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탐정 홈즈걸 2 : 출장 편 - 명탐정 홈즈걸의 사라진 원고지 명탐정 홈즈걸 2
오사키 고즈에 지음, 서혜영 옮김 / 다산책방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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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어릴 적 어머니를 따라 시장이나 백화점 쇼핑을 가면 어찌나 싫었던지 투정 부리기 일 수였다. 옷을 사는데 몇 번을 입어야 하는지, 마음에 드는 옷 발견했으면 그냥 사면 되는 데 어찌 그리 다른 가게들은 돌아다니는 지, 한 두 시간 끌려 다니다가 결국엔 바닥에 주저앉아 엉엉 울곤 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와의 외출은 가히 “공포”로까지 느껴졌는데 어느 날부터인가 어머니께서 작전을 바꾸셨다. 나를 백화점 인근의 서점에 맡겨놓고는 혼자서 두 세시간씩 쇼핑을 하시는 걸로 말이다. 어릴 적부터 책을 좋아했는지라 서점에서만큼은 혼자서도 두 세 시간씩 잘 놀다 보니 어머니의 남동생인 외삼촌 친구가 운영하는 서점에 맡겨놓고는 마음 놓고 쇼핑을 하시는 거였다. 그러다 보니 그 지겹고 무서웠던 어머니와의 쇼핑이 어느 순간부터 서점가서 노는 재미에 빠져 매 주말만 되면 어머니께 쇼핑가자고 성화를 부렸었다. 이제 결혼해서 아내와 똑같은 일을 겪고 있는데, 처음에 한 시간 정도는 아내 뒤를 따라다니다가 지겨워질 때 쯤 되면 백화점 서점에 있을 테니 마음 놓고 쇼핑하고 오라고 아내를 보내고는 서점에서 유유 작작 신간 책들을 보곤 한다. 그래서인지 어릴 적 꿈 중의 하나가 나중에 어른 되면 서점 주인 해야지 하는 소박한(?) 생각을 했었나 보다. 지금이야 동네 서점 뿐만 아니라 대형 서점들도 줄줄이 망해서 서점이 더 이상 노후 대책이 아니게 되었지만 마음 한 켠에는 책들과 함께 하는 서점 주인 꿈이 아직도 남아 있다. 서점을 배경으로 하는 독특한 추리소설인 오사키 고즈에의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가 유독 반가운 것도 아마도 아직도 미련이 남아 있는 서점 주인이라는 꿈 때문일 것이다. 시리즈의 1권은 작년에 읽었는데 근 일년 여 만에 2권을 읽게 되었다. <명탐정 홈즈걸2: 출장편(원제 晩夏に捧げる/다산책방/ 2009년 12월)>이 바로 그 책이다. 단편집이었던 1권과는 달리 장편인 이번 책도 역시나 1권처럼 흐뭇하고 즐거운 그런 책 읽기였다.  

전편에서 서점에서 일어나는 소소하면서도 결코 쉽지 않은 미스터리들을 멋지게 해결한 세후도 서점의 콤비 교코와 다에에게 한 통의 편지가 날라온다. 교코와 함께 일했던 동료 미호가 자신이 근무하고 있는 나고야의 고서점 마루우도에 유령이 나타나니 어서 와서 해결해달라는 뜬금없는 편지였다. 글쎄 하는 마음에 망설이는 교코와는 달리 부쩍 흥미를 느끼는 다에는 교코에게 가보자고 조르고, 결국 둘은 휴가를 얻어 나고야로 향하게 된다. 미호와 서점 주인 등 여러 사람들에게 목격된 유령의 정체가 27년 전 유명 작가 살인사건의 범인으로 알려진 작가의 제자라는 소문이 돌고, 교코와 다에는 본격적인 탐문 수사에 착수하게 된다. 이미 공소시효도 끝나버린 케케묵은 옛날 일이 되어 버린 살인사건을 과연 3박 4일이라는 짧은 시간 안에 둘은 해결할 수 있을까? 스케치북에 알 수 없는 단어들과 그림을 그려대던 다에는 그 당시 사건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전통적인 추리 쇼라 할 수 있는 “범인은 바로 너!” 쇼를 펼쳐 보이고, 해결될 수 없을 것 만 같던 과거의 살인사건과 유령의 정체를 통쾌하게 밝혀낸다. 

