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험한 관계학 - 상처투성이 인간관계를 되돌리는 촌철살인 심리진단
송형석 지음 / 청림출판 / 2010년 11월
평점 :
절판


사람이 혼자 살지 않는 이상 - 무인도 생존기의 대표 주자인 “로빈슨 크루소”도 혼자 살다가 결국 “프라이데이”를 만나면서 외로운 생활을 청산하고 무인도에서 살아갈 힘과 탈출하겠다는 희망을 얻게 된다 - 어쩔 수 없이 내가 아닌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이 인간관계란 것이 참 어렵고 힘들어서 선의의 관계가 악연(惡緣)으로 끝나 불구대천지원수(不俱戴天之怨讐)되기도 하고, 잘 알지 못하는 남에게서 뜻하지 않는 도움을 받아 목숨을 구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과연 인간관계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으며, 어떻게 해야 바람직한 관계를 이어나갈 수 있을까? “사람을 대할 때 항상 진실로 대하라”, “다른 사람을 대할 때 그 사람의 몸도 내 몸 같이 소중히 여겨라”, “덕(德)이 있으면 외롭지 않고 항상 이웃이 있느니라” 등등 인간관계를 위한 명언(名言)들이 참 많은데 말 그대로 도덕 교과서에나 볼 법한 좋은 글귀일 뿐 보다 실질적인 해석을 통해 인간관계를 다시 한번 돌이켜보는 계기로 삼거나 실천적인 방법을 끌어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그렇다면 어차피 인간관계의 대상도 역시 “사람”이라면 인간의 행동기인을 연구하는 “심리학(心理學)”적 접근은 어떨까? 전작 <위험한 심리학(청림출판/2009년 11월)>에서 심리를 읽는 과정을 퍼즐 맞추기에 비유하면서, 상대가 건네주는 마음 조각들을 받아들고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재구성해나가는 과정을 흥미롭게 보여줬다는 평 - 아쉽게도 이 책은 읽어보지 못했다 - 을 들었던 정신과 의사 송형석 작가가 이번에는 나와 타인과의 “관계”에 포커스를 맞춰 심리학적으로 재미있게 해석한 책을 우리에게 선보였다. 바로 <위험한 관계학; 상처투성이 인간관계를 되돌리는 촌철살인 심리진단(청림출판/2009년 11월)>이 바로 그 책이다.  

 작가는 들어가는 글에서 1권(위험한 심리학)에서는 내가 타인을 파악하는 법을 그대로 적어 놓았다면, 이번 책에서는 타인이 살아가는 방식을 파악하는 법을, 즉 '저 사람이 어떤 타입이다'고 애기한 것이 <위험한 심리학>이었다면, 이 책은 그 사람들이 시간에 따라 왜 그런 성격이 되었고 사람들과 어떤 관계를 만들어가는 가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남의 삶과 마음을 엿보고 싶은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나는 TV의 리얼 버라이어티쇼에 대해 관음증 운운하며 비판하는 사람마저도 정작 자신의 삶을 제대로 보고 있는지는 미지수이며, 실은 누구에게나 자신의 틀은 바꾸기 싫고, 남의 생각만 몰래 읽고 싶은 마음의 벽이 서있다고 전제한다. 그 벽을 허무는 것이 작가 자신의 의무라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려면 이리저리 끼워 맞출 수 있는 얄팍한 심리학적 지식이 아니라. 천천히 그러나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며 핵심을 찌르는 바늘 같은 말이 필요하며, 바로 이 책을 쓰는 목적이 그런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홀로 살지 못하고 타인과 관계를 맺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작가의 말에 따르면 인간의 성격이 고정되는 10세 정도면 슬슬 콤플렉스가 두드러지기 시작하는데, 콤플렉스는 쉽게 말해 약점이든 강점이든 내가 집착하는 부분을 말한다고 정의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즉 자신의 부족함을 메우거나 장점이 충분히 발휘될 수 있도록 인간은 타인과의 관계를 시작하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인간관계의 기본원리이며, 자신의 결핍이 메워지거나 나 자신이 인정받거나 그러다가 의도치 않게 타인의 좋은 점을 많이 흡수하거나 반대로 나쁜 점들이 공명을 일으켜 더 악화되거나 하는 것이 인간관계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정의한다. 당연한 말이겠지만 원하는 게 잘 이뤄지지 않으면 그 관계는 다시 깨지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이러한 인간관계에 대하여 우선 제일 먼저 “나”를 먼저 분석하고, 나와 마주하는 사람들, 즉 “부모”, ,“다른 가족들(조부모와 형제 자매)”, “친구와 선후배”, “이성”, “이웃과 상상 친구”별로 각 장(章)을 할애하여 설명하고, 마지막 장에는 인간관계의 처음과 끝이라 할 수 있는 “대화(對話)”의 기술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각 장마다 실제 또는 가상 사례를 들어 심리학적 해설을 곁들어 이해하기가 쉽고, 글투도 꽤나 익살스러워 책은 상당히 재미있다.  

