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콘서트 - 복잡한 세상을 지배하는 경영학의 힘
장영재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근 우리가 직접 피부로 느끼는 실물 경제 사례를 소재로 쉽고 재밌게 경제, 경영이론들을 풀이한 서적의 인기가 대단하다. 그만큼 일반 독자들의 지식수준이 어렵기만 하던 경제 분야에까지 확대된 이유도 있겠지만 2008년 하반기 미국에서 촉발된 경제 위기가 전 세계로 확산되면서 경제에 대한 불안과 위기의식이 그만큼 커진 탓도 있을 것이다. 경제 경영 서적이 인기가 높았던 시절이 1998년 IMF 국가부도사태 시절이었다는 모 통계가 경제 서적 인기 이유를 반증하고 있다. “경제학에 머물 것인가? 경영학으로 나갈 것인가!” 라는 자극적(?) - 대학시절 경제학을 전공했던 나 같은 사람의 경우 이 문구로만 보면 그럼 경제학은 구시대 학문이란 얘기야 뭐야 하고 반발심을 느낄 수 도 있을 것이다 - 광고 문구을 달고 출간된 장영재의 “경영학콘서트 ; 복잡한 세상을 지배하는 경영학의 힘”(비즈니스북스, 2010년 3월)은 “대한항공”,“아마존”,“구글”,“HP" 등 많은 기업들의 경영 사례를 통해 경영학에 대해 쉽게 재미있게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프롤로그에서 “경제학이 이미 일어난 현상에 대한 해석이라면, 경영학은 직면한 문제에 대한 해결 방법을 구체적이고 현실적으로 제시하는 학문”이라고 정의- 경제학은 과거 현상의 해석에는 동의하지만 해석의 목적이 합리적인 미래 경제 예측이라는 점은 간과하고 있다. 물론 경제학 전공자로서의 불만이지만^^ - 하고 수많은 기업체들의 사례를 바탕으로 경영학의 유용성에 대해 자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이 책의 제 7장 “경영학, 과학을 만나다”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경영학은 인사, 조직, 마케팅, 회계, 재무관리, 금융, 국제경영 등 많은 경영학 커리큘럼에서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경영과학(Operations Reasearch and Management Science, OR/MS)”분야 - 모교 경영학과 교과과정을 보니 “MIS", "금융공학”, “경영과학” 등의 과정 등이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보여진다. 그리고 공과대학에 속해있는 산업공학과 교과과정은 경영과학 분야에 대해 좀더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공부하고 있다 -에 대해 다루고 있다. 항공기 좌석 요금이 서로 다른 이유나 이거 사고 싶은데 하고 생각할 때마다 어떻게 내 마음을 알아차렸는지 도착해 있는 “아마존 닷컴”의 광고 메일들, 검색사이트를 접속하는 개인들마다 차별적으로 노출되는 “구글”의 광고 전략, 미국 비디오 획기적인 온라인 대여시스템으로 대여점 시장의 절대강자인 “블록버스터”를 불과 몇 년 만에 눌러버린 “넷플릭스” 등 다양한 기업들의 사례 등을 통해 경영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씩은 들어봤을 경영 이슈들인 “수익경영”, 고객관계관리(CRM; 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공급 사슬망 관리”(SCM; Supply Chain Management) 등을 소개하며, 이러한 수많은 통계자료와 데이터를 손쉽게 관리하고 분석하여 경영에 접목시킬 수 있었던 계기가 바로 90년 대 이후 급속히 성장한 IT 산업의 눈부신 발전에 의해 가능해졌다고 이야기한다. 책 에필로그에서 “아니 네가 왜 기획실에서 일을 해?” 라는 공학박사인 작가가 기획실에서 근무하는 데 대해 의아해 하는 지인의 질문의 답에서 작가는 “현대 경영에는 사람과 감성의 영역인 인문적 요소와 분석과 계산이 필요한 과학적 요소”가 있으며 “앞으로 다가오는 새로운 시대에 초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과학에 무게를 실어줄 때가 아닐까 한다”는, 즉 엄청난 데이터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유의성 있는 결과를 도출(데이터 마이닝)해 내 경영전략에 접목시키는 역할이 바로 수학자나 공학자들이 필요한 일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작가는 “경영과학” 분야가 최근에 각광받는 생소한 분야로 소개하고 있지만 실제로 경영 현장에서 보면 일반화되고 있는, 어찌 보면 조금은 유행이 지나간 개념이기도 하다. 