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 a True Story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
페르디난 트 폰쉬라크 지음, 김희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평점 :
절판


몇 해 전 모 포털 사이트에 연쇄살인범인 “강호순 인권존중카페”가 개설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경악에 빠뜨린 적이 있었다. 카페 개설자는 “범죄의 경중을 떠나 연쇄살인범의 인권도 반드시 보호해야 한다”는 취지로 만들었다고 하지만 8명의 여성을 납치 살해하고 자신의 처와 장모마저 살해한, 입에 담기조차 끔찍한 살인을 저지른 사람의 인권을 보호해야 한다니 제정신이냐 라는 비난이 거세게 일었고 결국 카페는 얼마 안 있어 폐쇄되고 말았다. 그렇다면 강호순 같은 극악무도한 연쇄살인범이 아니라 일반적인 살인을 저지른 살인자 - 물론 살인에 특별과 일반을 구분할 수 있는 지가 문제겠지만 - 의 인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을까? 살인은 인간다움을 포기한 극악한 범죄인만큼 일고(一考)의 가치도 없다고 딱 잘라 말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권이란 사람이라면 누구나 천부적으로 타고난 권리로 사람의 귀천(貴賤)이나 행위에 따라 있고 없고 한 것이 아니며 설사 살인자라 하더라도 마땅히 인권은 존중받아야 된다는 의견도 만만치가 않다. 그런데 독일 베를린에서 16년 동안 형법 전문 변호사로 활동하고 1,500 여 건의 사건을 담당했던 “페르디난트 폰 쉬라크”는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갤리온/2010년 11월)>에서 인권문제를 떠나서 살인자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라고 우리에게 이야기한다. “핑계 없는 무덤 없다”고 말도 안 되는 변명도 있겠지만 때로는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딱한 사연도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저 책에서 소개한 11건의 사연들로는 부족했는지 또 다른 사건들과 그에 얽힌 사연들을 담은 후속편을 우리에게 다시 선보였다. 바로 <어떻게 살인자를 변호할 수 있을까? 2(갤리온/2011년 3월)>이 그 책이다.   

책에는 15건의 사건과 사연들이 수록되어 있다. 전편에서는 11건 모두 살인사건을 다루었는데 이번 편에서는 살인 뿐만 아니라 성폭행, 사고사(事故死), 밀수 등 다양한 범죄에 얽힌 사연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사건 자체가 주는 충격적인 맛은 조금 덜한 감이 들기도 하는데 그래도 사건 하나하나에 얽힌 사연만큼은 전편 못지 않게 기가 막히고 애달프게 느껴진다.  

작가는 먼저 자신이 맡은 첫 번째 사건이었던, 남에게 밝히기 부끄러운 사건부터 털어놓는다. 작은 도시 축제일, 열여섯 꽃다운 나이의 한 소녀가 동네 아마추어 악단 단원 아홉 남자에게 성폭행을 당한다. 위중한 그녀를 살리기 위해 의사들은 소독약으로 그녀의 몸을 깨끗이 닦고 치료를 하지만 가해자들의 DNA 단서까지 없애버리는 우를 범하고 결국 증거불충분으로 모두 무죄 판결이 나고야 말고 소녀에게는 평생을 잊지 못할 끔찍한 상처만 남는다. 첫 사건을 승소했지만 작가에게는 씁쓸하고 부끄러운 사건으로 각인된다. 한편 어이없는 죽음도 있다. 고대 비밀결사를 흉내 내어 친구를 매달아 놓고 고문하는 아이들, 그 장면을 목격한 여선생은 충격에 계단을 헛디뎌 그만 그 자리에서 죽고 만다. 여자를 납치하기 위해 몰래 집에 다가가던 한 남자가 그만 택시에 치여 즉사하고 택시 운전사는 과실치사로 1년 6개월의 집행유예 선고를 받는다. 결과적으로는 흉악한 범죄를 미연에 방지(?)한 꼴이 되어 버린 셈이 된다. 억울한 사연도 있다. 연봉이 9만 유로(우리 돈으로 1억 4천이 넘는다)가 넘던 촉망받는 사업가가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구속된다. 남자는 강력하게 부인하지만 성추행당한 소녀와 친구의 증언으로 결국 실형을 선고받고 감옥살이를 하게 되고 아내에게 이혼을 당하고 만다. 3년 뒤 아이들의 증언이 거짓이었음을 밝혀지면서 풀려나지만 그에게 남은 건 3만 유로 남짓한 보상액 뿐. 그 어떤 돈으로도 그의 인생은 보상할 수 없을 것이다.  

또한 구구절절한 사연이 담긴 살인사건도 있다. 잠자던 남편을 조각상으로 때려 숨지게 한 아내, 사건만 본다면 참 흉악하기 그지없는 이 사건인데 가만히 이야기를 들어보면 절로 동정이 간다. 결혼 이후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해 온 몸이 멍투성이에 갈빗대가 여러 대 부러진 아내, 열 살 난 딸아이를 겁탈하겠다는 남편의 말로 폭발한 아내는 결국 딸을 지키기 위해 남편을 죽이고야 만 것이다. 무기징역을 구형하는 검사와 무기징역만큼은 면하게 해달라는 변호사의 간청에 판사는 “나는 피고인에게 유죄 판결을 내리고 싶지 않소”라면서 무죄를 선고한다. 여기에 기막힌 반전이 숨어 있었으니 사실 남편을 죽인 범인은 아내가 아니라 그녀를 사랑한 내연남이었다. 이를 알고서도 무죄를 선고한 판사는 과연 직무유기일까 아니면 법에도 인정이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고 칭찬해야 할까?  이외에도 피식 웃음이 절로 나오는 엉뚱한 사건들도 소개하고 있어 한편 한편 읽는 재미가 참 쏠쏠하다. 

작가는 범죄자들의 이야기를 변명일 뿐이라고 미리 단정하지 말고 열린 마음으로 한번쯤은 귀 기울여 보라고 충고한다. 아이들의 거짓 증언 때문에 아내와 직장을 잃고 인생을 망쳐버린 남자와 같은 사연처럼 억울한 사연도 있을 수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 이런 사건들이 결코 특별한 사람들에게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당신처럼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그런 일이라고, 그러기에 살인자를 섣불리 욕하지도, 함부로 동정하지도 말라고 충고한다. 어쩌면 이 고액의 수임료 때문에 파렴치하고 흉악한 살인자들을 변호한다는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한 작가의 자기 변명 쯤으로 삐딱하게 받아들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범죄 이면에 감춰진 진실을 밝혀내려는 작가의 진정성만큼은 결코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이 작가의 마지막 사건 모음집이 될 것이라고 했다니 이제 이 시리즈는 이번 편으로 막을 내리게 될 것 같아 아쉽다. 대신 독일의 대형 영화사와 영화화 계약을 맺었다니 영화로 그 아쉬움을 달래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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