대신 ‘전자계산기’로 불렀다 - 를 통해서 재택(財宅) 수업을 들으며, 외국에 나가 있는 아버지 - 해외 건설 붐으로 해외 진출이 잦았던 시기 - 와는 화상 전화하는 그런 시대가 될 것이라는 그런 내용들이 대부분이었던 것 같다. SF 소설 같은 예측들도 많았는데, 2000년에는 달나라로 소풍가는 “우주여행시대”가 열리고, 2000년이 되기 전에 지구상의 석유가 모두 고갈되고 말 것이라는, 어릴 때부터 그렇게 자주 들었던 “석유 고갈”이 현실이 되어 도심의 도로에는 석유가 아닌 전기나 수소 자동차 - 심지어는 맹물로 가는 자동차 이야기도 있다 - 가 다니며, 도로가 자체적으로 움직여서 사람들이 걷지 않아도 가까운 곳은 이동할 수 있다는 이야기도 기억이 난다. 그 당시 아이들은 삼삼오오 모여서 우리가 어른이 되면 달나라로 갈 수 있다 없다 를 놓고 싸움도 종종 벌였고, 집에서 수업을 들으면 지긋 지긋한 숙제를 안 해도 되겠다 - 그 당시에는 숙제를 선생님에게 직접 검사를 맡아야 했으니 학교 안나오면 숙제 검사 안 맡아도 되는 줄 알았다 - 싶어 그런 시대가 제발 우리가 졸업하기 전에 오기를 간절히 빌기도 하는 등 그 당시 아이들에게는 그 무엇보다도 신기하고 놀라운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그 당시 이런 이야기들에 감동받아 저마다 다 “과학자”를 장래 희망으로 정했던 대부분 친구들이 수십 년이 지난 지금 대부분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고 있지만, 그 중 지금 KAIST에서 대체 에너지를 연구하는 유명 과학자가 된 친구가 지금도 만나면 어릴 적 돌려보던 소년 잡지에 나왔던 저런 만화나 기사들이 오늘날 자신을 과학자로 만들었다고 이야기 하는 것을 보면 한 아이의 장래를 결정할 수 도 있었던, 그 교육적 효과가 꽤나 컸었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소년 잡지와 과학자가 된 친구 이야기를 장황하게 늘어놓는 이유는 이번에 읽은 <테크놀로지의 세계 1~3(미래를 준비하는 기술교사 모임/랜덤하우스 코리아/2010년 12월)>이 바로 지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우리들의 어린 시절의 그 소년 잡지 기사들과 같은 그런 영향을 기대해볼 만한 꽤나 좋은 책으로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대한민국 10대들이 기술 지식을 더 쉽고 재미있게 이해하고, 기술을 더욱 가치있게 활용하며, 나아가 기술인의 꿈을 키울 계기를 마련해주기 위해 지식경제부의 지원을 받아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이 기획”한 일종의 교육 활용서이다. 머리말에서 이 책을 집필한 작가들- 책 말미에 실려 있는 필진과 감수진의 대부분이 현재 학교에서 교사로 재직 중인 분들이다 - 은 현 교육 현장에서의 기술 교과서와 기술 수업시간은 학생들의 기술 변화에 대한 호기심과 궁금증을 해결해주기에는 부족하며, 그런 호기심이 더 넣은 기술의 세계에 대한 이해로 확장되지 못하고 그대로 사라져 버리는 것이 안타까워 기술 교사들이 모여 기술의 세계를 본격적으로 알려줄 멋진 선물을 만드는 데 뜻을 모아 이 책을 집필하게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또한 이 책을 쓰는 작가들이 일선 교육 현장에 있기 때문에 복잡한 용어들을 쓰지 않고도 어려운 지식을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추어 설명해 낼 수 있었다고 말하며, 오늘날의 다양한 기술들을 한 권으로 모두 설명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만큼 그 양이 매우 방대하기 때문에 이에 유사한 주제끼리 묶으면서도 학교에서 배우는 교과 내용과도 연계할 수 있도록 내용을 구분하여 모두 3권에 나누어 실었다고 이야기한다. 즉 실제 기술, 나 과학 수업의 부교재로서의 활용가치를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는 것이다실제로 책 본문에 들어가 보면 2~3페이지 짧은 분량으로 주제를 설명하고 매 페이지마다 관련 사진을 배치하여 시각적 이해를 돕고, 일부 용어들과 기술에 관련된 과학기술들은 <지식 더하기+>와 <STEM>이라는 작은 박스 기사로 별도로 해설하며, 좀 더 부연 설명이 필요한 내용이거나 체험 수업으로 활용할 만한 내용 - 예를 들어 1권에 보면 우리의 목판 활자기술을 설명하는 내용에서 목판 활자를 만드는 과정을 사진을 곁들어 설명하고 있어 실제 수업에서 활용해볼만 하다 - <지식산책>이라는 별도의 페이지로 설명하고 있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1권에서는 기술을 “역사”,“생활”,“발명”,“진로(進路)” 이렇게 4가지 주제로 나누어 기술의 세계를 전반적으로 개괄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특히 “4부 기술 속 진로” 편에서는 기술의 발달이 산업 구조를 바꾸고 더 나아가 직업에까지 영향을 미쳐 어제는 유망했던 직업이 사라지고 새로운 직업들이 탄생할 수도 있어 직업을 정하고 진로를 세울때 장기적인 안목을 갖고 앞으로의 가능성을 가늠해보라고 충고한다. 그리고 이 책을 읽을 청소년들이 실제 자신의 진로를 정할 때 어떤 직업들이 있는지, “평생 직업”을 만드는 데 필요한 덕목들이 어떻게 있는지, 기술 분야로 진로를 택한다면 어떤 직업들이 있으며 어떤 고등학교나 대학 학과를 선택해야 하는지를 설명하고 있어 교육 현장에서 교사들이 학생들과 진로 상담하는 데 활용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책 내용 중에 최근 TV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참 기상천외한 발상의 건물이라고 생각했던 “움직이는 빌딩”을 소개하고 있는데, 이 건물은 이탈리아의 건축과 데이비드 피셔가 설계한 건물로 각 층들이 바람이나 중앙 통제실에 의해 좌우로 360도 회전하는 건물로 외부에선 다양한 빌딩의 모양을 볼 수 있으며, 실내에서는 여러 각도에서 외부 전망을 볼 수 있는 그런 건물이라고 한다. 
 

