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야구부의 영광
이재익 지음 / 황소북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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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모 방송국의 예능 프로그램이었던 연예인 야구단 방송을 즐겨본 적이 있었다. 야구를 좋아하는 연예인들이 모여 팀을 결성해 기존의 사회인 아마추어 야구팀들과 경기를 벌이지만 연전연패를 하다가 드디어 1승을 거두며 서로 얼싸안고 기쁨의 눈물을 흘리는 장면을 보면서 잔잔한 감동마저 느꼈다. 그런데 방송이 인기를 얻으면서 여러 프로야구 구단에서 그들을 지도하고 여러 협찬이 들어오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해 강팀들마저 이기는 모습을 보고는 이내 흥미를 잃게 되었다. 내가 그들에게 열광했던 것은 그들이 유명 연예인이거나 출중한 야구 실력을 갖춘 강팀이어서가 아니라 꼴찌라도 정말 순수한 열정과 노력만 가지고 있다면 언젠가는 이길 수 있다는 그런 희망을 엿볼 수 있어서였을 것이다. 그런데 프로 야구 구단들의 전문 교육을 받고 실력이 급성장해서 강팀으로 변모해가는 모습이 마치 “개천에서 더 이상 용(龍)이 나올 수 없다”는 시쳇말 - 돈이 바로 실력을 키우는 지름길이라는 자본주의 논리 - 그대로 들어맞는 것 같아, 이제는 더 이상 순수한 열정의 아마추어 팀이 아니라 상업적 냄새가 물씬 풍기는 여느 기성팀들과 다를 바가 없다고 느껴져 관심이 금세 시들해져버렸다. 내가 서울대 야구부에 삐딱한 시선을 가지고 있던 이유도 아마 비슷한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대한민국 최고 수재(秀才)들이 동호회, 즉 취미 수준으로 하는 야구, 한 때는 앞서 말한 연예인 야구단 못지않게 언론에 희자되었고 역시나 여러 프로야구 구단들이 야구 장비를 지원하고 특별 교습까지 했다는 기사들을 보면서 앞으로 이 사회를 이끌어나갈 예비 엘리트들에 대한 특별한(?) 관심이 영 못마땅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물론 그네들의 대학과는 비교도 안되는 수준의 대학 출신이라는 자격지심(自激之心)이 더 컸을 수 도 있겠지만. 그래서였을까. 전작인 <카시오페아 공주>, <압구정 소년들>을 읽으면서 참 글 재미있게 쓰는 작가구나 하고 생각해온 이재익의 신간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황소북스/2011년 3월)>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던 이유가. 그런데 막상 책을 읽고 나니 나의 선입견을 여지없이 무너뜨린, 기대를 져 버리지 않는 탁월한 재미와 전작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잔잔한 감동까지 불러일으키는 멋진 소설이었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인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의 김지웅, 대기업 영화 투자 파트에서 성공가도를 달리던 중 신생 영화 투자 회사에서 투자금 관리 책임자인 부사장으로 스카우트 제의를 받아 직장을 옮겼지만 제의를 해왔던 제작자가 펀딩한 돈 일부를 가지고 해외로 도피하는 바람에 졸지에 실업자 신세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불륜 사실을 아내에게 발각당해 이혼 위기에 처하고 집에서 쫓겨나와 월세 70만원의 오피스텔에서 거주하고 된다. 하루하루가 좌절과 낙담일 수 밖에 없던 지웅은 이삿짐에서 오래전 받았던 “박철순” 선수의 사인볼 - 인터넷 연재에서는 “최동원” 선수 사인볼이었다^^ -을 발견하고는 자신이 몸담았던 서울대 야구부 시절을 떠올린다. 그리고는 좌절을 딛고 일어설 대안으로 자신이 투자 평가자로서 늘 접해왔던 영화 시나리오를 써보기로 결심하고 그 첫 소재로 서울대 야구부를 선택한다. 책은 야구부 시절 같이 뛰고 뒹굴었던 야구부원들을 한명씩 만나면서 자연스럽게 지웅의 학창시절 추억이 오버랩된다. 변호사, PD - 아마도 SBS 라디오 컬투쇼 PD인 이재익 작가 자신을 롤모델로 한 것 같다 -, 의사 등 서울대 출신들답게 사회 각층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동기들을 만나 그 시절 추억을 이야기 나누는데 유독 자신과 배터리를 이루었던 포수이자 4번 타자였던 선배 장태성의 소식만큼은 어느 누구에게도 듣지 못한다. 시나리오는 완성단계에 들어서지만 장태성의 후일담을 담지 못해 아쉬워 계속 장태성의 행방을 수소문하던 중 그 당시 야구부 매니저이자 태성을 짝사랑했던 희정의 소식을 우연찮게 전해듣고 태성이 졸업 후에도 야구를 그만두지 못하고 롯데 자이언트에서 2군 포수생활을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부산으로 그를 만나러 간다. 드디어 만난 태성에게서 그간의 사정과 함께 며칠 후 마지막 은퇴 경기를 치룬다는 것을 알게 된 지웅은 은퇴 경기에 서울대 야구부 동기들을 불러 모은다. 태성의 사연이 인터넷으로 알려지면서 2군 경기임에도 관중들이 구름같이 모여들어 사직구장의 28,500석은 만원 사례를 이루고 드디어 태성의 경기가 시작된다. 마지막 은퇴 인사를 하는 장태성을 바라보면서 서울대 야구부원들의 눈이 축축히 젖는다. 

