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크리처스 - 그린브라이어의 연인,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1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
캐미 가르시아.마거릿 스톨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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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 매니아를 자처하는 나로서도 “판타지 로맨스” 소설을 대할 때면 손이 멈칫한다. 공전의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영화로도 큰 흥행을 거둔, 오늘날 판타지 로맨스 소설의 대유행을 이끈 일등공신이라 할 수 있는 <트와일라잇(Twilight)>을 여동생 - 너무 재미있다고 감탄사를 연발하면서 꼭 읽어보라고 강권하다시피 했다 - 에게서 받아 들어 읽었을 때도 그다지 흥미를 느끼지 못하고는 책꽂이에 오랫동안 꼽아두었다가 결국 동생에게 다시 반납하고 말았다. 책에 별 흥미를 못 느꼈다면 영화는 그래도 괜찮겠지 하고 영화를 구해 봤지만 역시 그다지 큰 감흥을 못 느껴 그만 보다가 졸고 말았었다. 책과 영화로 잠깐씩 접해본 “판타지 로맨스”는 학창시절 학생잡지에 부록으로 몇 번 읽어본, 그 당시 여학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할리퀸 로맨스(Harlequeen Romance)”와 유사한 그런 장르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구리빛 근육의 조각 같은 외모, 부와 권력을 독차지하고 있는 멋진 남자가 창백한 얼굴의 매력적인 눈빛을 가지고 있는 신비로운 뱀파이어로 대체된 것 말고는 그다지 차별성을 느끼지 못한다면 너무 과장된 표현일까? 아무튼 “판타지 로맨스”는 나에게 “맞지 않은” 그런 장르라 여겨졌다. 그런데 이번에 판타지 로맨스 소설을 올곧이 읽을 기회가 생겼다. “영어덜트 판타지 로맨스”라는 캐미 카르시아, 마거릿 스톨 공저의 <뷰티풀 크리쳐스(원제 Beautiful Creatures / 랜덤하우스 코리아/2011년 1월)>이 바로 그 책이다. 613 페이지의 만만치 않은 두께에 요새 책 같지 않게 빽빽한 글자들로 여느 책 두 권 분량은 족히 넘을 분량과 나와는 맞지 않을 것만 같은 장르라 부담감으로 읽기 시작한 이 책은 내가 언제 “판타지 로맨스” 에 거부감을 가지고 있었나 싶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읽힌 책이었다. 

 

 

“여기 머무를 수 밖에 없는 사람(못 떠난 사람)과 멍청해서 떠나지 못한 사람(멍청이)” 밖에 없다는 미국 남부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작은 마을 “개틀린”에 살고 있는 “나”(이선 로슨 웨이트)는 어서 대학생이 되어서 이 깜짝 놀랄 일이라곤 전혀 없는 이 마을을 빨리 떠나고 싶은 꿈을 꾸고 있는 16세 소년이다. 몇 달 전부터 밤마다 반복되는 꿈, 즉 여자애가 떨어지고, 나도 떨어지고, 내가 여자애를 붙잡으려고 하지만 실패하는 꿈을 꾸는 나에게 “열 여섯 개의 달, 열 여섯해 ~”로 시작되는 우울하고 오싹한 노래가 아이팟에 담겨있는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초등학교 3학년 이후 한번도 우리반에 전학 온 적이 없던 “스톤월 잭슨 고등학교” 학기 첫날에 낯선 여자애가 전학이 오는데, 바로 이 마을 은둔자이자 얼굴 한번 내 비친 적이 없다는 “메이컨 멜기세덱 레비븐우드”의 조카인 “리나 두케인”이었던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바로 그녀에게서 꿈 속에서 만난 여자애의 냄새인 레몬과 로즈마리 냄새를 맡을 수 있다는, 바로 꿈 속의 그녀라는 것을 알게 된다. 리나에게 운명처럼 이끌리던 나는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는 그녀를 보호하게 되고, 덩달아 나또한 아이들에게 왕따를 당하지만 괘념치 않고 그녀에게 더욱 이끌리게 된다. 그런데 어느날부터 그녀가 마치 텔레파시처럼 내 머리 속에 말을 걸어오고, 그녀의 집안이 환영술을 펼치고 사람의 마음을 읽으며 주문으로 물체를 이동시키고 만들어내는 초자연적인 능력을 가지고 있는 “주술사” 집안이며, 그녀가 이번 16세 생일에 빛과 어둠을 선택해야 한다는 운명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를 지켜내겠다고 굳게 약속한다. 마침내 남북전쟁 재현극으로 온 동네가 어수선한 그날에 그녀의 16세 생일을 맞이하고 그녀의 생모(生母)이자 어둠의 주술사인 새라핀이 들이닥치면서 빛과 어둠의 일대 대격전이 벌어진다. 과연 “나”는 그녀를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그녀의 최종 선택은 과연 “빛”과 “어둠” 중 어느 것이었을까? 마지막 결론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한다^^

