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먹고살기 - 경제학자 우석훈의 한국 문화산업 대해부
우석훈 지음, 김태권 그림 / 반비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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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성 CF 한 편에 십억 대의 돈을 받고 드라마 회당 출연료가 억대가 넘는 연예인들의 이야기가 연일 언론에 화제가 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급여조차 몇 개월씩 밀려 제대로 받지 못하는 무명 배우나 보조 출연자들, 제작진 스텝들도 수두룩하다고 하니 연예계에도 그 격차가 극과 극을 달리는 것 같다. 분명 “돈”이 되는 사업인데 일부에게만 집중되고 태반이 경제적으로 곤란한 지경인 이런 현실은 비단 연예 사업 뿐만 아니라 출판, 영화, 연극, 스포츠 등 우리가 속칭 “문화(文化, Culture)"라 칭하는 분야 전반에 공통적인 그런 현상일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문화” 분야에 종사하는 모두가 “제대로” - 사회 자체가 빈부 격차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으니 모두가 “잘”은 기대할 수 없을 것 같다 - 먹고 사는 방법은 없을까? 경제학자이자 <88만원 세대>의 저자로도 잘 알려준 “우석훈” 교수가 신작 <문화로 먹고 살기(반비/2011년 8월)>에서 그 해법(解法)을 제시하고 있다.

작가는 머리말에서 문화는 본질적으로 돈과는 별 상관이 없는 영역이라고 말하며 그 이유를 “하고 싶다”는 동기가 워낙 강렬한 분야라서, 넉넉하든 가난하든 새로운 문화 분야의 지망생, 즉 ‘문화 생산자’들이 계속 생겨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런데 지금의 10대와 20대가 전(前) 세대에 비해 문화 생산자나 기획자로 살아가려는 욕구가 강렬한 것은 분명 좋은 흐름이고, 새로운 에너지인데, 이 사회에는 그런 에너지를 경제의 원천적 에너지로 전환 시킬 장치가 아예 없고 그것이 중요하다는 생각 자체를 못하는 듯 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2010년대 새로이 문을 연 이 시기에 우리가 해야 할 첫째 과제가 바로 “문화로 먹고 살기”, 즉 문화 분야에서 지금보다 딱 두 배만 더 많이 고용할 수 있다면, 한국을 지배하는 토건 경제의 문제도 해소할 수 있고, 다음 세대 일자리 문제도 실마리를 잡을 수 있다고 말한다. 하고 싶은 일이 없는 게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할 방법이 없고 길이 보이지 않는 예비 또는 현재 종사하고 있는 문화 생산자들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게 해주고 그게 경제적인 안정까지 얻을 수 있다면, 그 길을 열어주는 구체적인 제도나 경제적 장치를 디자인하는 방법은 바로 경제학에 있으며 ‘문화로 먹고 살기’, 이것이 다음 단계의 진화를 열어주는 문이라고 주장한다. 소수에게 독점되는 것이 아니라 문화 사업에 종사하는 다수가 함께 살아가는 방법의 모색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작가는 어떤 방법들을 제안하고 있을까? 본문에 들어서면 방송, 출판, 영화, 연극, 음악(가요에서 국악, 클래식 등), 스포츠 등 문화 - “미술”은 작가 스스로가 문외한이라 제외했다고 한다 - 별로 나누어 각 문화 사업들의 현황과 경제적 해법을 조목조목 제시한다. 

여러 분야에 걸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어 하나하나 소개하기가 어렵지만 미국 광우병 쇠고기 보도로 많은 곤란을 겪었던 <PD 수첩>과 같은 시사 교양 프로그램에 대한 작가의 견해를 간략하게 소개해본다. 작가는 시사교양을 문화경제학이라는 눈으로 볼 경우 의미 있는 수치는 딱 하나라고 말하며 ‘애국가 시청률’이라고 부르는 “1 %” 에 시사교양이 밑돌게 될 수 도 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사교양 방송의 수익성 평가는 별 의미가 없으며, 관건은 경제적 수치를 들이대기 어려운 ‘진실의 가치’에 대해 사회가 어떻게 값을 매길 것인가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런 진실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지 않고 진실을 개떡 취급하는 사회에서 저조한 시청률을 보이는 <PD수첩>의 경제적 가치는 개떡이 될 것이라는 말이다. 이런 진리와 소통의 가치에 대해 이 사회가 포괄적으로 내린 결정이 바로 공영방송 유지이며, 시사교양의 공익적 가치에 대해서 국민들이 동의했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그런데 요즈음 <PD 수첩>이나 여러 시사 프로그램들이 “좌편향”이라는 이념이나 또는 “시청률”이라는 경제학자도 동의하기 어려운 잣대로 수난을 겪는 것을 보면 이 정권은 이런 국민들의 동의를 인정하고 있지 않는 듯 하다. 경제적 가치야 작가 말대로 “개떡”이라 쳐도 존재 가치까지 “개떡”으로 만드니 말이다. 
 

