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
코너 우드먼 지음, 홍선영 옮김 / 갤리온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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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일주, 누구나 한번쯤 꿈꿔보는 로망(Roman)일 것이다. 여행 방법은 제각각이어서 누구는 크루즈(Cruise)를 타고 호화스럽고 안락한 여행을 즐기기도 하고, 누구는 배낭 하나 둘러매고 유명 관광지가 아닌 세계 오지(奧地)를 누비기도 하며, 누구는 경제적으로 낙후된 미개발 국가를 찾아다니며 봉사(奉仕)하는 의미있는 여행을 다니기도 한다. 그런데 좀 엉뚱한 세계 일주 여행을 이뤄낸 사람이 있다. 영국 유수의 대학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세계적인 컨설팅 회사에서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로 일하며 하루에 100만 원을 넘게 벌었던, 누구도 부럽지 않을 고액 연봉자였던 한 젊은 청년이 하루아침에 직장을 때려치우고 세계 일주에 나선 것이다. 여기까지라면 “나 자신을 찾아 떠나는 세계 여행” 이라는 시중(市中)에 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여행에세이나 그다지 다를 바 없는데, 이 청년은 전 세계 상인들을 상대로 자신이 돈을 벌어, 집을 처분하여 마련한 2만 5000 파운드(5000만원)을 5만 파운드(1억원)으로 만들어오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길을 떠난 것이다. 전문 무역업자라면 모를까 애널리스트, 즉 책상에서 숫자 놀음 밖에 해보지 않았던, 무역은 학교에서 배운게 전부였을 무역 문외한(門外漢)이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물건을 사고 팔아 가지고 간 돈보다 2배의 돈을 벌어온다는 것이 과연 가능한 일이었을까? “코너 우드먼”은 자신의 좌충우돌 여행을 담은 <나는 세계 일주로 경제를 배웠다(원제 Around the World in 80 Trades / 갤리온 / 2011년 3월)>에서 충분히 가능했던 일이며, 모니터 앞에서 수백억 원을 거래할 때는 몰랐던 경제의 진짜 의미를 깨닫게 된 소중한 여행이었다고 말한다.  

2004년 여름, 금융업에 종사하면서 웬만한 젊은이들이 꿈에 그리는 연봉을 받으며 런던 중심가의 호화 아파트에 살고 있던 서른살 독신남, 즉 남부럽지 않은 화려한 싱글이었던 작가는 미국 대형 회계사에 소속된 애널리스트로서 수익을 내지 못하는 회사를 정리하여 최대한 비싸게 넘기는 일을 하다가 구조조정대상 회사 직원들에게 “해고 선언”을 하는 일에 환멸을 느끼고는 회사를 때려치우고 네팔로 무작정 여행을 떠난다. 네팔의 전통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경제 전문가로, 애널리스트로 일하면서 얻은 지식과 노하우를 이곳 전통시장에서도 써먹을 수 가 있을지. 그래서 돈을 벌 수 있을지 궁금했던 작가는 자신이 직접 시장에 뛰어들어 협상과 거래를 해보면 경제와 사람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고, 경제학자의 관점에서 세상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겁도 없이” 덤벼보기로 결심한다.  

