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원자재공부 시작하라 경제에 통하는 책 7
윤채현.정용구 지음 / 한빛비즈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는 전선을 제조하는 업체로 전선의 주재료는 전도성이 좋은 구리(銅,CU)로 전체 재료비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 시점 동가와 환율로 수주를 받으면 2~3개월 후에 납품을 하게 되는데, 구리가격이 수주시점보다 상승하게 되면 재료비는 구리가격 상승만큼 그대로 올라가게 되고, 수주가격은 고정이어서 원자재 가격 변동만큼 그대로 손실을 입게 된다. 물론 반대의 경우는 이익을 보게 되겠지만 이처럼 외적 변수라 할 수 있는 원자재 가격 변동이 직접적으로 손익에 영향을 끼치게 되니 원자재 가격 변화에 매우 민감하고 시시각각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다. 윤채현의 “지금 당장 원자재 공부 시작하라”는 이처럼 경영의 주요 변수인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얻고자 하는 회사의 실무 담당자들이나 일반적인 재테크 수단인 부동산이나 주식시장에서 벗어나 새로운 대안으로서 원자재 시장에 관심을 갖는 일반인들에게 어렵기만 한 원자재 시장에 대하여 공부하기 위한 첫 입문서로서 손색이 없는 책이다.

 

 책 머리말에서 작가는 우리나라처럼 수출주도형 성장전략의 국가에서는 주식, 채권, 부동산, 외환, 원자재 시장이 마치 톱니바퀴처럼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돈의 흐름을 읽기 위해서 톱니바퀴 중 하나인 원자재 시장을 꼭 공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입증하는 실제 사례로 2008년 초중반 국제 유가가 140달러까지 치솟았을 때 일부는 주식시장이 상승 할 것으로 외쳤지만 돈의 흐름을 아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주식시장을 빠져나와 주식시장과 반대로 움직이는 외환 시장에 투자해 큰 수익을 올리고, 통화량이 늘어나자 다시 석유나 금으로 옮기는 등 거시 경제의 흐름을 파악하여 능동적으로 움직여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먼저 첫 장에서는 원자재의 정의와 상품지수, 거래 시장 등 원자재 시장을 이해하기 위한 기초 상식을 설명하고(제1장 원자재 시장 이해하기), 각 원자재들에 대한 세부 지식은 별도의 장으로 석유, 천연가스등 석유 외 에너지, 금속, 곡물·기호식품 시장으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제 5장 ~제 8장). 제 2~4장에서는 원자재 시장과 주식, 금리. 부동산, 외화 예금 등 각 시장과의 상관관계를 설명하고(제2장 원자재 시장을 왜 꼭 알아야 하지?), 중국의 성장정책에 따라 급등, 급락을 반복하는 원자재 시장의 수요, 공급의 특성, 세계 경제 위기 이후 약세로 전환된 달러가 원자재 가격에 미치는 영향, 각국의 원자재 확보 경쟁 등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주요 변수를 설명하고 있으며(제 3장 원자재 시장은 왜 대세 상승기가 길까?), 이 책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제 장 실전! 원자재 투자하기에서는 원자재 시장에 투자하고 싶은 일반인들에게 경제성장률, 수급상황, 가격수준, 조정 가능성, 인플레이션 등 투자의 적기를 판단하는 각 지표와 해설을 제시하고 원자재 직접투자, 소액 펀드 투자, 소액 원자재 ETF(상품지수, 섹터 상품지수, 개별 원자재 등 다양한 원자재와 관련된 펀드상품) 투자 등 실전 투자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은 원자재 투자에 적합한 시기일까?