사실 내가 문화 사업에 종사하고 있지도 않고, 문화 사업들의 깊은 속내(현황)를 잘 몰라서인지 이 책에서 제시하는 해법들이 금세 이해되지도 않고 피부에 직접 와 닿지는 않아 문화 사업들의 현황 중심으로 읽었다. 비록 제대로 이해하진 못했지만 21세기 새로운 발전 방향으로 “문화 사업”이 그 대안(代案)이 될 수 있다는, 그리고 문화 생산자들의 경제적인 안정을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을 통해서 문화 사업이 청년 실업과 토건 경제의 해법이 되기를 바라는 작가의 주장에는 십분 공감한다. 이 책의 해법이 모두 옳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바람직한 문화 사업 방향을 설정하고 종사자들 모두가 함께 공생하는 길을 모색하는 첫 담론(談論)이자 시발점(始發點)으로서 문화 사업 종사자들 뿐만 아니라 문화 정책 입안을 하는 공직자들에게 널리 읽혀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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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침과 기도
시자키 유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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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참 많은 일본 작가들을 만나게 되는데, “시자키 유(梓崎優)”라는 이름은 처음 들어본다. 그의 작품인 <외침과 기도(원제 叫びと祈り/북홀릭/2011년 8월)>을 검색해보니 1983년 출생에 이 작품이 데뷔작이라고 하는데, “2010 아마존 에디터가 뽑은 문학 1위”를 비롯한 수상 경력들과 추천평들이 줄줄이 나열되어 있다. 데뷔작에 이 정도로 찬사가 붙다니 꽤나 성공적인 데뷔인 셈이다. 아직 30대도 되지 않은 젊은 작가의 작품에 너무 과한 칭찬인 것 아냐 하는, 호평(好評)이 많으면 괜히 삐딱해지는 나쁜 버릇이 스물 스물 피어오른다. 낯선 작가가 의외의 즐거움을 줄지 말만 무성한 빈 수레일지 반신반의(半信半疑)하는 마음에 표지를 열고 읽기 시작했다.
 

책에는 <사막을 달리는 뱃길>, <하얀 거인 gigante blanco>, <얼어붙은 루시>, <외침>, <기도> 이렇게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주인공은 해외 동향을 분석하는 잡지의 입사 3년차 기자(記者)로 취재를 위해 한 해에 백 일 가까이 자기 집이 아닌 해외에서 보내는, 외국어 대학을 졸업해 7개 국어를 구사하는 “사이키”다. 학창 시절도 해외에서 보낸 터라 세계 각지에서 그가 겪은 사건들을 각 단편의 소재로 삼고 있는데, 먼저 <사막을 달리는 뱃길> 편에서는 아프리카 대륙의 “사하라 사막” 한가운데 있는 소금을 채굴하는 촌락과 도시 사이를 오가며 소금과 물자를 실어 나르는 대상(隊商) 행렬에 동참한 사이키가 겪게 되는 살인 사건 - 깜짝 놀라게 하는 반전이 나오는데 스포일러라 생략한다^^ - 을 다룬다. <하얀 거인 gigante blanco> 편에서는 스페인 지방 풍차에 얽힌 전설의 수수께끼와 사이키 친구의 로맨스가, <얼어붙은 루시> 편에서는 죽은 지 백 여 년이 흘렀음에도 부패하지 않는 러시아 수녀원의 성인(聖人) 시신(屍身)에 얽힌 불가사의한 사건을, <외침>에서는 아마존 밀림 한복판에 문명의 때가 묻지 않은 원시 부족에 불어 닥친 끔찍한 전염병과 그런 와중에서도 벌어지는 살인사건을, 마지막 <기도>에서는 사고로 기억 상실증에 걸려 동남아시아 몰루카 제도의 이름 없는 섬의 병원에 입원하고 있는 사이키 본인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처럼 사하라 사막, 스페인, 러시아, 아마존, 동남아 등 세계 각지에서 마주하게 되는 기이(奇異)한 사건을 다루고 있다.
 

