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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더십 iLeadership - 애플을 움직이는 혁명적인 운영체제
제이 엘리엇 & 윌리엄 사이먼 지음, 권오열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4월
평점 :
절판
“경영의 신(神)”, “비즈니스의 베토벤”, “21세기 레오나르도 다빈치”, “프리젠테이션 귀재” “마키아벨리” - 공급업체와 협력업체, 심지어 산업까지도 마음대로 주무른다고 해서 붙은 별명 - 이름 앞에 붙는 수식어만 해도 수십 개에 달하는, 이 시대 최고의 기업인이라고 칭해도 결코 과언이 아닐 사람이 바로 애플 CEO "스티브 잡스(Steve Jobs)"일 것이다. 그의 말, 옷차림, 행동, 심지어 건강상태 - 그가 췌장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애플 주가가 곤두박질쳤다고 한다 - 에 이르기까지 연일 화제가 되다 보니 그의 삶이나 경영 철학, 성공사례에 관한 책들도 인터넷에서 "애플"이나 "스티브 잡스"로 검색해보면 수십 권이 검색될 정도로 참 많은 책들이 나와 있고, 이런 자기계발서나 경영서적을 잘 읽지 않는 나도 그 중 몇 권을 읽어본 경험이 있을 정도이니 그 인기를 과히 짐작할 만 하다. 그런데 대부분 그를 신격화하거나 또는 과장된 칭찬 일색의 책들이 대부분이어서 딱히 그 책들을 읽고 감동을 받은 기억이 없는 그저 그런 책들이었던 걸로 기억에 남는다. 그래서 이번에 읽게 된 <아이리더십(원제 The Steve Jobs Way : iLeadership for a New Generation /웅진지식하우스/2011년 4월)>도 그다지 끌리지 않아 시작하기가 어려웠던 책이다.
이 책은 “제이 엘리엇(Jay Elliot)” 전 애플 부사장이 애플의 리더십에 대해서 쓴 책이다. 그가 어떤 인물인가 궁금해서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IBM, 인텔 등 세계 굴지의 IT 업체에 책임자로 근무하다가 1980년 25살의 스티브 잡스를 우연히 식당에서 만나 애플로 옮기게 된 그는 20년 동안 제품 개발, 인재 채용, 조직 문화, 브랜딩 등 애플의 전반적인 경영을 책임졌고, 수석부사장으로서 애플을 진두지휘했던, 왼손잡이 잡스가 “나의 왼팔”이라고 불렀을 정도로 믿고 기댄 정신적 멘토이자, 잡스의 괴팍한 천재성을 애플의 성과로 번역해낸 철저한 경영인이라고 한다(한겨레 2011.4.15. 발췌). 즉 이 책이 그를 20년 동안 가까이서 지켜본 인물이 실제 경험을 쓴 책이라는 점에서는 “한번도 만난 적이 없는 사람들”이 그에 대해 칭찬 일색으로 늘어놓는 여타의 책들과는 다른 성격의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 보니 책에서는 스티브 잡스에 대해 그동안 잘 못 알려진 이야기들에 대해서 바로 잡기도 하는데, 예를 들어 잡스가 자신이 채용했던 펩시콜라 사장 존 스컬리에게 밀려 쫓겨났다는 루머는 사실이 아니었다고 부인하는 점을 들 수 있다.
책은 1980년 어느날, 한 식당 대기실에서 엘리엇이 잡스를 우연찮게 만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직하기로 예정된 이글 컴퓨터의 비극적 몰락 기사를 읽고 있던 엘리엇과 같은 기사를 읽고 있던 잡스는 대화의 물꼬를 트기 시작했고, 엘리엇의 사연을 전해들은 잡스는 선뜻 엘리엇에게 같이 일하자고 제의를 해온다. 2주 뒤 금요일에 애플에서 일을 시작한 엘리엇은 다음날 토요일 아침 잡스와 함께 제록스 팰러앨토 연구소(PARC)를 방문해서 “마우스”,“컴퓨터 프린터”, 마우스로 선택하는 컴퓨터 메뉴 항목 등을 보게 된 잡스와 엘리엇은 바로 그 곳에서 컴퓨터의 미래를 보았다고 확신하게 된다. 엘리엇은 가능성에 활짝 열려 있는 잡스의 자세, 새로운 아이디어를 알아보고 그 가치를 꿰뚫어보며 그것을 열정적으로 포용하는 그의 흥분한 모습을 굉장히 인상적으로 느끼게 되었고, 잡스는 엘리엇에게서 비즈니스에 대한 탄탄한 기초지식으로 무장한 한 선배이자 동료, 멘토의 임무를 부여하게 되면서 그들의 동거가 시작되었다고 한다. 훗날 “계시적”이었다고 표현했던 PARC를 방문 이후 스티브 잡스는 세상을 바꾸는 행로에 나서게 되고, 그는 바로 그 일을 해냈다고 말하며 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본문에 들어가면 프롤로그에서 언급한 PARC 방문이후부터 2007년 아이폰의 탄생에 이르기까지 20여 년간의 애플과 스티브 잡스의 역정과 일화들을 예로 들면서 스티브 잡스의 경영철학과 리더십을 4개의 챕터, 14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사실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경영 철학들은 여러 책에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는 내용이라 역시 감흥은 크게 일지 않는다. 