펄 벅을 좋아하나요?
안치 민 지음, 정윤희 옮김 / 밀리언하우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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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펄 벅을 좋아하나요?(안치 민 저/밀리언하우스/2011년 1월)>을 받아들고서 “펄 벅”에 대해 내가 얼마나 알고 있는지 자문(自問)해보았다. 그녀의 대표작품인 <대지(大地)>는 청소년 권장 소설로 읽어봤었고, EBS에서 오래전 흑백영화 <대지(1939)>- 수많은 메뚜기 떼가 하늘을 뒤덮는 장면과 책에서도 펄 벅이 잠깐 언급하는데 중국인이 주인공임에도 불구하고 서양 사람들이 그 역할을 해 상당히 어색했던 기억이 난다 -를 본 정도가 내가 펄 벅에 대해 알고 있는 전부였다. 그녀가 노벨문학상 탔다는 것도, 실제 중국에서 살았었다는 것도 이 책 첫 부문의 프로필을 보고서야 알게 되었다. 그녀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는 것이 없다 보니 질문이기도 한 제목에 대한 나의 첫 대답은 긍정도 부정도 아닌 “글쎄”일 수 밖에 없었다. 이러한 모호한 대답과 함께 펄 벅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했다.    

  19세기 말, 중국 남부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난 윌로우는 그 당시 중국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난한 집의 외동딸로 자란다. 그러던 어느날 윌로우는 마을 교회 선교사의 딸인 푸른 눈의 이방인 펄 벅을 알게 되면서 그녀와의 평생에 걸친 우정이 시작된다. 1940년대 중반 “국공내전(國共內戰)”이 시작되면서 펄 벅은 미국으로 돌아가게 되고, 공산당원의 아내였던 윌로우는 중국 독립과 “모택동” 공산당의 집권, 문화혁명 등 중국 현대사의 온갖 풍상(風霜)들을 온 몸으로 겪어내며 멀리 있는 친구 펄 벅을 그리워한다. 1972년 미국 닉슨 대통령의 방중(訪中)때 다시 중국으로 돌아 오기로 했던 펄 벅은 중국 정부의 거부로 결국 방문이 취소되고, 그녀를 기다리던 오랜 친우 윌로우는 펄 벅이 살았던 마을을 찾아온 닉슨 대통령에게 안부를 전하게 된다. 결국 펄 벅은 자신이 자랐던 마음의 고향인 중국으로 되돌아 오지 못하고 1973년 눈을 감고, 등소평이 집권하면서 폭압의 정치가 막을 내리게 된 중국 당국은 윌로우에게 미국 방문을 허락하게 되고, 윌로우는 팔 십 노구를 이끌고 드디어 펄 벅을 만나러 미국으로 떠난다. 펄 벅이 잠들어 있는 무덤에 선 윌로우는 자신이 살던 마을에 있는 펄 벅 어머니의 무덤가 흙을 뿌려주고 수십년 간 나누지 못했던 이야기를 그녀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펄 벅 무덤 주변 흙과 화초 씨앗을 담는다. 

 이 책은 펄 벅의 일대기를 그린 전기(傳記)소설이겠지만 주로 전기소설이 위인(偉人)들의 탄생부터 죽음까지 그의 업적과 삶을 연대기 순으로 나열한 “역사 소설”이라고 한다면, 이 책은 펄 벅이라는 실존 인물에 펄 벅과 우정을 나눈 인물로 설정된 가공의 인물 “윌로우”를 끼워 넣은, 즉 실제와 가상이 교차되는 “팩션(Faction)"소설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렇다 보니 기존 전기 소설이 작가가 자서전이나 주변 인물들의 증언을 토대로 위인의 삶을 전지적(全知的) 작가 시점으로 서술 - 주인공의 생각을 작은 따옴표 형식으로 직접 서술한다 - 한다면, 이 책은 윌로우의 시선으로 펄 벅의 삶을 그려내는 관찰자(觀察者)적 시점 서술 - 윌로우가 펄 벅과 직접 나눈 대화나 주고 받은 편지, 곁에서 보고 들은 이야기들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 형식을 띤다. 물론 저자 후기에서 작가가 밝히고 있듯이 자서전이나 주변 인물들의 증언들을 토대로 재구성해낸, 실제 펄 벅의 삶에 근거한 구성이겠지만 몇 몇 사건 들 - 펄 벅 아버지의 사망 시기나 펄 벅이 중국을 떠나게 만든 사건 등 - 소설적 전개를 위해 그 시간대를 바꿔놓기도 한다. 또한 문화 혁명 기간 모택동 부인의 펄 벅을 “미국 제국주의자”로 고발하라는 지시로 악의적인 글을 썼었던 경험이 있던 작가는 주인공 윌로우가 자신과 똑같은 지시를 받고서도 친구인 펄 벅을 배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온 몸으로 거부하고 온갖 고초를 겪는 일종의 “자기반성”의 설정을 삽입하기도 한다. 그렇다 보니 윌로우가 함께 보낸 시간들 외의 펄 벅의 삶, 즉 잠시 미국으로 돌아가 대학을 다녔던 시절이나 중국을 완전히 떠난 후 미국에서의 삶 등은 단편적으로만 언급하고 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펄 벅 보다는 윌로우의 이야기가 더 다채롭고 흥미로웠는데, 가난한 집에서 태어나 펄 벅과 그의 가족들과 인연을 맺게 되면서 조금씩 자기 현실을 자각하게 되고, 팔려가다 시피 한 첫 결혼의 실패 후 상해로 떠나 인텔리 여성으로 극적인 신분 변화를 가져왔지만 1950년대에서 70년대까지 중국 독립과 공산당 집권, 문화 대혁명 등 대 격변의 시대에서 모택동의 최측근으로 촉망받던 간부의 아내에서 펄 벅을 비난하라는 지시를 거부한 탓에 오랜 수감생활을 거쳐 “반동”으로 낙인찍히고 남편 또한 수용소에서 비참하게 죽는, 윌로우의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삶을 쫓아가다 보면 어느새 잔잔한 감동까지 불러일으킨다. 어찌 보면 이 책의 진정한 주인공은 바로 “윌로우”가 아닐까? 물론 윌로우의 삶을 드라마틱하게 만든 인물로서 펄 벅의 가치가 매우 중요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사실 펄 벅을 다른 인물로 대체한다 해도 크게 어색할 것 같지는 않을 것 같다.  

