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훔쳐! 1 - 갱스터 브레이크
이진영 지음 / 생각의나무 / 2010년 12월
평점 :
절판


기막힌 플롯과 트릭, 반전의 추리소설들은 언제나 기대 이상의 재미를 느끼게 한다. 작가가 교묘히 감춰 놓은 트릭이 책 말미에서 명탐정에 의해 낱낱이 밝혀지는 장면을 읽고 나서 들게 되는 작가와의 두뇌 싸움에서 여지없이 패했구나 하는 느낌이 결코 기분 나쁘지 않은 유쾌함마저 들게 하는 그 맛에 추리소설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와 유사한 장르로 “사기(詐欺)”를 테마로 한 소설이나 영화를 보게 되도 비슷한 느낌을 받게 된다. 사기꾼의 복잡하면서도 치밀한 설계 - 사기꾼들 은어로는 “공사”라고 부른단다 - 는 여느 추리소설들의 트릭 못지않고, 서로가 속고 속이는 고도의 두뇌싸움과 통쾌한 반전 등은 왠만한 추리 소설의 반전을 능가하는 긴장감과 스릴을 맛보게 한다. 기억에 남는 영화라면 우리 영화인 박신양 주연의 <범죄의 재구성(2004)>을 들 수 있는데, 치밀한 각본과 속도감 있는 전개, 배우들의 멋진 연기에 2시간 가까운 러닝타임이 어떻게 갔는지 모르게 몰입해서 봤던, 최고 수준의 영화라고 볼 수 는 없겠지만 꽤나 재미있는 수작(秀作)으로 평가할만한 영화였던 걸로 기억이 난다. 이처럼 “사기극”을 소재로 한 소설이나 영화들이 몇몇 있었는데 사실 절로 감탄이 나올만한 절묘한 사기극과 반전을 보여주는 작품들을 만나보기가 쉽진 않았는데 이번에 제대로 된 “사기”를 소재로 한 기막힌 소설을 만나게 되었다. 이진영 작가의 <갱스터 브레이크; 세상을 훔쳐!(생각의 나무/2010년 12월)>이 바로 그 작품인데 2권 600여 페이지가 넘는 분량을 읽는 내내 정말 시간가는 줄 모르고 몰입하게 되는 최상의 긴장감과 재미를 맛볼 수 있는 멋진 대중 소설이었다. 

보통 사기 소재 소설이나 영화들이 그 대상을 권력층이나 재벌, 또는 뒤가 구린 세력 - 주로 탈세나 횡령 등 비정상적인 방법으로 부(富)를 축적한 세력들 - 들을 대상으로 하는 것과는 달리 이 책에서는 법보다 가깝다는 “주먹”, 그것도 전국적인 세력 - 전국구 -을 가지고 있는 “조직 폭력배”를 그 대상으로 하고 있다.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사람들(줄여서 아사세)라는 명칭만 보면 사회사업을 하는 무슨 공익 재단(財團)처럼 느껴지는 데, 사실은 한 때 풍미했던 사행성 게임인 “바다이야기”와 유사한 “태평양이야기”라는 사행성 오락 게임장을 수십 곳 운영하고, 비밀스럽게 “필로폰” 마약을 밀반입하여 유통시키고 있으며, 자신의 반대 세력을 손도끼로 테러를 가하고 - 그래서 조직명이 “토마호크”파다 - , 심지어는 사고사(事故死)로 위장한 살인도 서슴치 않는 흉악무도한 조직폭력배이다. 사건의 발단은 주인공의 전 애인인 “승희”의 부모님이 그만 도박에 빠져 이들에게 살해당하면서 - 물론 철저하게 사고사로 위장된다 - 시작한다. 주인공 “이강산”은 어려서 아버지가 도박으로 인해 자살을 하고, 어머니는 돈을 벌기 위해 도망간 불우한 가정에서 자라서 이웃인 승희 부모님께 의탁하여 성장하지만 역시 학교를 때려치우고 전전하던 중 보석 밀수를 하다가 감옥까지 다녀오게 된다. 출소 후 정신을 차리고 미국으로 건너가 새 출발을 하려던 강산은 승희의 부모님 소식을 알게 되고, 승희를 대신하여 복수에 나선다. 