 

1권이 개괄적인 설명이었다면 2권부터는 본격적인 테크놀로지의 세계를 다루고 있는데 우선 2권에서는 “디자인”,“정보통신”,“제조”, “에너지” 분야의 기술을 다루고 있다. 기술을 이야기하면서 언뜻 보면 실질적인 기술이라기 보다 외양(外樣)이라할 수 있는 “디자인”을 먼저 설명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책에서는 과학 기술이 발전하여 기술력과 생산력이 급속히 성장하자 21세기에는 ‘기술과 품질이 쉽고 낡고 바래는 시대’기 되었고, 회사마다 기술이나 품질이 비슷비슷해지면서 인간의 개성과 다양성을 담은 디자인, 인간의 감성을 자극하는 디자인이 제품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기술의 디자인화”의 시대가 열렸다고 말한다. 그러한 기술의 디자인화의 대표적인 제품으로 “아이팟”,“지하철 노선도”,“뽀로로”, 아프리카의 기생충으로 오염된 물을 걸러주어 수많은 생명을 살렸던 휴대용 정수기 “라이프 스트로(Life Straw)"를 예로 들고 있다. 그 외 정보통신, 제조, 에너지 분야에서도 우리가 언론이나 방송을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술들인 "GPS","스마트폰”,“가상현실”, “유비쿼터스”,“나노기술”,“레이저”,“스마트그리드” 기술들과 독도 밑에 엄청나게 매장되어 있어 향후 일본과의 자원전쟁의 대상이 될 수 도 있는 “메탄하이드레이트”에 대해서 설명하고 있다. 

 

2권에서는 정보통신, 에너지와 같은 첨단 기술 분야를 다루었다면 3권에서는 전통적인 기술 분야라 할 수 있는 “전자기계”,“건설”,“생명”,“수송”분야의 기술을 다루고 있다. 전자기계에서는 전자기계 기술의 이모저모와 기계의 원리, 전기의 생산과 수송, 전기의 활용법 등 전자 기계 분야의 기초적인 원리를 설명하고 요새 가장 각광받고 있는 산업인 “로봇”분야를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건설”에서는 역사 속 다양한 건축물들과 건축의 원리를 설명하고 환경,IT, 에너지 등의 분야와 건축의 관계를 다루고 있는데, 재미있는 부분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각종 과학 소재 다큐나 드라마 등에서 볼 수 있었던 “신문지 교량”과 “스파게티” 구조물을 만드는 방법을 다루고 있는 “제작 체험” 페이지였다. 이런 구조물 제작을 직접 만들어보면서 구조물의 압축력, 인장력, 전단력과 힘의 분산 및 집중점을 체험해본다면 기술에 대한 흥미를 부쩍 늘릴 수 있고, “제작체험”은 이 건설 분야 뿐만 아니라 2권과 3권에서 소개되고 있는 각 분야에 해당하는 각종 체험을 싣고 있으니 한 단원이 끝나면 직접 만들어 보는, 학교 수업뿐만 아니라 가정에서도 한번쯤은 아이들과 함께 만들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사실 이처럼 정부기관이 기획한 서적들은 너무 교육적인 것에만 치중하여 내용이 천편일률적이고 재미가 없는 편이 대부분인데, 책을 읽어가면서 어른인 내가 읽어도 지루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고, 제법 새겨 읽을 만한 내용들이 있는 것을 보면 꽤나 성공한 책으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아무래도 책이 청소년의 눈높이에 맞춰 기술한 책이라 과학 기술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보다 깊이 있는 지식이나 성찰을 기대했다면 실망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어릴 적 소년 잡지에 실린 몇 페이지 분량의 허무맹랑하기까지 한 과학 기사를 읽고서도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갔던 내 친구처럼 “과학자”가 되고 싶다는 막연한 꿈을 꾸고 있는 청소년들이 이 책을 통해서 자신의 꿈을 보다 진지하게 돌아보고 분명하게 만들어보는 계기가 될 수 있는 책으로서는 충분히 가치가 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앞으로 10년 후 이 책의 내용들은 더 이상 새로운 기술이 아니라 낡은 기술 또는 잊혀진 기술들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때에도 청소년들의 장래를 열어줄 새로운 버전의 <테크놀로지의 세계>가 나와 주기를, 비단 과학 기술 뿐만 아니라 경제, 정치, 사회, 철학, 역사 등 다른 인문 분야들에 대해서도 이런 류의 책들이 쏟아져 나와 아이들이 자신의 미래를 결정하는데 도움이 되는 길라잡이가 되어주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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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분야의 주목할만한 신간 도서를 보내주세요