책 목차를 1회 초부터 연장전까지 야구 경기를 모티브로 따온 이 책은 1997년 창단하여 한국 스포츠 사상 최대인 199연패를 기록했던, 공부에서는 최고였지만 야구실력은 꼴찌였던 서울대 야구부 이야기를 주축으로 하고 여기에 한국 프로야구 30년사를 길이 빛낸 스타들이자 야구 매니아들에게는 전설적인 영웅들이었던 박철순, 최동원, 선동렬, 장종훈, 양준혁 등의 이야기를 중간 중간에 들려줘 읽는 재미가 여간 쏠쏠한 것이 아니다. 스포츠 소설로 볼 수도 있는 이 책에서 작가는 독자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었을까? 먼저 이 책의 주요 무대이자 이미 전작인 <압구정 소년들>에서도 소재로 삼았던 작가의 모교인 “서울대”에 대한 작가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서울대학생과 다른 대학교 학생이 지능이나 학력에서 차이가 확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고집이 다른 거다. 한참 마음이 들끓는 10대 후반, 여자, 술, 잠, 영화, 게임 등등 수많은 유혹을 물리쳐야 한다. 타협을 권유하는 마음의 소리와도 맞서야 한다.(중략) 서울대 졸업장은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 자들에게 주어지는 인증서가 아닐까?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는 확실하게 통하는, 이 사람은 능력과 함께 근성을 지난 사람입니다 하는 인증서 - P.29 

타대학생들은 그만큼 근성이 부족했다는 뜻으로도 들릴 수 있어 약간은 불편할 수 도 있는 말일수도 있겠지만 이런 관점이 바로 서울대 야구부가 그렇게 패배를 당하면서도 해체되지 않고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주된 이유라고 해석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즉 작가는 연이은 패배에 좌절해서 그만 둘 법도 하지만 바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그런 포기와 좌절을 종용하는 마음의 소리와 주변의 비웃음에도 끝까지 타협하지 않는 서울대 특유의 근성과 야구를 진정으로 사랑하는 그들의 마음이 그 어느 누구보다도 강렬했기 때문에 아직도 이어져 온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야구부를 이끌었던 감독은 그들에게 승리하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싫든 좋든 타인의 주목을 받아야 하고 리더가 될 그들이 패배를 통해서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매번 콜드 게임 패를 당하면서도 오뚝이처럼 포기하지 않고 승리에 대한 확신만큼은 절대 버리지 않는다.  

“단 한 번도 질 거라고 생각하며 연습한 적은 없었으니까. 항상 믿었으니까. 적어도, 믿으려고 애썼으니까. 이번에는 꼭 이긴다고.”

큰 스코어 차이로 졌음에도 승리하지 못한 점을 아쉬워하며 다음 경기에서는 꼭 이기겠다고 다짐하는 그들, 결국 창단한지 27년 만에 꿈에 그리던 1승을 거두었다고 한다. 작가가 말하는 서울대 야구부의 영광은 그렇게 목말라하는 승리를 거둔 결과가 아니라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노력했던 서울대 야구부원들의 열정이 그 자체가 바로 영광이었다고 말한다. 장태성의 마지막 헛스윙이 지웅에게 멋진 희망의 홈런으로 보였던 것도 오랫동안 잊고 지냈던 젊은 날의 열정을 다시금 떠올릴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열정을 가진 사람들이 굳이 “서울대” 야구부만은 아닐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조용한 야구단’인 충북 충주 “성심학교” 야구단원들이 흘리는 구슬땀과 바쁜 일상으로 파김치가 되어 버렸음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야구가 좋아서 휴일마다 동네 운동장에서 목청이 떠나가라고 소리 지르며 야구 연습을 하는 동네 야구팀 직장인들의 상기된 목소리에서도 이런 열정을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책을 덮고 나서 나는 과연 젊었을 때 무언가에 미치도록 열광했던 적이 있었는지 잠시 떠올려봤다. 선배들과 술 마시며 사회 부조리와 모순을 이야기하며 울분을 토했던, 세상 고민이라는 고민은 혼자 다하려 했던 대학시절, 혼자 짝사랑했던 여학생에게 편지 쓴다고 밤을 하얗게 지새웠지만 수십 장의 구겨버린 편지지만을 남긴 채 결국 부치지 못했던 일, 학교 다닐 때도 잘 하지 않았던 공부를 회사 들어와서 근 몇 달을 주말마다 학교 도서관을 찾아가서 공부했던 일들이 떠오른다. 나도 그런 적이 있었구나 하는 생각에 절로 입가에 미소를 짓다가도 지금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열정에, 이제 젊은 시절의 열정을 되살리기에는 너무 늦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씁쓸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래도 오랜만에 젊은 시절을 다시금 상기시켜보는 계기가 되었던 이 책, 참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이었다. 이재익 작가의 작품, 앞으로도 계속 읽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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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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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모 포털 사이트에 연쇄살인범인 “강호순 인권존중카페”가 개설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경악에 빠뜨린 적이 있었다. 카페 개설자는 “범죄의 경중을 떠나 연쇄살인범의 인권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8명의 여성을 납치 살해하고 자신의 처와 장모마저 살해한,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니 제정신이냐 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고 결국 카페는 얼마 안 있어 폐쇄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강호순 같은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이 아니라 일반적인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 - 물론 살인에 특별과 일반을 구분할 수 있는 지가 문제겠지만 - 의 인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까? 살인은 인간다움을 포기한 극악한 범죄인만큼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권이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천부적으로 타고난 권리로 사람의 귀천(貴賤)이나 행위에 따라 있고 없고 한 것이 아니며 설사 살인자라 하더라도 마땅히 인권은 존중받아야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독일 베를린에서 16년 동안 형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1,500 여 건의 사건을 담당했던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는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갤리온/2010년 11월)>에서 인권문제를 떠나서 살인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라고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말도 안 되는 변명도 있겠지만 때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딱한 사연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저 책에서 소개한 11건의 사연들로는 부족했는지 또 다른 사건들과 그에 얽힌 사연들을 담은 후속편을 우리에게 다시 선보였다. 바로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갤리온/2011년 3월)>이 그 책이다.   