이번 미스터리는 단편인 전 권과는 달리 조금은 긴 호흡의 이야기인 장편 소설로서 두 주인공이 태어나기도 전인 27년 전 사건을 다루고 있는데, 사실 추리소설만의 절묘한 트릭이나 반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명탐정인 다에가 추리해내는 장면도 그다지 인상적이지는 않아 미스터리로만 본다면 평범한 수준의 사건이라 할 수 있다. 보통 추리소설이라 하면 기괴한 살인사건과 그것을 풀어가는 진지한 명탐정이 떠오르는 것이 일반적이라 할 수 있는데, 이 책처럼 잔혹한 연쇄살인 같은 범죄가 아닌 - 책에서 등장하는 27년 전 살인 사건은 칼로 난자한 살인이니 사건 자체만큼은 잔인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세월이 그걸 희석시켜 이제는 먼 옛날 애기처럼 느껴진다 - 실제로 주변에서 일어날 법한 소소한 미스터리를 다뤄 가볍고 편안하게 읽어볼 만한 미스터리를 “코지 미스터리(Cozy Mystery)”라고 부른다는데 이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가 딱 제격이다. 그러다 보니 추리소설로서는 그다지 인상 깊지는 않지만 부담감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그런 소설이라 할 수 있다. 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작년에 여러 코지 미스터리 작품들을 읽었었는데 그들 중에서 이 <명탐정 홈즈걸> 시리즈가 가장 장르적 재미를 잘 담아낸 그런 작품으로 평가하고 싶다. 이 시리즈를 내가 재미있어 하는 이유는 바로 13년이나 서점에서 근무했었다는 작가의 이력이 책 곳곳에 잘 녹아 있어 서점 직원들의 하루 일과, 책들의 배치와 인테리어, 다양한 고객들의 표정과 사연 등 서점에 대한 묘사가 꽤나 흥미롭기 때문이다. 이번 2권에서도 주인공인 교코가 나고야의 고서점 마루우도와 분점을 묘사하는 장면에서는 머릿 속에 서점의 모습들이 절로 그려질 정도로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다. 이번 2권에서 인상 깊었던 장면은 초반 세후도 서점을 찾아온 형사들이 서점에서 두 시간 이상 머무는 사람들이 있다는 데 의심스러워하는 장면이었는데, 내가 바로 그런 사람들 중에 하나이니 절로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었다. 

1권 단편집에 이어 2권 장편에서도 꽤나 쏠쏠한 재미를 안겨준 이 시리즈는 이제 3권만을 남겨두고 있다. 3권에서는 1권처럼 다양한 에피소드를 담아낸 단편집 -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는 사실 장편보다는 단편들이 더 재미있는 것 같다 - 이라니 아무 서점에나 가면 만나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하면서도 기발한 추리 콤비 교코와 다에가 어떤 유쾌하고 재미있는 미스터리를 소개해 줄 지 기대가 된다. 묵직하고 불편한 추리소설에 거부감이 있는 분이라면 추리소설 특유의 재미를 한껏 가지면서도 부담없이 즐겁게 읽을 수 있는 이 시리즈를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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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 난장쇼 - 마쓰모토 하지메의 활개치기 대작전!
마쓰모토 하지메 지음, 김경원 옮김 / 이순(웅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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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2010년 지난해 ‘대졸 실업자’수가 통계청에 따르면 34만6000명으로 관련 통계를 작성한 2000년 이후 가장 많았다고 한다. 2000년 당시 대졸 이상 실업자는 23 만명으로 10년 만에 11만6000명 늘어난 것이라고 한다(경향신문, 2011.2.1.기사 인용). “이태백(이십대 태반이 백수)”라는 말이 결코 허언(虛言)이나 농담이 아닌 현실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가장 패기 넘치고 왕성하게 일할 나이인 20대에 일자리를 구하지 못해 갈수록 위축되고 쳐지는 그들이 안쓰러우면서도 “삼팔선(38세까지 직장에서 일할 수 있다)”을 넘어 “사오정(45세가 정년)”을 바라보는 나이인지라 아직 직장을 다니고 있으니 다행이다 싶어 가슴을 쓸어내리다가도 언제 그만두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가슴이 막막하기까지 한 내 처지에 절로 한숨이 나오기도 한다. 그런데 이렇게 암울하기까지 한 현실을 일대 축제와 난동으로 승화시킨 별난 젊은이가 있다. 이미 <가난뱅이의 역습>- 책은 가지고 있는데 아직 읽어보지 못했다 - 이란 책으로 자신의 괴짜행동을 만천하에 알린 “마쓰모도 하지메”가 바로 그이다. 올해 나이 38세로 중년에 접어든지 한참 되어 청년 또는 젊은이란 말이 무색해진 이 남자가 지난 2년간 자신이 벌여온 황당무계스러운 “기행(奇行)”을 다시 책으로 묶어냈다. “가난뱅이 시리즈”라 할 수 있는 <가난뱅이 난장쇼;마쓰모토 하지메의 활개치기 대작전(이순/2010년 12월)>이 바로 그 책이다.  