1. 소설 수메르 1~3(윤정모/다산책방/2010년 12월

 

 사실 여성 작가의 작품들을 즐겨 읽지 않는데 윤정모 작가 작품은 그래도 챙겨 읽는 편이다. 

책소개글을 보니 인류 최초의 문명 수메르는 한민족이 건설했다는 가정 하에 쓴 소설이라고 

하는데 사실 판타지 소설에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다. 등단한지 벌써 43년이나 되는 작가가 

저 믿기 어려운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냈을지 궁금하다. 

2. 비즈니스(박범신/자음과모음/2010년 12월) 

 

12월에는 오랜만에 윤정모, 박범신, 조정래 작가등 중견작가들의 작품들이 출간되어 팬들을  

기쁘게 한 달이다. 특히 박범신 작가는 한 때 나만의 전작주의 작가로 손꼽을 만큼 많이  

읽었는데 최근에는 신간 소식이 없어 아쉬웠는데 모처럼 신간 출간 소식을 들으니 참  

반가웠다.  천민자본주의의 비정한 생리에 일상과 내면이 파괴되어가는 사람들의 풍경을  

서늘한 만큼 날카로우면서도 가슴 저리게 그려냈다는 이 소설, 모처럼만의 신간에서 

좀 더 내밀해졌을 그의 내공이 기대된다. 

3. 뱀파이어 나이트(김이환/로크미디어/2010년 12월) 

 

제1회 멀티문학상 수상작인 김이환 작가의 <절망의 구> 를 아직 읽어보지 못했는데 독자들의 

서평을 읽어보니 꽤나 참신하고 독특한 소설이라는 호평들이 많았다. 그의 신간인 이 책도 

그만의 상상력을 한껏 담아냈을 걸로 기대가 된다. 장르소설 애독자로서 주목해볼 만한 

그런 작가로 생각된다. 

4. 주석달린 허클베리 핀(마크 트웨인/현대문학/2010년 12월) 

 

아마도 어렸을 때 톰소여와 허클베리 핀 모험담을 책으로, 또는 애니메이션으로 만나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번에 출간된 이 책은 초판본 그대로 수록했으며, 초판본에 수록되었던  

E. W. 켐블의 삽화를 비롯해 진귀한 사진, 그림, 인쇄물, 만화, 지도, 외설적이어서 교체되었던  

도판 등 이전까지는 공개되지 않았던 자료들도 함께 실었다니 소장가치가 충분할 그런 책이라고 

생각된다. 성인이 되어 만나는 허클베리 핀, 어렸을 때와는 다른 색다른 재미와 감동을 줄 걸로 

기대된다. 

5. 바보들의 결탁(존 케네디 툴르/도마뱀 출판사/2010년 12월) 

 

사실 괜히 유명 문학상 수상작들을 멀리 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 책은 퓰리처상 수상작이라는  

이름값보다 '걸작 코미디', '지성과 세련된 기교의 고급 코미디', '가장 웃기는 책들 중 하나'  

이라는 평에 이끌려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미국식 코미디에 익숙하지 않아 걱정은 되지만 