작가는 2008년 세계 경제 위기를 계기로 돈이 많이 풀려 인플레이션 보상심리가 생겼으며 브릭스의 빠른 경제 성장과 원자재 생산기업들의 부도로 원자재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가능성이 높고 부동산 경기 침체 지속등의 이유로 2009년 이후는 원자재 시장은 투자의 적기라고 주장한다. 다만 상승폭이 너무 커지면 조정을 받을 수 있으며 조정기를 이용하여 원자재에 투자하는 전력이 안전하면서 수익률도 높일 수 있다고 충고한다. 풍부한 그래프와 도표, 그리고 “특집” 형식으로 주요 사례나 핵심 내용은 별도로 설명하는 등 일반인들도 쉽게 이해를 할 수 있게 책을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물론 이 책 한권으로 원자재 시장을 모두 이해하기에는 시장은 너무 광범위하고 복잡하며 한계가 있다. 지금 시점에서 원자재 공부를 시작해야 할 필요성, 그리고 어떤 내용을 공부해야 하는지와 같은 어렵고 생소하기만 한 원자재 시장 공부를 위한 길라잡이로써 이 책의 구성과 역할은 충분하다고 평가할 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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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눈물
김정현 지음 / 문이당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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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현의 신작 “아버지의 눈물”을 읽으면서 비록 이 책의 주인공인 “흥기”보다는 한세대가 위신 육순을 훌쩍 넘기셨지만 그들보다 더한 아픔과 슬픔을 겪으셨을 아버지를 내내 떠올렸다. 언제나 어렵게만 느껴졌던 아버지와 처음 가깝게 된 계기는 대학시절 삼겹살 집에서 아버지와 술 한잔 마시게 되면서부터이다. 행복하셨다는 우리들 키운 이야기, 이른 나이에 외할아버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성공하신 부모님 결혼 이야기, 잔소리하시는 어머니 흉보기 등등 아버지와 나 둘만의 이야기가 점점 많아지면서 아버지와의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졌다. 과하신 약주에 몸을 가누지 못하셔서 내가 업어드리겠다고 하면 이 정도 술에 약해질 내가 아니다며 허리 꼿꼿이 세우고 앞장서서 걸어가시던 아버지, 그래도 부축하는 내 팔이 싫지는 않으셨는지 가볍게 기대시던 아버지의 어깨를 느끼면서 어렸을 적 그 누구보다도 든든했던 어깨가 언제 이렇게 야위셨나 하고 울컥하곤 했다. 천직으로 아셨던 일 그만두시고 자신의 희망이 사라졌다는 좌절과 가장으로서의 부끄러움에 더욱더 움츠려지셨던 어깨가 펴지신 건 내 결혼식에서 가족 사진 찍을 때였다. 의자에 야윈 어깨를 한껏 펴시고 비스듬히 앉아서 좋은 날에도 멋있는 웃음보다는 어색하고 멋쩍은 미소를 지으신 아버지의 사진을 보면서 오랜만에 젊으신 시절 그분의 모습을 엿보는 것 같아 웃음이 나왔다.