전작을 읽어보지 않아 사실상 이 책으로 처음 만나본 이 남자의 이력을 출판사 작가 소개로 먼저 살펴보니 참 대단한(?) 인물이다. 대학 입학 하자마자 노숙(露宿)의 길로 접어들더니 각종 공공장소에서 기발하다 못해 헛웃음이 절로 나오는 엉뚱한 데모를 결행하고,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한 터전은 있어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지 재활용 가게를 개점하는가 싶더니, 2007년에는 구의회 선거에까지 출마한,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아온 남자다 - 전작인 <가난뱅이의 역습>에 이러한 삶의 역정이 잘 나와 있다고 한다. 그러고 보니 국내 TV 프로그램에서 작가를 소개한 방송을 본 기억이 난다. 물론 거기서도 그저 “괴짜” 정도로 다루고 있었다 -. 이번 책은 전작 이후인 2009년 1월부터 2010년 10월까지 일본 웹진 「매거진 9」(マガジン9)에 〈のびのび大作戰)이라는 제목으로 연재한 그가 벌인 축제와 소동의 기록을 단행본으로 묶어낸 책이라고 하는데, 역시나 “참 별나다!”라는 감탄이 절로 나올만한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일일이 열거하기도 힘든 온갖 소동을 일으키는 이 남자의 활약상을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웃음이 나오기도 하지만 그저 별난 사람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느껴지는 것은 나만의 생각일까? 이미 장기 불황을 겪은 이웃 일본도 우리보다 더 심각한 청년 실업을 겪고 있는 터라 그러한 암울한 시대 상황을 너무 진지하게 성찰(省察)한다면 그것 또한 과장스럽겠지만 “축제”라고 미화하기에는 제목 그대로 “난장쇼”에 가까운 그의 행동들에 요새 자주 언급하게 되는 “진정성(眞正性)”을 찾아보기가 솔직히 어려웠다. 그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야 시대에 굴복하여 의기소침하지 말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높이라는 희망의 메시지였겠지만 이 책의 각종 소동들은 그저 유쾌하고 코믹스러운 일종의 “개그”로만 느껴지는 탓인지 책의 내용들에 쉽게 동화되지 못하고 건 넘어 읽게 되고, 결국은 서둘러 책 읽기를 마무리할 수 밖에 없었다. 다만 그가 벌이고 있는 사업인 중고 물품 가게인 “아마추어의 반란”이 가난한 청년들의 자립 근거지가 되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전략으로 확대일로를 걷고 있다는 점 - ‘작전’이라 부르는 확대 전략은 사실 이게 실현 가능한가 싶을 정도로 허술한 점도 있지만 -, 우리나라에서도 “전국백수연대” 회장으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주덕한”씨와의 만남, 그리고 저자가 직접 그렸다는 네 컷 만화 - 솔직히 잘 그린 건 아니다 - 등은 그래도 한번쯤 눈여겨 볼만한 내용이라 할 수 있겠다. 

그저 유쾌하고 재미있다는 것 외에는 작가의 별난 행동에 큰 감흥을 느끼지 못해 제대로 읽어내지 못한 이 책을 보면서 나도 이제는 저런 행동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성세대가 되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러나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획일화되어 상식선의 비슷비슷한 사람만 존재한다면 더 무미건조하고 발전이 없듯이 어디선가는 작가처럼 별나게 자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는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의 상상을 초월하는 “괴짜” 행각이 어디까지 이어질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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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풀 크리처스 - 그린브라이어의 연인,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1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
캐미 가르시아.마거릿 스톨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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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매니아를 자처하는 나로서도 “판타지 로맨스” 소설을 대할 때면 손이 멈칫한다. 공전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영화로도 큰 흥행을 거둔, 오늘날 판타지 로맨스 소설의 대유행을 이끈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트와일라잇(Twilight)>을 여동생 - 너무 재미있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꼭 읽어보라고 강권하다시피 했다 - 에게서 받아 들어 읽었을 때도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는 책꽂이에 오랫동안 꼽아두었다가 결국 동생에게 다시 반납하고 말았다. 책에 별 흥미를 못 느꼈다면 영화는 그래도 괜찮겠지 하고 영화를 구해 봤지만 역시 그다지 큰 감흥을 못 느껴 그만 보다가 졸고 말았었다. 책과 영화로 잠깐씩 접해본 “판타지 로맨스”는 학창시절 학생잡지에 부록으로 몇 번 읽어본, 그 당시 여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할리퀸 로맨스(Harlequeen Romance)”와 유사한 그런 장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구리빛 근육의 조각 같은 외모, 부와 권력을 독차지하고 있는 멋진 남자가 창백한 얼굴의 매력적인 눈빛을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뱀파이어로 대체된 것 말고는 그다지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아무튼 “판타지 로맨스”는 나에게 “맞지 않은” 그런 장르라 여겨졌다. 그런데 이번에 판타지 로맨스 소설을 올곧이 읽을 기회가 생겼다. “영어덜트 판타지 로맨스”라는 캐미 카르시아, 마거릿 스톨 공저의 <뷰티풀 크리쳐스(원제 Beautiful Creatures / 랜덤하우스 코리아/2011년 1월)>이 바로 그 책이다. 613 페이지의 만만치 않은 두께에 요새 책 같지 않게 빽빽한 글자들로 여느 책 두 권 분량은 족히 넘을 분량과 나와는 맞지 않을 것만 같은 장르라 부담감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내가 언제 “판타지 로맨스” 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읽힌 책이었다. 

