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 - 정의를 위한 처절한 2인의 전쟁 국민 90%가 모르는 이야기
이동형 지음 / 왕의서재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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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김대중 전(前) 대통령과 김영삼 전 대통령, 독재 군사 정권에 맞서 오늘날의 민주주의를 있게 한 민주화 운동의 대부(代父) 또는 지역패권주의와 보스 중심의 붕당정치를 낳은 한국 정치를 망친 장본인들 등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고 있지만, 두 분이 해방(解放) 이후 60년 현대 정치사(政治史)에서 가장 중요한 발자취(足跡)을 남긴 정치인들이라는 데는 별다른 이의가 없을 것이다. 민주화에 함께 앞장섰던 평생의 동지(同志)로, 때로는 대권을 위해서는 반드시 이겨야 할 숙명의 라이벌(Rival)로서 온갖 부침을 겪었던 두 전직 대통령의 관계를 통해서 해방 이후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 당선에 이르기까지 50년 한국 현대 정치사를 풀어낸 “이동형”의 <영원한 라이벌 김대중 VS 김영삼(왕의서재/2011년 7월)>에서 500 여 페이지에 달하는 책 속 수많은 말들보다도 같은 방향으로 나란히 앉아 있지만 서로 외면하고 있는 두 분의 모습이 담겨 있는 표지 사진이야말로 두 분의 관계를 가장 극명하게 보여주는 그런 사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평소 정치에 냉소적인 터라 정치 관련 책은 잘 읽지 않았지만, 이제는 고인(故人)이 되신 김대중 전 대통령과 아직 정정하신 김영삼 전 대통령이 걸어오신 길을 한번 더듬어보는 것도 의미 있겠다는 생각에 선뜻 책을 집어 들었다.

대학생 10명 중 4명이 정치에 관심이 없다는 여론 조사 결과와 역대 대통령 중 누가 다시 대통령이 되기를 원하는가는 물음에 아직도 박정희 전 대통령이 1위를 차지하는 현실에 개탄하며 시작하는 머리말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양김의 비사>에서 작가는 이 책을 만들게 된 중요한 이유가 크든 작든 사회 진보와 정의를 위해서, 이 땅의 젊은이들이 가려지거나 포장된 역사 밖의 진실을 알아야 옮은 행동을 취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또한 반세기를 협력자로 동반자로 때로는 경쟁자로 치열하게 살아온 양김의 라이벌 역사가 곧 한국 정치의 역사요 양김 자체가 한국 현대사라며 작가는 비단 2인의 전쟁 뿐만 아니라 둘의 경쟁 관계를 통해서 많은 역사의 실제들, 사실(팩션)인데, 소설(픽션)처럼 느껴질 놀랄 만한 이야기들을 만날 것이라고 말하며, 이 책이 미약하나마 이 땅의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치를 향한 불신, 무관심, 그리고 역사 경시의 풍토를 없애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고 당부하고 있다. 