이 책은 나의 아버지처럼 한분 한분 소중한 삶을 살아오신 분들이 이제는 국가의 노령인구 비율을 높이는 부담스러운 존재로만 여겨지고 직장에서는 언제든 그만둬야 할 퇴출 1순위로 여겨지는 그런 아픈 현실을 이야기하고 있다.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 못한 평범한 아버지인 주인공 “흥기”와 그의 가족들, 부모님 대하여 동생에게 지극히 헌신적이었지만 아직도 제대로 보살피지 못했다고 자책하는 흥기의 누나와 어려운 형편이지만 흥기네 보다도 더 행복한 누나네 가족들, 아내가 기뻐하는 모습 보는 걸 인생의 목표로 삼고 그것에서 행복을 느끼는 흥기 친구 ‘인규“, 돈과 성공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추한 욕망을 들어내는 흥기 친구 ”상길“과 ”종호“, 남편과 아버지로서 자리를 제대로 못 지켜낸 걸 가슴 아파하며 결국 죽음의 길을 택한 ”병섭“에 이르기까지 이 책에는 결코 과장하지 않은, 바로 현실 그 자체인 우리들의 아버지들과 가족들이 등장한다. 친구 병섭의 장례식장에서 "사람으로서 죽을 기회마저 잃어버리는 게 가장 두려운 것"은 남은 이가 마지막 순간에도 분노를 삭이지 못해 처참해지는 그것만은 아니할 수 있도록 하는 그런 순간이며, 사랑의 끝이 분노가 되어 그를 무너지도록 해서는 아니 되는 책임과 돈과 사랑, 그리고 그동안 질주하며 내달렸던 모든 것들이 결국 의미 없는 허둥거림에 지나지 않는다는 생각에 허망해하는 흥기의 모습은 우리들 아버지들이 한 번씩 떠올렸을 그런 좌절을 가슴 아프게 이야기한다. 형과 아버지를 부끄러워하는 둘째 아들 ”상우“에게 허망하도록 모든 것이 무너지는 절망 앞에서 분노가 치밀어 손찌검을 하는 장면에서는 자식이 조금 못나도 옳고 그름을 구분할 줄 하는, 차가운 이성보다는 따뜻한 가슴으로 살아가기를 바랐건만 탐욕을 꿈꾸는 자식을 그렇게 망쳐버린 스스로에게 원망하는 흥기의 아픔이 절절히 느껴졌고 우리들 아버지들이 자식들에게 진정으로 바랐던 모습이 과연 무엇이었는지 다시금 일깨워준다.

 작가의 말에서 삶에 지치면서 점점 체념이 익숙해졌지만 불안과 불편한 마음은 여전했고 허황된 몽상이었을지도 모를 희망마저 놓아 버리고 나니 진정으로 되돌아 볼 수 있었다고 말한다. 결국 진짜 희망은 내내 곁에 있었음을, 운명처럼 책임처럼 언제나 부담이 되어 비켜 가려고 만 했던 “가족”, “우리에겐 아직 마누라와 자식을 지킬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는 걸 거야, 우리 뒤틀려 버린 인생들의 마지막 희망, 그러나 그 어떤 희망보다도 더 소중한 희망”이라는 걸 너무 늦지 않았는지 걱정이지만 아직 기운이 남아 있으니 그들에게로 돌아가라는 것이 작가가 삶의 끝자락에서 방황하고 좌절했을 우리들 아버지들과 그의 가족들에게 진정으로 하고 싶은 말이었을 것이다. 작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당신들의 아버지들의 어깨를 짓눌렀던 책임의 무게를 덜어내고 그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가족들 바로 당신들 뿐이라고, 그래서 당신들은 지금  당신들의 아버지들에게 그런 희망이 되었나고 질책을 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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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전설과 마주하다 - 우리 시대 작가 25인의 가상 인터뷰
장영희 외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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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 때 제일 먼저 보는 곳이 작가 서문이나 작가 후기이다.

 읽기 전에 책에 대한 정보와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살펴보고 책을 읽는 기대감을 한껏 올려보기 위한 목적에서이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다시금 서문이나 후기를 보는 데, 감동의 여운을 조금이라도 더 간직하고 싶은 마음에서이기도 하고 작가의 의도나 이야기가 나에게 명확히 이해가 되었는지 다시금 새겨보기 위함이다. 좀 더 관심 있는 책이었다면 작가의 인터뷰를 찾아보는데 책의 배경이나 주인공 후일담, 앞으로의 작품 활동 계획 등을 작가의 육성으로 듣는 재미가 제법 쏠쏠하다. 또는 작품의 주인공들이 모여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상대담 - 예를 들어 유명한 다나카 요시키의 판타지 장르 소설 “창룡전”에는 책 말미에 주인공들이 자신들의 이야기를 들려주는 가상대담으로 유명하기도 하다 -은 마치 또 한권의 책을 읽는 것과 같은 즐거움을 준다. 중앙북스의 “문학의 전설과 마주하다”는 이제는 고인이 되어 우리 곁을 떠나갔지만 작품은 전설이 되어 영원히 우리 곁에서 함께 숨쉬고 있는 작가들과 책 속의 주인공들이 후배 문인들에게 그들의 삶과 철학을 들려주는 그런 가상 인터뷰의 즐거움을 만끽하게 해준다.