이 책, 추리소설의 전형이라 할 수 있는 기발한 트릭이나 플롯을 찾기 어렵고 주인공 “사이키”가 탐정 역할을 하긴 하지만 우연찮게 그 살인 사건에 연루되어 사건을 해석하고 추리해내는 정도의 피동적인 모습 - <하얀 거인> 편과 <기도> 편을 제외하고 모두 살인사건이 발생하는 것을 보면 이 친구도 <김전일>처럼 살인을 몰고 다닌다고 볼 수 도 있겠지만 너무 과한 해석 같다^^ - 을 보여주고 있어 추리 소설적 재미로는 밋밋하다고까지 할 수 있겠다. 그런데 이 책 느낌이 참 묘하다. 각 편 마다 세계 각지의 풍광이 주는 색다른 재미와 함께 사건 이면에 숨겨져 있는 반전(反轉)이 허를 찌르는 묘미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사막을 달리는 뱃길>에서 사이키 포함하여 불과 4명의 등장인물 사이에서 벌어지는 살인 - 주인공을 제외하면 3명 사이에서 살인이 벌어지는 셈인데 결국 그들이 한 명씩 죽어나가는 소거법에 의해 주인공과 범인 둘 만 남는다 - 의 이유도 꽤나 그럴싸하지만, 사이키와 주인공이 대치하는 절대 절명의 순간 벌어지는 반전의 의외성에 내가 앞부분을 읽으면서 뭔가 놓친 것은 없는지 처음부터 다시 읽게 만들 정도로 기발한 반전이었다. 또한 세 번째 작품인 <얼어붙은 루시>는 지 않는 시체라는 괴이(怪異)스러움이 공포를 불러일으키다가 그 이면에 감춰진 진실이 밝혀지면서 일단락되는 듯 하다가도 마지막 장면에서 불가사의한 결말을 제시하면서 묘한 여운을 남긴다. 그렇다고 뒤통수를 후려치는 그런 강한 충격은 아니지만 읽고 나서도 묘한 여운이 남는 그런 수준이라고 할까? 그 외 단편들도 저마다 독특한 분위기와 색다른 재미를 선사하고 있어 한 편 한 편이 읽는 재미가 쏠쏠한 그런 이야기들이었다. 이 정도라면 이제 막 데뷔한 신인으로서는 꽤나 성공작이었다고 평가해도 좋을 듯 싶다. 
 

책을 읽으면서 처음에 품었던 의심이 눈 녹듯 사라지고 의외의 재미를 느낄 수 있었던 작품이었지만 그래도 작가의 첫 작품인데다가 단편 모음집이었으니 평가는 그의 본격적인 장편을 읽고 난 후로 미뤄야겠다. 그만큼 그의 장편이 기다려지는데, 그래도 낯설면서도 의외의 즐거움을 준 이 작가, 눈여겨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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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파트의 주목 신간을 본 페이퍼에 먼 댓글로 달아주세요.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는 바람이 춥게까지 느껴지는 완연한 가을이네요. 요즘이야 사시 사철이 "독서의 계절"이라고 하지만 그래도 "10월" 만큼 책 읽기 좋은 계절이  있을까요?^^ 10월에도 많은 책들을 만나겠지만 이번에 새롭게 출발하는 알라딘 10기 소설부문  신간으로 꼭 만나고 싶은 책들 선정해 봅니다^^ 

1. "새벽 거리에서"(히가시노 게이고 / 재인 / 2011-09-26) 

 