그러나 그저 좋은 두뇌와 밀수 시절 알던 동료, 감방에서 알게 된 동료 프로 겜블러 외에는 세력과 돈이 전무한 강산이 최첨단 IT 기술(?)로 무장 - 조직원마다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고, 통신업체 영업점을 통해 개인신상정보를 실시간으로 얻는 수준 - 하고 살인을 일삼는 전국 규모의 조직폭력배에게 복수를 한다는 시도 자체가 일견 무모한 시도로 보여진다. 그런데 강산은 감방에 가면서 알게 된 검찰 조직을 이용하여 먼저 토마호크파의 전 사행성 게임 오락장을 초토화시키고, 2단계로 자신의 밀수 경험을 살려 토마호크파가 마약을 손댄다는 점을 이용하여, 그들의 마약 공급망을 와해시킨 후 가짜 마약 루트를 설계하여 그들을 유인하여 함정에 빠뜨리고 거기에 자신을 잡아들인 부산세관 반장이자 부패한 수사관인 “구자두”까지 연계시키기 위한 계획을 세워 일을 진행한다. 몇 번을 붙잡혔다가 탈출하는 위기의 순간을 겪기도 하지만 일은 착착 진행되어 드디어 토마 호크파를 자신의 꾸며낸 마약 조직과 조우시키는 데 성공한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부산지역 마약조직 “세븐오션”을 잡기 위해 수사를 벌이는 미국의 수사기관(DEA) 부산 분실이 강산 일행을 주목하고, 미국으로 돈을 벌기 위해 가출했던 강산의 친어머니 “김효림”이 귀국하여 강산을 찾아 나서게 된다. 드디어 공사 "개시(D-DAY)"날, 강산과 승희는 자신들을 의심하면서 마약 루트를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해야겠다는 - 내심으로는 마약과 돈을 중간에서 가로채겠다는 흑심을 품고 있는 - 토마호크파의 보스를 대동하고 태국 방콕으로 날아가 가짜 마약을 입수하여 살색 조끼에 담아오는 데 성공하지만 작전을 알아챈 DEA 수사관들과 부산 세관 “구자두” 반장 일행은 그들을 주목하고 마약 거래 장소까지 은밀히 따라붙는다. 거래가 성사되면서 마약이 가짜라는 것이 들통날 무렵 구자두 반장 일행이 급습하고, 이어 DEA 수사관들까지 들어닥치자 미리 대기해 놓은 토마호크파 자살조들까지 공장을 습격하면서 일대 혼란에 빠진다. 낙심한 승희는 원흉인 토마호크파 보스라도 죽이기 위해 칼을 꺼내려 하지만 혼란 중에 토마호크파 보스와 일행은 현장의 마약과 돈을 수거해 달아나고, 그들을 놓친 DEA는 강산 일행을 체포해 수사본부로 압송해간다. 과연 이 사기극의 결말은 어떻게 났을까? 결론은 스포일러라 생략한다^^  

1권 먼저 구해 읽고서는 “2권으로 계속”이라는 말이 어찌나 야속하게 느껴지던지 혹 결말을 알 수 있을까 싶어 다른 분들 서평들을 찾아 읽어보기도 하고, 책 구입목록에 1순위로 올려놓고는 마우스 버튼을 만지작거리게 할 만큼 안달이 났었는데, 다행히 1, 2권 세트로 읽을 기회가 생겨 어찌나 기뻤는지^^ 결국 이 책을 받아들고는 읽고 있던 책을 내팽겨치고는 1권부터 다시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도대체 2권 내용이 궁금해 견딜 수가 없어 1권을 대충 읽고는 바로 2권을 읽기 시작하였다. 밤 10시 무렵 읽기 시작한 책은 결국 앉은 자리에서 자리를 뜨지 못한 채 불과 서너 시간 만인 새벽 1시 너머에 다 읽게 되었고, 읽고 나서도 통쾌한 재미와 감동에 쉽게 잠을 이루지 못하게 만들어 결국 뒤척이다가 새벽녘에야 잠을 이룰 수 있었다. 