이참에 제대로 즐겨보는 기회를 가져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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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1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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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끔찍한 흉악 범죄들이 뉴스 헤드라인들을 장식하면서 “사형(死刑)제도”에 대한 논란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2010년 12월 현재 사형 확정 판결을 받고 수감 중인 사형수는 59명이며, 우리나라는 1997년 이후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어 사실상 “사형제도 페지 국가”로 분류되고 있다고 하는데 찬성론자들은 “가해자 인권도 존중돼야하지만 피해자의 인권과 정의를 위한 사형 집행은 불가피하다”는 반면 “사형이 범죄 억제에 효력이 없음에도 논란을 부추기는 것은 전형적인 포퓰리즘”이라는 반대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고 한다(세계일보 2010년 12월 30일자 기사 인용). 개인적으로는 사형제도 폐지를 지지하는 쪽인데 그래도 무차별적인 부녀자 연쇄살인사건이나 영유아 유괴살인 사건 등 끔찍한 뉴스들을 보면 저런 인면수심(人面獸心)의 범죄자들까지 인권을 보호해야 하는가 하고 울분이 치솟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2009년 8월에 출간된 이후 무려 50주 이상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으며, 전 세계 25개국에 번역 출간된 유명 작품이라는 현직 독일 변호사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의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원제 Verbrechen / 갤리온 / 2010년 11월)>을 접하고는 흉악한 살인범들을 변론하는 변호사들 이야기로 생각했었다. 법정 드라마나 영화에서 종종 보듯이 “선처를 바랍니다”나 혹은 정신병자로 둔갑시켜 석방시키는 그런 류의 이야기 말이 다. 그런데 책을 읽고 나니 내가 예상했던 이야기와는 전혀 다른, 비록 끔찍한 살인사건이지만 범인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기막힌 사연을 들려주는, 출판사 표현대로 “범죄이야기 혹은 인생이야기”였다. 내가 이렇게 오해한 이유는 원제인 “Verbrechen"의 뜻을 인터넷에 검색해보니 ”범죄“라는 뜻인데 원제에 비하면 너무나도 기막힌 번역 제목을 탓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책에는 11건의 살인사건 이야기가 나온다. 사건 내용만 보면 아내의 머리를 도끼로 찍어 살해하고 토막 내는가 하면(<페너)>, 남동생을 독살하고(<첼로>), 자신들을 협박하는 사람을 살인 청부하여 잔인하게 살해하고(<타나타의 찻잔>), 몸을 팔던 창녀가 고객이 돌연사하자 자신의 애인과 결탁해 토막 내서 암매장(<행운>)하는 등 끔찍한 사건들 일색이다. 그런데 작가가 들려주는 사건 이면에는 살인을 할 수 밖에 없는 애달픈 사연들이 숨어 있다. 먼저 아내를 끔찍하게 살해한 사건에는 40 여 년 간 아내에게 끔찍한 학대 받은 노인 이야기가 이면에 깔려 있고, 고지식한 아버지에게서 독립한 두 남매가 자유를 만끽하지만 남동생이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갈수록 죽어가는 것이 안쓰러워 결국 누나는 동생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독약을 주사하고는 자신 또한 죽음의 길로 떠나고 만다. 이 소식을 들은 아버지도 결국 자살하는 비극적인 종말을 맞는다. 돌연사한 자신의 고객을 암매장한 창녀 이야기도 내막을 들여다 보면 내전에 휩쓸려 자신의 가족을 모두 잃고 자신 또한 성폭행당한 비운의 처녀가 결국 독일에까지 흘러들어와 어쩔 수 없이 매춘에 나서는, 그런 그녀를 사랑했던 남자 친구는 결국 그녀를 사랑하기에 끔찍한 사건에 가담할 수 밖에 없는 애달픈 사연이 담겨져 있다. 물론 작가는 이런 범죄가 사연이 있기 때문에 용서받아야 한다고 주장하지는 않는다. 다만 범죄 사실에만 집착하지 말고 그 안에 담겨진 이야기들이 이렇다고 담담한 어조로 우리에게 설명하고 있다. 그들의 범죄에 대한 단죄는 바로 법에 의해 공평하게 집행된다는 전제를 깔고 말이다. 

   이러한 사연들 외에도 독특하고 재미있는 사연들도 소개하는데, <정당방위>에서는 악명 높은 스킨헤드 청년 두 명이 역 앞에서 기차를 기다리는 남자에게 칼을 꺼내 휘두르고 행패를 부리자 이 남자가 마치 쿵푸 영화에서나 볼 법한 신기한 솜씨로 둘을 살해하는 그런 사건을 이야기한다. 결국 처음부터 끝까지 묵비권을 행사해 정체를 알 수 없는 이 남자는 정당방위로 풀려나게 된다. <서머타임>에서는 남자 친구를 위해 매춘을 하는 여인을 살해한 것으로 오인받던 남자가 CCTV에 찍힌 시간 때문에 꼼짝없이 범인으로 몰리지만 사실은 서머타임 으로 변경된 시간을 반영해 놓지 않은 것이 밝혀지면서 누명을 벗게 되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영화 <유주얼 서스펙트>를 연상시키는 <고슴도치>편에서는 독일로 이주한 레바논 가족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9형제의 막내로 태어난 “카림”은 고등교육을 받지 못하고 도둑질이나 마약 판매로 생계를 유지하는 형제들처럼 보잘 것 없을 걸로 여겨지지만 사실은 천재적인 두뇌로 유명 대학을 나와 주식 투자로 큰돈을 벌게 된다. 그러나 카림은 그 사실을 철저히 감추고 살아가는데, 어느 날 큰 형이 강도짓을 저질러 체포되자 큰 형의 알리바이에 대해 교묘한 거짓진술을 하여 형을 결국 풀려나게 만든다. 마지막 편인 <에티오피아 남자> 편이 어쩌면 가장 감동적이라 할 수 있는데, 젊은 시절 온갖 범죄를 저지르던 한 남자가 에티오피아에서 진정한 삶과 사랑을 찾았지만 추방당하고 다시 에티오피아로 돌아가기 위해 은행을 터는 슬픈 사연을 들려준다. 