  책에는 “서정주”, “이상”, “김동리” “한용운” 등의 우리 근현대사의 주요 문인들, “프란츠 카프카”, “조지 오웰”, “아르튀르 랭보” 등 서구 문인들, 박지원의 “허생전”의 주인공 “허생”, 모비딕의 고집스런 주인공 “에이헤브 선장”, 민담 속 친근한 주인공 “도깨비 김씨” 등 주요 작품의 주인공들에 이르기까지 23인의 작가 또는 작품의 주인공들이 후배 작가, 평론가 들과 가상대담을 벌이는 형식을 띠고 있다 - 글은 총 25편이지만 카프카, 백석은 두 번씩 등장한다 - . 한편 한편이 선배 작가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헌사로 그들의 작품세계와 철학, 삶에 대해 실제 그들을 만난 것처럼 생생하고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그중 독립운동가이자 역사학자였던 단재 신채호 선생이 90년 후배인 현대 평론가 “이명원”에게 보내는 답장 편지를 소개해본다.
 

“처연한 몰락기”의 조선에서 태어난 그는 젊음의 환희나 ‘개인’으로서의 행복이 없었던 삶을 저승에 머물고 있는 지금도 못내 아쉬워한다. 조선의 처참한 몰락은 언롱이나 일삼는 그 당시 선비들의 문약과 지나의 정신세계에 종속되어 있는 중화적 식민성에서 기인된 것이며, 그 당시 그에게 중요했던 것은 예술로 축소된 문학이 아니라 현실의 모순과 역사의 반동을 힘 있게 거스르는 힘찬 언어와 실천적 삶이었다고 고백한다. 자신의 “조선상고사”를 제국주의적 인식론이 침투한, 제국주의와 싸우면서 오히려 닮아버린, 내면화된 식민주의 잔재라고 비판하는 후배문인들에게 그는 불편한 심정을 내비치면서 세련된 이론이 현실의 실상을 왜곡하는 것이 아니냐고 되물으면서 그당시 동아시아의 현실은 본질적으로 힘의 대소의 문제였으며, 결코 힘의 크기문제로 역사의 의미를 희석시키려고 한 것이 아니라 역사란 설사 패배할 것이라 해도 어떤 정당성을 둘러싼 투쟁에서 오며, 바로 제국주의에 저항하는 조선민중의 투쟁이야말로 사는 일의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한 진정한 역사였다고 주장한다. 말년에 그 투쟁이 민족적인 차원으로만 한정된 협소함에 빠져선 안된다는 깨달음을 얻었지만 민족적 국제주의자로서의 포부를 역사 속에서 실현할 기회를 얻지 못한 것을 아쉬워하며 후배 문인들은 그런 옹골지면서도 열린 사상적 모색을 할 필요가 있다고 고언한다. 본질적인 물음, 문학은 무엇입니까 라는 질문에 문학이란 문장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뿜어내게 하는 삶에서 오는 것이며 몸이 동반되지 않는 글쓰기란 그저 신기 취미에 불과한 “글쟁이”일 뿐이며 혁명을 꿈꾸는 사유의 근본주의자인 문사가 되지 못할 바에는 펜을 꺾어버리고 토굴에나 들어가 버리라고 따끔한 일침으로 편지를 끝맺는다. 살아 생전 제국주의자들과 기회주의자들에게 거침없는 독설을 퍼부었던 신채호 선생의 꼿꼿한 지조와 선비정신을 엿볼 수 있었던 그런 가상 편지였다.
 