 

 

“여기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사람(못 떠난 사람)과 멍청해서 떠나지 못한 사람(멍청이)” 밖에 없다는 미국 남부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작은 마을 “개틀린”에 살고 있는 “나”(이선 로슨 웨이트)는 어서 대학생이 되어서 이 깜짝 놀랄 일이라곤 전혀 없는 이 마을을 빨리 떠나고 싶은 꿈을 꾸고 있는 16세 소년이다. 몇 달 전부터 밤마다 반복되는 꿈, 즉 여자애가 떨어지고, 나도 떨어지고, 내가 여자애를 붙잡으려고 하지만 실패하는 꿈을 꾸는 나에게 “열 여섯 개의 달, 열 여섯해 ~”로 시작되는 우울하고 오싹한 노래가 아이팟에 담겨있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초등학교 3학년 이후 한번도 우리반에 전학 온 적이 없던 “스톤월 잭슨 고등학교” 학기 첫날에 낯선 여자애가 전학이 오는데, 바로 이 마을 은둔자이자 얼굴 한번 내 비친 적이 없다는 “메이컨 멜기세덱 레비븐우드”의 조카인 “리나 두케인”이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그녀에게서 꿈 속에서 만난 여자애의 냄새인 레몬과 로즈마리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바로 꿈 속의 그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리나에게 운명처럼 이끌리던 나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그녀를 보호하게 되고, 덩달아 나또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지만 괘념치 않고 그녀에게 더욱 이끌리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그녀가 마치 텔레파시처럼 내 머리 속에 말을 걸어오고, 그녀의 집안이 환영술을 펼치고 사람의 마음을 읽으며 주문으로 물체를 이동시키고 만들어내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술사” 집안이며, 그녀가 이번 16세 생일에 빛과 어둠을 선택해야 한다는 운명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지켜내겠다고 굳게 약속한다. 마침내 남북전쟁 재현극으로 온 동네가 어수선한 그날에 그녀의 16세 생일을 맞이하고 그녀의 생모(生母)이자 어둠의 주술사인 새라핀이 들이닥치면서 빛과 어둠의 일대 대격전이 벌어진다. 과연 “나”는 그녀를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그녀의 최종 선택은 과연 “빛”과 “어둠” 중 어느 것이었을까? 마지막 결론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한다^^

미국에서는 출간 한 달 만에 영 어덜트(YA) 소설 부문의 독보적인 올해의 소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는 이 소설은 두 권은 족히 될 만한 분량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장르였음에도 막상 읽어 보니 불과 이틀 - 설 명절 연휴동안 본가인 대전으로 이동하면서 읽기 시작해서 본가에서 쉬면서 짬짬이 읽었음에도 이틀 후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마지막 장을 넘겼다 - 만에 술술 다 읽게 된 책이었다. 200여년 남짓 밖에 안되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는 “남북전쟁”의 상흔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보수적인 마을 “개틀린”을 배경으로 남북 전쟁 당시의 두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이 현대에 이르러 16세 두 남녀에게 마치 “대물림”처럼 재현되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별다른 신화와 전설을 가지고 있지 않아 유럽 고유 신화인 “뱀파이어”, “타락 천사” 등의 설화를 빌어온 소재의 한계성을 벗어나 “주술사(呪術士)” - 원어로는 마법사나 마술사라는 뜻이었을 것 같은데 “주술사”라는 번역이 다소 낯설다. 원래 원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라는 독특한 설정이 제법 흥미롭게 느껴졌다, 운명의 날인 리나의 생일을 향해 하루하루 지나면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은 임팩트가 약한 - 스티븐 킹의 “캐리”를 연상시키는 무도회 장면에서는 뭔가 강렬하고 공포스러운 사건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그저 그런 해프닝으로 끝나버린다. 물론 대상이 영 어덜트, 즉 청소년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 평이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마지막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영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쉽게 놓지 못하게 한다. 