이제 일본 추리소설하면 자연스럽게 제일 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히가시노 게이고"일 정도로  너무나도 익숙해진 그런 작가가 되었네요. 사실 몇 권만 읽으면 비슷비슷하게 느껴지고 작품마다 편차가 있는 작가이지만 그래도 안 읽으면 궁금하기 짝이 없는 그런 작가입니다. 일본에서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고 120만부가 팔렸을 정도라니 어느 정도 검증된 작품일 것 같네요. 깊어가는 가을을 히가시노 게이고와 함께 더 서늘하게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2. 알레프 (파울로 코엘료 / 문학동네/ 2011-09-23) 

 

우리나라에서 "베르나르 베르베르"와 버금간다고 말할 정도로 인기가 많다는 "파울로 코엘료" 작품들은 국내에 출간된 작품 만도 수 십 편에 달한다는 데 저하고는 유독 인연이 없었는지 <오 자히르> 한 권 밖에 읽어보질 못했네요. 작품에 뭔가 메세지를 의도적으로 담으려는 책들을 좋아하진 않지만 그래도 이름만으로도 눈길을 한번 더 주게 만드는 파울로 코엘료와의 인연을 이 책으로 제대로 맺어보고 싶습니다.  

3. 삼총사 1,2(알렉상드르 뒤마/시공사/2011-09-26) 

 

탈타냥과 삼총사의 모험은 어린 시절 남자 아이들의 로망이었죠^^ 애니메이션이나 영화로는 참 여러번 접해봤는데 소설로는 어린이판으로만 읽어봤을 뿐 원작으로 읽어본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 기회에 이 책을 통해 고전소설의 향취와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함께 맛보는 것도 올 가을 독서에서 의미가 있을 것 같아 신청해봅니다. 2권이라 당첨될 확률은 적겠지만 말입니다^^ 

그동안은 항상 다섯 권 씩 리스트 올렸다가 이번에는 3권만 올려 봅니다. 그만큼 당첨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더 강력하게 실어서 말입니다. 제가 올린 책이 당첨되면 금상첨화겠지만 어떤 책인들 어떻겠습니까. 가을에는 어떤 책도 재미와 감동이 두배가 되는 그런 계절이니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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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하마 2011-10-06 17: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레드미르님!! 반갑습니다>_저도 딱 삼총사와 새벽 거리에서 당첨되기를 원츄 원츄♡합니다~~
겹치는것이 두개나 있어서 신나서 이렇게 남기고가요~~><

레드미르 2011-10-07 11:26   좋아요 0 | URL
네이버 카페에서 자주 뵈었는데 알라딘에서 만나뵈니 반갑습니다 꿈꾸는하마님^^ 이번에 신간평가단 당첨되셨나 보군요. 축하드립니다. 두 권이 겹치신다니 꼭 이번에 선정되길 바라겠습니다. 꿈꾸는하마님 추천 책 리스트도 보러 가야겠네요.

알라딘신간평가단 2011-10-11 18: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체크 완료했습니다! 첫 미션 수행 고생 많으셨습니다~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 지금 미국을 다시 읽어야 할 이유 52
김광기 지음 / 동아시아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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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점령' 시위, 미국판 촛불집회 되나; 노동조합 가세...대규모 행진 이어가”

- 노컷뉴스 2011.10.06.

“'월가 점령 시위' 미 전역으로…국경 넘어 확산 조짐”-MBN TV 2011.10.04.

“"1% 부자들 탐욕, 99%가 막자” 미국 대도시로 시위 확산” - 한겨레. 2011.10.02.

 최근 미국 한복판 뉴욕에서 일어나고 있는 데모에 대해 금시초문인 분들, 또는 미국을 “민주주의의 신(神)”, “신(神)의 대리인” 쯤으로 신봉(信奉)하는 분들이라면 위의 뉴스나 기사들의 제목에서 “미국”이라는 단어가 오타(誤打) 일 것이라고 여기거나 또는 심지어 “반미좌파(反美左派)” 세력, 더 직접적으로 말해 “빨갱이”들의 왜곡 보도로 믿고 있는 분들도 쬐끔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분들의 믿음에 찬물을 끼얹을 소리이지만 2011년 현재 미국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다. 최근 시간인 6일(한국시각)에 발생한 월가 점령시위에는 각종 노동조합원들이 가세하면서 최대 1만 3 천여 명으로 추산될 정도로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하고, 이제는 뉴욕 뿐만 아니라 워싱턴, LA, 신시내티 등 미국 전역으로 퍼지고 있으며, 오는 10월 15일을 '전세계 항의의 날'로 정하고 캐나다, 유럽 도시, 아시아 등에서 대규모 시위를 벌일 계획이라고 하니 “그러다 말겠지” 하고 스쳐가는 유행 수준을 넘어선지 오래인 것 같다.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의 구호가 바로 “우리는 99%입니다”, “부유층 1%의 탐욕으로 나머지 국민 99%가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라고 한다. 자유와 평등이 절대 보장된다는 민주주의의 천국, 미국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그런 문구이다. 도대체 이런 문구와 대규모 시위가 일어날 정도로 미국에서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경북대 일반사회교육과 “김광기” 교수는 그의 저서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지금 미국을 다시 읽어야 할 이유 52(동아시아/2011년 9월>)에서 미국은 경제 뿐만 아니라 정치, 사회, 교육 등 사회 곳곳에서 이미 “몰락(沒落)”의 지경에 이르렀다고 말한다.