책을 읽으면서 많이 아쉬웠다. 여기서 언급된 23인의 작가 중 낯선 이름들이 대부분이었고 낯익은 작가들도 그분들의 작품인생을 올곧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일천한 문학적 지식 탓이었다. 이 책을 통해서 앞으로의 내 독서생활에 있어서 그 선택의 폭을 더 넓히고 그 깊이를 더욱 심화하는 그런 길잡이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훗날 이 책에서 소개한 작가나 작품을 충분히 읽고 이 책을 다시 대한다면 작가 후기에서 감동의 여운을 느꼈던 것 처럼 더한 감동으로 다가 올 것이라고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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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
존 칼린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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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부색이 다른 서로에게 증오와 불신만 가득하고, 언제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촉즉발의 내전의 위기와 불안감이 가득한 곳에 정치범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27년여년 동안 감옥생활을 했던  한 흑인 노인이 일흔 한 살의 나이로 석방되어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에서는 젊은 시절의 분노와 투쟁으로 점철된 투사의 흔적은 찾아볼 수 가 없었고,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것만 같은 그런 환한 웃음만  가득했으며, 그는 자신을 핍박한 백인들에게는 미래의 불안함을 말끔히 씻는 용서의 손을 , 자신의 동지인 흑인들에게는 오랜 차별의 마침표를 고하는 희망의 손을 내밀어 굳게 마주잡고는 한걸음 한걸음 미래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고, 결국 그 나라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는 증오의 역사를 종식시키고, 흑백이 함께 어우러지는 나라를 만들고야 만다. 바로 우리가 아는 그 사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이다. 존 칼린의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는 불가능에서 기적을 일궈낸 넬슨 만델라의 역경과 스포츠를 통해 진정한 통합을 이뤄내는 기적의 순간을 감동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책은 1995년 6월 24일 럭비월드컵이 열리는 날에서 시작하여 그날이 있게 했던 첫 시작점이었던, 아직 만델라가 감옥에 있던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작한다. 오랜 감옥 생활을 거치면서 용서와 화합의 정치를 깨달은 만델라가 백인 정권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과의 비밀 만남 등을 통해서 그의 진실을 꾸밈없이 내보이며 그들을 포용해나가는 과정, 흑인들에게 모든 걸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에 더욱 격렬해지는 백인들의 인종차별과 내전 직전까지 치닫는 위기의 순간들, 그리고 역사적인 1991년 넬슨 만델라의 석방과 1994년 남아공 최초의 흑인대통령 당선되는 순간까지 10여 년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되었지만 여전히 흑백갈등은 지속되었고, 만델라는 그동안 백인의 전유물이자 아파르트 헤이트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럭비”를 통해 흑백의 진정한 통합을 꾀하고자 한다.  1995년 럭비 월드컵 결승전, 최약체로 분류되던 남아공 럭비팀 “스프링복스”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뉴질랜드 팀인 “올 블랙스”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였고, 이 우승으로 남아공 4천 3백만 전 국민들은 흑백갈등을 뛰어넘어 마침내 하나가 된다.

