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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너의 사회과학 - 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
우석훈 지음 / 김영사 / 2011년 3월
평점 :
요새 출판계의 가장 큰 이슈는 작년부터 일기 시작한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의 열풍이라고 한다. 2010년 가장 큰 화제작이었던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누적 판매량 기준으로 80만 부를, 장하준 교수의 신자유주의 비판서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도 40만 부를 넘어섰다고 하고 각종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을 보면 인문 사회과학 서적들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으며 이런 인문 사회과학 서적의 열풍은 인문학 강좌·강연으로까지 이어지면서 대학·출판사들이 속속 강좌·강연을 개설하고 있으며 중장년층을 중심으로 인기를 누리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기현상(奇現象)이라고까지 일컬어지는 이런 인문사회과학서적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실세계에 대한 인문학적 탐구욕과 모순이 팽배한 사회에 대한 반작용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인데 즉 지금까지 실용학문에만 치우쳐 있던 우리 자신에 대한 뼈아픈 반성이자 경제적 가치에만 매몰돼 있던 현실에서 윤리나 정의 등 근본적인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그 대안을 모색해보는 건강한 움직임이라는 해석이다(대전일보 2011-1-27 <첨단 테크놀로지 시대 ‘인문학 신드롬’> 기사 발췌). 그만큼 시절이 하수상하다 보니 현실 정치와 사회, 경제에 대한 관심과 비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는 반증일 것이다. 덕분에 나도 작년과 올해 인문사회과학 서적들을 종종 접할 수 있었는데, 몇 몇 책들 - 대표적으로 이택광 교수의 <인문좌파를 위한 이론가이드>, 로버트 미지크의 <좌파들의 반항>을 꼽을 수 있겠다. 두 책 다 현대 “신좌파”를 다루고 있다 - 에 대해서는 사회과학에 대한 기초 소양이 절대 부족하다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그래서 사회과학에 대한 기초부터 차근차근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에 입문서들을 물색해봤지만 마땅한 책을 만날 수 없어 아쉬웠는데 이번에 제대로 된 사회과학 방법론에 대한 기초 입문서를 만나게 되었다. <88만원 세대>의 저자이자 우리 시대 대표 논객(論客)으로 유명한 우석훈 교수의 <나와 너의 사회과학; 우리 삶과 세상을 읽기 위한 사회과학 방법론 강의(김영사/2011년 3월)>이 바로 그 책이다.
작가는 서문 “무엇이 공동체를 지키는가”에서 몇 년 동안 대학생, 대학원생들과 크고 작은 스터디를 하면서 기초 교육에 대한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이야기하면서 학문의 전문화만 지나치게 외치면서 사회과학의 기본을 다루는 논의가 없었고 마땅히 쓸 만한 교과서가 없어 사회과학 공부를 시작할 수 있게 안내하는 책을 내고 싶었다고 집필 동기를 밝히고 있다. 책의 대상을 인문 사회 분야의 학부 1~2학년 또는 비전공자인 경우 대학원 1학기 정도로 사회과학에 대한 개괄적인 입문서 수준에 맞추려고 노력했으며 1990년대 이후 발전된 방법론에 대해서 소개하려고 했다고 한다. 작가는 사회과학이 기본적으로는 수다쟁이들의 언어로 사회과학자들은 참 많은 사람들이고 간단한 것을 아주 기괴한 언어를 통해서 복잡하게 만드는 기막힌 재주를 가진 사람들이며 우리 사회가 좋아질 수 만 있다면 좀 시끄럽고 요란해져도 좋을 것이라고 말하다. 그러나 상처를 주는 데만 집중하다가 결국 많은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고 남성적인 측면만 강조되어 수컷들의 호전성이라는 특징을 갖게 되었던 상처받거나 아픈 기억의 1980년대의 사회과학이 아니라 더 많은 소녀들과 주부들이 초대되어 그들이 “당신들이 맞다. 