작가는 먼저 지난 2008년 금융위기에서 초래된 경제 위기가 미국 곳곳에 남긴 처참한 상흔(傷痕)들을 하나 하나 짚어준다(1부 우리가 아는 미국은 없다). 한때 인구의 60% 이상이 중산층이라고 할 정도 튼튼한 허리를 자랑했던 미국이 지금은 중산층이 무너져 버려 지금은 상위 10%가 전체 소득의 50%를, 하위 50%는 전체 소득의 1%를 나눠 갖는 양극화 사회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렇다 보니 미국 국민 개개인들의 삶이 고달프기 이를 때 없는데, 공공임대주택 신청서 배부 - 당첨권이 아니라 신청서 배부 - 에 한 도시의 인구 2/3가 넘는 사람들이 모여들어 62명의 부상자들이 발생하는 소동이 연출되고, 200 명 가운데 1명이 노숙자라고 할 정도로 노숙자들이 크게 증가해 자신의 주(州)에 있는 노숙자들을 항공권을 줘서 다른 주(州)로 쫓아내는가 하면 40% 넘는 미국인이 최저임금을 받는 단순 서비스업에 종사하고 청년 실업률은 53.4%로 2차 대전 이래 최악의 수준에까지 이르렀다고 한다. 심지어 미국인들의 주식(主食)인 고기(肉類) 값이 치솟으면서 유사 고기라 할 수 있는 “스팸(SPAM)"의 소비가 급증하고, (고기가 너무 비싸 먹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집집마다 닭을 키우고 있다니 웃기조차 민망할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주(州) 정부들의 재정 상태는 연방국가보다 더 심각해서 멀쩡한 아스팔트 고속도로를 “관리비”가 많이 든다는 이유로 자갈 도로로 교체하고, 공립학교들을 폐쇄하지 않나, 교과서 종이값이 아까워서 “디지털”화하질 않나, 교도소 운영 비용 절감을 위해 범죄자들을 조기 석방하기까지에 이르렀다고 한다. 
 

그런데 이런 몰락은 경제만이 아니라 정치, 교육, 도덕 등 사회 전 분야에서도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말한다(2부 미국의 위기를 바라보는 사회학적 시선). 오늘날 미국을 있게 한 “아름다운” 정신들, 즉 정직, 신뢰, 관용, 정의로 대변되는 청교도적 윤리와 성실한 자본주의와 아메리칸 드림은 어느새 자취를 감춰버리고 정경유착, 승자독식, 부패 등 3류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추악한 모습들이 어느새 미국 곳곳을 차지하고 있다고 말한다. 경제야 한 두 번 위기도 겪고 실패할 수 도 있지만 이처럼 “도덕(道德)”이 타락한다면 다시는 회복할 수 없는 나락(奈落)의 지경으로 떨어질 수 있다는 경고이며, 학연, 혈연, 지연으로 끈끈하게 맺어지는 “확신”이 아니라 각양각색의 피부색, 말, 밥 먹는 문화를 연결하는 고리이자 미국의 진정한 힘인 “신뢰”가 사라져 버린다면 과연 사회가 남아나겠느냐는 한탄인 셈이다. 이렇게 부도덕과 승자독식, 비윤리성의 만연으로 망해가는 미국 사회에 누구도 나서서 이의를 제기하고 비판하는 사람이 없다는 점이, 자유로운 비판과 저항으로 대변되었던 예전의 미국이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더 놀랍다고 말하며 작가는 이런 비판의 실종이 예스맨들만 양산하는 공교육과 해바라기 짓만 해대는 언론 탓이라고 단언한다. 한마디로 정말 우리가 아는 “미국”은 이 책에는 없었다.
 