책에는 15건의 사건과 사연들이 수록되어 있다. 전편에서는 11건 모두 살인사건을 다루었는데 이번 편에서는 살인 뿐만 아니라 성폭행, 사고사(事故死), 밀수 등 다양한 범죄에 얽힌 사연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건 자체가 주는 충격적인 맛은 조금 덜한 감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사건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만큼은 전편 못지 않게 기가 막히고 애달프게 느껴진다.  

작가는 먼저 자신이 맡은 첫 번째 사건이었던, 남에게 밝히기 부끄러운 사건부터 털어놓는다. 작은 도시 축제일, 열여섯 꽃다운 나이의 한 소녀가 동네 아마추어 악단 단원 아홉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위중한 그녀를 살리기 위해 의사들은 소독약으로 그녀의 몸을 깨끗이 닦고 치료를 하지만 가해자들의 DNA 단서까지 없애버리는 우를 범하고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모두 무죄 판결이 나고야 말고 소녀에게는 평생을 잊지 못할 끔찍한 상처만 남는다. 첫 사건을 승소했지만 작가에게는 씁쓸하고 부끄러운 사건으로 각인된다. 한편 어이없는 죽음도 있다. 고대 비밀결사를 흉내 내어 친구를 매달아 놓고 고문하는 아이들, 그 장면을 목격한 여선생은 충격에 계단을 헛디뎌 그만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여자를 납치하기 위해 몰래 집에 다가가던 한 남자가 그만 택시에 치여 즉사하고 택시 운전사는 과실치사로 1년 6개월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다. 결과적으로는 흉악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한 꼴이 되어 버린 셈이 된다. 억울한 사연도 있다. 연봉이 9만 유로(우리 돈으로 1억 4천이 넘는다)가 넘던 촉망받는 사업가가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다. 남자는 강력하게 부인하지만 성추행당한 소녀와 친구의 증언으로 결국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고 만다. 3년 뒤 아이들의 증언이 거짓이었음을 밝혀지면서 풀려나지만 그에게 남은 건 3만 유로 남짓한 보상액 뿐. 그 어떤 돈으로도 그의 인생은 보상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구구절절한 사연이 담긴 살인사건도 있다. 잠자던 남편을 조각상으로 때려 숨지게 한 아내, 사건만 본다면 참 흉악하기 그지없는 이 사건인데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로 동정이 간다. 결혼 이후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온 몸이 멍투성이에 갈빗대가 여러 대 부러진 아내, 열 살 난 딸아이를 겁탈하겠다는 남편의 말로 폭발한 아내는 결국 딸을 지키기 위해 남편을 죽이고야 만 것이다. 무기징역을 구형하는 검사와 무기징역만큼은 면하게 해달라는 변호사의 간청에 판사는 “나는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싶지 않소”라면서 무죄를 선고한다. 여기에 기막힌 반전이 숨어 있었으니 사실 남편을 죽인 범인은 아내가 아니라 그녀를 사랑한 내연남이었다. 이를 알고서도 무죄를 선고한 판사는 과연 직무유기일까 아니면 법에도 인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칭찬해야 할까?  이외에도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오는 엉뚱한 사건들도 소개하고 있어 한편 한편 읽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 