책에서 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인명(人名)에 대한 영어식 표기를 들 수 있겠다. 주인공이 “윌로우(버드나무)”라는 이름을 갖기 전에는 “위드(잡초)”로 불렸다던가, 기독교식으로 이름 짓다 보니 우스꽝스럽게 되어 버린 이웃 아이들의 이름, 펄 벅 가족을 생사의 위험까지 내몰기도 했고 훗날 참회하여 윌로우 아버지 뒤를 이어 선교사에까지 오르는 자주 등장하는 주요 인물인 “시골뜨기 황제” 등 이러한 영어식 이름 표기가 영 익숙하지가 않았다 . 특히 책 후반부에서 가장 극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는 닉슨 대통령이 펄 벅이 자란 마을을 방문하는 장면에서 윌로우가 대자보처럼 걸어놓은 시(詩) - 가로, 세로, 상하 등 읽는 방식에 따라 뜻이 달라지는 시구 - 만큼은 한자(漢字)가 병기되었다면 더 이해하기 쉬웠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작가가 미국에 거주하고 있고 영어권에서 출간하다 보니 서양인들에게는 낯선 한자를 모두 영어식으로 표현해서 그렇게 번역될 수 밖에 없었던 것으로 추측이 되는데 앞에서 영화 “대지”에서 중국인 역할을 서양인이 한 것처럼 영 낯설고 어색하기만 했다. 혹 이 책의 중국어판(中國語版)이 있었다면 영어판과 비교해보면서 번역되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 책을 통해서 펄 벅과 윌로우, 두 주인공이 만나게 된 유년기에서 함께 살았던 성인의 세계, 그리고 헤어져 서로를 그리워하면서 보냈던 안타까운 생의 마지막 순간까지 성장해가는 긴 여정을 그린 “성장소설”과 같은 재미와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 끝으로 처음 질문으로 돌아와서 책을 다 읽고 난 후 난 과연 펄 벅을 좋아하게 되었을까? 내가 중국인이었다면 이 책으로 펄 벅을 좋아하게 되었다고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내 대답은 처음과 마찬가지로 “글쎄”로 끝을 맺어야 할 것 같다. 다만 그녀의 중국에 대한 사랑이 얼마나 컸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다는 것이 더 정확한 대답이 될 것 이다. 그러면서 중국을 사랑했던 펄 벅과 같은 사람이 우리에게는 누가 있을까 하고 엉뚱한 생각을 해봤다. 우선 우리나라를 ‘새 고향’이라고 부를 정도로 사랑하여 수차례 방문을 했고, <한국 찬가>라는 작품마저 썼던 <25시>의 작가 “콘스탄틴 게오르규(Constantin- Virgil Gheorghiu)”가 우선 떠오르고, 본국인 프랑스보다 우리나라에서 더 인기 있다는, 그래서 신간 나올 때 마다 꼬박꼬박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최근작에서는 아예 주인공으로 한국인을 등장시키는 “베르나르 베르베르(Bernard Werber)” - 게오르규에 비해서는 좀 더 상업적인 냄새가 나긴 하지만 - 정도가 떠오른다. 물론 펄 벅의 중국 사랑과는 그 정도가 다를 수 도 있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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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병 - 대유행으로 가는 어떤 계산법
배영익 지음 / 스크린셀러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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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신문과 방송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뉴스가 바로 “구제역(口蹄疫)” 관련 소식일 것이다. 지난해(2010년) 11월 29일 경북 안동에서 발생한 구제역으로 2011년 1월 18일 현재까지의 피해가 농림수산식품부에 따르면 살처분ㆍ매몰 대상 가축은 4,251농가, 210만4448마리에 이르고 정부 지출비용이 총 2조원이 넘는다고 하니 피해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 수 있다. 비단 이런 경제적 손실뿐이겠는가? 자식과도 같은 소 - 어릴 적 시골 살 때 소 한 마리 한 마리에 이름을 붙여 키우시고 자식 대학 등록금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소를 팔아야 할 때마다 소 얼굴을 쓰다듬으시며 눈시울을 붉히셨던 이웃집 아저씨를 떠올려보면 농민들에게는 가축 그 이상의 “가족” 그 자체였을 것이다 - 를 살처분해야 하는 농민이 흘리는 눈물이야말로 돈으로는 측정할 수 없는 그런 아픔일 것이다. 뉴스를 보면서 과연 사람에게 발생하는 그런 전염병이었다면 과연 사람도 저 소나 돼지처럼 살처분 할까 하는 생각에 절로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멀리는 지난 1918년 5,0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갔다는 “스페인 독감”이나 가까이는 지난 2009년 12월 세계적으로 208개 나라에서 사망자가 10,582명에 이르렀다는 “신종플루” 사례를 보면 전혀 가당치도 않은 생각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어차피 이러한 대규모 살처분의 명분이 “대를 위해 소를 희생해야 한다” 이라고 한다면 사람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괜한 걱정을 하던 차에 바로 인간에게 치명적인 전염병을 소재로 한 우리 소설을 읽게 되었다. 바로 <전염병; 대유행으로 가는 어떤 계산법(배영익 저/스크린셀러/2010년 12월)>이 바로 그 책이다. 읽은 시기가 참으로 절묘했기도 했지만, 우리 소설에서는 매우 드문 장르인 “재난 스릴러” 분야 임에도 치밀한 설정과 현실감 넘치는 묘사 덕분에 그동안 보아온 여느 외국 재난 소설이나 영화와 비교해 봐도 손색이 없는 멋진 소설이었다.  