양김 정치가 나라를 망쳤네 어쨌네 하는 소리가 다 웃기는 소리이고 두 양반이 없었으면 민주화는 “아직 오지도 못했다”에 자기가 가진 돈 모두와 손모가지를 건다고 말하며 시작하는 책에서는 먼저 전남 하의도에서 평범함 농민의 아들로 태어난 김대중과 경남 거제도의 지역 유지의 아들로 태어난 김영삼의 출신 배경부터 간단히 설명하고, 54년 민의원 선거에서 26세라는 어린 나이에 국회의원에 당선된 김영삼과 반대로 같은 해 목포에서 무소속 후보로 출마했으나 낙선하고, 4수 만에 1961년 강원도 인제 지역구 보궐 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의 정치 입문 과정을 먼저 소개한다. 그리고 나서 두 분이 걸어온 영욕(榮辱)의 반세기 정치 인생을 역대 대통령 재임 시대순으로 소개한다. 두 분 이야기 뿐만 아니라 박정희 대통령 시절의 “정인숙 피살 사건”, “육영수 암살 사건”, “의문의 죽음, 장준하”, “김형욱 실종사건” 뿐만 아니라 1980년 5월의 봄 당시 “서울역 회군”과 “광주민주화운동”, 전두환 대통령 시절의 “국제그룹 해체사건”, “칼기 폭파사건”, “권인숙 성고문 사건”, 노태우 대통령 시절의 “5공 청문회”와 “3당 합당”,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하나회 숙청”, “문민시대 때의 대형 참사”, “국가 부도 IMF" 등 MBC의 정치 드라마 <제3공화국>과 같은 공화국 시리즈나 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이었던 <격동 30년>, 또는 80, 90년 대 큰 인기를 끌었던 주치호 작가의 <정치 비화(秘話)> 시리즈 등을 통해서 한 두 번 씩은 접해 봤을 현대사의 굵직 굵직한 사건들을 총망라하고 있어 이 한 권만으로도 한국 현대 정치사의 큰 흐름을 짚어볼 수 있다. 그저 정치적 사건들만 열거했으면 꽤나 딱딱했을 텐데 손모가지를 건다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속어(俗語)와 은어(隱語)를 섞어가며 직설적이면서도 익살스럽게 표현하고 있어 마치 정치 풍자 소설을 읽는 것 같은 재미를 느끼게 한다. 또한 아직도 박정희 시대와 전두환 시대에 대해 향수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본다면 화병(火病)을 일으킬 정도로 군사독재시절을 거침없이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어 통쾌함마저 맛보게 한다. 이런 재미와 통쾌함 외에도 울화(鬱火)와 함께 서글픔이 치미는 장면들도 여럿 소개하는데, 지역감정의 시초는 1972년 대통령 선거 당시 김대중이 돌풍을 일으키자 선거 승리를 위해 당시 중앙정보부장인 이후락의 전략에서 기원한 것이며, 지역감정의 최대 피해자이면서도 아이러니컬하게 최대 수해자이기도 했던 사례들과 역사의 분기점이 될 수 있었던 사건들, 즉 1979년 박정희 대통령을 시해(弑害)한 김재규가 육군본부로 가지 않고 중앙정보부로 향했다면, 1980년 서울역에 모인 10만 대학생들이 학교로 돌아가지 않고 계속 투쟁을 이어갔더라면, 지금도 두고두고 희자되고 있는 1987년 김대중, 김영삼의 단일화 협상이 무산되지 않고 이뤄졌더라면 과연 역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하는 아쉬움을 들어내기도 한다. 작년에 읽었던 어떤 책에서 1987년 단일화 협상 테이블에서의 두 분의 만남을 “구름과 구름의 만남(雲雲之會)”이라고 표현한 것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큰 비와 뇌성벽력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었지만 결국은 아무 성과 없이 허망하게 끝나 버린 그 때의 만남을 나타내는 말이었는데, 두 분에게 있어서도 가장 큰 회한(悔恨)으로 남아 있겠지만 국민들의 정치에 대한 불신과 염증이 사실상 이때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그런 아쉬운 장면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책에는 두 분 외에도 지금은 고인(故人)이 되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모습도 살펴볼 수 있는데, 5공 청문회 스타로 부각되었지만 3당 합당 반대를 외치며 민주당을 뛰쳐나와 지루하기만 했던 야권 통합 과정과 초호화 요트를 가지고 있는 재력가라는 모 언론사의 음해에 맞서 싸우는 등 온갖 고초를 겪었던 일화 - 개인적으로 작가에게 후속권은 노무현 대통령 이야기를 써줬으면 하는 부탁을 하고 싶다 - 소개한다. 또한 1993년 대선에서 패배한 김대중이 정계를 은퇴하고 영국으로 건너가서 옥스퍼드 대학에서 연설할 때의 일화를 소개하는데, 연설이 끝나고 질의응답의 순서가 되었을 때 한 일본인 학생이 2차 세계 대전 전에 영국과 프랑스의 식민지였던 많은 나라들이 지금 모두 사이좋게 지내고 있는데, 왜 한국은 옛날을 잊지 못하고 아직도 일본과 화해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해와 장내가 공감하는 듯한 분위기로 술렁였다고 한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바로 2차 세계 대전 시절 영국·프랑스와 일본의 달랐던 점을 조목조목 열거하고 아직도 반성과 시정을 하지 않고 있는 일본을 주변국 한국이 이를 경계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겠는가 하고 반문하자 장내에 있던 학생들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았으며 나중에 그 일본인 학생에게서도 정중한 사과를 받았다고 한다. 그만큼 확고한 역사의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사례로 그 답변은 지금 읽어도 가슴 후련한 그런 명연설로 꼽을 만한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이 책을 읽게 되는 독자들이라면 꼭 이 대목을 놓치기 말기 바란다^^

지난 2011년 5월 28일, 최근 서방 선진국들의 비밀 외교 문서들과 기업들의 불법, 비리들에 대한 잇따른 폭로로 유명세를 달리고 있는 “위키리크스(Wikileaks)”에서 2006년 7월 18일에 작성된 주한 미 대사관의 외교전문에 나와 있는 두 전직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공개되어 화제가 되었었는데, 전문에는 김영삼 전 대통령에 대해서는 다혈질(hot-tempered)에 대부분의 정책적 이슈들에 대해 상당히 제한적인 지식과 보수적인 시각을 갖고 있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은 세계적으로 알려진 정치적 인물로 외교 정책의 모든 측면에서 능숙했다고 평가했다고 한다. 많은 분들이 이런 평가에 공감했다고 하는데, 그렇다면 과연 두 분은 서로에 대해 어떻게 평가하고 있을까? 김영삼을 한마디로 평가해달라는 기자의 질문에 김대중은 “김영삼 씨는 대단히 어려운 일을 아주 쉽게 생각한다.”라고 평가했다고 하며, 똑같은 질문에 김영삼은 “김대중 씨는 아주 쉬운 문제를 대단히 어렵게 생각한다.”라고 화답했다고 한다. 어려운 일을 너무 단순하게만 풀려고 하는 김영삼, 쉬운 문제를 배배 꼬아 어렵게만 생각하는 김대중, 어쩌면 문제에 대한 인식과 해법이 너무나도 달랐기에 두 사람은 결국 화합하지 못하고 숙명의 라이벌로서 평행선을 걸을 수 밖에 없지 않았을까?  