   이처럼 한편 한편을 독립시켜 소설로 구성해도 좋을 정도로 기막히고 애달픈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는 이 책은 내용들이 꽤나 재미있어 금세 읽게 만드는 몰입도가 꽤나 강한 책이다. 내가 과문(寡聞)한 탓인지 앞에서 언급한 사형제도 논란처럼 현행 법체계의 모순점들에 대한 작가의 성찰이나 고민을 엿볼 수 는 없었다. 그러나 책에 담겨있는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흥미로워 읽어볼 만한 그런 책이다. 34분마다 살인사건이 발생한다는 미국 -범죄의 종류별 발생 빈도를 시간 단위로 분석한 것으로, 범죄가 얼마나 자주 되풀이되는가를 알아보기 위해 종류별 사건의 수를 시간으로 나눈 수치를 “범죄시계[犯罪時計]”라고 부른다고 한다. 그런데 저 수치는 12 년 전인 1999년 자료라 지금은 더 빨라졌을 수도, 혹은 늦어졌을 수도 있다. - 처럼은 아니겠지만 여기저기서 수많은 범죄들이 벌어지고 있을 오늘, 세상에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는, 사연 하나 하나 듣다 보면 이유 없는 사람은 절대 없다는 - 최근에 아무 이유 없이 사람을 죽이는 이른바 “묻지마 살인”이 심심찮게 뉴스에 오르내리는 것을 보면 꼭 사연이 있는 것은 아닌 것 같다 -것처럼 설사 사연이 있다고 하더라도 저지른 죄만큼은 법 원칙에 입각하여 엄히 단죄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처럼 한번쯤은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혹은 억울한 누명을 쓰는 경우도,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애달픈 사연도 있을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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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관계학 - 상처투성이 인간관계를 되돌리는 촌철살인 심리진단
송형석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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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혼자 살지 않는 이상 - 무인도 생존기의 대표 주자인 “로빈슨 크루소”도 혼자 살다가 결국 “프라이데이”를 만나면서 외로운 생활을 청산하고 무인도에서 살아갈 힘과 탈출하겠다는 희망을 얻게 된다 - 어쩔 수 없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인간관계란 것이 참 어렵고 힘들어서 선의의 관계가 악연(惡緣)으로 끝나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되기도 하고, 잘 알지 못하는 남에게서 뜻하지 않는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관계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으며,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사람을 대할 때 항상 진실로 대하라”,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몸도 내 몸 같이 소중히 여겨라”, “덕(德)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항상 이웃이 있느니라” 등등 인간관계를 위한 명언(名言)들이 참 많은데 말 그대로 도덕 교과서에나 볼 법한 좋은 글귀일 뿐 보다 실질적인 해석을 통해 인간관계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는 계기로 삼거나 실천적인 방법을 끌어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어차피 인간관계의 대상도 역시 “사람”이라면 인간의 행동기인을 연구하는 “심리학(心理學)”적 접근은 어떨까? 전작 <위험한 심리학(청림출판/2009년 11월)>에서 심리를 읽는 과정을 퍼즐 맞추기에 비유하면서, 상대가 건네주는 마음 조각들을 받아들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재구성해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줬다는 평 - 아쉽게도 이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 을 들었던 정신과 의사 송형석 작가가 이번에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춰 심리학적으로 재미있게 해석한 책을 우리에게 선보였다. 바로 <위험한 관계학; 상처투성이 인간관계를 되돌리는 촌철살인 심리진단(청림출판/2009년 11월)>이 바로 그 책이다.  