책에서도 소개하고 있는 “전사적 자원 관리(ERP: Enterprise Resource Planning)" 시스템은 왠만한 기업들은 도입한 지가 오래되었고 - 소규모 업체들도 ERP 만큼은 아니어도 회계관리시스템, 수주/생산관리 시스템은 전산관리가 되고 있다. - 예로 든 HP와 삼성의 재고/생산관리시스템도 앞서 말한 ERP와 연계한 "POP"(Point Of Product System)" 구축으로 실시간으로 제품 생산 및 원부자재, 제품 재고 현황 및 적정 재고 발주 관리를 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발주처와 납품처의 시스템 연동으로 발주처가 주문한 제품이 납품처의 어느 공정에 있는지, 예상 납기는 언제가 되는 지까지도 모니터로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구축, 운영되고 있다 - 물론 구축비용이나 전문 인력 채용에 부담이 되어 엄두도 못내는 영세기업들이 아직도 많이 있지만 최근 정책자금 등으로 중소기업 전산화 지원 사업이 이뤄지고 있어 영세기업들도 활용해 볼만 하다 -. 작가도 강조한 것처럼 중요한 것은 혁신적인 데이터 수집이나 관리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 아니라 그 데이터를 어떻게 분석하고 경영전략으로까지 도출해 내는지 하는 문제, 즉 "비즈니스 인텔리전스(BI; Business Intelligence)"의 중요성이 더욱 각광받고 강조되어야 할 것이다. 경영자들이 쉽게 범하기 쉬운 오류가 바로 수십억을 들여 최첨단의 ERP시스템을 도입하면 수익이 놀라보게 개선되고 경영혁신이 저절로 이뤄진다는 착각인데, 이러한 시스템은 경영관리 방법이지 결코 “목적”이 아니라는 점이다. 자동화 설계, 생산 시스템을 결국 운영하고 평가하는 것은 기계가 아니라 바로 “사람”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작가처럼 수학자나 공학자들이 경영 일선에 참가하여 분석적 틀을 마련하고 실제로 경영에 접목시키는 것은 매우 중요하지만 작가의 말대로 경영학의 인문적 요소가 그저 “이제까지 우리 경제를 견인하고 국가 경제를 이끈 기업의 힘” 정도의 과거의 학문 정도로 치부되는 것에는 솔직히 동의하기 어렵다. 작가가 예로 든 19978년 롱텀 캐피털 매니지먼트(LTCM) 부도 사태나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사태를 보더라도 “금융공학”의 수학적 공식은 완벽했지만 과학적 가정에는 절대 반영할 수 없는 바로 “사람”의 심리와 행동이 원인이 아니었던가? 최근 고전 철학이나 문학, 경제학 이론 등을 다시 재조명하고 현대 경영에 필요한 요소를 접목시키고자 하는 “인문 경영”이나 이상적인 경제적 인간이라는 오래된 경제학적 전제를 버리고 실제적인 인간의 행동을 연구대상으로 하는 “행동경제학” 등이 새로운 조류로 대두되는 이유가 바로 과학적인 계량화가 불가능한 경영 주체 “사람”에 대한 이해와 분석이 중요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경영학과 과학이 어떻게 접목되고 발전해 나가는지 소개하고 관심을 환기시키는 데 목적이 있는 이 책에 내가 너무 삐딱하게 보거나 과도한 해석을 요구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분명히 경영 경제 서적이 각광을 받는 시류에 편승해서 출간된 이벤트성 책들과는 차별화된 재미와 가치가 있다. 풍부하고 재밌는 실제 사례들과 쉬운 개념 설명으로 경제 경영을 전공한 사람이거나 아님 전혀 문외한인 일반 독자들도 쉽고 재밌게 이해할 수 있고 경영학에 대한 안목을 넓혀 주는 등 장점을 많이 가진 책이라서 주변에 권하고 싶을 정도로 최고 평점을 주고 싶다^^ - 최근 인터넷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있는 것을 보면 이 책의 인기와 가치를 잘 알 수 있을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 - 최고의 음식 평론가가 말하는 음식의 진실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
제프리 스타인가튼 지음, 이용재 옮김 / 북캐슬 / 2010년 3월
평점 :
품절