틀리다”라고 기꺼이 평가할 수 있고 글을 쓰거나 생각을 정리할 때 또는 사회의 대안을 찾아갈 때 길잡이가 되어주는 실용적인 목적의 사회과학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그렇다면 사회과학이란 무엇일까? 작가는 사전적 의미로는 “인간 사회 현상을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모든 경험과학”으로 사회학, 정치학, 법학, 행정학, 심리학 등이 이에 해당한다고 한다. 또한 사회과학은 신과 같은 절대자의 존재로부터 본질을 유추하는 형이상학(形而上學)이 아니라 사회현상에 대한 증명과 실험, 관찰을 하는 “과학(科學)”이며 사회과학 방법론이란 사회 현상이 존재한다는 것이 하나의 이론이라면 우리가 도대체 그것을 어떻게 알 것인지, 즉 인식의 수단에 대해 논하는 것을 말한다고 한다. 또한 사회과학은 사회적인 문제가 생겨야 발달하는 거지, 문제 자체가 없다면 필요 없는 학문일 수 있겠지만 흥할 때는 세계를 지배했을 정도로 정신없이 올라갔지만 망할 때는 급속히 내려갔던, 흥하고 망하는 속도가 너무 빨라 이렇다 할 경제학자나 사회학자를 배출하지 못했던 네덜란드와 지금의 한국이 비슷한 상황이라며 뭐가 문제인지 파악이라도 해야 대책이 생기는 법인데, 성장 일변도로 급변하는 사회에서는 그런 문제를 살펴봐야 한다는 인식조차 생기지 않는다고 비판한다. 한편으로는 독립을 쟁취하면서 좋은 나라를 만들고 싶다는 열망, 즉 위기에서 우리를 구한 희망의 원천인 “내부 동기”를 가지고 있다는 점은 강점으로 꼽는다. 작가는 우리나라에서 사회과학이 화려하게 꽃피었던 절정기로 민주화 열망이 강렬했던 1987년부터 1995년 사이였다고 말하면서 학문의 기본이자 예술의 기본인 사회과학이 현재는 폭이 굉장히 좁아졌고, 독서의 기초 체력이 약해졌을 뿐더러 저자군도 아주 빈약해져서 2~3년 전부터 주장해온 “사회과학 르네상스”를 위해서는 바로 “사람”의 문제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따라서 저자는 이 강좌의 목적은 “좋은 독자”가 아니라 “좋은 저자”를 위함이며 그런 ‘예비 저자’ 들에게 유용한 방법론을 제시해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처럼 사회과학 방법론의 정의와 집필 동기를 밝히는 <1장 지금 우리에게는 사회과학이 필요하다>이 끝나고 나면 <2장 착해지기 vs 똑똑해지기>부터는 본격적인 사회과학 방법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즉 각종 사회과학 서적들에서 한번쯤은 접해봤지만 명확하게 개념정리가 되지 않았던 “이기주의 가설과 이타주의 가설”, “데카르트와 칸트, 헤겔” 철학, 경제학에서의 “개인(왈라스)과 전체(케인즈)의 개념”, “환원주의와 다원론”, “균질성과 비균질성”, “목적론적 역사관과 진화론”, “보편주의와 특수주의”, “선형과 비선형” 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개념들을 이 서평에서 모두 설명할 수 는 없을 테고 작가의 현실 문제와 비유를 통한 설명을 몇 가지만 소개해보자.
작가는 한국에서 착한 사람들을 은평 뉴타운에서 보았다고 이야기한다. 뉴타운을 조성하면 50%의 집 가진 사람 중에서 아주 일부만 상당한 이익을 볼뿐 나머지 집 없는 사람들은 무조건 손해를 보는데도 동네가 발전하는 것 같아서 좋다는 이유로 대부분 찬성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경제적 합리성, 즉 이기주의 가설로는 도저히 설명이 되지 않는 진짜 이타주의를 구현하는 사람들이라고 평한다. 그래서 뉴타운이 건설되면 당장 쫓겨날 세입자들과 돈이 없어 외곽으로 이주하는 집주인들에게 그들의 삶에 어떤 운명이 닥칠 것이라고 알려주는 ‘똑똑해지기’ 혹은 ‘집단지식(collective knowledge)'의 시도가 한국에서는 이제껏 제대로 이루어진 적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생각보다 효과가 놓을 것이라고 전망한다. 