 작가는 들어가는 글에서 1권(위험한 심리학)에서는 내가 타인을 파악하는 법을 그대로 적어 놓았다면, 이번 책에서는 타인이 살아가는 방식을 파악하는 법을, 즉 '저 사람이 어떤 타입이다'고 애기한 것이 <위험한 심리학>이었다면, 이 책은 그 사람들이 시간에 따라 왜 그런 성격이 되었고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는 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남의 삶과 마음을 엿보고 싶은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TV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대해 관음증 운운하며 비판하는 사람마저도 정작 자신의 삶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며, 실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틀은 바꾸기 싫고, 남의 생각만 몰래 읽고 싶은 마음의 벽이 서있다고 전제한다. 그 벽을 허무는 것이 작가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려면 이리저리 끼워 맞출 수 있는 얄팍한 심리학적 지식이 아니라. 천천히 그러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며 핵심을 찌르는 바늘 같은 말이 필요하며, 바로 이 책을 쓰는 목적이 그런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홀로 살지 못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이 고정되는 10세 정도면 슬슬 콤플렉스가 두드러지기 시작하는데, 콤플렉스는 쉽게 말해 약점이든 강점이든 내가 집착하는 부분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즉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거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기본원리이며, 자신의 결핍이 메워지거나 나 자신이 인정받거나 그러다가 의도치 않게 타인의 좋은 점을 많이 흡수하거나 반대로 나쁜 점들이 공명을 일으켜 더 악화되거나 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정의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원하는 게 잘 이뤄지지 않으면 그 관계는 다시 깨지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인간관계에 대하여 우선 제일 먼저 “나”를 먼저 분석하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 즉 “부모”, ,“다른 가족들(조부모와 형제 자매)”, “친구와 선후배”, “이성”, “이웃과 상상 친구”별로 각 장(章)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마지막 장에는 인간관계의 처음과 끝이라 할 수 있는 “대화(對話)”의 기술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각 장마다 실제 또는 가상 사례를 들어 심리학적 해설을 곁들어 이해하기가 쉽고, 글투도 꽤나 익살스러워 책은 상당히 재미있다.  

  그럼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인간관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요약해보자. 태어날 당시 사람의 머리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아서, 아기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여러 가지 반응이나 행동을 보고 몸에 익히는데, 즉 머리 속의 수많은 생각과 성격은 타인을 보고 모방했거나 반대로 타인을 회피하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러한 인간관계의 모든 시초는 부모와 나 사이에서 벌어지며, 부모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태도와 성향을 머리에 깔아주신다. 그리하여 내 머리 사고의 기본적인 경향은 바로 부모님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부모 간에 항상 의견이 일치될 리는 없고, 오히려 서로 의견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따라서 서로 간에 의견이 다른 것을 어떻게 합의하고 풀어가는 지 아이들 앞에서 보여주는 것도 훌륭한 교육이 될 수 있으며, 당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일단 어느 정도 상대에게 동의해준 다음, 나중에 좋은 타이밍을 봐서 솔직한 본인의 생각을 애기하여 통일된 의견을 유도해내기만 한다면 좀 시간이 흘렀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이렇게 바람직한(?) 부모가 분석대상이 아니라 부부의 조합 자체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가족 간에 좋은 영향을 주기 힘든 경우들을 <강한 아버지와 약한 어머니>, <강한 어머니와 약한 아버지>, <부모 모두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먼저 <강한 아버지와 약한 어머니> 편에서 “지시하는 타입의 아버지”의 경우에는 어떨까? 이런 경우의 아버지는 주로 사회에서 성공했으나 정신적으로는 미숙한 타입이며, 보통 순종적인 여성과 결혼하게 되는데, 이들의 첫째 아이, 특히 장남은 아버지에게 동화되는 편이고, 둘째 이하는 수동 공격형으로 자라기 쉽다고 설명한다. 또한 부모가 이혼한 경우 아버지가 키울 때는 아이에게 결핍의 문제가 생기기 쉬우며, 어머니가 키울 때는 불안의 문제가 생기기 쉬운데, 특히 나약한 어머니가 키울 경우, 아이가 어머니를 경멸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투사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반대로 <강한 어머니와 약한 아버지> 편에서 “남편과 자식을 제 뜻대로 하려는 어머니”의 경우에는 아들은 어머니와 비슷하거나 자기 의견을 대변해주는 여성을 선택하게 되고, 어머니의 관심에서 비껴난 자식은 어머니와 거리감을 유지하려 애쓰며 결혼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렇게 강한 여성 2명 사이에 껴서 이도 저도 못하고 괴로워하는 아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 KBS 인기 드라마였던 “사랑과 전쟁”에서 이런 사례를 소재로 한 내용들이 참 많았다 - 작가는 이때 부인과의 관계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여태껏 나를 성심성의껏 보살펴주신 홀어머니에게 효도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지만, 그 홀어머니 때문에 지금부터 시작되는 나의 새로운 가정이 방해받는 것은 안 될 일이며, '내 기본은 역시 아빠, 엄마'라고 말하고 싶어한다면 자신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 가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칫하면 전통적인 윤리관과 대치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처럼 작가도 쉽게 한 얘기는 아니겠지만 고부(姑婦)관계 때문에 심한 괴로움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두 여성 사이에서 양쪽 비위를 맞춰 가며 줄타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태위태한지 잘 알고 있어 선뜻 아내 편을 들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미래가 어디에 기초하는지, 쉽게 말해 앞으로 누구랑 더 오래 살게 될 지를 생각해본다면 작가의 충고가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처럼 나와 타인들과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사례와 함께 재미있게 분석하고 있는데, 마지막 장인 “대화”부문도 상당히 재미있다. 주로 교통사고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목에 핏대부터 세우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막무가내 상대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대화를 해야할까? 우선 감정적인 동요가 생긴 순간 게임 끝이니 어떤 황당한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흥분하거나 놀라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는 '내가 과연 저런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까?'하고 생각하면서 훈련한다고 생각하고 피하지 말고 잘 관찰하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뭔가 먹힐 것 같으면 상대의 약점을 찔러보면 상대는 그냥 기분이 나빠질 테니 약점을 잘 공략해야 하며, 살살 약 올렸더니 무슨 말을 해도 화를 낸다면 이때는 정치적인 제스처로 정중한 말투로 사과하면 상대가 혼란스러워 분명 어딘가 비꼬는 분위기로 느껴지는데, 말투 자체는 흠잡을 것이 없으니 딱히 뭐라 할 얘기도 없고, 내가 예의를 갖출수록 '당신도 예의를 갖춰주시오'라는 메세지로 느껴져 결국 나의 요구에 응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해도 벗어나기 힘들다면? 선빵을 날리고 잽싸게 도망가란다^^ 