이 소설은 가까운 미래 어느 날인 8월 초순에서 11월까지 우리가 살고 있는 대한민국에서 벌어진 끔찍한 전염병과의 사투를 그린 이야기이다. 8월 초순 북태평양 베링해 북단에서 명태 잡이 조업하던 원양어선인 “문양호”가 그만 유빙(遊氷)과 충돌하여 어창 냉동설비가 망가지는 사고를 당한다. 갑작스런 사고로 냉동 창고를 고칠 수 없었던 터라 주변의 유빙을 대신 채우고는 항로를 바꿔 남진하는데 회항 5일 만에 울릉도 남서쪽 50킬로미터 해상에서 원인모를 이유로 침몰하게 된다. 이 사고로 두 명의 생존자를 제외한 선원 전원이 배와 함께 바다 속으로 가라앉게 된다. 그로부터 얼마 후인 8월 31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에서 정체불명의 바이러스 병원체에 의한 첫 감염자가 발생한다. 질병관리본부 역학본부는 전염원인 바이러스에 대한 역학 조사에 나서지만 그저 달 모양이라고 해서 “문(Moon) 바이러스” - 후에 정식으로 “M 바이러스”로 불리운다 - 라는 명칭을 붙였을 뿐 그 전파 경로를 미처 밝히지 못하고 있던 중에 감염자는 계속 증가하고, 인체 면역계를 파괴하고 과다출혈로 사망에 이르는 치명적인 바이러스임을 알게 된다. 조사 끝에 감염 숙주이자 “장티푸스 메리” - 자신은 바이러스를 보유하면서도 건강에 이상이 없지만 타인에게 전염시키는 사람 - 가 “문양호” 의 최후 생존자 중 한 사람으로 밝혀지지만 같이 숙식한 선배와 친구의 죽음으로 자신이 바로 바이러스 숙주임을 눈치챈 그는 질병관리본부와 경찰의 눈을 피해 도주생활을 하고, 바이러스는 일산과 서울에 이어 부산에까지 전파되게 된다. 우여곡절 끝에 그를 체포했지만 그는 사고로 그만 죽어버리고, 이제 겨우 백신을 개발했는가 싶더니 곧이어 좀 더 치명적인 변종 바이러스가 발견되면서 전염병은 전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되고, 바이러스의 진원지가 바로 유빙 속에 잠들어 있던 고대의 바이러스가 지구 온난화 및 문양호 사건으로 활성화되면서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된 것임이 밝혀진다. 그러나 민족 대이동으로 전국이 몸살을 앓는 “추석”과 백신 개발을 위해서는 감염자 수가 더 많아져 바이러스를 이겨내 항체를 보유한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의 증언 동영상이 UCC에 퍼지면서 이제 바이러스는 걷잡을 수 없이 전국으로 확대된다. 질병관리본부 관계자와 의료인들까지 전염병이 퍼지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결국 정부는 재난 선포에까지 이르게 된다.  

 "대중소설은 무조건 재미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대중 소설 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책은 읽는 내내 결코 눈을 떼지 못하게 하는 재미와 몰입감이 상당히 뛰어난 소설이다. 첫 바이러스 전파 단계에서 마지막 장면에 이르기까지 시간 순으로 사건을 전개하는 이 책은 M 바이러스와 마지막 백신 개발의 단서가 된 “바이러스가 박테리아로 변환한다”는 설정 등 과학적인 개연성이 얼마나 있는지는 문외한인지라 판단할 수는 없지만 - 이 책을 읽은 전염병 분야 전문가가 있다면 그의 해석을 한번쯤 들어보고 싶다. -, 전염병 발발과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는 과정에 대한 묘사, 관련 당국인 전염병 관리본부의 대처와 백신개발 과정, 치명적인 전염병에 걸린 사람들의 심리 묘사 등등 이야기의 구성과 전개가 상당히 치밀하고 사실적으로 묘사하고 있어 절로 빠져들게 만드는 흡입력이 꽤 대단하다. 구제역처럼 인간 살처분이라는 끔직한 장면은 당연히 없지만 감염자 수 가 많아져야 한다는 UCC에 경도되어 감염자들이 정상인들에게 피나 침을 뱉는 장면과 수용소에 격리되어 죽어 가는 환자들을 묘사한 장면 등에서는 그에 못지않은 공포와 두려움이 느껴지게 한다. 또한 숙주로 지명되어 수배를 피해 도망 다니는 첫 바이러스 보유자나 사고로 다친 자신의 아이가 전염병에 걸린 것을 알면서도 인공호흡을 하는 젊은 소방대원을 모른 척 하는 어머니, 역시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백신 개발자가 전염병에 걸릴지도 모르는 딸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자신 또한 전염병에 걸렸을 수 있음에도 피 흘리면서 전철이며 공공장소를 헤매고 다니는 장면들은 인간의 이기심이라고 몰아붙이기에는 왠지 그러한, “나라면?”이라는 질문을 절로 하게 만드는 그런 장면이었다. 최근 들어 앞에서 언급한 구제역과 역시 급속히 퍼지고 있는 “조류 독감”, “인플루엔자 에이(A) 캘리포니아(California)”로 공식 명칭을 바꿨지만 여전히 사망 소식이 들리고 있는 “신종 플루”, 어떤 항생제도 듣지 않는다는 "슈퍼 박테리아",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물고기와 새들의 원인모를 떼죽음 등등 “종말론”을 연상시키는 흉흉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 지금 이 책에서 묘사하고 있는 전염병의 대유행이 결코 소설 속 허구가 아니라 언제 어디서도 일어날 수 있는 재앙이라는 생각에 오싹한 기분마저 들게 하였다. 

긴장감과 스릴 넘치는 재미있는 “우리” 재난 소설을 만났다. 출판사 홍보글을 보니 드라마로 제작된다고 하는데, 과연 영상으로는 어떻게 그려낼지 궁금함과 더불어 과연 드라마가 책의 엄청난 스케일과 많은 이야기를 제대로 담아낼 지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최근 들어 “한류(韓流)” 바람을 몰고 올 정도로 크게 향상된 우리 드라마의 경쟁력을 한번 믿어보고 싶다. 벌써부터 드라마가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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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만 버텨라 - 1년을 버티면 갈 길이 보인다
허병민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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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이제 입사한지 6개월이 채 안 되는 생산팀 신입사원이 그만 두려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생산 현장 근로자를 관리하는 일이다 보니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기능 사원들을 관리하는 데 애를 먹었고, 업무가 밤늦게까지 이어지다 보니 자신의 개인생활을 포기하다시피 한 것에 많은 고민을 했다고 한다. 즉 자신이 대학시절 꿈꿨던 여유롭고 편안한 직장생활에 대한 환상이 고된 업무와 인간관계로 여지없이 깨지면서 직장을 그만두고 싶다라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다행히 그 친구에 대한 평판이 좋았던 지라 주위 동료, 선배 사원들이 나서서 만류를 했고, 나또한 타부서 사원이지만 OJT 교육 때 그 친구의 적극적인 태도가 마음이 들어서 관심을 가지고 있는 직원이라 그의 동기를 통해서 너무 성급하게 결정하지 말고 좀 더 적응해보도록 노력하고 지금 당장 그만둘 것이 아니라 전직(轉職)할 직장을 알아보는 등 준비를 한 후에 그만 두라고 간접적으로 충고를 해주었다. 이런 주변 사람들의 충고가 주효했는지 다행히 그 사원은 흔들리던 마음을 다시 가다듬고 출근을 하고 있는데, 경험상 한번 흔들린 마음은 언제든지 다시 흔들리게 되기 마련이어서 과연 그 친구가 얼마나 더 우리 회사에 다니게 될 지 걱정이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그 사원에게 충고했던 “성급함”, 즉 어느 정도 기간을 더 다녀야 성급함이 아닌 적절한 기간이라고 판단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이 될 만한 책을 최근에 읽게 되었다. 바로 제목 자체가 그 해답이 될 수 있는 <1년만 버텨라; 1년을 버티면 갈 길이 보인다(허병민 저/위즈덤 하우스/2010년 12월)>이 바로 그 책이다.   

