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헤드헌터
요 네스뵈 지음, 구세희 옮김 / 살림 / 2011년 7월
평점 :
북유럽 작가 작품은 “스티그 라그손(스웨덴)”의 <밀레니엄> 시리즈에 이어 이번에 읽은 “요 네스뵈(Jo Nesbø, 노르웨이)”의 <헤드헌터(원제 Headhunter / 살림출판사 / 2011년 7월)>가 두 번째 작품이다. 노르웨이 작가는 처음인지라 우선 작가부터 검색해봤다. 출판사 소개글을 보니 “제2의 스티그 라그손” - 스티그 라그손, 유명하긴 정말 유명한가 보다^^ - 이라고 불릴 정도로 현재 유럽에서 가장 인기 있고 잘나가는 스릴러 작가라고 한다. 각종 문학상을 수상했다거나 세계 수 십 개 국 언어로 번역되었다는 요란(?)스러운 칭찬 - 물론 없는 사실을 늘어놓진 않았겠지만 - 들은 굳이 언급하지 않더라도, 노르웨이에서 가장 많은 앨범 판매고를 기록하기도 한 밴드의 보컬이자 주식중개인이었다는 좀처럼 보기 힘든 특이한 경력만큼은 눈길을 끈다. 작가의 이력처럼 강렬한 헤비메탈 사운드와 같은 재미와 스릴이 휘몰아칠 것이라는 기대를 가져보면서 만화 스타일의 표지를 넘겨 본격적으로 읽기 시작하였다.
자신의 추천이 곧 고객의 결정이라고 자신할 정도로 “헤드헌터” 업계에서 최고로 평가받는 “로게르 브론”은 자신만을 사랑하는 아름다운 아내 “디아나”가 운영하는 화랑(Gallery)과 초호화 주택을 가지고 있는, 누가 봐도 부러워할 - 다만 자신의 키(168 m)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것만 빼고 - 멋진 삶을 살고 있다. 그런데 이 친구, 남모를 비밀이 있다. 바로 큰 집과 화랑을 운영하기에는 재정이 빠듯한 나머지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그림(名畵)들을 훔쳐 파는 “비밀” 직업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이런 그림들에 대한 정보 출처도 기가 막혀서 자신이 채용 진행하는 지원자들에게 “예술에 관심 있습니까”라는 질문으로 그림 소유 정보를 캐낸 후 보안회사 직원인 “우베”와 공모해서 가짜 그림과 바꿔치기해서 팔아버린다. 그러던 어느날, 아내의 화랑 전시회에서 전 GPS 관련 회사 CEO 였던 “클라스 그레베”를 아내의 소개로 만나게 되고, 그가 세계적인 화가 “페테르 루벤스”의 사라진 명화 <칼리돈의 멧돼지 사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로게르는 그를 경쟁 회사의 CEO 자리에 추천하는 한편, 루벤스의 명화를 훔쳐내어 거액을 챙기기로 결심한다. 그의 저택에 숨어 들어간 로게르, 그림을 훔쳐내는 데 성공하지만, 그의 아내가 클라스와 불륜을 저지른 결정적인 증거를 포착하고야 만다. 심한 배신감에 휩싸인 로게르는 클라스의 추천을 거부하기로 맘 먹는데 오히려 자신의 동료 우베가 자신의 차에 의식을 잃고 앉아 있는 것을 발견하고 그가 죽은 줄 알고 크게 놀라게 된다. 부랴부랴 우베의 시신(屍身)을 강물에 버리지만 독(毒)에 취해 있던 우베는 가까스로 깨어나고, 로게르는 그런 그를 부축해서 우베의 집으로 데려오지만, 경찰에 신고하겠다는 그와 다투다가 그만 사고로 그를 죽이게 된다. 우베의 집에서 도망쳐 나와 그들이 은신처로 삼았던 외딴 곳의 오두막에 숨었지만 클라스가 그 집으로 쳐들어오게 된다. 로게스는 화장실 변기통에 숨어 간신히 탈출했지만 클라스의 개에게 물린 부상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되고, 그의 위치를 어떻게 알았는지 클라스는 병원까지 쫓아와 그를 죽이려 하지만, 자신을 경찰서로 데려가기 위해 병실에 들어선 경찰들에 의해 간신히 위기를 모면하게 된다. 경찰들과 함께 차로 경찰서로 향하던 도중 클라스는 로게스를 죽이기 위해 트럭으로 로게스가 타고 있던 차를 밀어 붙이고, 경찰들은 그 자리에서 즉사하지만 로게스는 가까스로 살아남아 탈출하게 된다. 자신의 옷에 있던 우베의 신용카드 덕분에 우베로 오인 받아 자신의 정체를 노출시키지 않을 수 있었던 로게스는 자신을 집요하게 죽이려 했던 클라스와 자신을 배신한 아내에게 복수하기로 결심한다. 머리까지 짧게 자르고 - 머리에 젤 형태의 GPS를 발라 그렇게 쉽게 로게스를 추적했던 것이다 - 총을 든 로게스는 자신의 아내를 죽이기 위해 자신의 집으로 숨어든다. 과연 로게스는 복수를 해낼 수 있을까? 결론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어 생략한다.