정치 이야기가 이렇게 흥미진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해준 “참 재미있는” 책이었다. 다만 아직도 김대중 전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여기는 분들이나, 그래도 박정희 · 전두환 시절이 좋았지 하는 분들은 읽다가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 이 문구는 개그 콘서트 식으로 읽어야 맛이 난다 -, 한마디로 급성 심혈관 질환(?)으로 응급실에 갈 수 있으니 삼가시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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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몰리션 엔젤 모중석 스릴러 클럽 28
로버트 크레이스 지음, 박진재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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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물”을 소재로 한 드라마나 영화는 자주 접해봤지만 소설로는 <퇴마록>으로 유명한 작가 “이우혁”의 <파이로 매니악(미컴/1998년 7월/절판)>이 거의 유일하다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작품도 미완(未完)된 작품 - 작가가 인터뷰(2011.4.28. 동아일보)에서 “이미 글은 다 써놓았으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으니 조만간에 다시 나올 듯 하다 - 이니 온전히 읽어본 작품은 없는 셈이다. 서구권 추리 소설이나 스릴러 소설에는 익숙한 소재라고 하는데 서구권 작품들을 별로 즐겨 읽지 않아서이기도 하고, 아무래도 대규모 폭발 장면은 영상(映像)으로는 멋진 볼거리이겠지만 활자(活字)로는 머릿속에 제대로 그려내기 힘들다는 선입견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이런 폭발물을 소재로 한 스릴러 소설 한 편을 만났다. 바로 미국 스릴러 작가 “로버트 크레이스”의 <데몰리션 엔젤(원제 Demolition Angel / 비채 / 2011년 7월)>이 바로 그 작품이다. 영화에서처럼 대규모 폭발 장면은 없었지만 연쇄 폭파범과 이를 잡으려는 여주인공간의 숨 막히는 대결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긴장감을 늦출 수 없는 “제대로 된” 스릴러 소설이었다. 

설의 첫 장면(Prologue)은 LA 폭발물 처리반 소속 "찰리 리지오"가 캘리포니아 주 실버레이크 거리 대형 쓰레기 수거함에 놓인 종이 상자 속에 담긴 폭발물 해체를 시도하던 중 그만 폭발로 인하여 살해당하는 장면으로 시작된다. 3년 전 폭발물 처리반에서 일하던 당시 폭발물 해체에 들어갔다가 실패해서 연인이었던 동료를 그 자리에서 잃고, 자신 또한 심장이 멈추는 “죽음”을 경험하고는 LA 경찰 범죄음모수사과로 자리를 옮겼던 “캐롤 스타키”는 아직도 그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정신과 치료를 계속 받고 있지만 쉽게 떨쳐 내지 못하고, 술과 담배, 진통제에 찌들어 살고 있다. “찰리 리지오”가 죽던 사건 당일 날도 정신과 상담 중이었던 스타키는 “켈소” 경위에게서 사고 소식을 듣고 현장으로 급히 달려가게 되고, 동료들과 함께 수사팀을 꾸린 스타키는 수사에 나서게 된다. 수사가 진행되면서 단순 사건으로만 여겼던 이 폭발 사건이 ATF((Bureau of Alcohol, Tobacco, Firearms and Explosives; 미국 주류·담배·화기 단속국) 특수요원 “잭 펠”이 개입하면서 이미 수차례 폭발 사건을 저질러 FBI 수사선상에 오른 연쇄폭파범 “미스터 레드”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사건으로 밝혀지게 된다. 그런데 폭발물 제조 방식이 기존 “미스터 레드”의 작품과는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된 스타키는 미스터 레드를 모방한 또 다른 범인이 저지른 짓임을 직감하고 수사망을 LA 경찰 내부로까지 확대한다. 한편 자신을 모방한 폭발 사건이 LA에서 발생했음을 알게 된 미스터 레드는 모방범을 응징하기 위해 LA로 잠입하게 된다. 스타키의 끈질긴 수사 덕분에 마침내 폭발 사건의 범인과 미스터 레드의 정체가 밝혀지지만 찰리 리지오를 살해한 범인은 체포하기도 전에 미스터 레드에 의해 죽임을 당하게 되고, 설상가상으로 ATF 요원인줄 알았던 잭 펠이 사실은 몇 년 전 미스터 레드의 폭발 사건으로 부상을 당해 실명(失明) 위기에 처하고 ATF까지 그만 둔 채 사적 복수를 위해 미스터 레드를 추적중이라는 사실을 밝혀지면서 스타키 또한 LA경찰국에서 쫓겨날 위기에 처하게 된다. 미스터 레드는 그런 그녀를 없애기 위한 새로운 폭탄과 함정을 준비하면서 결말은 점입가경으로 치닫게 된다.
 