   책을 읽으면서 몇몇 사례들은 바로 나의 이야기 인 것 같아서 뜨끔뜨끔했고, 어떤 사례들은 너무 치우친 분석이 아닐까 하고 다시금 읽어보게 만드는,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물론 인간관계가 이 책에서처럼 정확히 분류되고 해석될 수 없는, 좀 더 복잡다단한 그런 것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자라온 환경이 어떠했는지 - 특히 어떤 부모님 밑에서 자라왔는지 -,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렇다면 좀 더 나은 인간관계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방향 설정을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책이라 평가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라는 말처럼 어렵고 힘들기만 한 타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렇다고 뭔가 교훈을 얻겠다고 정색 하지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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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스크로 가는 기차 (양장)
프리츠 오르트만 지음, 안병률 옮김, 최규석 그림 / 북인더갭 / 2010년 12월
평점 :
구판절판


요즈음은 그다지 챙겨보는 드라마가 없지만 한때 드라마를 즐겨보던 적이 있었다. 연속극이나 미니시리즈 등 장편 드라마들은 회(回)를 거르지 않고 꼬박꼬박 챙겨보는 맛이 쏠쏠하지만 한 회에 기승전결이 다 담겨 있는, 마치 한편의 영화와 같은 주옥같은 단막극들도 꽤나 즐겨 보았었는데, 대표적인 것이 <TV문학관(KBS)>과 <베스트셀러극장(MBC)> - 후에 <베스트극장>으로 이름을 변경했다 -이었다. 지금도 몇 편이 바로 떠오를 정도로 인상 깊었던 작품들이 많았었는데, 그중 기억에 남는 작품이 바로 <곰스크로 가는 기차(베스트극장 578회/2004.9.12.방영)>다. 비교적 최근에 방영하기도 했고 첫 방영 후 케이블 TV에서 몇 차례 방영해서 본 탓도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보는 내내 “영월”이나 “목포” 등 우리 지명이 아닌 정체 불명(?)의 지명인 “곰스크”가 도대체 어디이길래 저렇게 남자 주인공 - 인터넷 검색해보니 엄태웅과 채정안이 주연을 맡았단다 - 이 그렇게 가고자 했는지 영 궁금해서 더욱 인상에 남았던 것 같다. 남자 주인공이 가고자 했던 곰스크가 과연 어떤 곳인지, 결국 곰스크로 가게 되었는지가 불분명해서 언젠 한번 책으로 읽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이번에 드디어 원작소설인 <곰스크로 가는 기차(원제 Tee mit Rum/프리츠 오르트만/북인더 갭/2010년 12월)을 읽게 되었다. 드라마가 비교적 책 이야기를 충실하게 담아내서 그다지 새로울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드라마와는 다른 색다른 감동을 느낄 수 있었다.  

  책에서는 표제작인 <곰스크로 가는 기차>를 포함해서 총 8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곰스크~>가 50여 페이지로 가장 분량이 많고 나머지 단편들은 10 페이지 남짓해서 많아야 40 페이지 내외인데 삽화들도 곁들어져 있어 실제 분량은 더 짧다고 볼 수 있다. 나머지 단편들도 꽤나 인상적인 작품이 몇 편 있지만 <곰스크>가 가장 인상적인지라 이 책을 읽을 다른 독자들에게 판단을 맡기고 여기에서는 곰스크만 언급해보기로 한다. 