  현실이 때로는 어느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인 “인빅터스”는 그저 남아공 인종 갈등을 종식한 인권주의자로서만 알고 있던 “넬슨 만델라”라는 인물의 크기와 깊이를 제대로 알게 해준 책이었다.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묘사되고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처음에는 다소 더디게 읽히던 책이 초반의 지루함을 넘어서자 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중반 이후부터는 끝까지 내처 읽게 만들 정도로 강하게 몰입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특히 아직 감옥에 수감 중이었던 만델라와 백인정권의 수반이자 대척점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인 보타가 만나는 장면, 만델라 석방 후 흑백 갈등이 더욱 치열해져 백인 무장 세력이 만델라 진영을 포위하고 일촉즉발 대치하는 장면, 백인 무장 세력을 이끄는 백인 장군과 만델라가 만나는 장면들은 어느 소설 못지 않게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박감이 묻어나온다. 한편 노벨 평화상 수상 만찬장에서 공동 수상한 남아공 대통령의 수상이 못마땅해 남아공 인종차별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면에서는 작가가 말한대로 인간 만델라의 모습을 엿 볼수 있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잔잔한 감동은 럭비 월드컵을 준비하는 책 후반부부터는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스프링 복스 백인선수들이 남아공 흑인 국가를 연습하는 장면 - 연상해보면 멋적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노래부르는 그들 모습에 웃음도 나오지만 그들의 진정성이 느껴져 뭉클한 장면이다-, 만델라와 선수들의 첫 만남 장면 - 한 선수가 건넨 모자를 눌러쓰고 환하게 웃는 만델라의 웃음이 눈에 선하다 - , 선수들이 만델라가 수감생활을 했던 감옥에 방문해 체험하는 장면 등은 감동을 위한 인위적인 장치였다면 실소를 머금었을 그런 장면들이 실제 사실이었다는 점들이 새삼 놀라왔고, 결승전 장면 5분전 스프링복스의 모자와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는 넬슨 만델라에게 6만 3천여명이 한목소리로 “넬슨”을 연호하는 장면과 마침내 우승컵을 거머쥐는 장면 등은 지금 개봉 준비중에 있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를 보지 않아도 눈에 훤히 그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감동이 최고조에 이른다. 

  “정복되지 않는”이라는 뜻의 라틴어이자 만델라가 애송했다는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 제목이기도 한 "인빅터스(INVICTUS)", 절망스런 조국 현실과 수십년의 옥고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인종해방“이라는 신념을 마침내 이뤄낸 넬슨 만델라의 꿈과 집념을 제대로 표현해낸 단어라 생각이 든다.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진보 보수간, 남북간 갈등 등 더욱 악화되는 작금의 우리의 현실에서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바쳤던 만델라 같은 정치인은 커녕 스스로 흉물스러운 장벽을 쌓아올려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그런 정치인들밖에 없는 것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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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 인물통찰 - 폄하와 찬사로 뒤바뀐 18인의 두 얼굴
김종성 지음 / 역사의아침(위즈덤하우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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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 병자호란과 효종의 북벌을 그린 KBS 대하사극 “대명”(1981)에 매료된 적이 있었다.

 병자호란 후 청에 인질로 끌려가 갖은 고난 끝에 귀국하여 급사한 형 소현세자의 뒤를 이어 임금이 된 봉림대군 효종은 우암 송시열, 포도대장 이완 등과 함께 북벌을 준비하지만 북벌을 얼마 앞두고 그만 운명을 달리하고 북벌의 꿈은 그렇게 좌절되고 만다. 이 드라마를 보면서 그때 효종이 좀더 오래 살아남아서 북벌을 시작했다면 드넓은 만주가 우리 땅이었을 텐데 하고 어린 마음에 아쉬워했던 기억이 난다.  나이가 들면서 어렸을 때의 그런 아쉬움과 기억은 희미해졌고 대신 과연 드라마에서처럼 효종은 북벌을 실제로 추진했었을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다. “장수왕”, 공민왕“, ”이성계“, ”정도전“,”이황“, ”명성황후“ 등 우리가 역사책이나 드라마를 통해서 익히 알고 있는 역사적 위인 18인의 왜곡된 신화를 사료를 통해 철저히 벗겨내고 그들의 실제 모습에 대해 이야기하는 김종성의 ”한국사 인물통찰“은 우리가 그동안 그들에 대해 얼마나 왜곡된 이미지에 현혹되어 왔는지에 대해 뼈 아픈 이야기를 들려준다. 
 