 그동안 폭발물 소재 영화를 보면 정형화된 공식 2개 정도를 꼽을 수 있는데, 먼저 도시 곳곳에서 벌어지는 동시다발적인 폭탄 테러나 또는 도시 전체를 화약에 휩싸이게 할 만한 가공할 만한 대규모 폭발 장면, 즉 시각적(visual)적인 효과를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로 마지막 폭발물 해체 장면에서 어떤 방법 - 영화에서는 색깔이 다른 전선 중 어느 전선을 선택하느냐 하는 장면으로 묘사된다 - 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폭발과 해체, 결과가 달라지는 장면 - 때로는 해체했다고 안심하다가 범인이 숨겨 놓은 이중 트릭에 의해 결국 폭발하고 마는 경우도 있다 - 이 주는 긴장감과 스릴을 꼽을 수 있겠다. 먼저 첫 번째 공식 면에서는 이 책에서 등장하는 폭발 장면이라고는 프롤로그에서의 찰리 리지오를 살해하는 장면과 후반부에 이르러 미스터 레드에게 폭발물 재료와 스타키의 정보를 제공했던 또 다른 등장인물의 감옥에서의 폭발 사고, 미스터 레드에 의한 찰리 리지오 살해 범인에 대한 폭발 장면, 그리고 마지막 스타키와 미스터 레드와의 결투 장면 등 몇몇 장면에 지나지 않으니 시각적인 효과로는 다소 미흡하다고까지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너무 요란스러운 폭발 장면이 쉴새없이 등장한다면 오히려 “현실성(Reality)"면에서는 더 떨어지겠지만 이런 폭발 장면을 기대하는 독자라면 다소 실망스러웠을 수도 있을 것이다. 나또한 처음 만나는 폭발물 소재 스릴러 소설인지라 좀 더 현란한 폭발 장면들을 기대했었는데, 초반 폭발 사건 이후 이렇다할 추가 사건 없이 스타키의 수사가 계속되는 중반부까지는 다소 지루하기까지 느껴졌었다. 그러나 이런 지루함도 잠시 미스터 레드가 자신의 모방범을 처단하기 위해 LA로 잠입하는 장면부터는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찰리 리지오 살해 범인과 미스터 레드의 정체가 밝혀지고, 스타키와 미스터 레드의 최후의 대결이 펼쳐지는 장면까지는 눈 돌릴 새가 없이 이야기가 폭풍처럼 휘몰아친다. 특히 두 번째 공식은 마지막 스타키와 미스터 레드 대결 장면에서 잘 나타나는데, 폭발 시간(Timer)이 0초에 다다를 때까지도 계속되는 위기와 또 다른 반전이 손에 땀을 쥐게 하는 멋진 스릴과 재미를 선사한다.

 책에서 두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캐롤 스타키”와 “잭 펠”은 천재적인 두뇌 회전과 화려한 액션을 구사하는 그런 “완벽한” 캐릭터들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괴로워하는, 그것 때문에 인간관계나 사랑에서도 쉽게 다가서지 못하는, 어딘가 부족하기만 한 캐릭터로 그려진다. 또한 두 주인공과 대적하는 악역인 “미스터 레드”도 피를 갈구하고 폭발이 주는 특유의 쾌감 때문에 연쇄 폭탄 테러를 저지르는, 특유의 악마성(惡魔性) 보다는 단지 “FBI 10대 지명 수배자 명단”에 오르기 위한, 즉 “자기과시(自己誇示)” 때문이라는 설정은 다소 엉뚱하기까지 느껴진다. 그러나 이러한 캐릭터 설정이 이 책의 재미와 스릴을 배가시키는 장점으로 작용했다고 할 수 있는데, 그동안 여러 영화들에서 볼 수 있었던 완벽하기만 한 수사관들과 악마 그 자체인 범인의 대결이었다면 식상했을 이야기였겠지만 캐릭터들의 복잡 미묘한 심리묘사와 불완전하지만 현실성이 뛰어난 관계 설정 및 전개로 읽는 동안 쉽게 캐릭터들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게 하고, 이야기 전개에 따라 긴장감과 재미를 더욱 고조시키는 훌륭한 장치 역할을 했다고 평가하고 싶다.