오히려 한 편의 자서전처럼, 또는 소설처럼 흥미진진한 애플 성장사, 즉 애플의 공동 창업주인 스티브 위즈니악, 매킨토시 탄생 이야기 - 윙윙 거리는 팬 소음이 시끄러워 제거했다가 과열문제로 ‘베이지색 토스터’로 불리운 일화 등 -, “해군이 아니라 해적이 돼라!(Pirates! Not the Navy!)”라는 문구로 유명했던 애플 직원 티셔츠, 지금까지도 희자되고 있는 1984년 슈퍼볼 중계방송에 등장한 60초짜리 매킨토시 TV 광고 이야기, 1985년 애플에서 떠나 12년간 야인(野人) 생활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사연과 숨겨진 비화, 최종적으로 3천만 달러가 투입되어 미국에서 1억 9천만 달러, 그리고 전세계적으로 총 3억 달러라는 엄청난 수익을 거둔, CG 장편 만화영화 <토이스토리> 이야기, IBM, 인텔, GE 등 세계 유수의 IT 기업들을 제치고 오늘날 애플을 세계 최고의 IT 기업으로 만들어준 아이튠즈, 아이팟, 아이폰의 탄생 등 애플 30년 성공사를 연대기 순으로 읽는 재미가 꽤나 쏠쏠하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엘리엇이 말하려고 한 “아이리더십(iLeadership)"이란 무엇일까? 운영체계라고 이름 붙인 각 챕터가 바로 그 답이라 할 수 있는데, 세계 최고의 소비자 입장이 되어 개발하는 ”제품 개발(Product Czar)",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끼를 한껏 발산해주길 바라는 의미인 ‘해군이 아닌 해적이 돼라 - 인재 채용(Talent Rules)', 기능 중심이 아닌 제품 기반으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통합적 관점의 “조직문화(Team Sports)", 모든 소비자가 열광하는 갖고 싶은 제품을 만드는 ”브랜딩(Differnet View of Selling)"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관점은 이 책 본문 내용 이상으로 우리나라 언론에 주목받았던 “한국어판 서문 삼성의 CEO들에게”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엘리엇은 왜 다른 브랜드와는 달리 애플이 수많은 ‘마니아’들을 가질 수 있었는가 하는 이유에 대해서 앞서 말한 것처럼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완전한 통합”, “한가지 소프트웨어의 우산아래 모든 제품을 완전히 통합하는 생태계”, “브랜딩”,“애플의 생태계 창조” 네가지를 들며, 아이팟이 나오기 전에는 워크맨이 가장 잘 나가는 휴대용 뮤직 플레이어를 가지고 있던 소니가 밀린 이유는 사용자들의 니즈를 따라잡지 못했기 때문이며 삼성이 과거의 소니와 아주 흡사하다고 꼬집는다. 또한 휴대용 기기는 안드로이드, PC는 윈도우즈, TV와 카메라는 또 다른 운영체제로 움직이는 삼성이 똑같은 플랫폼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어마어마한 개발비용을 지출해야 할 것이며, 한때 최고의 IT기업이던 IBM이 생태계 관리에 실패하고 마이크로소프트와 그 밖의 모방자들에게 시장을 넘겨주고 만 사례를 예의주시하라고 충고한다. 이처럼 삼성에게 지극히 불편한 이야기가 화제가 되자 삼성도 그냥 무시할 수 만은 없었는지 “삼성은 하드웨어 개발을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도 함께 발전시키기 위해 힘쓰고 있다”라고 반박했다고 알려진다. 최근 아이폰의 위치 추적 문제가 불거지면서 스티브 잡스가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결국 아이폰은 위치 추적을 하지 않는다고 억지 반박을 해서 한때 '최고경청자(top listener)'란 별명을 얻었던 잡스가 ‘소통부재병’에 걸렸다고 비난을 받자 공교롭게도 삼성경제연구소에서 최근 발간한 'CEO가 주목해야 할 4대 리스크'란 보고서에서 "위험이 닥쳤을 때 회사 존망을 가르는 것은 CEO와 고객 간의 소통 여부"라고 지적했다고 하니 이 책 서문에 대한 장군 멍군인지 아니면 단순한 우연인지 모를 일이다.
스티브 잡스의 리더십을 애플 성장사와 함께 읽어볼 수 있는 유익한 책이었다. 췌장암에 걸렸다고 하더니 아직도 건재함을 과시하는 스티브 잡스가 살아있는 한, 또한 아이폰이 스마트폰의 지존 자리에서 내려올 가능성이 당분간은 요원한 이상 스티브 잡스와 애플은 더 유효할 듯 하다. 마찬가지로 한 몸이나 다름없는 “잡스 +애플” 이야기는 앞으로도 과장된 성공신화로 포장되어 우리들에게 계속 선보일 듯 한데 점점 지겨워지고 식상해지는 것은 통신비 부담 때문에 아직도 고물 폰을 들고 다니는, 아이폰을 위협하는 심각한 경쟁자가 나와서 서로 치고 받는 치열한 경쟁으로 하루 빨리 스마트폰 기기 값과 요금이 떨어지기를 바라는 나의 사심(私心) 때문일까 아니면 하루에도 수십, 수백 개씩 나타났다 사라지는 전쟁터와 같은 IT업계에서 애플과 잡스를 능가하는 새로운 스타가 출현하기를 갈망하는 모든 이들의 바람 때문일까? 둘 다라고 해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