하나하나가 놀랍고 충격적인 이야기이지만 사실 2008년 세계 금융 위기 이후 미국의 패망(敗亡)을 경고하는 책들이 쏟아져 나온 터라 새삼스러운 그런 내용들은 아니었다. 특히 1부 경제 몰락은 그렇다 쳐도 2부 미국 도덕과 정신의 타락은 이미 오래전부터 많은 학자들이 경고해왔던 사항이었고 미국의 힘이 “신뢰”에 있었다는 필자의 견해에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었다. 세계 1위의 범죄국가라 일컬을 정도로 강도, 강간, 납치, 살인이 매 시간(時間) 매 분(分) 단위로 발생 - 이런 범죄들의 발생 빈도를 시간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범죄시계(犯罪時計)” 다 - 하고, 미국의 고질병이라 할 수 있는 인종차별과 도시 빈민 문제, 그리고 미국을 지배하는 "WASP(White Anglo-Saxon Protestant; 앵글로색슨계 백인 신교도)"과 “유태 자본”이라는 “계급” 문제는 이미 수십 년 전 부터 단골로 등장하는 테마였다고 할 수 있으니 말이다. 다만 그동안은 미국의 진정한 힘이었던 “군사력”과 “경제력”에 현혹되어 그런 불의와 부조리는 눈에 띄지 않거나 애써 무시(無視)해왔던 것이고, 최근 들어 “경제”가 무너져 버리면서 이제야 비로소 그런 추악한 모습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 것이 아닐까?끊임 없이 비대(肥大)지기만 했던 몸의 거품이 빠지면서 썩어 들어가던 머리가 눈에 들어오듯이 말이다. 내가 미국의 몰락이 두려운 것은 우리의 든든한 우방(友邦)이라던가 또는 우리의 최대 교역국 - 최근에는 중국에게 그 자리를 내줬지만 - 이기 때문에 미국 경제 몰락이 가져올 우리의 막대한 손실 때문이 아니라 강력한 패권국이었던 미국이 그 지위를 상실하고 패망의 위기까지 몰리게 되면, 즉 벼랑 끝까지 몰리게 되면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무시무시한 상상 때문이다. 몇몇 책들을 통해 짐작할 수 있는 미국의 극단적인 행보는 막대한 재정적가와 국채(國債) 부담 때문에 “달러”화(貨)의 세계 기축 통화(基軸通貨, key currency)라는 위치를 스스로 포기하고 달러화 가치를 붕괴시키는 선택 - 여러 음모론(陰謀論)과 맞물려 그럴싸한 시나리오들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 을 할 수 도 있으며, 경제 위기와 내부 불만이 있을 때마다 단골로 선택해온 “전쟁(戰爭)”이라는 카드 또한 언제 빼들지 불안하기만 하다. 설마 하는 분들이 대부분이겠지만 내가 죽게 생겼는데 도덕이며 정의가 무슨 소용일까? 그동안이야 속으로는 온갖 잇속을 다 챙겨왔지만 적어도 대외적으로는 “슈퍼맨”과 같은 정의(正義)의 수호자 가면(假面)을 써왔지만 이제는 죽을 지도 모르는 데 그런 가면이 무슨 소용일까? 진정으로 무서운 것은 그런 가면을 벗고 탐욕의 맨 얼굴을 그대로 드러낼 바로 그 날일 것이다.
 