정말 오랜만에 책 읽는다고 밤늦게까지 잠자리에 들지 않을 정도로 재미가 있었던 이 책은 1권만으로도 사기극 본연의 긴장감과 재미가 충분히 느껴져 내처 읽게 만들더니 본격적인 사기극이 펼쳐지고 대망의 결말을 맺는 2권은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아슬아슬한 설정으로 읽는 내내 가슴을 조마조마하게 만든다. 종종 이런 류의 사기극을 보면 주인공이 천재라 부를만한 비상한 두뇌를 가진 인물로 설정하고 그런 주인공을 돕는 온갖 기연(奇緣)을 만나는, 일종의 무협소설적인 구성을 보여주기 마련인데 이 책의 주인공인 강산은 그렇게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도 못하고, 조직폭력배를 상대하고 있음에도 무력(武力) 또한 일반인과 엇비슷한, 즉 평범함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그렇다 보니 사기극을 벌이면서도 여러번 토마 호크파에 붙잡히거나 - 그들을 속이기 위해 일부러 잡히기도 하고, 조직 정보망에 걸려 붙잡히기도 한다 - 또는 간발의 차이로 도망가는 아슬아슬한 장면이 연속되기도 하고, 의외의 세력이라 할 수 있는 미국 수사기관(DEA) - 나중에 큰 반전을 이끈다 - 처음에는 불필요한 인물로만 느껴졌지만 결말에 이르러 주인공을 위기로 빠지게 할 뻔한 어머니의 등장 등 외외의 변수들이 주인공의 사기극을 아슬아슬하게 만들고 도대체 이 사기극이 제대로 성공할 수 있을까 하는 결말에 대한 궁금증을 간절하게 만들고  잠시라도 긴장감을 늦출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스마트폰과 개인정보까지 실시간으로 취합하고,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춘 조직이 일개 사기꾼에게 이리저리 휘둘리는 장면, 교도소에서 만난 동기가 토마호크파에 옛 연인을 잃고 복수를 꿈꾸고 있는 “프로 겜블러”라는 설정, 그런 교도소 동기가 소개시켜준 미스테리한 인물인 “피터 최”가 강산이 계획하고 있는 가짜 마약 루트를 짜는데 더할 나위 없이 제격이라는 설정 - 전직이 부산에서 활약한 진짜 마약상이었고, 강산이 도용하고 있는 실제 마약조직인 “세븐오션”과도 뭔가 연관이 있는 걸로 보여진다 - 등은 소설적인 비약으로 느껴지긴 하지만 원래 작정하고 속이는 사람에게는 열 사람도 당하지 못한다는 옛말처럼, 그리고 이 책이 아예 사기극을 표방한 장르소설이라는 것을 감안한다면 그렇게까지 뜬금없는 설정은 아닌, 오히려 극적 긴장감과 재미를 극대화하는 절묘한 장치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1권을 읽고 나서는 “복수”라는 미명하에 “사기”라는 범죄를 저지르는 주인공들의 운명 또한 결코 순탄치 않은, 어쩌면 비극적으로 끝을 맺는 게 좀 더 현실적이지 않을까 생각을 했었는데, 이렇게 가슴 후련한 복수극을 멋지게 마무리하고 해피엔딩으로 끝을 맺는 것도 멋진 마무리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래 사기극의 백미는 멋지게 성공한 주인공들이 잘 먹고 잘 살았다라고 마무리하는 것이 훨씬 드라마틱하지 않은가. 읽는 내내 가슴 졸이게 하는 긴장감과 통쾌한 결말로 가슴을 시원하게 만드는 이 책, 서평을 쓰면서 절로 호들갑스러운 칭찬과 감탄사를 늘어놓게 만드는 정말 멋진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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