 작가는 국내 유수의 광고회사인 “제일기획”에서 1년을 채 버티지 못하고 그만두었던 자신의 경험과 팀장이 자신에게 충고했던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1년”이라는 기간이 개인이 직장 생활 자체를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여부를 판가름하는 잣대이며, 회사에서 1년을 버티지 못한다면 회사 아닌 그 어디를 가더라도 얼마 버티지 못할 확률이 높다고 말한다. 즉 우리가 어떤 곳에서 일하더라도 그곳은 사람에 의해 움직이는 곳 일 테고, 사람이 움직이는 곳이라면 거기에서 요구하는 자격조건은 어느 곳이든 큰 차이가 없을 텐데 그것을 판단할 기준이 되는 기간이 바로 1년이기 때문이며, 1년을 버틴다는 것, 그것은 직장인으로서 갖춰야 할 최소한의 기초적인 요건들을 갖추고 있는가를 판가름할 수 있는 기간으로써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길게 본다면 능력 자산이 아닌 ‘인내심’, ‘성실성’, ‘인간성’ 등의 '신뢰자산’이 훨씬 큰 비중을 차치하고 있으며 이 신뢰자산을 구성하는 요소들이 무엇으로도 쉽게 대체할 수 없는 인간적인 강점이기 때문에 남과의 싸움이 아닌 자기 자신과의 싸움이 그 본질인 이러한 신뢰자산을 키우도록 우리가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해보라고 충고한다.  

여기서 말하는 “1년”과는 다른 개념이지만 내가 첫 직장 생활을 시작했던 시절에 내가 모시던 팀장은 나에게 “3년”을 강조했었다. 6개월이 넘도록 업무에 잘 적응을 못해서 능력이 없나 하고 좌절에 빠졌던 나에게 팀장은 신입사원이 회사에서 완전히 적응하고 제대로 업무를 수행하는 데 통상적으로 “3년”이라는 시간이 필요하며, 그 “3년”은 회사에서 나에게 투자하는 기간으로 여기고 있으니 너무 성급하게 좌절하거나 시행착오를 겁내지 말고 자기계발에 집중하고 회사에 적응하는데 힘을 쓰라는 충고였고, 덕분에 나도 흔들리던 마음을 바로잡을 수 있었다. 물론 입사시점이 IMF 이전이었고 경영환경이 급속히 변화하면서 인재 육성을 위한 장기간의 투자보다는 단 시간 육성을 강조하는 상황으로 변해 “3년”이라는 기간이 이제는 의미가 없어졌지만, 작가가 말하는 “1년”이라는 기간이 내 팀장이 충고했던 “3년”과 기간이 다를 뿐 회사에서 자신의 자리를 잡아가고 신뢰자산을 키우는 기간으로서는 같은 의미였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1년”에 대한 충고가 앞서 말한 신입사원이나 이제 갖 새로운 직장에 둥지를 튼 경력사원들에 해당되는 충고라면 “PART2"부터는 지금 직장을 다니고 있는 회사원들이 염두에 둘만한 그런 내용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우선 “잘나가고 싶다면 쫓겨나는 시나리오를 써라”라는 내용이 인상 깊었다. 작가는 회사에서 정말로 잘나가고 싶다면 자신을 보다 절실하게 만드는 실패 공식들을 만들어봐야 하며, 절실한 목표가 있다면 그에 맞는 절실한 방법들을 강구해야 하는데, 실패만큼 그 절실함을 잘 드러내는 것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자신 또한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우여곡절을 적지 않게 겪으면서 성공 시나리오보다는 실패 시나리오를 훨씬 더 많이 써내려왔지만 그런 실패 리스트를 통해서 그 안에 숨겨진 오류를 발견해내고, 그것을 조심스럽게 지워내고 바로잡는 작업을 병행해올 수 있었고, 이를 통해서 직장생활에서 가져야 하고, 가질 수 밖에 없는 절실함을 자연스럽게 내면에 간직하게 되었으며, 그것을 어떻게 성공으로 연결시킬 것인가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민하게 되었다고 자신의 경험담을 털어놓는다. 이러한 절실함은 '이것이 아니면 절대로 안된다'는 자기와의 약속이며, 더 이상 물러날 수 없어 이판사판 가리지 않는 배수진의 상황, 목숨을 위협받는 상황에서 우리는 생에 대한 강한 집착과 더불어, 평상시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강력한 긴장감과 위기의식으로 살아남기 위한 온갖 아이디어를 짜내게 된다는 것이다. 자신이 겪고 있는 문제를 좀 더 절실한 마음으로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에 대한 해답을 신중하고 냉정하게 찾아내기 위해서 실패리스트를 작성해보는 것이 중요한데, 기회비용을 수반하는 직접적인 경험보다는 대안으로써 유비무환의 마음으로 실패 리스트를 구체적이고 철저하게 작성해볼 것을 권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실패 리스트 작성은 개인 뿐만 아니라 회사 경영전략 수립에도 종종 적용되는 방법인데,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가 중국 진출을 준비하던 몇 년전 담당 컨설턴트가 경영 전략에 성공 전략과 함께 “청산(淸算) 전략”도 반드시 담아야 한다고 했던 충고가 기억이 난다. 물론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전략이 가장 중요하겠지만, 중국 진출이 결코 만만치가 않아서 진출하는 회사 열에 아홉은 망해 나오기가 일수인지라 경영 여건상 부득이하게 청산하고 나올 경우도 미리 대비해두어야 한다는, 실패를 미리 대비해두면 그만큼 실패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실패하더라도 그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뜻인것이다. 회사의 중국 진출은 여건이 변화하면서 그 진출 시점이 계속 연기되었지만 그래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으며, 컨설턴트의 충고대로 실패 전략도 계속 염두에 두고 추진 중에 있다. 