작가는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변명일 뿐이라고 미리 단정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한번쯤은 귀 기울여 보라고 충고한다. 아이들의 거짓 증언 때문에 아내와 직장을 잃고 인생을 망쳐버린 남자와 같은 사연처럼 억울한 사연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이런 사건들이 결코 특별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일이라고, 그러기에 살인자를 섣불리 욕하지도, 함부로 동정하지도 말라고 충고한다. 어쩌면 이 고액의 수임료 때문에 파렴치하고 흉악한 살인자들을 변호한다는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작가의 자기 변명 쯤으로 삐딱하게 받아들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범죄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밝혀내려는 작가의 진정성만큼은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이 작가의 마지막 사건 모음집이 될 것이라고 했다니 이제 이 시리즈는 이번 편으로 막을 내리게 될 것 같아 아쉽다. 대신 독일의 대형 영화사와 영화화 계약을 맺었다니 영화로 그 아쉬움을 달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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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궁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한밤의 궁전 안개 3부작 3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 지음, 김수진 옮김 / 살림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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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소설을 좋아하는 지라 소설 <바람의 그림자(La Sombra del Viento)>로 2001년 스페인에서 무려 101주 동안 베스트셀러 상위에 머물렀고, 세계 30여 개 국에서 20개 언어로 번역되면서 독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다는, 현존하는 스페인 작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작가라는 “카를로스 루이스 사폰(Carlos Ruiz Zafon)”의 명성만큼은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좀처럼 그의 책들을 만나 볼 기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드디어 그의 신작인 <한밤의 궁전(원제 EL PALACIO DE LA MEDIANOCHE/살림출판사/2011년 2월)>을 통해서 처음 만나게 되었다. 첫 도입부부터 시선을 확 잡아끄는 이 책은 마지막 페이지까지 결코 긴장을 늦출 수 없게 만드는 스릴과 긴장감으로 단숨에 읽게 만드는 탁월한 재미를 주는 판타지 스릴러 소설이었다. 

1916년 5월 인도 캘커타, 갓 태어난 쌍둥이 아이를 가슴에 품은 영국군 군인 마이클 피크 중위는 폭풍우가 몰아치는 한 밤의 어둠과 집요하게 쫓아오는 추격자들을 간신히 따돌리고 아이들의 외할머니인 “아르야미 보세”에게 아이들을 맡기고는 추격자들을 멀리 유인하지만 총알로 머리에 구멍이 났음에도 피한방울 흘리지 않고 금세 아물어 버리는 초자연적인 존재인 “자와할”의 손에 죽음을 맞는다. 다음날 새벽, 아르야미 보세는 두 아이 중 남자 아이를 바구니에 담아 밀봉된 편지와 함께 “토마스 카터”가 운영하는 “세인트 패트릭스 보육원” 문 앞에 놓아두고, 보육원을 방문한 자와할은 아이의 존재를 부인하는 토마스 카터에게 16년 후 아이들이 성인이 될 때 찬조금을 내려오겠다고 말하고 사라진다. 그로부터 16년 후인 1932년 5월 24일 보육원에 맡겨졌던 쌍둥이 남자 아이 “벤”은 자신의 친구들인 “차우바 소사이어티” 멤버들과 함께 성인 축하파티를 치루게 된다. 그날 밤 아르야미 보세와 손녀" 쉬어"가 원장 카터를 찾아와 아이들 맡기게 된 사연을 털어놓고, 카터 원장은 “벤”이 바로 16년 전 맡겼던 아이라고 일러준다. 그날 새벽녘 카터 원장에게 자와힐이 찾아오고, 원장실이 폭발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카터원장은 크게 다친다. 병원에 호송되기 전 원장은 벤에게 아르야미 보세만을 찾아가라고 말한다. 다음날 벤은 친구들과 함께 아르야미 보세를 찾아가고 자신의 출생의 비밀, 즉 아버지 "찬드라 차테르기"와 어머니 "킬리안"의 이야기와 "자와할", 그리고 이제는 폐허가 되어 버린 지터스 게이트 역사의 끔찍했던 화재 사고에 얽힌 이야기를 듣게 된다. 차우바 소사이터티 멤버 아이들은 각자 과거의 사건을 조사하기로 하고 뿔뿔이 흩어지는데, 그중 한 아이가 지터스 게이트 역사를 조사하던 중 실종되고 만다. 아이들의 조사로 과거 사건에 뭔가 석연치 않음이 있음을 알게 된 벤과 쉬어는 아버지가 남겼다는 집을 찾아가게 되는데, 그곳에서 쉬어가 자와할에게 납치를 당하고, 아르야미 보세의 집 또한 불타게 된다. 진실을 알기 위해 할머니인 “아르야미 보세”를 다시 찾은 벤과 일행은 숨겨진 진실을 다시 듣게 되고, 모든 사건이 시작된 곳이자 쉬어와 친구가 잡혀 있는 지터스 게이트 역 폐허 현장으로 향한다.