지금처럼 문제가 있을 때 그 문제에 대해 우리 스스로 질문하지 않으면 그땐 정말 나락으로 떨어질 수 밖에 없는, 즉 사회과학이 그러한 문제에 대한 질문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생을 살아가는 데 전문가형 지식과 백과사전형 지식 중 어느게 유리하냐고 물으면서 주류 언론에서는 ‘전문가’를 외쳐댔지만 사실은 이미 백과사전형 지식의 시대가 도래되었다고 말하며 실제로 한국을 움직이는 것도 이런 유형의 지식인, 즉 얕지만 넓게 알면서도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는 사람들, ‘기획자(planner)'들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한국의 교육은 백과사전형 지식을 갖춘 사람이 배출되기 어려운 구조여서 지금이라도 사회과학을 통해 이런 지식인들을 많이 양성해야 하며, 우리 모두가 사회과학자가 될 수 는 없지만 사회과학이라는 범주 안에 있는 개념들을 어느 정도 익히고 이해한다면 스스로 공동체의 문제를 분석하고 해법을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경제학 조류를 ‘개인-구조’,‘설명-이해’ 4개의 분면으로 구분하여 설명하는데, 경제학을 전공한 나로서도 생소한 분류라서 꽤나 색다르고 흥미로웠다. “개인”을 강조하고 미래에 이렇게 되리라고 예측하는 “설명”이 이론의 기본 틀인 ‘신고전학파 경제학“을 ’개인-설명‘ 분면에 배치하는 것과 달리 개인 대신 ”구조“를 강조했던 케인스와 스탈린주의는 ”구조-설명“ 분면에 배치한다. 한편 개인들 사이의 약속에 의해서 제도가 등장하는 과정을 살피려고 했던 신제도학파나 협약주의자, 게임이론은 ”개인-이해“ 분면에 배치한다. 그렇다면 서두에서도 잠깐 언급했던 장하준 교수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작가는 '국가의 역할’을 경제 발전이라는 틀에서 적극적으로 해석하려고 하는 장하준 교수는 각 국가가 처한 제도적 상황이나 역사적 조건에 따라 경제 발전 과정이 다를 수 있다고 본다는 면에서, 국가와 개인이라는 두 가지 눈을 다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구조-이해’, ‘개인-이해’의 경계에 배치하는데 공감이 가는 대목이다.
작가는 마지막 장인 <13장 사회과학, 실험은 없다!>에서 사회과학의 할 일이 정권 교체나 민주정부의 수립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한다. 그런 점에서 정치와 이론의 영역이 구분되고 또 정책과 분석의 영역이 구분되어야 하며 이론과 분석은 정권을 바꾸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앞에서도 언급한 사회과학의 르네상스가 이루어진다면 현실의 많은 문제들이 지금보다 개선될 것이며 작가는 더 많은 일반인 저자들이 집단적으로 등장하는 것을 간절히 바라며 특히 또한 한국에서 “과잉대표” 경향이 있는 남성들보다 “과소대표”된 사회적 주체들인 20대들과 30~40대 주부들이나 직장 여성들이 자신의 소신을 체계화하여 사회과학의 저자로 당당히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게 되기를 희망하는데 이는 단순히 정권을 바꾼다거나 한국 사회를 질적으로 성장시키는 것보다 훨씬 더 크고 근본적인 변화를 희망하기 때문이라고 그 이유를 밝힌다. 그리고 사회과학이 개개인에게는 삶이 풍성해지는 것으로 그치겠지만 이런 움직임이 집단적으로 대중적으로 이루어진다면 우리가 한 번도 꿈꿔보지 못한 새로운 시대를 열 수 있을 것이라며 책을 끝맺는다.
소개 하고 싶은 책 내용들이 많다보니 쓸데없이 글이 길어졌지만 결론을 말하자면 나처럼 사회과학에 대한 기초 소양이 부족한 사람들에게는 “입문서”로 더할 나위 없이 가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겠다. 몇몇 대목은 이해하기 어려운 부문도 있었지만 인터넷이나 참고서적들을 통해서 보충해서 이해해 나간다면 사회과학 방법론의 기본 개념을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고, 그러한 개념 정리를 충실히 해낸다면 보다 깊이 있는 사회과학서적들을 학습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 책이 널리 읽혀서 작가의 바램대로 “좋은 독자”가 아닌 “좋은 저자” 되겠다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작가가 원하는 “사회과학 르네상스”를 여는 계기가 되어 주기를, 그리고 그날이 온다면 기쁜 마음으로 그 다음 10년의 논의와 변화를 모아 이 책의 개정판을 내겠다는 작가의 약속이 꼭 이루어지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