작가는 또한 “2인자”가 되어봐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꿈꿔봤을 “CEO"는 목표이지 목적이 아니며, 우리의 목적은 바로 1인자여야 한다고 말하는 작가는 진짜 1인자는 우리 눈앞에 지금 떡하니 버티고 서있는 사람, 즉 사수, 팀장, 1년 위의 선배, 자기보다 더 잘 가는 입사 동기, 자기보다 더 인정받고 있는 후배 등 이들 모두가 1인자라고 잘라 말한다. 이렇게 1인자를 정의한다면 조금이라도 배울 게 있는 사람이라면 나에게 1인자이며, 일을 하는 스타일이나 방식에서 우리가 뭔가 느끼고 배울 수 있다면 누가 되었든 나에게 있어 1인자라는 것이다. 2인자는 최고가 아니기 때문에 최선을, 그것도 그냥 무작정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자신을 과감히 버린 채 최선을 다해야 하며, 허세를 부릴 여유가 있으면 그 시간에 자신의 현재 실력을 냉정하게 직시하고, 하나라도 더 배우는데 투자해야 한다고 따끔히 충고한다. 그리고 오로지 배우고 또 배워 좀 더 높은 경지에 오르고 싶다면 1인자들을 사랑해야 하며, 그들과 사랑에 빠지는 게 힘들다면 최소한 그들을 좋아하려고 노력이라도 하라고 충고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1인자가 되려면 2인자부터 되라'고 말하는데 작가는 여기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1인자가 되든 안되든 먼저 2인자가 될 것을 권한다. 1인자가 설사 되지 못한다 해도 2인자의 마음을 갖고 계속 걸어가고, 또한 설사 자신이 누구라도 의심할 수 없는 1인자라 하더라도 2인자의 자세로 살아간다면 1인자라는 위치에서 내려올 일은 아마 없을 것이라는 것이다. 정상의 자리를 차지했으니 이제 좀 쉬면서 '1인자가 진정한 1인자'라는 타이틀을 누려도 될 법한데 그들은 다시 '1인자는 2인자'라는, 새로워 보이지만 사실 그 기본은 똑같은 명제를 머릿속에 새겨 넣음으로써 흐트러질 수 있는 마음을 다 잡는다며, 진정한 1인자가 되고 싶다면 자세를 낮춰 1인자들을 연구하고 분석하고 공부하는 등 2인자의 방식에 철저히 익숙해지고 길들여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 외에도 회사에 대해 불평불만만 많은 직장인 - 주로 술자리에서 하게 되는 “뒷담화”가 대표적이라 하겠다. 나 또한 술자리에서 열변에 가까운 “뒷담화”를 하고 있으니 바로 “나”에게 하는 충고일 수 있겠다 -에게는 남을 비판하고, 회사에 대해 투덜대고 불평할 수 있으려면 우선 나 자신부터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 정도로 풍부한 경험과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을 소유하라고 충고하고 상사에게 깨지는 것이 두려워 의기소침한 사람에게는 반복적인 시행착오를 통해 깨질 확률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 그래서 거기에서 나오는 해답을 바탕으로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것, 이것이 바로 '일을 한다'의 의미라고 조언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작가 스스로도 직장인이라면 어디선가 한번쯤은 들어봤을 이야기라고 인정하고 있는 이런 이야기들의 결론, 즉 작가가 말하는 직장 생활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작가는 에필로그에서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기본으로 돌아가라"이며 여기에다 한마디만 더 얹는다면 "깨진 유리창 법칙을 명심하라"고 말하고 있다. 쉽게 말해 우리가 작고 사소한 것들을 무시하다 보면 나중에는 이것이 하나둘 모여 자신에게 큰 화로 돌아올 수 도 있다는 말로 첫째도 기본, 둘째도 기본, 셋째도 기본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결론 맺는다.  

현재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나로서는 작가의 충고들 때문에 가슴이 뜨끔 뜨끔거리는 그런 느낌을 여러 번 받을 수 밖에 없었다. 나 또한 여러 번 직장을 전직했던 경험이 있었고, 이제 중견사원인 팀장의 위치에 오른 지 몇 해가 되다 보니 모든 것이 새롭고 의욕이 앞섰던 신입사원 시절과 비교해보면 이제는 “변화”가 아닌 “안주(安住)”하려는, 매너리즘에 빠져 있다는 생각을 종종 해왔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은 한번쯤 내 직장생활을 돌이켜 봐야겠다고 마음 먹고 있었던 나에게는 참 적절한 타이밍의 좋은 “조언”이 되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그래서 앞에서 이야기했던 생산팀 신입사원과 그와 동기인 우리팀 신입사원에게 일독(一讀)을 권해볼 생각이다. 물론 이런 “자기계발서적”들은 누구나 다 알고 있을 만한 구구절절이 옳은 말만 담고 있어 독자가 얼마나 그 책 내용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변화와 발전에 활용하느냐가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두 친구에게 이 책이 정말 도움이 될지, 아니면 읽기 싫은 그렇고 그런 자기계발서적에 지나지 않을지는 장담을 할 수 가 없을 것이다. 다만 내 느낀 바와 함께 십 수년 동안의 내 직장생활 경험을 같이 들려줄 생각이다. 그래서 흔들리기 쉬운 신입사원 시절, 자신들만의 중심을 바로 세울 수 있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어주길 바래본다. 

끝으로 책 내용 중에서 성급하게 직장을 옮기려는 사람들이나 입사한지 불과 몇 년도 안되었는데 벌써부터 전문가인양 우쭐해 하는 사람에게 도움이 될 만한 충고인 글로벌 전략컨설팅업체인 베인앤컴퍼니(Bain&Company)의 국내 지사 김연희 대표 이야기를 옮겨 본다. 참고로 김연희 대표는 글로벌 컨설팅사 중 최초로 한국 출신 여성 파트너, 업계 최초의 여성 디렉터, 베인앤컴퍼니 역사상 최초로 여성으로서는 아시아 지역 대표가 되어 화제가 되기도 한 인물로 '자기 일을 사랑해야 한다, 인기 없는 사람이 되기를 두려워마라, 독해져야 한다, 책상머리보다는 현장을 늘 가까이 해야 한다'는 원칙들을 세워 스스로 지켜나가고 있는 “독한” 전문가라고 한다.  