 이 책은 판타지 스릴러 형식을 띠고 있지만 엄밀히 말하자면 청소년 성장 소설로 분류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태어나자마자 닥친 위기, 시간이 흘러 성인이 되자 다시 반복되는 위기와 충격적인 진실에 맞서 싸우는 아이들의 모험은 그동안 성장소설에서 흔히 볼 수 접할 수 있었던 이야기 구조라고 할 수 있다. 사폰은 이런 익숙한 성장 소설 서사 구조에 그동안 자신의 전작들에서 보여준 판타지적 장치를 배치하여 독자로 하여금 읽는 내내 눈길을 뗄 수 없는 재미와 스릴을 선사하면서 성장소설 특유의 잔잔한 감동마저 불러일으킨다. 그렇다면 작가가 말하는 성인이 되기 위한 고통스러운 통과의례는 과연 무엇일까? 벤과 마주친 자와할은 벤에게 어른이 된다는 것을 이렇게 이야기 한다. 

"어른이 된다는 건, 어린 시절에 믿어 왔던 모든 것이 거짓이었음을 깨닫고, 대신 믿지 않으려 거부해 왔던 모든 것들이 진실임을 발견하게 되는 거다. 넌 언제쯤 어른이 될 생각이지, 벤?" -P.303

또한 미치광이라고 말하는 벤에게 이렇게 답한다. 

"누가 정말 미치광이일까? 사람들 가슴 속에는 공포심을 심어 주고, 무슨 짓을 해서라도 저만 잘살겠다고 하는 사람들? 아니면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을 못 본 체하고 눈 감아 버리는 사람들? 이봐 벤! 세상은 온통 미치광이거나 위선자들의 것이란다. 이 세상 어디를 봐도 미치광이거나 위선자가 아닌 사람은 없어. 그러니 너 역시 그 둘 중 무엇이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는 거지."-P.332
 

이미 어른의 삶을 살고 있는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면 거짓이 진실이 되어 버리고, 이 세상은 온통 미치광이와 위선자들만 가득하다는 자와할의 외침을 간단히 부정하기는 어려웠을 저런 물음에 말문이 막혀 그대로 주저앉을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벤과 쉬어, 그리고 차우바 소사이어티의 아이들은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마음과 서로에 대한 굳건한 우정과 신뢰로 절대 이겨낼 수 없을 것만 같은 초자연적인 공포와 어쩔 수 없는 희생에서 비롯된 깊은 슬픔마저 극복해내고 진정한 성인 통과의례를 의연히 치뤄낸다. 어쩌면 사폰은 이 책에서 아무리 진실이 충격적이거나 무섭더라도 결코 회피하거나 또는 그대로 순응하려 하지 말고 있는 그대로 직시(直視)하고 극복해내는 용기야 말로 어른이 되기 위한 진정한 덕목이라는 것을 우리들에게 말하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전세계 1200 만 명의 독자가 인증하는 판타지 스릴러의 대가라는 명성을 확인하기에는 다소 부족하지만 판타지 스릴러라는 장르적 재미와 성장소설의 감동을 자유자재로 변주해내는 사폰의 글솜씨만큼은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던 매력적인 작품임에는 틀림없었다고 평하고 싶다. 그에게 명성을 안겨준 출세작인 <바람의 그림자>와 <천사의 게임>이 절로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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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과 쓸개>를 읽고 리뷰를 남겨주세요
간과 쓸개
김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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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숨”이라는 이름부터 독특한 이 여성 작가는 자주 다니는 “인터넷 북카페(Bookcafe)” 등에서 그녀의 전작인 <철(문학과지성사/2008년 11월)>과 <물(자음과 모음/2010년 3월)>에 대한 리뷰들은 읽어봤지만 사물을 의인화(擬人化)한 소재만 독특하다 싶었을 뿐 그렇게 인상적으로 느껴지지 않았고, 특히 여성작가에 대해 인색한 나로서는 그다지 눈길을 끄는 그런 작가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최근작 <간과 쓸개(문학과 지성사/2011년 2월)>를 통해 처음 그녀를 만났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본 그녀의 앳되고 선해 보이는, 그래서 아름다우면서도 가슴 절절한 사랑 이야기만을 쓸 것 같은 사진 속의 모습과는 달리 읽는 내내 불편하기만 했던 그런 책이었다. 