결말도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즉 이 책이 완결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분명하게 매듭을 짓지 않고 끝나게 되는데, 두 남녀 주인공이 17세가 되는 시점인 다음 권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일종의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 점도 나름 괜찮게 느껴진다. 다만 애절한 두 남녀의 사랑에 별 감흥을 못 느꼈다는 점인데 내 가슴이 메말랐음을 탓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트라일라잇”에 완전히 반해 판타지 로맨스라면 책 뿐만 아니라 드라마며 영화며 죄 찾아 보고 있는 내 여동생 - 명절에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자 빨리 읽고 자기에게 달라고 여간 성화가 아니었다 - 처럼 홀딱 반할 만한 그런 작품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판타지 로맨스” 소설에 대한 나의 거부감을 깨뜨리기에는 충분한 재미를 보여준 소설이라고 평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니 다음 권들도 기대해볼 만 하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거부감이 옅어진 다른 “판타지 로맨스” 소설들도 눈여겨볼 생각이다. 그래서 과연 여성들만 좋아할 만 한 그런 장르였는지, 문화적 아이콘으로까지 일컬어 질 정도로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는지 제대로 평가해보고 싶다. 그래도 이왕이면 “로맨스”가 주(主)이고 “판타지”는 그저 장르적 형식만을 빌어 쓴 작품들보다는 정교한 “판타지”적 세계관과 사건들을 바탕으로 거기에 멋진 “로맨스”가 곁들어진 작품 - 장르가 전혀 다르지만 무협소설 매니아들에게는 “신(神)”으로 추앙받는 대만 작가 “김용(金庸)”의 <신조협려(神雕俠侶)>가 바로 “무협 로맨스”소설로서 남성들에게 절대적으로 지지를 받았었고 나 또한 두주인공인 양과와 소용녀의 애닲은 사랑에 꽤나 마음 아팠던 것을 보면 이런 로맨스 소설이 영 아니지는 않은 것 같다 - 들이 내 취향에는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보면 판타지 “로맨스” 소설에 대한 거부감이 비록 그 정도는 옅어졌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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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꿈맛 - 꿈을 안고 떠난 도쿄에서의 365일 청춘일기
허안나 지음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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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는 신혼 여행 때 1박 2일 정도 잠깐 들린 적이 있었다. 워낙 짧은 시간이었던 터라 차근차근 둘러보지 못하고 그저 대중교통을 이용해 쉽게 가볼 수 있는 곳으로 여행 일정을 짜서 가본 곳이라고는 우에노공원(上野公園), 신주쿠(新宿)거리, 도쿄 시청 전망대 정도에 불과했었다. 너무 짧은 여행이 아쉬웠는지 도쿄는 그 후로 기회가 되면 다시 가보고 싶었던 곳 1순위로 늘 꼽는 곳이 되어 여름휴가나 휴일이 겹친 연휴 때면 늘 인터넷으로 일정과 비용을 검색해보고, 도쿄 관련 여행 서적들을 읽으면서 여행계획을 세웠다 지웠다를 반복하곤 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바쁜 일상에 치이다 보니 이제는 기약이 없는 그런 곳이 되어 버렸다. 처음 허안나의 <도쿄는 꿈맛(랜덤하우스 코리아/2011년 1월)>을 받아들었을 때도 작가가 1년 동안 도쿄에 살면서 돌아다닌 구석구석의 아기자기하고 멋진 관광 포인트를 안내하는, 요즘 출간 붐을 이루고 있는 일종의 여행 에세이로 생각했었다. 물론 책 중간 중간과 말미에 여행 관련 내용들을 담고 있지만 이 책은 이제 20대 중반이 된 젊은 여성이 자신의 꿈을 위해 머물렀던 1년 동안의 도쿄 유학 체험기라고 부르는 것이 더 정확한 분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저 유학가서 공부 잘하고 자격증 또는 학위를 받아왔다는 이야기라면 흔하디 흔한 유학 성공기나 다름없었겠지만 이 책은 어쩌면 실패했다고도 볼 수 있었던 유학 생활 - 원래 목적이었던 전문학교 입학을 하지 못하고 어학원만 다녔다 - 동안 자신이 겪었던 많은 경험을 만화 - 작가가 아마추어 만화가이다 - 와 사진들과 함께 진솔하면서도 재미있게 그려낸 색다른 유학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일본에서 애니메이션을 배우겠다는 일념 하에 엄격하신 부모님도 한 번에 설득하고, 휴학계를 내고 작은 회사에 입사해 꼬박 1년 동안 돈을 벌었던 작가는 드디어 일본 유학길에 오른다. 정확히 말하면 조금 내 멋대로 살고 싶어서, “일탈”이 필요해서 일본에 갔다는 작가는 이 책에 담아낸 것이 거창한 계획이나 화려한 이력이 아닌, 그저 일본에서 ‘자취’를 했었던 기록이라고 말한다. 세상에 꼭 거대하고 성공적인 활기찬 유학기만 있는 것은 아니며, ‘유학기’도 그냥 ‘사는 애기’와 다르지 않다는 걸, 이 책을 읽을 독자들의 이야기와 이 책 안의 작가 이야기가 다르지 않다는 걸 말하고 싶었다는 그녀는 특별하면서도 지극히 평범한 이 이야기들이 단 한 음절만이라도 어느 누군가의 가슴엔 ‘찌릿’하고 전율이 일게 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고 “머리말”에서 이야기한다. 