처음 이 책을 대할 때는 혹 모 국회의원의 <~ 없다> 처럼 그저 피상적인 몇 몇 사건들을 가지고 미국을 감정적으로만 비난해대는 그런 책이 아닐까 의심이 들었었다. 그러나 다 읽고 나니 풍부한 사례와 통계들을 바탕으로 해서 꽤나 설득력이 있고 무엇보다도 반일(反日)감정이었던 그 국회의원처럼 반미(反美)가 아니라 미국을 “진심”으로 염려하고 걱정하는 “친미(親美)적인 작가의 성향으로 그런 염려는 기우(杞憂)였음을 알게 되었다. 친미라서 다행이란 뜻이 아니라 ”친미“이기 때문에 앞의 책처럼 감정적인 비난 일색이 아니라는 뜻이니 오해 없으시기를^^. 그렇다면 오래전 "소중화(小中華)"라 칭할 정도로 중국에 의존했던 것 보다 어쩌면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할 수 있는, 미국이 콜록 기침만 해도 바로 중병(重病)에 걸려 자리보전하는 처지가 되버리는 작금의 우리나라에게 미국의 몰락은 어떤 결과 - 어쩌면 이 책을 쓴 작가의 의도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 를 가져올까? 생각만 해도 끔찍해 서둘러 책장을 덮고 말았다 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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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마시지 마라 - 하루 8잔의 물을 마시는 당신에게
하워드 뮤래드 지음, 이충호 옮김 / 웅진뜰 / 201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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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식을 좀 짜게 먹는 편인 데가 흡연(吸煙)을 하고 있어 물을 많이 마시는 편이다. 헤아려 보진 않았지만 하루 물 섭취 권장량이라는 “2 리터(ℓ)"를 좀 넘게 마시고 있는 것 같다. 그런데 이 물 권장량도 자신의 체중에 따라 다르다고 하는 데 공식이 “하루 물 섭취량(L): 몸무게 * 0.033”이라고 하니 내 몸무게 - 밝힐 수 는 없지만^^ - 를 감안하면 지금 마시는 양보다 더 많이 마셔야 할 것 같다. 다이어트와 몸 속 노폐물 제거를 위해 좋다는 이 물도 많이 마시면 신장 기능이 약화되고 혈중 염분 농도가 떨어져 쇼크가 올 수 있다니 역시 “적당히”가 중요할 것 같다. 그런데 이런 건강 상식을 깨뜨리는 책이 나왔다. 그것도 물을 마시지 말라는 자극(?)적인 제목으로 말이다. 바로 “하워드 뮤래드(Howard Murad)”의 <물, 마시지 마라; 하루 8잔을 마시는 당신에게(원제 The Water Secret/뜰/2011년 9월)>이 바로 그 책이다. 

첫 장에 “수분 체크리스트; 내 몸에 수분이 부족하다!”부터 시작하는 이 책은 작가의 머리말에서부터 결론이 나와 버린다. 원제이자 수천 명의 환자에게 임상을 거쳤다는 “워터 시크릿” 실험을 통해서 몸 속부터 밖까지 활기찬 건강을 유지하는 열쇠는 바로 세포들을 젊은 세포만큼 물을 잘 보존할 수 있도록 튼튼하게 유지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발견하고 입증했다고 밝힌다. 작가는 이 방법을 모든 세포의 세포막을 복구하고 물과 영양분을 세포에 충분히 공급한다면, 노화와 질병에 얼마든지 맞서 싸울 수 있는, 몸이 스스로 치유하고 복구하도록 도우면 젊어 보일 뿐만 아니라 더 건강해지고 활기가 넘쳐 신체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면서 살아갈 수 있으며, 나이와 건강, 습관에 상관없이 누구나 효과를 볼 수 있는 “아주 간단한 비결”이라고 말한다. 이 대목만 봐도 이 책이 제목처럼 물을 아예 마시지 마라는 이야기가 아니라 중요한 것은 물을 담는 그릇 역할을 하는 “몸”에 관한 이야기임을 눈치챌 수 가 있었다. 따라서 작가는 이 책의 목적이 자신이 지난 30여년 동안 수천명의 환자를 치료하면서 정립한 물 건강법인 “워터 시크릿”을 실제적이고도 효율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을 보여주기 위한 책이라고 말하며 포괄적 건강의 세 가지 요소- 국소적, 내부적, 정서적 자가 치료 - 를 그 전략과 함께 소개하고 워터 시크릿을 실천에 옮기는 데 안내자 역할을 할 10단계 과정과 식단을 제공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고 밝힌다. 만약 10주일 동안에 10단계를 모두 실천한다면, 각자의 개인적 회복 과정은 거의 모든 세포가 새로 바뀌는 데 걸리는 시간과 일치할 것이라는 장담과 함께 말이다. 