 앉아만 있어도 땀이 줄줄 흘러내리는 무더운 여름이다 보니 책도 무더위를 잠시 잊게 할 만한 재미와 스릴 만점의 그런 책들만 골라서 읽게 된다. 최근 들어 한여름 무더위를 잊게 할 만한 멋진 책들을 여럿 만났었는데, 폭발물이라는 흥미로운 소재, 불완전하지만 오히려 더 뛰어난 현실성과 감정이입을 가능케 하는 캐릭터 설정, 중반 이후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속도감 있는 이야기 전개 등 400 페이지 넘는 분량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몰입감과 재미를 선보이는 이 책 또한 2011년 그 어느 때보다 무더운 여름 더위를 잊게 하는 멋진 “피서(避暑)”용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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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 항설백물어 - 항간에 떠도는 백 가지 기묘한 이야기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2
쿄고쿠 나츠히코 지음, 금정 옮김 / 비채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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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구설수(口舌數)에 올라 괴로워하던 후배 사원과 면담을 한 적이 있었다. 한 두 번 말실수로 크게 곤혹을 치루었던 전력(前歷)이 있어서 지금은 누구보다도 말조심하고 있는데 무슨 소문만 터지면 모두들 자신이 퍼뜨렸다고 오해를 하고, 아니라고 열심히 해명을 해도 아무도 믿어주지 않아 미칠 지경이라는 것이다. 사정은 참 딱하지만 금세 해결될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닌지라 그저 앞으로도 더 조심하고 열심히 해명하라고 충고해줄 수 밖에 없었다. 이처럼 사람의 말이라는 것은 한번 뱉어 놓으면 걷잡을 수 없이 사방팔방 퍼져 나가고 사실이 거짓이 되어 버리고 거짓이 진실이 되어버리는, 전혀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왜곡될 수 있는 그런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일이 어디 후배 사원에만 해당되는 일일까? 세상에 떠도는 온갖 음모론(陰謀論)이나 미스터리, 그리고 괴담(怪談)들 또한 그저 겉으로 들어난 몇 가지 사실들이 확대 또는 축소 재생산되면서 그게 진실인양 알려져 오히려 진실을 은폐 또는 왜곡하는 그런 현상이 현실에서도 비일비재하지 않은가. 첫머리부터 소문에 대해 길게 늘어 놓은 것은 “교고쿠 나쓰히코”의 <속항설백물어(원제 續巷說百物語(2001)/비채/2011년 7월)>에서 담고 있는 “항간에 떠도는 백가지 기묘한 이야기(巷說百物語)”들이 겉으로는 현실에서 절대 일어날 수 없는 기괴한 괴담들이지만 이면을 들여다 보면 인간의 이기심과 공포심이 만들어낸 한낱 거짓에 불과하다는 결말이 앞서 말한 소문의 속성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전작인 <항설백물어(비채/2009년 7월)을 읽지 않았지만 이번 책을 읽는데 전혀 지장이 없는 이유는 책의 구성이 단편 소설 모음집처럼 각각의 독립된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책에는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화자(話者)이자 괴담 수집가 “모모스케”를 주인공으로 하고, 사실상 각 사건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인물들인 승려와 신관의 옷을 입고 액막이 부적을 파는 어행사 “마타이치”, 신탁자 “지헤이” - 한마디로 사이비 승려와 신관이라 할 수 있겠다. 작가는 이들을 “소악당”이라 부른다 - , 인형술사(에도 방언으로 “산묘회”라 부른다고 한다) “오긴”이 주요 등장인물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는 기이한 사건에 대한 조사 의뢰를 받은 모모스케가 마타이치 일행을 찾아가 도움을 청하는 형식으로 전개되는데, 이들이 맡게 되는 사건 하나하나가 괴이(怪異)하기 짝이 없는 그런 사건들이다. 먼저 모모스케의 형인 "군파치로”가 의뢰한 사건인 <노뎃포> 편에서는 이마에 총알도 아닌 돌멩이가 박혀 죽는 사건을 다룬다. 또한 <고와이> 편에서는 세 번이나 목이 베이는 효수형(梟首刑)을 당해 죽은 악당이 버젓이 살아나고, <히노엔마> 편에서는 원래는 밤마다 남자의 기혈을 빨아들이는 여자 귀신을 지칭하는 말이지만 사주(四柱)에 화(火)가 두 개나 겹쳐 화재를 몰고 다닌다는 병오년(丙午年)생 여성에 대한 숨은 진실를 들려주며, <후나유레이> 편에서는 배에 바닷물을 퍼 올려 침몰시키는 유령의 이야기를, <사신 혹은 시치닌미사키> 편에서는 한번에 일곱명씩 죽인다는 사신(死神)이야기를 다루며, 한 무사의 눈에 계속해서 보이는 죽은 영주의 유령을 이야기하는 <로진노히> 편으로 이야기를 끝을 맺는다. 한편 한편 독립적으로 전개되지만 모든 이야기는 <사신 혹은 시치닌미사키> 편으로 수렴되고, <로진노히> 편으로 마무리되는 형식으로 전개된다. 이처럼 한 편 한 편이 기괴하기 짝이 없는 요괴나 귀신들이 등장 - 이 작품이 일본 에도시대 괴담집 <회본백물어(繪本百物語)>에 등장하는 설화를 바탕으로 했다고 한다 - 하는데, 사건의 이면을 들춰 보면 그런 요괴나 귀신들은 실재(實在)하는 그런 존재들이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이 만들어낸 거짓들이 많은 사람들의 입을 거쳐 부풀려지고 왜곡되어진 일종의 허상(虛像)에 불과한 것으로 밝혀진다. 마타이치 일행은 바로 그런 소문의 진상을 꿰뚫어 보고 위선과 거짓의 가면을 벗겨내어 사건을 해결 - 때로는 그런 소문을 그대로 이용하여 모사를 꾸미기도 하며, 소문을 만들어 퍼뜨리기도 한다 - 하는 것이다. 또한 각 편 마다 등장인물들의 과거사가 함께 등장하는데, 예를 들어 <노뎃포> 편에선 어릴적 가난한 형편 때문에 남의 집에 양자로 갈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 모모스케와 한때 해적(海賊)이었던 신탁자 지헤이의 과거 이야기가 펼쳐지며, <고와이>에서는 인형술사 오긴의 출생과 함께 마타이치와 목이 베어져도 되살아나는 “기에몬”과의 지난 10년 동안의 기나긴 싸움 내력이 밝혀진다. 
 

