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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팻 브라운 지음, 하현길 옮김, 표창원 감수 / 시공사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프로파일러(Profiler).
범죄사건의 정황이나 단서들을 분석하여 용의자의 성격과 행동유형, 심지어 신상 정보라 할 수 있는 성별· 연령· 직업· 취향· 콤플렉스 등을 추론하여 수사방향을 설정하고, 검거 후에는 심리적 전략을 구사함으로써 자백을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는 “범죄심리분석가(네이버 발췌)”를 지칭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해외에서는 1972년 FBI가 이 수사 기법을 공식 도입하면서 시작했다고 하니 그 역사가 벌써 40여년 가까이 이른다고 하며, 요즘 케이블 TV 편성표를 장악하고 있는 미국 수사물 드라마에서는 이런 프로파일러를 소재로 하는 드라마가 많다고 하니 우리에게도 결코 낯설지 않은 그런 존재라 할 수 있다. 내가 프로파일러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지난 2010년 부산 여중생 살인 사건 보도에서 국내 프로파일러 권위자가 출연해 용의자의 성격이나 행동반경 등을 추론해내는 방송을 보고난 후였으니 꽤나 늦게 알게 된 셈이다. 그 이후 접해본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들에서 작은 단서들만으로 범인을 척척 맞추던 “셜록 홈즈”와 같은 존재로 그려지고 있는 프로파일러들을 심심찮게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이런 모습들이 매력적이었는지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프로파일러가 되는 방법”이라는 질문들과 답변들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과연 프로파일러는 21세기 신종(新種) 탐정(探偵)일까? 미국 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전문 프로파일러라는 “팻 브라운”은 그녀의 저서 <프로파일러; 연쇄살인범과 사이코패스를 추적하며 지낸 나의 인생(원제 The Profiler/시공사/2011년 3월)>에서 현실 속의 프로파일러들은 드라마에서 그려진 것 같은 전지전능과는 거리가 멀다고 잘라 말한다.
책 표지를 열면 한국 프로파일러 권위자의 <추천사> - 앞선 말한 부산 여중생 사건 보도에서 본 그 프로파일러다 -와 <한국어판 서문> - 태권도를 배웠고 그녀의 첫 애인도 한국 사람이라고 하니 우리와는 인연이 있다 - , <감사의 말>, <독자 여러분께>, <머리말>, <프롤로그> 거쳐야 비로소 본론인 PART1이 시작된다. 왜 이렇게 소개글과 서두가 긴지 짜증이 나기도 하지만 몇 몇 글은 건너뛰고 서둘러 본론에 들어갔다.
작가 팻 브라운은 40대 초반까지만 해도 세 아이의 엄마이자 수화통역사 - 청각장애인, 농아들에게 수화로 의사전달을 하는 사람. 작가는 병원에서 근무한다 - 로 근무하던 평범한 가정주부였다고 한다. 그런데 1990년 그녀가 살고 있던 마을에서 “앤 캘리”라는 20대 여인이 시체로 발견되면서 그녀의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게 된다. 그녀는 평소 수상쩍게 생각해온 세입자 “월트”가 앤 캘리를 죽인 살인범으로 확신하고 그의 방을 뒤져 각종 증거물을 찾아내어 경찰서에 들고 가지만 한마디로 문전박대당하고 만다. 결국 그녀는 자신 스스로 이 사건을 해결하기로 결심하고 관련 서적과 강의를 들어가면서 공부하기 시작하고, 결국 6년 만에 “월트”를 가장 유력한 용의자로 재수사하게 하는 데 성공하지만 이번에도 역시 월트는 증거불충분으로 용의선상에서 제외되고 사건은 미궁으로 빠지게 된다. 이때부터 본격 프로파일러로 나선 그녀는 많은 사건들을 프로파일링하고 방송에도 출연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한다. PART1에서는 이처럼 평범한 가정주부였던 그녀가 동네에서 발생한 살인사건을 계기로 프로파일러에 입문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고, PART2에서는 그녀가 본격 프로파일러로 나서면서 그녀가 직접 프로파일링한 사건들을 소개하고 있는데, FBI와 같은 공식 수사기관에 속하지 않은 “민간” 프로파일러이고, 사건 발생 후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에야 피해자 가족들에게 의뢰받아 사건 기록들과 증거물들, 탐문 수사 - 이미 오래전 사건이라 증거들은 불충분하고 제한적이며 비협조적인 경찰들, 냉담한 사건 주변 사람들 등으로 그 과정이 꽤나 힘들고 어려워 보인다 - 등을 통해서 그녀가 직접 결론을 도출해 낸 사건들로 어찌보면 그녀의 의견 제시일뿐 아직 해결되지 않은 미제(未濟) 사건들이 대부분이다. 즉 그녀는 매 사건들마다 자신의 프로파일링 과정과 결과를 공개하면서 사건들을 재수사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추리소설이나 드라마에서 그려지고 있는 과장된 프로파일러의 허상(虛像)을 깨뜨리고 실제 프로파일러들의 수사과정을 사실적이고 생생하게 묘사하고 있어 프로파일러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프로파일러 직업 소개서”로써 꽤나 유익한 정보가 될 수 있겠지만 오히려 그러한 사실성과 구체성 때문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작가를 프로파일러의 길로 나서게 한 사건에서부터 쉽게 공감하기가 어려웠다. 세입자가 의심스러운 진술과 행동을 보인다는 이유로 그의 방을 뒤져 옷가지와 몇몇 물품들을 찾아내 경찰에 들고 가서 수사를 해달라고 떼를 쓴다고 해서 어느 경찰이 불충분한 물증과 증언만 믿고 수사 - 물론 작가는 경찰이 처음부터 사건 해결의 의지가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증언을 믿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에 나설지 억지스럽기까지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그녀가 프로파일링한 사건들을 소개하는 대목에서도 추론과정이 흥미로운 면도 없진 않지만 너무 구체적이고 자세한 설명들로 지루하게까지 느껴지고, 결론 자체도 쉽게 동의하기 어려운 대목이 많았으며, 미제 사건에 대한 그녀의 확신 또한 조금은 위험하게까지 느껴지기도 했다. 다만 자신의 가족을 참혹하게 잃고 괴로워하는 가족들과 어디 하소연할 데 없어 억울한 처지에 몰린 용의자들에게 위안을 주고 마음의 짐을 덜어주기 위한 팻 브라운의 진정성(眞正性)만큼은 책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책의 재미를 떠나서 때론 사기꾼 취급을 당하기도 하고 경찰들의 냉소와 법 집행 기관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사건의 진실을 위해 애쓰는 그녀의 용기에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