 표제작인 <곰스크로 가는 기차>는 알려진 대로 곰스크로 떠나려는 남자가 결국 아내와 가족 때문에 중간에 주저앉고야 마는 간단한 줄거리이다. 이제 막 결혼한 신혼 부부가 곰스크로 가는 기차에 오른다. 곰스크는 어릴 적 남자가 아버지에게서 자주 들어오던 일종의 “꿈의 도시”라 할 수 있는데, 어릴 적부터 가고 싶다는 열망을 드디어 결혼을 하고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가게 되면서 이루게 된 것이다. 그런데 곰스크로 가는 여행길 중간 정착지인 작은 마을에 내리게 된 부부는 그만 열차를 놓치고야 만다. 어쩔 수 없이 마을의 유일한 호텔에 머물게 된 부부는 며칠 후 다시 역으로 향하는 데, 차표의 유효기간이 지나 탈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다시 마을 호텔로 돌아온다. 호텔 주인은 두 부부에게 숙식을 제공하는 대신 임금을 줄 수 없고, 손님들의 팁으로 생활하라고 제안하고 하는 수 없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고 마을에 머물게 된다. 남편은 마을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도는 반면 안정적인 생활에 만족하게 된 아내는 곰스크로 가고자 하는 남편이 영 불안하게만 보인다. 드디어 손님들의 팁을 열심히 모아 두 장 티켓을 산 남편은 다시 열차역으로 향하지만 아내가 자신이 일해서 장만한 “안락의자”를 싣고 가야한다고 고집 피우는 바람에 그만 열차를 놓치게 되고, 그 후 다시금 떠날 기회를 잡게 되지만 이번에는 아내의 임신으로 떠나지 못하게 되고 만다. 그리고는 마을 학교의 나이든 선생님을 대신해 학교 선생님이 되어 아이들을 가르치게 되면서 결국 마을에 주저앉게 된다. 그리고는 자신처럼 곰스크로 향했다가 마을에 눌러앉았던 전임 선생님이 들려주는 “당신은 이미 당신이 원한 삶을 살았다”라는 말을 곰곰이 생각하게 된다. 그 후 아이를 둘이나 갖게 되고 정원 딸린 집에서 살게 된 남편은 모든 걸 체념하고 마을에 정착하지만 가끔씩 들려오는 곰스크행 열차 소리에 아직도 가슴이 뛰는 것은 어쩔 수 없어 마음이 흔들릴 때마다 전임 선생님이 쓰시던 다락방에 올라가 침대에 얼굴을 묻곤 한다. 

   역시 원작소설도 곰스크가 어떤 곳이어서 그렇게 남자가 가고 싶어 했는지 구체적으로 묘사하고 있지는 않다. 예전에 드라마를 보고 나서 한 선배가 역시 여자는 남자 인생에 있어 걸림돌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너스레를 떨어서 웃은 적이 있는데, 표면적으로야 현실에 안주하려는 아내의 만류와 제지가 결국 이상향(理想鄕)이자 로망일 수 있는 남자의 “곰스크” 행을 막은 셈이니 일견 선배의 말도 일리가 있는 듯 하다. 그러나 결코 길지 않은 삶을 돌이켜 보면 어릴 적 꿈꿔온 이상과 낭만이 나이가 들고 나면 결국 비현실적인 유치한 공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듯이 어쩌면 자신이 지금 살고 있는 내 삶 그 자체야 말로 전임 선생님이 주인공에 들려주던 “내가 원했던 그런 삶”이 아니었을까? 어쩌면 목표를 이루지 못한 실패자의 자기 합리화에 불과할 수 도 있지만 말이다. 책에서는 곰스크를 여러 번 갈 수 있을 만큼 돈도 벌고 안정된 삶을 살지만 주인공은 결국 자신을 붙잡은 아내와 자식들을 핑계로 가슴 아파할 뿐 결코 다시 열차에 오르지는 않는다. 그의 삶을 올곧이 지배했던 곰스크란 결국 어떤 구체적인 사물이나 장소가 아니라 그저 마음 속으로만 꿈 꿔볼 수 있는, 상상속의 유토피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주인공이 깨달았기 때문이라고 이해해본다. 그래도 젊은 날의 꿈을 결코 잊지 않고 열망하는 주인공이 일견 부럽기도 하다. 대학시절 수많은 밤을 새며 친구들과 고민했던 미래가 결코 지금 모습은 아닐진대 까맣게 잊고 사는 나에 비하면 말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도 내 삶에 있어서 <곰스크>는 과연 어떤 곳이었는지, 지금은 까맣게 잊고 지내지만 아직도 내 가슴 속에는 <곰스크>로 가는 열망이 숨어 있지는 않은지, 어느날 그 열망이 가슴 속을 벗어나 간절해진다면 나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곳을 향해 가야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여러 생각들로 여운이 오래가던 그런 책이었다. 이 책은 먼 훗날 죽음을 앞에 두고 내 인생을 돌아보는 그런 나이가 되었을 때 다시 한번 읽어봐도 좋을 책일 것 같다. 그때에는 나는 이미 <곰스크>에 와 있다고 말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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