책에는 표제작인 <간과 쓸개>를 포함하여 9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30~40 페이지 분량의 짤막한 분량 임에도 한 편 한 편이 쉽게 읽혀지지 않는, 절로 가슴이 묵직해지는 그런 불편함이 느껴지는 내용들이어서 읽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가 없었다. <간과 쓸개>에서는 간암 투병 중인 노인과 아흔 살 누이가 주인공이다. 넉 달 전 30년도 전에 빚까지 져가며 산 평택 땅을 팔아 자식들에게 나눠주고는 천안에서 혼자 살면서 간암 투병 중인 올해 예순 일곱 살의 “나” 에게 큰조카로부터 한 분 밖에 남지 않은 아흔 살 큰누님이 담석이 담낭관을 막아 복부에 구멍을 뚫고 호스를 끼워 쓸개즙을 빼내고는 꼼짝없이 누워계신다는 소식을 듣는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 아들네며 딸네 집으로 전전하는 누님을 죽기 전에 찾아뵈려고 하지만 자신 또한 병세가 악화되면서 만남이 차일피일 자꾸만 늦어진다. 수술 후 찾아간 누님과 어린 시절 이야기를 나누던 “나”는 그동안 큰누님인줄 만 알고 있었던 어릴 적 자신의 손을 붙잡고 저수지를 데려간 누님이 일찍이 돌아가신 셋째 누님이었다는 걸 알고는 까맣게 잊고 있던 셋째 누님을 떠올리며 눈물을 왈칵 쏟아내고, 큰누님도 그런 동생의 우는 모습을 보면서 같이 눈물을 흘린다. 늙은 누님의 손을 붙잡고 과거를 회상하며 터뜨리는 노인의 울음 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느껴져 읽고 있던 책을 덮고야 말았다.  

이제 30대 중반인 작가는 어떻게 이렇게 인생의 황혼녘의 그늘에서 쓸쓸히 죽어가는 노인들의 모습과 심리를 사실적으로 묘사할 수 있었을까? 이 책 발간 즈음 지방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작가는 이렇게 말한다.  

쓸쓸하고 희노애락이 담겨있는, 많은 시간을 견뎌낸 노인들의 모습이 더 눈에 들어오고 감정이 더 잘 읽히는 것 같아요. 소설을 쓰기 전에도 또래의 일들보다는 어른들의 세계에 관심이 더 많았어요. 그들이 어떻게 살아가나, 어떤 말들을 하나 귀 기울였죠. 

(대전일보. 2011-3-19 “작가 김숨, 세번째 소설집 ‘간과 쓸개’ 를 말하다”)
 

즉 인생의 풍파를 견뎌온 노인들의 삶에 대한 세심한 관찰이 이렇게 사실적이고 생생한 묘사를 할 수 있었던 이유로 가늠된다. 그러나 과연 관찰만으로 가능할까? 왠지 작가가 곁에서 지켜본 지인들의 삶이 녹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들지만 어떤 사연이 숨어 있을 지는 짐작하기가 어려웠다. 여하튼 첫 시작 작품이 이럴진대 나머지 8편의 단편은 또 얼마나 마음을 불편할까 하는 생각에 쉽게 다시 책을 다시 읽기가 어려웠지만 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책을 열었다. 

 역시나 다른 작품들도 <간과 쓸개>와 마찬가지로 삶이 지극히 고단한 사람들의 이야기, 즉 한평생 지구과학 교사로 재직했다가 정년 퇴임 후 햇볕조차 들지 않는 북쪽 방에서 유배와 같은 삶을 살고 있는 노인(<북쪽 방>), 뇌수술을 받아야 하는 아들 수술비를 충당하기 위해 전세값을 올려달라는 주인 노파 때문에 쫓겨날 입장에 처한 부부(<내 비밀스런 이웃들>), 수 십 년 된 좁은 빌라에서 한때 고시생이었지만 이제는 폐인이 된 동생과 살고 있는 노부부와 그런 집이 싫어 빨리 서울에 올라가고 싶은 딸(<모일, 저녁)>, 연일 집 앞 가파른 계단을 없애자는 이웃집 남자의 성화와 빚으로 어렵게 마련한 집의 보일러가 고장나면서 물이 새는 배관을 찾기 위해 여기저기 파헤쳐지면서 평온했던 삶이 엉망이 되어 버린 아내(<흑문조>), 근처에 생긴 번듯한 슈퍼 때문에 아무도 찾지 않아 유통기한을 넘겨버린 물건들만 진열되어 있는 구멍가게에서 살아가는 가족(<럭키슈퍼>) 등 한 편 한 편이 가볍게 읽을 수 없는 그런 작품들이 이어진다. 

 한편 현실과 환상의 경계가 불분명한, “그로테스크한 환상”이라는 작가의 경향을 엿볼 수 있는 작품들도 몇 편 등장한다. 좁디 좁은 버스 정류장 간이 매표소에서 평생을 살면서 ‘나’와 동생들을 매표소에서 길러 길바닥으로 내보냈던, 홍수에 잠겨도 상가주민들의 철거 시위에도 매표소를 떠나지 않고 결국 그곳에서 죽은 엄마의 이야기인 <사막여우 우리 앞으로>, 자동차 뒷좌석에서 잠들고 있는 아이들이 깰까봐 차 룸미러를 연신 쳐다보는 남편과 함께 잘 알지도 못하는 친척 장례식을 향하는 아내가 극심한 교통 체증을 일으키는 “그 어떤 사건”을 목격하게 되는 이야기인 <룸미러>, 어느날 남편이 데려온, 남편보다도 수천 년은 더 늙어 보이지만 외모는 20대 안팎의 모습을 한, 남편이 근무하는 박물관에서 훔쳐온 미이라로 짐작되는 기묘한 여인과의 동거를 그린 <육의 시간> 등은 모호한 결말 때문에 읽고 나서도 금세 이해되기 어려워 다시금 읽게 만드는 그런 작품들이었다. 

