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빅터스 - 우리가 꿈꾸는 기적
존 칼린 지음, 나선숙 옮김 / 노블마인 / 2010년 2월
평점 :
절판


피부색이 다른 서로에게 증오와 불신만 가득하고, 언제 일어나도 전혀 이상하지 않은 일촉즉발의 내전의 위기와 불안감이 가득한 곳에 정치범으로 종신형을 선고받고 27년여년 동안 감옥생활을 했던  한 흑인 노인이 일흔 한 살의 나이로 석방되어 세상 밖으로 걸어 나왔다. 그의 얼굴에서는 젊은 시절의 분노와 투쟁으로 점철된 투사의 흔적은 찾아볼 수 가 없었고,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것만 같은 그런 환한 웃음만  가득했으며, 그는 자신을 핍박한 백인들에게는 미래의 불안함을 말끔히 씻는 용서의 손을 , 자신의 동지인 흑인들에게는 오랜 차별의 마침표를 고하는 희망의 손을 내밀어 굳게 마주잡고는 한걸음 한걸음 미래를 향해 걸음을 내딛었고, 결국 그 나라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되어 영원히 끝날 것 같지 않는 증오의 역사를 종식시키고, 흑백이 함께 어우러지는 나라를 만들고야 만다. 바로 우리가 아는 그 사람,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대통령이자 노벨평화상 수상자인 “넬슨 만델라”이다. 존 칼린의 “우리가 꿈꾸는 기적, 인빅터스”는 불가능에서 기적을 일궈낸 넬슨 만델라의 역경과 스포츠를 통해 진정한 통합을 이뤄내는 기적의 순간을 감동스럽게 묘사하고 있다.

  책은 1995년 6월 24일 럭비월드컵이 열리는 날에서 시작하여 그날이 있게 했던 첫 시작점이었던, 아직 만델라가 감옥에 있던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면서 시작한다. 오랜 감옥 생활을 거치면서 용서와 화합의 정치를 깨달은 만델라가 백인 정권 법무부 장관과 대통령과의 비밀 만남 등을 통해서 그의 진실을 꾸밈없이 내보이며 그들을 포용해나가는 과정, 흑인들에게 모든 걸 빼앗기고 말 것이라는 불안감에 더욱 격렬해지는 백인들의 인종차별과 내전 직전까지 치닫는 위기의 순간들, 그리고 역사적인 1991년 넬슨 만델라의 석방과 1994년 남아공 최초의 흑인대통령 당선되는 순간까지 10여 년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대통령이 되었지만 여전히 흑백갈등은 지속되었고, 만델라는 그동안 백인의 전유물이자 아파르트 헤이트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럭비”를 통해 흑백의 진정한 통합을 꾀하고자 한다.  1995년 럭비 월드컵 결승전, 최약체로 분류되던 남아공 럭비팀 “스프링복스”는 강력한 우승후보였던 뉴질랜드 팀인 “올 블랙스”를 극적으로 물리치고 우승을 차지하였고, 이 우승으로 남아공 4천 3백만 전 국민들은 흑백갈등을 뛰어넘어 마침내 하나가 된다.

  현실이 때로는 어느 소설이나 영화보다 더 감동적이고 드라마틱하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 작품인 “인빅터스”는 그저 남아공 인종 갈등을 종식한 인권주의자로서만 알고 있던 “넬슨 만델라”라는 인물의 크기와 깊이를 제대로 알게 해준 책이었다. 다큐멘터리 기법으로 묘사되고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해서 처음에는 다소 더디게 읽히던 책이 초반의 지루함을 넘어서자 읽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더니 중반 이후부터는 끝까지 내처 읽게 만들 정도로 강하게 몰입하게 만드는 재미가 있다. 특히 아직 감옥에 수감 중이었던 만델라와 백인정권의 수반이자 대척점이라 할 수 있는 대통령인 보타가 만나는 장면, 만델라 석방 후 흑백 갈등이 더욱 치열해져 백인 무장 세력이 만델라 진영을 포위하고 일촉즉발 대치하는 장면, 백인 무장 세력을 이끄는 백인 장군과 만델라가 만나는 장면들은 어느 소설 못지 않게 손에 땀을 쥐게 만드는 긴박감이 묻어나온다. 한편 노벨 평화상 수상 만찬장에서 공동 수상한 남아공 대통령의 수상이 못마땅해 남아공 인종차별 상황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장면에서는 작가가 말한대로 인간 만델라의 모습을 엿 볼수 있어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잔잔한 감동은 럭비 월드컵을 준비하는 책 후반부부터는 본격화되기 시작한다.  스프링 복스 백인선수들이 남아공 흑인 국가를 연습하는 장면 - 연상해보면 멋적은 표정으로 진지하게 노래부르는 그들 모습에 웃음도 나오지만 그들의 진정성이 느껴져 뭉클한 장면이다-, 만델라와 선수들의 첫 만남 장면 - 한 선수가 건넨 모자를 눌러쓰고 환하게 웃는 만델라의 웃음이 눈에 선하다 - , 선수들이 만델라가 수감생활을 했던 감옥에 방문해 체험하는 장면 등은 감동을 위한 인위적인 장치였다면 실소를 머금었을 그런 장면들이 실제 사실이었다는 점들이 새삼 놀라왔고, 결승전 장면 5분전 스프링복스의 모자와 유니폼을 입고 등장하는 넬슨 만델라에게 6만 3천여명이 한목소리로 “넬슨”을 연호하는 장면과 마침내 우승컵을 거머쥐는 장면 등은 지금 개봉 준비중에 있다는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영화를 보지 않아도 눈에 훤히 그 장면이 연상될 정도로 감동이 최고조에 이른다. 

  “정복되지 않는”이라는 뜻의 라틴어이자 만델라가 애송했다는 윌리엄 어네스트 헨리의 시 제목이기도 한 "인빅터스(INVICTUS)", 절망스런 조국 현실과 수십년의 옥고에도 결코 굴하지 않고 ”인종해방“이라는 신념을 마침내 이뤄낸 넬슨 만델라의 꿈과 집념을 제대로 표현해낸 단어라 생각이 든다. 계층간, 세대간, 지역간, 진보 보수간, 남북간 갈등 등 더욱 악화되는 작금의 우리의 현실에서 결코 꿈을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바쳤던 만델라 같은 정치인은 커녕 스스로 흉물스러운 장벽을 쌓아올려 국민과의 소통을 거부하는 그런 정치인들밖에 없는 것이 서글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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