이 책에 대한 평가를 한마디로 내리자면 “정말 재미있다”라고 할 수 있겠다. 앞에서 언급한 “스티그 라그손”의 <밀레니엄> 시리즈를 참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름과 지명이 낯설어서 애를 먹었던 터라 이 소설은 아예 이름과 지명을 기록할 메모지를 옆에 준비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책, 역시나 초반에는 낯선 이름이 부담스럽게 느껴지긴 했지만 페이지가 넘어가면서 점점 재미가 붙더니 중반 이후부터는 책 속에 말 그대로 “푹” 빠져 버려 언어에 대한 “부담”을 느낄 겨를 - 물론 눈여겨볼 등장인물이 소수였던 점도 한 몫 했겠지만 - 을 전혀 없게 만드는, 자리에서 벗어날 틈도 안주고 꼼짝없이 마지막 페이지까지 단숨에 읽게 만드는 강력한 몰입감과 재미를 선사하고 있다. 절대 배신하지 않을 것 같은 동료의 배신 - 이 책에서는 사랑하는 아내를 “배신자”로 설정하고 있고, 마지막에는 전혀 눈치 챌 수 없었던 의외의 인물이 배신한다 - 과 생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숨 막히는 추격전, 그리고 결말에서의 반전 등 스릴러 소설의 전형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이 책은 이러한 식상하게 느껴질 수 도 있는 구성 임에도 불구하고 낮과 밤이 다른 이중적인 생활을 하고 있는 범죄자 “로게르 브론”과 특수부대 출신으로 로게르로서는 도저히 이겨낼 수 없을 것 만 같은 강력한 악당 “클라스 그레베”의 대결이라는 캐릭터간의 갈등 관계 - 가 다른 작품과는 차별화된 색다른 재미를 선보이고 있다. 특히 중반 이후 두 캐릭터의 본격적인 대결 - 이라고 하기에는 로게르가 너무 일방적으로 당한다 - 이 벌어지는 대목에서는 아슬아슬해서 손에 땀을 쥐게 만들더니 - 로게르가 옥외 화장실 변기통에 빠져 온 몸에 오물 범벅이 되는 장면에서는 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기도 한다 -, 전원이 즉사하는 끔찍한 교통사고 속에서도 살아남은 로게르가 자신을 배신한 아내와 클라스에게 복수에 나서면서부터는 도대체 어떻게 복수를 완수해낼까 하는 궁금증에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고 마지막 결말에서의 놀라운 반전은 한동안 멍한 느낌이 들 정도로 충격적이기까지 한다. 이 책에서 곡(曲)이 진행될 수 록 더욱 강렬해지는 기타 연주와 울부짖는 듯한 샤우팅(Shouting) 창법으로 가슴을 후벼 파는 헤비메탈 사운드를 읽는 내내 느껴볼 수 있었다면, 즉 페이지가 거듭될 수 록 가슴 조마조마하게 하는 긴장감과 스릴을 고조시켰다가 결말에 이르러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충격과 반전으로 끝내 버리는 이 작품에서 “밴드 보컬”이라는 작가의 독특한 이력이 잘 묻어난다고 평가한다면 너무 과장된 해석일까? 개인적으로는 앞에서도 언급한 가장 유명한 북유럽 작가 “스티그 라그손”의 <밀레니엄> 시리즈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는 재미와 스릴을 선사하는 멋진 책이었다고 평가하고 싶다.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는 최고의 피서(避暑)법은 역시 “독서 삼매경(讀書 三昧境)”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이 책, 올 여름에 꼭 읽어봐야 하는 책으로 추천하고 싶다. 이 작품 한편 만으로도 유럽 최고의 스릴러 작가라는 명성이 결코 허명(虛名)이 아님을 여실히 증명해주는 “요 네스뵈”의 다음 작품들이 어서 출간되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