 죽음과도 같은 고단한 삶에 대한 지극히 사실적인 묘사가 주는 불편함에, 현실과 상상의 경계가 모호한 결말 때문에 330 여 페이지의 짧은 분량의 이 책을 나는 몇 번을 읽다가 멈추고 다시 읽었는지 모르겠다. 읽고 나서도 쉽게 가시지 않는 무거운 여운 때문에 몇 번을 다시 펼쳐 들게 만드는 이 책, 참 불편하고 어려운 책이다. 어렸을 때는 소외되고 어려운 우리 이웃들의 삶을 담아낸 “인간극장”과 같은 방송을 보면서 눈물 흘리곤 했었는데, 나이가 들면서는 내 삶의 무게에 힘들고 지쳐 이웃들의 고단한 삶을 애써 챙겨볼 여유가 없는, 그래서 유쾌하고 재미있는 코미디나 예능 프로그램만 찾게 되는 그런 마음에서 이 책을 불편하게 느끼는 것일 수 도 있을 것이다. 외면한다고 해서 피할 수 없는 삶의 신산(辛酸)스러움을 작가는 이제는 외면하지 말고 바로 쳐다보라고 이야기한다. 이제 몇 십 년 후 당신또한 이렇게 될 수 도 있다는 무서운 경고가 책을 덮고 나서도 귓가에서 영 떠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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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잉 메시지 -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개와 돼지 외 지음 / 수선재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요새 기상이변, 지진, 해일, 화산 폭발 등 전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다. 어떤 이는 늘상 있어왔던 재해들이라고 아무렇지도 않게 여기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인간의 욕망이 빚은 환경재앙이라고도 하며, 어떤 이들은 신(神)의 분노가 임박한, 즉 지구 종말의 전조(前兆)라고 말하기도 하는 등 분석이 제각각인데 그렇다면 또 다른 지구의 주인이자 자연재해가 있기 전 위기를 감지하여 이상행동을 보인다는 “동물” - 지난달(2011.3.11.)에 발생한 “일본대지진”이 있기 전 몇 주 전부터 일본 곳곳에서 심해 깊은 곳에서 서식하는 산갈치들이 해안에 쓸려오거나 그물에 잡히면서 지진에 대한 예고로 화제가 되었었다 - 들은 과연 작금의 사태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을까? 명상학교 수선재의 사람들이 깊은 명상으로 동식물들의 정령들과 교감을 통해 그들로부터 받은 메시지를 책으로 엮었다는 <지구와 인류를 살리려는 동물들의 다잉메시지(최경아, 김성휴 등 저/수선재/2011년 3월)>에서 동물들은 인류에게 시간이 얼마남지 않았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문에서 동물들과 대화를 나누었다는 작가들은 이 책에 있는 내용은 허구가 아니며 이 책에서 말하는 것은 그 목소리가 무엇이든 진실이라고 전제하고, 동식물들은 그들의 메시지가 세성 속으로 널리 퍼져 나가기를 간절히 고대하며 자신들이 겪는 고통은 오래지 않아 인간에게 고스란히 돌아가겠지만 인간이 깨어나 자연과 함께 한다면 아직 희망이 있다고 전한다. 환경운동가들이 동물들의 입을 빌어 심각한 환경문제를 고발하는 것이 아니라 처음부터 이 책에서의 동물들의 말들이 모두 진실이라니, 그것을 듣는 방법도 바로 “명상(冥想)”이라니 엉뚱함마저 느껴진다. 과연 그들이 말하는 진실이 무엇인지 궁금해서 본격적으로 책읽기에 들어갔다.
   