분량이 웬만한 책 2권 이상인 776 페이지에 이르지만 한편 한편이 독립된 단편 소설로 읽을 수 있어 분량에 크게 부담 없이 읽을 수 있었다. 전편을 읽지 않았던 터라 <전설의 고향>이나 <퇴마록>처럼 요괴와 귀신이 실재하는 “공포 소설” 쯤이겠거니 생각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나니 그런 괴담으로 포장된 사건 이면 속에 감춰진 인간의 욕망과 이기심을 고발하는 일종의 “사회파 추리소설”에 가깝다고 볼 수 도 있을 것 같다. 공포물과 추리소설, 두 가지 장르 모두 좋아하는 나로서는 마치 고전 설화를 읽는 듯한 느낌와 함께 공포물과 추리소설을 함께 읽는 것과 같은 흥미롭고 재미있었던 작품이었는데, 아예 처음부터 <퇴마록>과 같은 공포소설을 기대했던 독자들이나 공포, 추리소설과 같은 장르 소설들을 싫어하는 분들께는 실망할 수 도 있는, 호불호(好不好)가 엇갈릴 수 있는 작품일 수 도 있겠다. 그래도 기묘하면서도 으스스한 공포스러운 분위기와 함께 미스터리를 해결해나가는 추리 소설적 재미를 함께 보여주는 있는 이 책, 그 어느 때보다 비도 많이 오고 무더운 이 여름에 제격인 그런 소설로 추천하고 싶다. 마지막으로 일본 못지않은 전설과 설화를 보유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도 그런 전설을 현대적으로 새롭게 해석해서 스토리텔링(Storytelling)하는 시도가 있어 주기를, 그래서 낯선 일본 이야기가 아닌 익숙한 우리 이야기를 읽어볼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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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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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작가 작품은 “스티그 라그손(스웨덴)”의 <밀레니엄>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 읽은 “요 네스뵈(Jo Nesbø, 노르웨이)”의 <헤드헌터(원제 Headhunter / 살림출판사 / 2011년 7월)>가 두 번째 작품이다. 노르웨이 작가는 처음인지라 우선 작가부터 검색해봤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제2의 스티그 라그손” - 스티그 라그손, 유명하긴 정말 유명한가 보다^^ - 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재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고 잘나가는 스릴러 작가라고 한다.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거나 세계 수 십 개 국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요란(?)스러운 칭찬 - 물론 없는 사실을 늘어놓진 않았겠지만 - 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노르웨이에서 가장 많은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한 밴드의 보컬이자 주식중개인이었다는 좀처럼 보기 힘든 특이한 경력만큼은 눈길을 끈다. 작가의 이력처럼 강렬한 헤비메탈 사운드와 같은 재미와 스릴이 휘몰아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면서 만화 스타일의 표지를 넘겨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추천이 곧 고객의 결정이라고 자신할 정도로 “헤드헌터” 업계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로게르 브론”은 자신만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내 “디아나”가 운영하는 화랑(Gallery)과 초호화 주택을 가지고 있는, 누가 봐도 부러워할 - 다만 자신의 키(168 m)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만 빼고 - 멋진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친구, 남모를 비밀이 있다. 바로 큰 집과 화랑을 운영하기에는 재정이 빠듯한 나머지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名畵)들을 훔쳐 파는 “비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림들에 대한 정보 출처도 기가 막혀서 자신이 채용 진행하는 지원자들에게 “예술에 관심 있습니까”라는 질문으로 그림 소유 정보를 캐낸 후 보안회사 직원인 “우베”와 공모해서 가짜 그림과 바꿔치기해서 팔아버린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의 화랑 전시회에서 전 GPS 관련 회사 CEO 였던 “클라스 그레베”를 아내의 소개로 만나게 되고, 그가 세계적인 화가 “페테르 루벤스”의 사라진 명화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게르는 그를 경쟁 회사의 CEO 자리에 추천하는 한편, 루벤스의 명화를 훔쳐내어 거액을 챙기기로 결심한다. 그의 저택에 숨어 들어간 로게르, 그림을 훔쳐내는 데 성공하지만, 그의 아내가 클라스와 불륜을 저지른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하고야 만다. 심한 배신감에 휩싸인 로게르는 클라스의 추천을 거부하기로 맘 먹는데 오히려 자신의 동료 우베가 자신의 차에 의식을 잃고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가 죽은 줄 알고 크게 놀라게 된다. 부랴부랴 우베의 시신(屍身)을 강물에 버리지만 독(毒)에 취해 있던 우베는 가까스로 깨어나고, 로게르는 그런 그를 부축해서 우베의 집으로 데려오지만,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그와 다투다가 그만 사고로 그를 죽이게 된다. 우베의 집에서 도망쳐 나와 그들이 은신처로 삼았던 외딴 곳의 오두막에 숨었지만 클라스가 그 집으로 쳐들어오게 된다. 로게스는 화장실 변기통에 숨어 간신히 탈출했지만 클라스의 개에게 물린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의 위치를 어떻게 알았는지 클라스는 병원까지 쫓아와 그를 죽이려 하지만, 자신을 경찰서로 데려가기 위해 병실에 들어선 경찰들에 의해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경찰들과 함께 차로 경찰서로 향하던 도중 클라스는 로게스를 죽이기 위해 트럭으로 로게스가 타고 있던 차를 밀어 붙이고, 경찰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지만 로게스는 가까스로 살아남아 탈출하게 된다. 자신의 옷에 있던 우베의 신용카드 덕분에 우베로 오인 받아 자신의 정체를 노출시키지 않을 수 있었던 로게스는 자신을 집요하게 죽이려 했던 클라스와 자신을 배신한 아내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머리까지 짧게 자르고 - 머리에 젤 형태의 GPS를 발라 그렇게 쉽게 로게스를 추적했던 것이다 - 총을 든 로게스는 자신의 아내를 죽이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숨어든다. 과연 로게스는 복수를 해낼 수 있을까? 결론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한다.