미국에서는 출간 한 달 만에 영 어덜트(YA) 소설 부문의 독보적인 올해의 소설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인기가 있었다는 이 소설은 두 권은 족히 될 만한 분량에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장르였음에도 막상 읽어 보니 불과 이틀 - 설 명절 연휴동안 본가인 대전으로 이동하면서 읽기 시작해서 본가에서 쉬면서 짬짬이 읽었음에도 이틀 후 돌아오는 기차 안에서 마지막 장을 넘겼다 - 만에 술술 다 읽게 된 책이었다. 200여년 남짓 밖에 안되는 미국 역사에서 가장 큰 사건이라 할 수 있는 “남북전쟁”의 상흔을 아직도 잊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는 보수적인 마을 “개틀린”을 배경으로 남북 전쟁 당시의 두 연인의 비극적인 사랑이 현대에 이르러 16세 두 남녀에게 마치 “대물림”처럼 재현되는 안타까운 상황 속에서 벌어지는 사랑을 그리고 있다. 특히 그동안 별다른 신화와 전설을 가지고 있지 않아 유럽 고유 신화인 “뱀파이어”, “타락 천사” 등의 설화를 빌어온 소재의 한계성을 벗어나 “주술사(呪術士)” - 원어로는 마법사나 마술사라는 뜻이었을 것 같은데 “주술사”라는 번역이 다소 낯설다. 원래 원어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라는 독특한 설정이 제법 흥미롭게 느껴졌다, 운명의 날인 리나의 생일을 향해 하루하루 지나면서 벌어지는 각종 사건들은 임팩트가 약한 - 스티븐 킹의 “캐리”를 연상시키는 무도회 장면에서는 뭔가 강렬하고 공포스러운 사건이 벌어질 것으로 기대를 했지만 그저 그런 해프닝으로 끝나버린다. 물론 대상이 영 어덜트, 즉 청소년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 평이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마지막 결말이 어떻게 될지 영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쉽게 놓지 못하게 한다. 결말도 총 4부작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즉 이 책이 완결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듯이 분명하게 매듭을 짓지 않고 끝나게 되는데, 두 남녀 주인공이 17세가 되는 시점인 다음 권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궁금증을 유발하는 일종의 열린 결말로 마무리한 점도 나름 괜찮게 느껴진다. 다만 애절한 두 남녀의 사랑에 별 감흥을 못 느꼈다는 점인데 내 가슴이 메말랐음을 탓하는 것이 맞을 것 같다.

“트라일라잇”에 완전히 반해 판타지 로맨스라면 책 뿐만 아니라 드라마며 영화며 죄 찾아 보고 있는 내 여동생 - 명절에 내가 이 책을 읽고 있자 빨리 읽고 자기에게 달라고 여간 성화가 아니었다 - 처럼 홀딱 반할 만한 그런 작품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판타지 로맨스” 소설에 대한 나의 거부감을 깨뜨리기에는 충분한 재미를 보여준 소설이라고 평하고 싶다. 앞으로도 계속 이어진다니 다음 권들도 기대해볼 만 하다. 그리고 이 책 덕분에 거부감이 옅어진 다른 “판타지 로맨스” 소설들도 눈여겨볼 생각이다. 그래서 과연 여성들만 좋아할 만 한 그런 장르였는지, 문화적 아이콘으로까지 일컬어 질 정도로 콘텐츠로서 가치가 있는지 제대로 평가해보고 싶다. 그래도 이왕이면 “로맨스”가 주(主)이고 “판타지”는 그저 장르적 형식만을 빌어 쓴 작품들보다는 정교한 “판타지”적 세계관과 사건들을 바탕으로 거기에 멋진 “로맨스”가 곁들어진 작품 - 장르가 전혀 다르지만 무협소설 매니아들에게는 “신(神)”으로 추앙받는 대만 작가 “김용(金庸)”의 <신조협려(神雕俠侶)>가 바로 “무협 로맨스”소설로서 남성들에게 절대적으로 지지를 받았었고 나 또한 두주인공인 양과와 소용녀의 애닲은 사랑에 꽤나 마음 아팠던 것을 보면 이런 로맨스 소설이 영 아니지는 않은 것 같다 - 들이 내 취향에는 더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 보면 판타지 “로맨스” 소설에 대한 거부감이 비록 그 정도는 옅어졌지만 아직도 남아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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