본문에 들어가면 도쿄 도착에서부터 1년 후 귀국에 이르기까지 마치 일기처럼 적어 내려간 작가의 도쿄 유학기가 이쁜 사진들과 삽화들과 함께 고스란히 담겨있다. 작가는 도쿄를 “달콤”,“시큼”,“씁쓸”,“짭짤” 네가지 맛으로 나누어 이야기하고 있다. “달콤 도쿄”에서는 처음 도쿄에 도착하여 1년간 머무르게 되는 기숙사 풍경과 하우스 메이트들, 전문학교 진학에 앞서 다니게 된 어학교(ALA; Academy of Language Arts) 입학 과정과 동료들을 소개하고, “스미마셍(すみ-ませ-ん; 미안합니다)”를 연발하거나 자전거를 애용하는 모습, 잦은 지진 때문에 폭발 위험성이 높아서 보일러를 설치하기 힘들다는 모습 등 작가가 느낀 컬쳐 쇼크 몇 가지를 소개한다. “시큼 도쿄”에서는 백수 생활 청산을 위한 본격적인 아르바이트 생활을 소개하면서 일하게 된 작은 점포(아자키야)에서 점장급으로 일하고 있는, 완고하고 까칠한 할머니인 “오카상”에게 우리 나라의 어버이날 격인 “엄마의 날(5월 둘째주 일요일)”에 장미와 카네이션을 선물하자 감격해서 눈물을 흘리던 모습을 보면서 ‘정(情)’은 어디에서나 무시할 수 없는 거구나 하고 새삼스레 깨달았다고 이야기한다. “씁쓸 도쿄”에서는 중국인으로 오해받은 이야기와 객지 나와 가장 서러울 때가 아팠을 때라고 감기로 고생했을 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일본에서 병원에 가려면 먼저 건강보험에 들고, 처음 방문하면 적어야 할 것이 많으니 너무 재촉하지 말고, 처음 접수할 때 누구 소개로 왔는지, 소개장을 가져왔는지를 물어본다고 귀뜸해주며, 외국에 나가면 누구나 다 겪게 된다는 “향수병” 걸렸던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한다. 마지막 “짭짤 도쿄”에서는 결국 전문학교를 포기하게 된 작가가 다니던 어학교를 마치고 귀국하기까지의 과정을 이야기하는데, 어학교에서의 송별회 이야기,“안나가 시집간다는 연락이 올 때까지 내가 살아있으면 참 좋겠구나”라는 오카상과의 마지막 작별, 가게 손님들이 성대하게 송별회를 해준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그리고는 “고맙다, 도쿄야. 너도. 많이 보고 싶을 거야”라는 인사말을 남기고 귀국 비행기에 오른다. 책에는 이처럼 1년간의 작가의 일본 유학기와 함께 작가만의 “도쿄 생활 팁”과 도쿄 시내와 외곽에 가볼만한 곳을 소개해놓은 “안나의 동네 한바퀴”, 그리고 부록으로 “생활 상담 연락처”와 “긴급연락처”, “도쿄의 가볼만한 곳”과 “도쿄의 축제 BEST 9"를 싣고 있어 여행 안내서로도 활용할 수 있게 한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고서 나의 대학 시절을 잠시 떠올려봤다. 우리 때는 어학연수는 커녕 해외 배낭여행 다녀온 친구들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던 그런 때였는데 요즈음 신입사원들 이력서(履歷書)에 어학연수가 필수 - 요새는 스펙(SPEC)이라고 부른단다 - 인 것처럼 기록해놓은 것을 보면서 한편으로는 부러우면서도 과연 1년여의 짧은 기간 동안에 얼마나 많은 것을 배우고 느끼고 왔을지 괜히 냉소적인 편견을 가지고 있던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짧지만 자신이 보고 느낀 것을 솔직 담백하게 담아낸 이 책을 읽고 나니, 1년 동안의 도쿄 유학 생활을 통해서 이전보다 한 뼘 이상 훌쩍 커버린 - 키가 여성치고는 무척 큰 177 cm라니 신체의 키보다는 마음의 키가 컸기를 바래본다^^ - 그때의 경험이 앞으로 삶에 있어서 얼마나 큰 도움이 될지 짐작해보니 그동안 괜한 오해를 했단 생각이 들었다. 작가의 말대로 지극히 “평범한” 일본 자취 생활 기록이라 할 수 있는 이 책은 거창한 유학 성공기가 아닌 자신의 좌충우돌 경험담과 어쩌면 실패했다고 볼 수 있는 유학 생활을 담고 있다는 것이 오히려 더 솔직하고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비록 처음 출발은 “일탈”이라는 충동적이었겠지만 부모의 도움 없이 자신이 직접 경비를 마련해서 낯선 일본으로 유학을 떠났다니 그 젊음과 도전에 그저 부러운 마음만 들게 한다. 작가가 에필로그에서 밝힌 것처럼 작가가 1년 동안 도쿄에서 겪은 일들을 담은 이 책은 그리 특별하지 않은, 마냥 행복하지도 슬프지도 않은 평범한 생활 이야기로 치부할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곳에서의 조용한 “일탈”이 작가를 웃게 하고 울게 한 특별한 열쇠였다는, 그 열쇠가 평생 가슴속에서 특유의 조용함으로 자신을 이끌 것이라는 작가의 말처럼, 갑갑한 현실에서 벗어나 새로운 활력을 찾고자 하는 작가 또래의 요즘 젊음들에게 뭔가 “짜릿”한 울림을 줄 수 있는 그런 책이 될 수 있는 충분한 가치가 있어 보인다. 그리고 “일탈”을 꿈꾸면서도 늘 바쁜 일상과 사회 탓만을 하는 우리 같은 어른들에게도 그건 외적 문제가 아니라 젊음을 잃어버리고 사는 자신의 “마음” 때문이며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제라도 도전해보라고 충고하는 듯하다. 