 이 책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내리자면 “정말 재미있다”라고 할 수 있겠다. 앞에서 언급한 “스티그 라그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참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름과 지명이 낯설어서 애를 먹었던 터라 이 소설은 아예 이름과 지명을 기록할 메모지를 옆에 준비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 역시나 초반에는 낯선 이름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점점 재미가 붙더니 중반 이후부터는 책 속에 말 그대로 “푹” 빠져 버려 언어에 대한 “부담”을 느낄 겨를 - 물론 눈여겨볼 등장인물이 소수였던 점도 한 몫 했겠지만 - 을 전혀 없게 만드는, 자리에서 벗어날 틈도 안주고 꼼짝없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게 만드는 강력한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동료의 배신 - 이 책에서는 사랑하는 아내를 “배신자”로 설정하고 있고, 마지막에는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던 의외의 인물이 배신한다 - 과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숨 막히는 추격전, 그리고 결말에서의 반전 등 스릴러 소설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이 책은 이러한 식상하게 느껴질 수 도 있는 구성 임에도 불구하고 낮과 밤이 다른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범죄자 “로게르 브론”과 특수부대 출신으로 로게르로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만 같은 강력한 악당 “클라스 그레베”의 대결이라는 캐릭터간의 갈등 관계 - 가 다른 작품과는 차별화된 색다른 재미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중반 이후 두 캐릭터의 본격적인 대결 - 이라고 하기에는 로게르가 너무 일방적으로 당한다 - 이 벌어지는 대목에서는 아슬아슬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들더니 - 로게르가 옥외 화장실 변기통에 빠져 온 몸에 오물 범벅이 되는 장면에서는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 전원이 즉사하는 끔찍한 교통사고 속에서도 살아남은 로게르가 자신을 배신한 아내와 클라스에게 복수에 나서면서부터는 도대체 어떻게 복수를 완수해낼까 하는 궁금증에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고 마지막 결말에서의 놀라운 반전은 한동안 멍한 느낌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기까지 한다. 이 책에서 곡(曲)이 진행될 수 록 더욱 강렬해지는 기타 연주와 울부짖는 듯한 샤우팅(Shouting) 창법으로 가슴을 후벼 파는 헤비메탈 사운드를 읽는 내내 느껴볼 수 있었다면, 즉 페이지가 거듭될 수 록 가슴 조마조마하게 하는 긴장감과 스릴을 고조시켰다가 결말에 이르러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충격과 반전으로 끝내 버리는 이 작품에서 “밴드 보컬”이라는 작가의 독특한 이력이 잘 묻어난다고 평가한다면 너무 과장된 해석일까? 개인적으로는 앞에서도 언급한 가장 유명한 북유럽 작가 “스티그 라그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재미와 스릴을 선사하는 멋진 책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최고의 피서(避暑)법은 역시 “독서 삼매경(讀書 三昧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이 책, 올 여름에 꼭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작품 한편 만으로도 유럽 최고의 스릴러 작가라는 명성이 결코 허명(虛名)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요 네스뵈”의 다음 작품들이 어서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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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지리한 장마가 끝나고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었습니다. 무더위를 이겨낼 가장 알뜰한 피서법이 바로 "독서"겠죠^^ 이 더위를 날려버릴 만한 강력할(?) 책들로 선정해봤습니다. 