"특정분야에서 전문지식과 경험을 두루 갖춘 전문가로 성장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입사 후 10년 동안은 자기가 지닌 지식과 경험을 소비하는 데 급급하지 말고 전문 지식과 경험이라는 자산을 축적해나가야 합니다. 경쟁사에서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한다고 입사 2~3년 만에 직장을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10년은 자기를 완성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했으면 해요" -p.1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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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
김기수 지음 / 살림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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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남북관계가 일촉즉발의 전쟁 위기 상황으로 치닫으면서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국가인 중국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그러한 관심을 입증하듯이 중국에 관한 서적들도 봇물 터지듯 출간되고 있는데, 그 경향을 보면 중국의 경제나 군사력을 부풀려서 미국을 능가할 초강대국의 탄생이라고 호들갑을 떨고 있는가 하면  정치, 사회, 경제 전반에 걸친 내재적 모순으로 언제든지 붕괴하고야 말, 허울만 좋은 국가로 너무 깎아내리는 등 너무 극단적인 시각을 보여주고 있어 이해 관계를 떠나 중국을 객관적으로 묘사한 책이 없어 아쉬움이 늘 남았다. 이번에 출간된 <중국 도대체 왜 이러나(김기수 저/살림출판사/2010년 12월)>을 받아들고서도 “중국의 패권국가화에 대한 막연한 공포와 폭발적인 경제성장에 대한 경외감을 버리고 맨얼굴의 중국을 직시하라고 선언하는 책”이라는 출판사 소개글을 접하고는 예전 유명했던 <~는 없다> 시리즈와 유사한, 중국 깎아내리기 책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먼저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다 읽고 나니 중국 깎아내리기를 뛰어넘는, 외교, 경제, 군사 분야에서의 중국의 참모습을 엿볼 수 있었던, 중국의 한반도에 대한 알듯 모를 듯 모호하기만 한 입장을 견지하는 이유를 제대로 알게 해준 유익한 책이었다. 

그동안 동아시아 국제 정세에 대한 다수의 논문을 선보여온, 동아시아 국제 정치 전문가인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중국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 중국을 갑작스레 맞이한, 즉 우리의 잣대로 중국을 평가해왔으며, 그러한 평가는 오랫동안 단절의 역사를 경험하며 현대 중국을 주시할 기회가 없었고, 국제사회 전체의 시각도 비슷했으므로 이견이 개진될 기회가 적은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만, 최근의 정세를 통해 드러난 중국의 참모습은 특히 한반도와 관련하여 중국의 이해와 태도를 제대로 이해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에 바로 그 점이 이 책이 밝히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논제라고 밝히고 있다. 즉 최근 남북 긴장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 바로 중국이었던 것처럼 중국이 한반도를 어떻게 이해하고 대처하느냐를 정확히 아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고 중요한 논제라고 집필동기를 밝히고 있는 것이다. 

책은 중국의 대 동아시아 외교 전략과 욱일승천(旭日昇天)하는 중국경제의 실체, 그리고 언론에 심심찮게 등장하는, 중국의 미국 추월 가능성에 대하여 설명하고 있다. 중국 경제에 대한 허와 실은 여러 책들을 통해서 익히 접했던 거라 이 책만의 독특하고 색다른 논거는 발견할 수 없었지만 중국의 대 동아이사 전략을 상술하는 1장은 꽤나 흥미롭다고 할 수 있다. 작가는 해방이후 한반도 정세를 “세력균형(balance of power)의 원리”로 설명하고 있다. “세력균형”이란 경쟁 혹은 적대 관계에 있는 두 국가를 가정하는 경우, 서로가 상대 진영의 힘에 맞대응할 수 있는 등가의 능력을 갖추게 되면 힘의 균형이 형성되어 충돌을 피할 수 있다는 이론으로 힘의 균형이 일단 이루어진 후 균형을 뒷받침하는 중심 세력이 약화되는 경우에는 당연히 “힘의 공백(power vaccum)”이 만들어지는 데, 어느 한쪽의 세력이 약해졌다는 것을 의미하므로 세력 균형 때와는 달리 충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한다. 특히 세력이 약화된 측이 빠른 시간 내에 새로 생긴 공백을 힘으로 메우지 못하면 그 진영은 충돌시 패배할 가능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이 원리를 토대로 동족상잔의 비극이었던 1950년 6.25 전쟁을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1948년 8월과 9월, 남쪽에는 민주 정부가, 북한에서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고 48년 12월 소련군이 철수하고 미군도 49년 6월 철군하면서 외형상 힘의 균형을 이루게 되지만, 군사전략과 지정학이 더해지면 전혀 다른 그림이 모습을 드러내는데, 국경을 맞대고 있는 소련과 중국에 비해 태평양 저 너머에 있는 미국은 한반도에 군대를 다시 투입되려면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즉 겉으로 드러난 것과는 달리 잠재적 힘의 투사에 있어서는 북쪽이 월등히 유리한 위치에 있었으며, 균형은 존재하지 않았고 오히려 남쪽에 가시적인 힘의 공백이 생성됐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의 재개입이 없다고 가정하면, 한국 정부의 능력으로 간극을 메울 수는 없으므로 공백은 당연히 외부세력의 표적이 될 수 밖에 없었고 그러한 결과가 바로 한국전쟁(6.25.전쟁)으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이러한 논거는 북한이 핵을 포기할 수 없는 이유에 대한 설명도 가능한데, 1990년을 전후하여 한반도에 또다시 힘의 공백이 생성되었는데 바로 소련이 하루아침에 붕괴된 사건을 그 예로 들고 있다. 그동안 북한이 필요로 하는 원유와 고급 군사장비 등 다양한 전략물자의 상당 부분을 소련에 의존했으므로, 소련의 붕괴는 경제적으로 전략적으로 북한의 피해는 클 수 밖에 없었다고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능력으로 공백을 상쇄할 수 없는 북한이 중국식 개혁개방을 시행하는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 이렇게 된다면 북한 대외 경제 관계의 명줄을 사실상 한국, 미국, 일본이 쥘 가능성이 높아지고, 북한의 수령 유일 독재 공산주의 체제 유지 가능성이 사실상 불가능해질 수 밖에 없게 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그렇다면 대외변수를 이용해 어려움을 타개하는, 즉 중국이 소련이 남긴 공백을 메워줘야 하는데 중국은 그럴 의사가 없다고 잘라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힘의 공백을 메우기 위해서는 북한은 핵무기 개발이라는 극단의 선택을 하게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북한의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공백 메우기를 핵무기를 통해 일부 완수했으므로 핵무기는 곧 북한의 생존이라는 등식이 성립되기 때문에 핵무기의 포기와 생존의 중단은 동격이 되게 되고, 북한은 결코 핵무기를 포기할 수 없다는 해석이 된다. 이런 논리대로라면 지난 정권의 “햇볕정책” 또한 결국은 “공염불(空念佛)”에 지나지 않았다는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혈맹(血盟), 형제국을 자처하는 중국이 왜 북한을 구 소련처럼 지원하고 있지 않은 것일까? 여기에는 바로 "홉스의 가설", 즉 "인접 국가끼리는 잘 지낼 수 없다"는 또 다른 정치 논리가 숨어 있다고 설명하는데, 중국이주변국을 다루는 방법의 원칙은 우선 덩치가 커서 중국과 정면으로 경쟁할 수 있는 국가 - 소련과 인도 - 에 대해서는 일단 정면으로 맞서는 척하고 뒤로는 이이제이 정책을 구사하고, 덩치는 작으나 똑똑하고 끈질겨서 요주의 대상인 국가 - 한국과 베트남 - 에는 분리, 지배정책을 구사하며 힘이 별로 없는 국가 -티베트 - 는 무자비하게 점령하는 정책에 기인한다고 설명한다.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은 어떠한 경우에도 완충지대는 반드시 확보해야 한다는, 6.25.전쟁 때 중국의 참전 이유였던 “순망치한(脣亡齒寒)”의 논리가 숨어있으며, 현재 남북분단 상황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선의 조건을 제공하고 있으므로 현상유지가 최선책이라고 설명한다. 다음으로 한반도에서 전쟁은 어떤 식으로든 피해야 하는데, 그 이유는 전쟁은 통일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고, 따라서 중국의 영구분단 정책에 위반되기 때문이며, 더욱 중요한 것은 전면 전쟁이 사실상 미국의 자동개입을 의미하게 되어, 중국이 미국과 정면으로 맞서야 하는 끔찍한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는 우려 때문에, 중국이 고집스럽게 현상유지에 집착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한다. 이러한 전략에서 만약의 경우 북한이 붕괴하게 된다면 중국은 어떻게든 한반도의 통일을 거부하고 북한 지역을 공동 통치하는 그런 방향으로 유도할 것이라고 작가는 전망하고 있다. 즉 결코 중국은 한반도에서의 전쟁도, 통일도 바라지 않으며 영구 분단을 획책하고 있다는 것이다.  