가슴 뭉클한 감동은 없지만 젊음을 한껏 느끼게 해준 이 책 덕분에 잠시 포기했던 도쿄 여행을 다시 한번 꿈꾸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 주저하지 말고 좀 더 구체적으로 계획을 세워봐야겠다. 이제는 기약 없는 상상 속의 여행이 아니라 올해 여름 휴가, 아니면 결혼 몇주년 기념 여행 등 구체적으로 그려봐야겠다. 꿈꾼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뤄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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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훔쳐! 1 - 갱스터 브레이크
이진영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기막힌 플롯과 트릭, 반전의 추리소설들은 언제나 기대 이상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작가가 교묘히 감춰 놓은 트릭이 책 말미에서 명탐정에 의해 낱낱이 밝혀지는 장면을 읽고 나서 들게 되는 작가와의 두뇌 싸움에서 여지없이 패했구나 하는 느낌이 결코 기분 나쁘지 않은 유쾌함마저 들게 하는 그 맛에 추리소설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장르로 “사기(詐欺)”를 테마로 한 소설이나 영화를 보게 되도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사기꾼의 복잡하면서도 치밀한 설계 - 사기꾼들 은어로는 “공사”라고 부른단다 - 는 여느 추리소설들의 트릭 못지않고, 서로가 속고 속이는 고도의 두뇌싸움과 통쾌한 반전 등은 왠만한 추리 소설의 반전을 능가하는 긴장감과 스릴을 맛보게 한다. 기억에 남는 영화라면 우리 영화인 박신양 주연의 <범죄의 재구성(2004)>을 들 수 있는데, 치밀한 각본과 속도감 있는 전개, 배우들의 멋진 연기에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몰입해서 봤던, 최고 수준의 영화라고 볼 수 는 없겠지만 꽤나 재미있는 수작(秀作)으로 평가할만한 영화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이처럼 “사기극”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들이 몇몇 있었는데 사실 절로 감탄이 나올만한 절묘한 사기극과 반전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나보기가 쉽진 않았는데 이번에 제대로 된 “사기”를 소재로 한 기막힌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이진영 작가의 <갱스터 브레이크; 세상을 훔쳐!(생각의 나무/2010년 12월)>이 바로 그 작품인데 2권 6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읽는 내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최상의 긴장감과 재미를 맛볼 수 있는 멋진 대중 소설이었다. 

보통 사기 소재 소설이나 영화들이 그 대상을 권력층이나 재벌, 또는 뒤가 구린 세력 - 주로 탈세나 횡령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부(富)를 축적한 세력들 - 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법보다 가깝다는 “주먹”, 그것도 전국적인 세력 - 전국구 -을 가지고 있는 “조직 폭력배”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줄여서 아사세)라는 명칭만 보면 사회사업을 하는 무슨 공익 재단(財團)처럼 느껴지는 데, 사실은 한 때 풍미했던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태평양이야기”라는 사행성 오락 게임장을 수십 곳 운영하고, 비밀스럽게 “필로폰” 마약을 밀반입하여 유통시키고 있으며, 자신의 반대 세력을 손도끼로 테러를 가하고 - 그래서 조직명이 “토마호크”파다 - , 심지어는 사고사(事故死)로 위장한 살인도 서슴치 않는 흉악무도한 조직폭력배이다. 사건의 발단은 주인공의 전 애인인 “승희”의 부모님이 그만 도박에 빠져 이들에게 살해당하면서 - 물론 철저하게 사고사로 위장된다 - 시작한다. 주인공 “이강산”은 어려서 아버지가 도박으로 인해 자살을 하고,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도망간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서 이웃인 승희 부모님께 의탁하여 성장하지만 역시 학교를 때려치우고 전전하던 중 보석 밀수를 하다가 감옥까지 다녀오게 된다. 출소 후 정신을 차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새 출발을 하려던 강산은 승희의 부모님 소식을 알게 되고, 승희를 대신하여 복수에 나선다. 그러나 그저 좋은 두뇌와 밀수 시절 알던 동료, 감방에서 알게 된 동료 프로 겜블러 외에는 세력과 돈이 전무한 강산이 최첨단 IT 기술(?)로 무장 - 조직원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통신업체 영업점을 통해 개인신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얻는 수준 - 하고 살인을 일삼는 전국 규모의 조직폭력배에게 복수를 한다는 시도 자체가 일견 무모한 시도로 보여진다. 그런데 강산은 감방에 가면서 알게 된 검찰 조직을 이용하여 먼저 토마호크파의 전 사행성 게임 오락장을 초토화시키고, 2단계로 자신의 밀수 경험을 살려 토마호크파가 마약을 손댄다는 점을 이용하여, 그들의 마약 공급망을 와해시킨 후 가짜 마약 루트를 설계하여 그들을 유인하여 함정에 빠뜨리고 거기에 자신을 잡아들인 부산세관 반장이자 부패한 수사관인 “구자두”까지 연계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워 일을 진행한다. 몇 번을 붙잡혔다가 탈출하는 위기의 순간을 겪기도 하지만 일은 착착 진행되어 드디어 토마 호크파를 자신의 꾸며낸 마약 조직과 조우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부산지역 마약조직 “세븐오션”을 잡기 위해 수사를 벌이는 미국의 수사기관(DEA) 부산 분실이 강산 일행을 주목하고, 미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가출했던 강산의 친어머니 “김효림”이 귀국하여 강산을 찾아 나서게 된다. 