본격적인 여행에 앞서 자신의 능력을 시험해보기 위해 들른 모로코에서 투자액 500파운드(90만원), 거래 시한 사흘 한 이라는 원칙으로 시작한 작가는 경영관련 서적에 자주 등장하는 세 단계 협상의 기술, 즉 첫째 협상에 들어가기 전에 한계선을 정해 그 밑으로는 절대 양보하지 말고, 둘째 협상의 결과를 미리 예측해 봐서 협상 결과를 판단할 기준을 마련하며, 셋째 가격은 물론이고 무려 배송이나 화려한 포장 등 기타 계약 사항까지 포함된 ‘최상의 시나리오’를 미리 제시하는 세 가지 원칙을 바탕으로 모로코의 대표 상품인 카펫을 사고 팔아 첫 수익을 남기게 된다. 이에 용기를 얻은 작가는 본격적으로 세계 여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처음 시작부터 난관에 부딪힌다. 수단에서 낙타를 사서 이집트 팔겠다던 계획은 싣지도 않은 운송비만 날려 먹게 된다. 그러나 첫 실패 후 작가는 수단에서 산 커피를 남아공에서 팔고, 남아공에서 칠리소스를 사들고 인도에 가서 팔아 수익을 거두게 된다. 그렇지만 그 다음 여행지인 키르기스스탄에서의 말(馬)거래에서는 자신이 산 원가 이하로 팔게 되어 손실을 보게 된다. 이처럼 때로는 수익을 보기도 하고, 손실을 보면서 수단에서 시작한 이 여행은 남아공, 인도, 키르키스탄, 중국, 대만, 일본 등을 거쳐 멕시코까지 6개월간의 4대륙 15개국 세계 일주 여행이 계속된다. 그렇다면 작가는 자신이 목표했던 이익을 거두었을까? 결과를 얘기하면 작가는 멋지게 성공을 해냈고 이러한 흥미진진한 여행은 TV 다큐멘터리로도 제작되어 영국 3대 방송사 중 하나인 채널4에서 방영되어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고 한다.  

작가는 책의 말미에서 런던 금융가 사무실에서 일했던 5년보다 직접 세계를 돌아다니며 돈을 벌었던 지난 여섯 달 동안 더 많은 도전, 더 많은 성공과 실패, 그리고 더 많은 삶을 만났다고 이야기한다. 앞에서 잠깐 소개했던 것처럼 계획이 틀어졌을 때에는 실패의 대가를 톡톡히 치러야 했고, 계획이 맞아 떨어졌을 때에는 달콤한 성취감을 마음껏 누릴 수 있었고, 더군다나 그 모든 것이 자신의 돈이었기에 그 기분은 더욱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고 밝히고 있다. 즉 짧다면 짧을 6개월 간의 세계 여행이 앞으로 그의 인생에서 그가 두 배로 벌어들였다는 돈의 가치보다 수백 수천 배의 자산이 될 것이라는 고백일 것이다.  

여느 여행기와는 다른 색다른 이 책, 참 흥미진진하고 재미있었다. 누구나 부러워하는 직장을 때려치우고 자신의 전 재산인 집까지 팔아치우고 시작한, 무모할 수 밖에 없는 여행을 과감히 도전한 작가의 용기가, 그리고 그의 젊음이 그 성공 여부를 떠나 참 부러웠다. 책으로야 작가가 워낙 재미있게 써서 나도 한번 해 볼만 하다 싶은 생각도 들지만 실제로 작가처럼 “무역”을 하면서 여행을 한다 생각해보니 무역에 “무(貿)”자도 모르는 나로서는 영 엄두가 나지 않는다. 그러면서도 사전에 준비만 잘한다면 그렇게 불가능하지는 않지 않을까, 한번 도전해볼 만한 가치가 있겠다 하는 생각이 스물 스물 피어난다. 아이템만 잘 찾으면 하고 나만의 여행 계획을 세우기 위해 인터넷을 찾아보다가 괜한 웃음이 나왔다. 한때 유명 여행가들 책만 보기만 하면 지도를 보면서 해외 여행 계획을 세웠던, 결국 그렇게 세웠던 수많은 해외 여행 계획을 하나도 이루지 못하고 어느새 중년의 나이가 되어 버린 내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그래도 재미있지 않은가, 이런 나이가 되어도 꿈꿔볼 수 있다는 것이. 이처럼 꿈이라는 건 다 잊어 버린 줄 만 알았던 중년의 나조차도 꿈꿔볼 수 있게 만드는 이 책이 청년 실업 문제로 갈수록 어깨가 쳐지는 우리 청년들에게 새로운 꿈을 꾸게 하고 용기를 북돋워주는 멋진 책이 되어 주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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