그렇다면 도대체 하루 물 8잔 이상, 또는 성인 물 섭취 권장량 2.5 리터(ℓ)라는 말은 어디서 나왔을까? 작가는 1945년 성인이 하루에 마셔야 할 물의 적정량을 2.5 리터(ℓ)라고 언급한 보고서를 발표한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산하 국립연구위원회”를 지목한다. 그런데 이 보고서 말미에는 “이 정도의 양은 대개 음식물 속에 포함돼 있다”는, 즉 일부러 물을 그렇게 의식적으로 들이키지 않아도 우리가 먹는 음식 만 - 예를 들어 수박과 오이는 97%가 물이고, 수분이 없을 것 같은 통밀빵도 3분의 1이 물이라고 한다 - 으로도 충분히 섭취가 가능하다니 그동안 우리는 너무 물을 “많이” 마셔온 것인지도 모르겠다. 작가는 물을 많이 마신다고 해도 몸 속 수분 함량을 높이는 데는 전혀 도움이 안 되고, 오히려 앞에서 언급한 물 과다 섭취의 부작용, 즉 얼굴과 발목, 위(胃)의 부기(浮氣) - 부증으로 부은 상태 - 만을 초래한다고 경고한다. 또한 몸이 제대로 물을 머금지 못한다면 - 책에서는 “수화(水和 또는 水化)상태라고 표현하는 데 원어가 어떤 단어여서 이렇게 번역했는지 궁금한데 확인할 수가 없었다 - 물을 4 리터(ℓ) 이상 마신다고 해도 물이 부족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 앞서 언급한 “워터 시크릿(Water Secret)” 이 바로 몸이 이런 제대로 된 수화 상태를 만들기 위한 상태를 만드는 방법인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이런 수화 상태를 만들 수 있을까? 물을 그냥 마시지 말고 “먹어라”라고 표현하는 것처럼 일반적으로 컵에 따라 마시는 물이 아니라 세포 속으로 쉽고 빠르게 들어가는 걸 도와주는 최적의 구조를 지닌 과일과 채소에 들어 있는 물을 마시라고 한다. 이 외에도 비타민 C와 오메가3 같은 영양 보조제를 꼬박 꼬박 챙겨 먹고 세포 내의 수분을 근육으로 전달하기 위해 꾸준히 운동을 해야 하며 피부와 건강의 적인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자신의 열정과 재능을 살리고, 남에게 베푸는 마음을 가지라는 심리적인 방법 또한 제시하고 있다. 
 

제목처럼 물 섭취량을 줄이거나 아예 마시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잘” 마시라는 이 책, 결국 좋은 음식과 영양 보조제를 섭취하고 운동 또한 열심히 해야 하며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최선을 다하라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는 여느 건강 교양서와 크게 다를 바 없는 구구절절이 옳은 이야기들만 담고 있는 셈이다. 자기 계발서들이 하나 같이 좋은 말들이지만 독자가 실천하지 않는다면 전혀 의미가 없듯 이 책 또한 독자가 책에서 제시하는 10단계 방법에 따라 하나하나 실천한다면 작가가 말하는 건강의 비밀(Water Secret)을 성취할 수 도 있을 것이다. 즉 이 책에서 제시하고 있는 건강 메시지는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 금과옥조(金科玉條)가 될 수 도 그저 그럴 수 도 있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나는 어떨까? 물을 마시지 말라는 뜻이 아닌 이상 물 섭취량이 줄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굳이 이 책의 10단계 방법으로 정의하지 않더라도 육식보다는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으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짜게 먹던 식습관을 고치기 위해 소금량도 반 이하로 줄이도록 하고 있다. 거기에 비타민 C와 오메가3 도 꾸준히 섭취하고 있고, 한동안 소홀히 했던 자전거도 새로 손질해서 탈 계획인데다가 담배 또한 조만간 끊을 생각이니 어느 정도 이 책의 기조에 맞추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면 될 것 같다. 몸에 나쁜 것은 금하고 몸에 좋은 것은 너무 과하지 않게만 늘리면 이 책에서 말한 대로 몸의 수화 상태가 훨씬 더 개선될 것 같다. 누구나 다 알고 있는 것을 나에 맞춰 실천하면 그게 바로 자신만의 건강법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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