  제일 먼저 등장하는 “꿀벌”은 자신들이 사라지는 이유 - "꿀벌의 집단 붕괴 증후군(CCD)".꿀벌의 집단 붕괴 증후군(CCD): 꿀과 꽃가루를 채집하러 나간 일벌들이 둥지로 돌아오지 않아 벌들이 무더기로 사라지는 현상 - 를 더 많은 꿀을 생산하기 위해 먼거리로 장소를 자주 이동하고, 설탕시럽이나 유전자 변이된 옥수 시럽 등의 먹이로 인한 영양 실종, 살충제나 항생제의 투입, 바이러스, 이상기온 등을 원인으로 들면서 결정적인 것은 바로 휴대폰의 전자파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즉 너무 많은 양의 휴대폰 전자파가 지구 외핵에 흡수되면서 전파 간섭 현상으로 지구 자기장에 혼란을 가져와 자신들의 방향감각을 잃게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미래에 대해 예언(?)하는 데 2011년부터 한국에서는 폭우를 동반한 긴 장마로, 유럽에서는 냉해로 농작물의 수확에 큰 타격을 입어 식량난이 심해지고, 원자재 값의 인상과 함께 금리 또한 크게 인상되어 결국 2011년 후반기에는 곡물 가격을 비롯하여 물가가 큰 폭으로 오를 것이라고 경고한다. 또한 지진, 해일, 화산 폭발들의 자연재해가 전 세계에서 산발적으로 일어나 위기감은 더욱 고조될 것이고, 2012년부터 유럽에서는 한파와 천재지변으로 인한 식량 위기가 더욱 가시화되며 2012년 말에는 전 세계적으로 자연재해가 잇따르고 전염병이 창궐하게 될 것이라고 예언한다. 결국 경제는 붕괴될 것이고 계속되는 이상기온 현상으로 굶주려 죽는 사람이 다반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아마존”의 정령(精靈)은 아마존이 지구의 허파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더 중요한 지구의 자궁(子宮)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지구 생태계의 절반이 아마존에 의해 살아 숨쉬며 보호 받고 있다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여성이 자궁에 병이 걸리면 후손이 단절되듯이 인간이 파괴한 아마존은 더 이상 생명을 잉태할 수 도 지킬 수 도 없는 상태가 되어버려 지구가 받은 타격, 슬픔은 이루 말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한다. 최근 화산폭발, 해일, 지각변동, 이상 기후등이 잦아진 이유는 지구 생명에 적신호를 알리는 것인데 이런 자정(自淨)작용도 이제 그 한계를 벗어나 균형을 잃고 통제되지 못한 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며 자연 환경의 보전은 어찌 보면 자연 이전에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자기 방어라고 말한다. 

   최근 구제역(口蹄疫)으로 큰 홍역을 치루었던 “돼지”들은 구제역은 돼지가 인간들의 가축이 되기 이전에도 있던 병이며 자연 상태에서는 초기엔 많은 수의 동물이 죽었지만 그 병을 앓고 난 동물들은 면역이 생기고 적응이 되어 더 건강하고 튼튼하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런데 인간들의 가축이 되면서 생환반경이 좁아진데가 인간들에 의해 길들여지면서 항생제와 오염된 환경으로 강인한 면역 체질이 점점 약화되었고. 결국 인위적 환경과 먹이로 체질이 급격히 악화되어서 몸 속에 내재되어 있던 각종 질병인자들이 활동을 시작했기 때문에 구제역이 치명적으로 발전하였다고 이야기하면서, 이러한 질병에 대한 처방으로 인간들이 개발해 둔 예방백신을 투여해주고, 자기들 방법대로 치료를 할 수 있도록 맡겨줄 것이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고 살 수 있도록 자연에 가까운 환경과 먹이를 달라고 하소연한다. “소”와 “닭”들도 “광우병”과 “조류독감”의 원인이 바로 인간들의 욕심에서 비롯된 것이며 근본대책은 모든 동물과 식물들이 그냥 자연대로 살도록 하는 것이며 인간이 모든 만물을 최대한 자연 그대로 둔 상태에서 살아가는 것만이 모두가 함께 살 수 있는 방법임을 깨달아야 한다고 한목소리로 소리를 높인다.  

  이 책에 등장하는 다양한 동식물들은 지금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자연 재해들은 인간의 이기심에 의해 비롯된 것이며 지금이라도 정신을 차리지 않으면 전 지구적인 위기, 즉 종말적 상황에 곧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는 셈이다. 흔히 볼 수 있는 환경문제의 심각성을 언급하고 있는데, 이야기 방식이 “명상”을 통한 “정령”과의 교감을 통해 직접 들은, 허구가 아닌 “진짜” 라고 주장하니 종교적 관점으로 거부감을 느끼는 독자들도 있을 수 있을 것이다. 논란이 분분한 “가이아” 이론 - 지구를 환경과 생물로 구성된 하나의 유기체, 즉 스스로 조절되는 하나의 생명체로 소개한 이론으로 1978년 영국의 과학자 제임스 러브록이 <지구상의 생명을 보는 새로운 관점>이라는 저서를 통해 주장하였다(네이버 발췌) -에 입각한 해석에 대한 불편함이나 또는 일본 대지진이 자신이 믿는 신(神)을 믿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는 어느 종교인의 편협한 종교 인식을 떠나서 소와 돼지와 같은 가축들을 인간과 같은 생명을 가진 존재로 보지 않고 인간들의 고기로만 여겼기 때문에 구제역이나 광우병이 창궐했다는, 가축들을 살처분(殺處分)하는 인간들의 잔인함이 언젠가는 고스란히 인간들에게 부메랑처럼 되돌아올 수 있다는 끔찍한 경고만큼은 한번쯤 되새겨봐야 하지 않을까? 인간의 종말은 인간 스스로 초래한다는, 그 때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동 식물들의 경고가 그 어느 때보다 두렵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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