  나의 의문인 ”효종의 북벌론“에 대하여 작가는 효종은 사실 공개적으로 북벌을 추진한 적이 없으며, 그가 추진한 군비 증강도 고작 중앙군 수 천명 늘린 것에 불과한 왕권강화가 실제 목적이라고 이야기한다. 어렸을 적 내가 가졌던 환상은 바로 여기서 처참히 깨져버린다. 
 그럼 왜 효종은 북벌론의 대명사로 여기지고 있을까? 실제 효종의 북벌론이 역사에 공식적으로 등장하는 건 효종이 급서하기 2개월 전 효종과 서인의 당수 송시열의 비밀 독대가 처음으로 왕권 강화를 위해 군비를 증강하는 것을 의심스러워 하는 송시열에게 군비증강은 북벌을 위한 것으로 앞으로 10년을 준비할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제의한데서 기인한다. 이에 대한 송시열의 답은 ”원칙은 찬성하나 그러다 국가가 망하면 어찌하려느냐 나는 능력이 없다” 라고 단호히 거절한다. 여기서도 다시 한번 드라마의 신화가 무참히 깨진다. 송시열은 결코 효종을 도와 북벌을 기획한 사람이 아니며 오히려 자신을 설득하려는 왕의 제의를 거절하고 비꼬는 그런 위인이었던 것이다. 
 

 북벌론의 신화는 효종 사후 예송논쟁이 벌어지면서 송시열이 죽음의 위기에 처하자 이를 모면하고자 비밀독대 대화록을 공개하면서 ”나는 효종처럼 북벌론자“라는 허위 주장을 제기하면서 부각되었고 결국 현재까지 전해 내려오고 있으며, 명(明)과의 의리를 강조하는 송시열의 논리가 현재의 한미동맹을 옹호하는 보수적 지식인들의 정치논리와 부합되어 쉽게 깨지지 않는 신화가 되어버렸다고 작가는 주장한다. 사실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효종의 북벌론이 허구였다는 것은 쉽게 접할 수 있었겠지만 역사드라마나 소설에 의해 왜곡된 이미지가 각인된 사람들에게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그런 이야기를 작가는 역사적 사료들과 각종 논문들을 바탕으로 환상을 철저히 깨뜨린다. 
 

 가장 논쟁거리가 될 이야기이자 실제 작가가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조선 개국의 영웅 ”이성계“ 편은 이성계는 우리 한민족이 아닌 여진족일 가능성이 높으며 조선전기 역사적 특이사실들, 즉 그 당시 여진족 중 과반수가 조선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세종대왕이 한글 창제를 밀어붙인 이유 등을 이해하는 데 단초가 된다고 해설하는 부분 또한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일 수 도 있을 것이다. 
 

 한정된 지면에 18인의 이야기를 담으려니 충분한 사료와 역사적 근거를 담기에는 다소 전문성이 미흡하지만 오히려 그런 쉬운 설명이 일반 독자들이 마치 거대한 음모론의 베일을 들춰보는 것처럼 흥미 진진하게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런 시도가 처음은 아니겠지만 여기서 소개되지 않은 다른 역사속 인물들에 대한 새로운 해석이 담긴 후속작이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끝으로 개혁군주로 유명한 “광해군”편에서의 작가의 이야기를 소개한다.
전정권 개혁 세력들에 대한 따끔한 일침이지만 그들에 대한 아쉬움과 미련을 갖는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기도 하며 현 정권에서 왜 시계바늘이 거꾸로 돌아갈 수 밖에 없는 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작가는 개혁가의 문제점을 비판하는 것이 애정에 이끌리기 쉽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지만 그럴수록 더욱 더 비판해야 하며 그 이유를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개혁에 실패할 경우에는 개혁을 시도하지 않은 것만도 못한 비참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혁이 와해되는 과정에서 사회적 조건은 개혁 이전으로 회귀하고, 개혁으로 인해 잠시 혜택을 누린 사회적 약자들의 처지는 더욱 더 불행해지며, 개혁을 지지한 선의의 인재나 대중이 신상의 불이익을 겪게 된다.(중략). 실패한 개혁을 주도한 지도자는 당대의 사람들에게 여러 가지로 죄를 짓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실패한 개혁가도 엄밀히 말하면 역사의 죄인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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