에필로그에서 작가는 예일대학 천즈우 교수와의 인터뷰 기사를 인용해 향후 중국경제는 4~5년 내에 심각한 위기에 빠질 것인데, 그 이유는 경기 부양책으로 최근 2년 사이 4조 위안 이상의 돈이 풀려 3~5년 뒤에 만기가 돌아오지만 상당수는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을 들고 있다. 중국이 계속 발전하기 위해선 정치권력에 대한 견제와 균형, 민간부분의 사유재산의 보호, 정부 보유 국영 기업 및 보유자산의 민영화가 중요한데 현재 정부는 그럴 의지가 없기 때문에 위기 극복이 불가능하며 중국식 발전모델은 지구상에 없다며 책을 끝맺는다.  

중국이 왜 천안함 사태며 연평도 포격 등 연이은 안보 위기 상황에서 북한 편도 아닌 그렇다고 국제사회 편도 아닌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는지 이 책을 통해서 제대로 알게 되었다. 통일을 원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전쟁을 원하지도 않는 중국, 갈수록 경제·군사 초강대국으로 성장하는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은 어쩌면 우리의 소원인 “남북통일”은 영원히 이룰 수 없는 그런 꿈이 되어버리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두려움마저 들었다. 또한 작가의 말대로 지칠 줄 모르고 끝없이 성장할 것 같은 중국 경제의 성장이 어느 순간 멈춰서버린다면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져만 가는 우리로서는 그 또한 엄청난 재앙이 될 수 도 있을 것이다. 작가 말대로 중국은 공포감이나 경외감을 가질만한 그런 존재가 아닐 수 있지만 우리의 이웃국가로서, 한반도 정세를 쥐락펴락할 수 있는, 유일하게 북한에게 압력을 가할 수 있는 국가로서, 미국을 제치고 교역규모 1위를 차지한 동아시아 경제권의 대국(大國)으로서 중국은 우리가 늘 촉각(觸覺)을 세워야 할 그런 국가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비록 240쪽의 짧은 분량이라 그런 중국에 대한 우리의 대처 방안에 대한 설명이 없어 아쉬웠지만 오늘날 우리에게 중국은 과연 어떠한 나라인지를 헤아려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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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공 시모다
리처드 바크 지음, 박중서 옮김 / 북스토리 / 2011년 1월
평점 :
절판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Le Petit Prince)>와 함께 어린 시절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이 바로 리처드 바크의 <갈매기의 꿈(Jonathan Livingston Seagull)>일 것이다. 특히 <갈매기의 꿈>에 나오는 너무나도 유명한 문구인 “가장 높이 나는 새가 가장 멀리 본다”는 연습장이나 교과서 귀퉁이 마다 즐겨 써놓은 구절이며 책상머리 맡에 죄우명처럼 큼직하게 써서 붙여놓았던 그런 구절이었고, 이 책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1973) 또한 볼 때 마다 활자를 저렇게 멋진 영상으로 표현해낸 감독의 솜씨에 늘 감탄하곤 했고, 특히 OST 곡인 닐 다이아몬드의 “Be"라는 노래는 따로 녹음을 해놓고 자주 들었을 정도로 좋아했던 노래였다. 그런데 리차드 바크와의 인연은 <갈매기의 꿈> 한 권으로 그쳤다. 원래 작품 수가 많은 작가가 아닐뿐더러 20세기 “고전(古典)”의 반열에까지 오른 <갈매기의 꿈>이 드리운 그늘이 너무 짙어서인지 - 그늘이 짙으면 짙을수록 그늘 속 사물은 어둠으로 숨어버린다 - 그의 다른 작품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 드디어 그의 다른 작품을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바로 <기계공 시모다(원제 Illustions / 북스토리 / 2011년 1월)>이 그 작품이다. 출간년도가 1977년으로 이미 34년 전의 작품이니 그의 신작이라고 할 순 없지만, 그리고 이미 국내에서는 원제인 <Illustions> 그대로 <환상>이란 제목으로 몇 번 출간된 작품이었지만 나로서는 근 20여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나게 되어 반가움이 앞섰던 그런 작품이었다. 그리고 리처드 바크의 명언으로 종종 인용되던 “애벌레가 세상의 종말이라 부르는 것을, 신은 나비라고 부른다”의 출처가 궁금했었는데 다름 아닌 바로 이 책이어서 오랜 궁금증을 속 시원히 풀어준 그런 책이었다. 