드디어 공사 "개시(D-DAY)"날, 강산과 승희는 자신들을 의심하면서 마약 루트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 내심으로는 마약과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겠다는 흑심을 품고 있는 - 토마호크파의 보스를 대동하고 태국 방콕으로 날아가 가짜 마약을 입수하여 살색 조끼에 담아오는 데 성공하지만 작전을 알아챈 DEA 수사관들과 부산 세관 “구자두” 반장 일행은 그들을 주목하고 마약 거래 장소까지 은밀히 따라붙는다. 거래가 성사되면서 마약이 가짜라는 것이 들통날 무렵 구자두 반장 일행이 급습하고, 이어 DEA 수사관들까지 들어닥치자 미리 대기해 놓은 토마호크파 자살조들까지 공장을 습격하면서 일대 혼란에 빠진다. 낙심한 승희는 원흉인 토마호크파 보스라도 죽이기 위해 칼을 꺼내려 하지만 혼란 중에 토마호크파 보스와 일행은 현장의 마약과 돈을 수거해 달아나고, 그들을 놓친 DEA는 강산 일행을 체포해 수사본부로 압송해간다. 과연 이 사기극의 결말은 어떻게 났을까? 결론은 스포일러라 생략한다^^  

1권 먼저 구해 읽고서는 “2권으로 계속”이라는 말이 어찌나 야속하게 느껴지던지 혹 결말을 알 수 있을까 싶어 다른 분들 서평들을 찾아 읽어보기도 하고, 책 구입목록에 1순위로 올려놓고는 마우스 버튼을 만지작거리게 할 만큼 안달이 났었는데, 다행히 1, 2권 세트로 읽을 기회가 생겨 어찌나 기뻤는지^^ 결국 이 책을 받아들고는 읽고 있던 책을 내팽겨치고는 1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대체 2권 내용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어 1권을 대충 읽고는 바로 2권을 읽기 시작하였다. 밤 10시 무렵 읽기 시작한 책은 결국 앉은 자리에서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불과 서너 시간 만인 새벽 1시 너머에 다 읽게 되었고, 읽고 나서도 통쾌한 재미와 감동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어 결국 뒤척이다가 새벽녘에야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책 읽는다고 밤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던 이 책은 1권만으로도 사기극 본연의 긴장감과 재미가 충분히 느껴져 내처 읽게 만들더니 본격적인 사기극이 펼쳐지고 대망의 결말을 맺는 2권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아슬아슬한 설정으로 읽는 내내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종종 이런 류의 사기극을 보면 주인공이 천재라 부를만한 비상한 두뇌를 가진 인물로 설정하고 그런 주인공을 돕는 온갖 기연(奇緣)을 만나는, 일종의 무협소설적인 구성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이 책의 주인공인 강산은 그렇게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조직폭력배를 상대하고 있음에도 무력(武力) 또한 일반인과 엇비슷한, 즉 평범함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사기극을 벌이면서도 여러번 토마 호크파에 붙잡히거나 - 그들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잡히기도 하고, 조직 정보망에 걸려 붙잡히기도 한다 - 또는 간발의 차이로 도망가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속되기도 하고, 의외의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수사기관(DEA) - 나중에 큰 반전을 이끈다 - 처음에는 불필요한 인물로만 느껴졌지만 결말에 이르러 주인공을 위기로 빠지게 할 뻔한 어머니의 등장 등 외외의 변수들이 주인공의 사기극을 아슬아슬하게 만들고 도대체 이 사기극이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간절하게 만들고  잠시라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스마트폰과 개인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취합하고,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조직이 일개 사기꾼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장면, 교도소에서 만난 동기가 토마호크파에 옛 연인을 잃고 복수를 꿈꾸고 있는 “프로 겜블러”라는 설정, 그런 교도소 동기가 소개시켜준 미스테리한 인물인 “피터 최”가 강산이 계획하고 있는 가짜 마약 루트를 짜는데 더할 나위 없이 제격이라는 설정 - 전직이 부산에서 활약한 진짜 마약상이었고, 강산이 도용하고 있는 실제 마약조직인 “세븐오션”과도 뭔가 연관이 있는 걸로 보여진다 - 등은 소설적인 비약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원래 작정하고 속이는 사람에게는 열 사람도 당하지 못한다는 옛말처럼, 그리고 이 책이 아예 사기극을 표방한 장르소설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렇게까지 뜬금없는 설정은 아닌, 오히려 극적 긴장감과 재미를 극대화하는 절묘한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권을 읽고 나서는 “복수”라는 미명하에 “사기”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들의 운명 또한 결코 순탄치 않은, 어쩌면 비극적으로 끝을 맺는 게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가슴 후련한 복수극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 것도 멋진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사기극의 백미는 멋지게 성공한 주인공들이 잘 먹고 잘 살았다라고 마무리하는 것이 훨씬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읽는 내내 가슴 졸이게 하는 긴장감과 통쾌한 결말로 가슴을 시원하게 만드는 이 책, 서평을 쓰면서 절로 호들갑스러운 칭찬과 감탄사를 늘어놓게 만드는 정말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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