 

1. 고의는 아니지만(구병모/자음과모음(이룸)/2011-07-28) 
 

 

비유가 금지된 도시 이야기 '마치 ……같은 이야기', 만취하여 정신을 잃고 깨어보니 땅 속 주물에 갇혀 있는 남자 이야기 '타자의 탄생', 말 한번 잘못했다 살해당하는 유치원 교사 이야기 '고의는 아니지만', 살아 있는 사람을 뜯어 먹는 새떼 이야기 '조장기', 아이의 칭얼거림을 참지 못해 아이를 세탁기에 집어넣는 여자 이야기 '어떤 자장가', 감정을 느끼는 세포가 꿰매어진 소년 이야기 '재봉틀 여인', 성욕을 느끼는 순간 몸속에서 곤충이 튀어나오는 남자 이야기 '곤충도감'. (알라딘) 

작가의 전작인 <아가미>가 꽤나 인상적이었던 터라 "구병모" 작가 이름만 보고도 선뜻 선택하게 된 책이다.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이 책, 간단한 줄거리만 봐도 꽤나 독특하고 기발한 상상력이 번뜩이는 멋진 책일 것 같다. 이 더위, 구병모식 상상력으로 날려 보내는 것도 꽤나 즐거운 피서법이 될 듯^^ 

 

2. 유령(강희진/은행나무/2011-7-20) 

 

제7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현실에서는 백수 폐인이지만 온라인에서는 리니지 최고 영웅으로 살아가는 탈북자 청년 '나(하림)'를 중심으로, 배타적 사회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탈북자들의 소외된 삶과 죽음을 다룬 작품이다. 무거운 주제에도 불구하고 연쇄살인을 둘러싼 미스터리적 구성, 온라인 게임 리니지에서 실제로 일어나 사회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츠 해방전쟁' 등을 소설과 절묘하게 접목시켰다.(알라딘) 

그동안 "세계문학상" 수상 작품 여러 권을 읽었었는데 모두 괜찮은 느낌이었고, 이 책 소개글을 읽고 탈북자들의 소외된 삶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의식을 미스터리와 온라인 게임이라는 흥미로운 소재와 구성으로 엮어낸 책이라 꼭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터라 8월 주목할 만한 신간으로 강력 추천해본다. 
 


3. 악의 교전 1,2(기시 유스케/느낌이 있는 책/2011-07-28) 

 

2010년 제1회 야마다 후타로상 수상작. 인간의 욕망과 광기를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 기시 유스케의 미스터리 장편소설이다. <검은 집>을 비롯하여 <천사의 속삭임>, <푸른 불꽃> 등의 작품으로 국내에 많은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는 기시 유스케가 이번에는 광기 어린 살인귀와 함께 돌아왔다. (알라딘) 

기시 유스케, 명성이야 익히 들어 알고 있지만 아직 그의 작품을 접해 보지 못했다. 이 여름 무더위를 한방에 날려버릴 책 중에서 기시 유스케의 미스터리 공포물만큼  제격인 책이 또 어디 있을까? 1,2권 짜리는 신간 평가단에 선정되지 않지만(^^) 이번만큼은 꼭 선정되길 바래본다.  

 

4. 미인(미야베 미유키/북스피어/2011-07-22) 

 

<모방범>, <화차>, <이름 없는 독>의 작가 미야베 미유키의 미스터리 소설. 남들에게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신비한 힘을 지닌 당찬 소녀 오하쓰, 말라비틀어진 오이 같지만 현명하고 착실한 청년 우쿄노스케, 그리고 엉큼하지만 귀엽고 용감한 꼬마 고양이 데쓰. 두 사람과 한 마리의 환상적인 트라이앵글(알라딘) 

미미 여사 작품 참 즐겨 읽었었는데, 출간 권수가 많아지면서 좀 시들했었다. 그래도 미미 여사의 이름은 결코 허명일 수 는 없는 법, 그녀의 신작 미스터리라니 이름만으로도 선뜻 선택하게 만드는 그녀에 대한 믿음을 다시 한번 확인시켜줄 멋진 작품이길 기대해본다. 

 

5. 레퀴엠(뤼크 피베/살림/2011-07-19) 

 

봉스쿠르의 서재에서 사라진 '레퀴엠'으로부터 시작해 성직자와 귀족 등 지배계층을 조롱한 13세기 대중의 노래집 '카르미나 부라나' 등 음악사적으로 의미가 있는 여러 가지 작품들을 통해 음악이 중세, 근대 사회에서 어떤 의미가 있었는지를 파헤친다. 바로크 시대부터 음악의 역사를 훑어가면서 음계의 기원, 오페라가 어떻게 발명되었는지 등 음악적 상식까지 넓혀 주는 스릴러 소설이다.(알라딘) 

음악사상 유래가 없는 천재라는 모차르트의 유작 <레퀴엠>을 둘러싼 미스터리물이라니  스릴러와 음악이 결합된 멋진 지적 스릴러 물이라 할 수 있겠다. 클래식에 대한 소양이 부족해서 다소 어려울 수 도 있겠지만 음악적 상식까지 넓혀준다니 재미와 더불어 교양도 쌓을 수 있을 것 같아 선정해본다^^ 

 

 8월에도 문학성이나 작품성 고려하지 않고 철저히 개인적인 취향으로 다섯 권 골라봤습니다^^ 저 책 중에서는 구병모의 <고의는 아니지만>과 기시 유스케의 <악의 고전>이 가장 끌리는 데 과연 어떤 책이 선정될 지 벌써부터 궁금해지네요^^ 8월에도 재미있고 감동적인 책들과 가득 만나시는 행복한 한달 보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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