 작가 본인의 육필(肉筆)로 짐작되는, 마치 성경 구절처럼 느껴지는 현대판 메시아(Messiah)에 대한 글로 시작하는 이 책은 역시 작가 본인 - 이력을 보니 작가는 실제로 미 공군 비행사 출신으로 상업 비행기 조종사로 일하면서 3천 시간 이상 비행 기록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 으로 짐작되는 구식 복엽기(複葉機, biplane)를 조종하는 순회 비행사 “리처드”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10분에 3달러를 받고 사람들을 태워주는 걸로 생계를 유지하는 순회 비행사 리처드는 어느 날 자신과 같은 순회비행사인 도널드 시모다를 만난다. 그는 바로 한 때 미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현대판 “메시아” - 책 도입부의 글이 바로 이 사람의 행적을 묘사한 글이다 - 로 알려진 기계공 시모다였던 것이다! 자신에게 몰려드는 사람들이 싫어서 스스로 메시아라는 직업(?)을 때려치우고 비행기를 몰면서 여기저기 떠돌던 시모다, 마치 후광이 비치는 것 같은 범상치 않은 모습에 끌린 리처드는 그와 동행하게 되고, 시모다에게서 메시아를 위한 매뉴얼이라 할 수 있는, 아무데나 펼쳐 들고 읽으면, 자신이 가장 필요로 하는 말이 거기 나와 있을 마법의 책인 “메시아 핸드북” - 그렇다고 딱히 정확하게 일러주지 않고 암시적인 말이 나와 리처드는 끝까지 알쏭달쏭해한다 - 까지 건네받게 된다. 시모다는 리처드에게 인생의 참모습과 메시아로서의 사명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불구가 된지 오래되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는 사람을 일으켜 세우고, 물 위를 걷고 땅을 헤엄치며 하늘의 구름을 사라지게 하는 기적(奇績)을 보여주며 같이 체험하게 된다. 처음에는 뜻 모를 이야기로만 느껴지던 시모다의 가르침은 시간이 흐르면서 점점 리처드를 서서히 변화시키게 되고, 리처드 본인도 차츰 메시아로서의 사명을 어렴풋이 깨닫게 된다. 그러던 중 라디오 토크쇼에 출연하게 된 시모다는 시청자와 격렬한 논쟁을 벌이게 되고, 결국 누군가의 총에 맞아 숨을 거두고 책은 "이 책에 나와 있는 모든 것은 틀릴지도 모른다”라는 말로 끝을 맺는다. 에필로그에서 꿈 속에서 시모다를 재회한 리처드는 그에게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글로 써보라는 제의를 받고 <갈매기의 꿈> 이후로 글로 쓸 이야기가 없어 다시는 글을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접어두고 책 서두에 등장하는 육필 첫 문구를 쓴다. 결국 꿈 속 - 또는 다른 시공간(視空間) - 에서 만난 시모다의 제의로 이 책을 쓰게 된 셈이다. 

마지막 장을 덮고 나서 이 책에 대한 성격에 대해 잠시 고민에 빠졌다. 과연 이 책을 뭐라 정의할 수 있을까? 줄거리로만 보면 제목 그대로 “환상(Fantasy)" 소설로 볼 수 있겠고, 두 주인공이 나누는 대화들과 책 속의 책인 <메시아 핸드북> 속의 글귀로 보면 삶에 대한 경구들을 담은 <잠언집> - 어느 독자는 성경에 비견하기도 한다 - 으로 볼 수 도 있고, "깨우침”을 주제로 한 일종의 “영성(靈性)소설” 또는 “구도(求道)소설” 이기도 하며, 어느 외국 독자의 표현대로 “자기계발소설”로 볼 수 도 있을 것이다.  비록 단순한 줄거리와 짧은 분량으로 빠르게 읽히기는 하지만 읽고 나서도 곱씹어 생각해볼 거리가 많아 이 책에서 하고자 하는 말을 요약하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다만 내 멋대로 헤아려 보자면 이 책은 원제인 “환상(Illusions)"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세상은 실제가 아닌 ”환상“이며, 환상은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서 비롯되었다고 말하고 있는데, 다음 구절이 바로 이를 잘 나타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당신 삶의 모든 사람들, 
또 모든 사건들이 거기 있는 까닭은 
당신이 그것들을 그리로 끌고 왔기 때문이다.
당신이 그걸로 뭘 할지는 
전적으로 당신에게 
달려 있다. 

그렇다면 환상과도 같은 삶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성경에서는 겨자씨 한 알 만한 “믿음”을 강조하지만 이 책에서는 환상을 실재화하는 힘인 “상상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리처드는 시모다의 가르침대로 상상력을 발휘하여 물 위를 걷고, 땅 속을 헤엄치며, 벽을 통과하는, 그리고 하늘의 구름을 없애는 기적을 몸소 체험하게 된다. 또한 그러한 상상력으로 항상 자유롭게 마음을 바꿀 수 있고, 다른 미래를, 또는 다른 과거를 선택할 수 있다고, 자신의 모든 것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아마도 다시 읽게 된다면 또 다른 느낌을 갖게 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의 많은 독자들이 이 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읽었다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듯 하다. 마치 리처드가 상황 때마다 <메시아 핸드북>를 펼쳐 보지만 알듯 모를 듯 모호한 표현 때문에 금세 이해가 되지 않고 나중에서야 깨닫게 되는 것처럼 말이다. 주제를 한 번에 이해하기 어렵다면 <메시아 핸드북>에 등장하는 글귀들만 따로 골라 읽어도 될 만큼 좋은 글귀들이 많은데, 그중에서 

지구상에서
당신의 사명이 
끝났는지 아닌지를 알아보는 
시험이 하나 있다.
당신이 아직 살아 있다면, 
사명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이다. 

라는 구절이 인상 깊었다. 삶의 무게에 지쳐 그냥 포기해버릴까 하는 생각이 들 때마다 나에게 주어진 사명 - 사명을 준 존재는 “신(神)”과 같은 절대자일 수도, 아니면 내 스스로 나에게 부과한 것일 수 도 있을 것이다 - 을 아직 끝마치지 않았으니 좀 더 힘을 내야겠다는 용기를 주는 글귀로 삼아볼만 하다. 물론 내 멋대로의 해석이기는 하지만^^ 

책을 다 읽고 나서도 여운이 길게 남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 책은 전작인 <갈매기의 꿈>처럼 손에 닿기 쉬운 곳에 꼽아 두고 자주 꺼내 읽게 될 그런 책으로 생각된다. 우선 이야기 위주로 읽고 감상을 적었지만 이 책을 같이 읽은 다른 독자들은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그 분들의 서평 또한 꼼꼼히 챙겨 읽어봐야겠다. 그리고 다음에 읽을 때는 책 속 대화와 글귀를 “화두(話頭)” 삼아 곱씹으며 천천히 읽어볼 생각이다. 과연 처음과는 어떻게 다른 느낌을 받게 될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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