  그럼 가장 많은 페이지를 할애하고 인간관계의 시초라 할 수 있는 “부모”와의 관계에 대한 작가의 설명을 요약해보자. 태어날 당시 사람의 머리에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아서, 아기들은 타인과 관계를 맺으면서 여러 가지 반응이나 행동을 보고 몸에 익히는데, 즉 머리 속의 수많은 생각과 성격은 타인을 보고 모방했거나 반대로 타인을 회피하면서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러한 인간관계의 모든 시초는 부모와 나 사이에서 벌어지며, 부모는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태도와 성향을 머리에 깔아주신다. 그리하여 내 머리 사고의 기본적인 경향은 바로 부모님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부모 간에 항상 의견이 일치될 리는 없고, 오히려 서로 의견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일 것이다. 따라서 서로 간에 의견이 다른 것을 어떻게 합의하고 풀어가는 지 아이들 앞에서 보여주는 것도 훌륭한 교육이 될 수 있으며, 당장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다면 일단 어느 정도 상대에게 동의해준 다음, 나중에 좋은 타이밍을 봐서 솔직한 본인의 생각을 애기하여 통일된 의견을 유도해내기만 한다면 좀 시간이 흘렀다고 해도 상관없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이렇게 바람직한(?) 부모가 분석대상이 아니라 부부의 조합 자체가 불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가족 간에 좋은 영향을 주기 힘든 경우들을 <강한 아버지와 약한 어머니>, <강한 어머니와 약한 아버지>, <부모 모두에게 문제가 있는 경우>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먼저 <강한 아버지와 약한 어머니> 편에서 “지시하는 타입의 아버지”의 경우에는 어떨까? 이런 경우의 아버지는 주로 사회에서 성공했으나 정신적으로는 미숙한 타입이며, 보통 순종적인 여성과 결혼하게 되는데, 이들의 첫째 아이, 특히 장남은 아버지에게 동화되는 편이고, 둘째 이하는 수동 공격형으로 자라기 쉽다고 설명한다. 또한 부모가 이혼한 경우 아버지가 키울 때는 아이에게 결핍의 문제가 생기기 쉬우며, 어머니가 키울 때는 불안의 문제가 생기기 쉬운데, 특히 나약한 어머니가 키울 경우, 아이가 어머니를 경멸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분노를 투사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반대로 <강한 어머니와 약한 아버지> 편에서 “남편과 자식을 제 뜻대로 하려는 어머니”의 경우에는 아들은 어머니와 비슷하거나 자기 의견을 대변해주는 여성을 선택하게 되고, 어머니의 관심에서 비껴난 자식은 어머니와 거리감을 유지하려 애쓰며 결혼에 회의적인 시선을 보낸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렇게 강한 여성 2명 사이에 껴서 이도 저도 못하고 괴로워하는 아들을 종종 볼 수 있는데 - KBS 인기 드라마였던 “사랑과 전쟁”에서 이런 사례를 소재로 한 내용들이 참 많았다 - 작가는 이때 부인과의 관계에 더 비중을 두어야 한다고 잘라 말한다. 여태껏 나를 성심성의껏 보살펴주신 홀어머니에게 효도하는 것은 당연한 도리지만, 그 홀어머니 때문에 지금부터 시작되는 나의 새로운 가정이 방해받는 것은 안 될 일이며, '내 기본은 역시 아빠, 엄마'라고 말하고 싶어한다면 자신이 과거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아닌 가 의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칫하면 전통적인 윤리관과 대치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고 전제하는 것처럼 작가도 쉽게 한 얘기는 아니겠지만 고부(姑婦)관계 때문에 심한 괴로움을 겪어본 사람이라면 두 여성 사이에서 양쪽 비위를 맞춰 가며 줄타기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태위태한지 잘 알고 있어 선뜻 아내 편을 들기가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미래가 어디에 기초하는지, 쉽게 말해 앞으로 누구랑 더 오래 살게 될 지를 생각해본다면 작가의 충고가 어떤 의미인지를 깨닫게 된다.  

  이처럼 나와 타인들과의 다양한 인간관계를 사례와 함께 재미있게 분석하고 있는데, 마지막 장인 “대화”부문도 상당히 재미있다. 주로 교통사고에서 자주 만나게 되는, 목에 핏대부터 세우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는 막무가내 상대를 만나게 되면 어떻게 대화를 해야할까? 우선 감정적인 동요가 생긴 순간 게임 끝이니 어떤 황당한 상황이 전개되더라도 흥분하거나 놀라지 않으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말하고는 '내가 과연 저런 사람과 대화가 가능할까?'하고 생각하면서 훈련한다고 생각하고 피하지 말고 잘 관찰하라고 이야기한다. 또한 뭔가 먹힐 것 같으면 상대의 약점을 찔러보면 상대는 그냥 기분이 나빠질 테니 약점을 잘 공략해야 하며, 살살 약 올렸더니 무슨 말을 해도 화를 낸다면 이때는 정치적인 제스처로 정중한 말투로 사과하면 상대가 혼란스러워 분명 어딘가 비꼬는 분위기로 느껴지는데, 말투 자체는 흠잡을 것이 없으니 딱히 뭐라 할 얘기도 없고, 내가 예의를 갖출수록 '당신도 예의를 갖춰주시오'라는 메세지로 느껴져 결국 나의 요구에 응하게 된다고 한다. 이렇게 해도 벗어나기 힘들다면? 선빵을 날리고 잽싸게 도망가란다^^ 

   책을 읽으면서 몇몇 사례들은 바로 나의 이야기 인 것 같아서 뜨끔뜨끔했고, 어떤 사례들은 너무 치우친 분석이 아닐까 하고 다시금 읽어보게 만드는, 여러 가지 생각을 들게 하는 그런 책이었다. 물론 인간관계가 이 책에서처럼 정확히 분류되고 해석될 수 없는, 좀 더 복잡다단한 그런 것임에는 분명할 것이다. 그러나 자신이 자라온 환경이 어떠했는지 - 특히 어떤 부모님 밑에서 자라왔는지 -,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사람들과의 관계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는지, 그렇다면 좀 더 나은 인간관계를 위해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과 방향 설정을 하는 데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는 그런 책이라 평가하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것이 “인간관계”라는 말처럼 어렵고 힘들기만 한 타인과의 관계를 되돌아보고 타인을 이해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이라면, 그렇다고 뭔가 교훈을 얻겠다고 정색 하지말고 가벼운 마음으로 쉽고 재미있게 읽어볼 수 있는 책으로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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