<보그>지의 음식평론가이며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 -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당대 최고의 미국 요리사들이 2인 1조로 팀을 이루는 요리 대결 프로그램으로 최근 미국 대통령 영부인 미셀 오바마가 출연하기도 한 유명 프로그램이란다 - 의 심사위원으로 알려져 있는 제프리 스타인가튼이 쓴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도서출판 북캐슬, 2010년 3월)은 여러모로 독특한 책이다. 작가의 직업이 변호사였던 탓이지 몰라도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흔히 대하는 먹거리에 대하여 이렇게 시시콜콜히 분석하는 점도 그렇고 자신이 직접 자연 발효 빵을 만들어보고, 자신만의 고유의 물을 여러 가지 광물을 섞어서 만들어 보기도 하고, 근 31일에 걸쳐 다이어트를 실험해 보는 등 등등 먹는 것에 대한 낯설고 독특한 이야기들을 잔뜩 담고 있다.

 

그저 목마르면 마시면 그만일 “물"에 대해 작가가 어떤 행위(?)를 하는 지 소개해보자. 우선 그는 여러 종류의 병 물을 시음해보고는 뉴저지주 에딘슨의 ”워터센터“에 전화를 해서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는 ”러시아 스프링스“, 이마의 주름살을 사라지게 했다는 ”텔리치오사“ 등의 다양한 종류의 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33가지의 후보 수(水) 샘플을 얻는다. 이 샘플들을 하나씩 시음해보고는 요리에서 쓰는 물을 지정하는 조리법이 있는 지를 조사해보기도 한다. 그리고는 불소를 처리한 수돗물이 과연 안전하지 ”워터테스트“라는 회사에다가 아침 일곱시와 오후에 받은 수돗물을 보내서 물성분과 안전성을 테스트 하기도 하고, 유명한 물 관련 저자 위젠 버거와 통화를 하여 직업적인 물 채점표를 입수하여 테스트도 해보고 채점표상 가장 완벽한 물인 ”증류수“가 맛이 없는 이유를 “예일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의 입안에 항상 생성되는 “침과” 비슷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알아내고는 “침”의 성분에 대해서 조사를 벌이기도 한다. 결국 가장 신선하고 맛있다는 알프스 샘물의 성분을 정확히 알기 위해 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 몇 편을 뒤적이고 나서 자신만의 고유의 물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하고는 물에 첨가할 광물질을 구하기 위해 맨허튼에서 가장 큰 화학 물질 공급업체의 두직원을 꼬셔보기도 하지만 - 자기가 먹을 것이 아니라 강아지에게만 시험하겠다고 약속을 하기까지 한다 - 보기좋게 퇴짜 맞고는 동네 약국에서 열 여섯 종류의 광물 염류를 주문하여 그 만의 물을 만들어낸다. - 시음의 결과는 밝히지 않는다. 또는 인슐린 생산을 아주 조금만 촉진하는 단백질과 지방, 혈당수치가 낮은 좋은 탄수화물만 먹어서 살을 뺀다는, 프랑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미식가들을 위한 “몽티냐크 다이어트(La Methode Montignac)"법을 근 31일에 걸쳐 자신이 직접 직접 실험 - 77kg의 몸무게는 빠지고 늘기를 거듭하다가 31일 차에는 3.2kg이 빠진 73.9kg이 된다 -해보기도 하고, 전자레인지의 조리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구입하고 스무 권의 전자레인지 요리책을 뒤져 생선조리법 묶음을 만들어서는 자기만의 다양한 생선 조리법을 실험해서 그 요리책들이 제대로인지도 따져보고 결국에는 ”전자레인지; 숭배인가 문화인가?“라ssm 인류학적인 측면에서 전자레인지에 열광하는 사람들에 대한 논문까지 작성해낸다.

 

 물론 4장 식도락 기행에서는 슈크르트, 와규, 바비큐, 오트 비스트로 등의 일반적인 맛 기행과 음식평론에 관한 글도 있지만 역자가 “옮긴이의 글”에서도 밝히듯이 작가의 음식이야기는 보통의 음식 평론을 기대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설게 다가왔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한 음식 평론을 넘어 음식에 대한 과학,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면을 아우르는 차원 높은 “음식 문화 비평서”로서의 가치는 눈여겨 볼만하다. 너무 분석적인 글이어서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지만 작가가 소개하는 각종 음식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이런 사실도 있었네 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지적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우리 음식인 김치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 지 소개한다. 각종 언론에서는 김치가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돋우는 세계적인 음식으로 각광을 받는다고 하더니만 아무래도 이 작가에게만은 영 과장광고인 듯 하다. 작가는 무인도에서 쫄쫄 굶더라도 다른 모든 것들이 떨어질 때까지 손대지 않을 음식으로 “황새치”, “안초비”, “인도 음식점의 후식”과 함께 김치를 꼽는다. 작가는 이렇게 “싫어하는” 김치 공포증을 없애기 위해 김치 한 접시를 먹고나면 자기 자신에게 맛있는 초콜릿을 상으로 주는 “포상”효과를 고안해내고, 한국 음식점에 8~10번을 예약을 해서 6개월 동안 매일, 싫어하는 음식을 최소한 한 가지 먹는 방법을 써서 60가지의 다양한 김치 가운데 열 가지를 계속해서 맛보고 나니 그제서야 자신에게도 국민 절임 야채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음식 평론가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음식에 대한 격렬한 호불호를 고쳐야 했기에 시도한 예 중 하나를 소개한 것이지만 우리들의 주식인 김치를 왜 저렇게까지 싫어하지 하는 못마땅함 보다는 김치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생각이 재미있고 애교스럽게 느껴진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슈퍼 히어로 미국을 말하다 - 슈퍼 히어로를 읽는 미국의 시선
마크 웨이드 외 지음, 하윤숙 옮김 / 잠 / 2010년 3월
평점 :
절판


불과 200여년 밖에 안되는 짧은 역사를 가진, 신화와 전설이라고는 미개한 비문명화의 상징- 물론 개척시대 미국인들만의 생각이다 - 이자 정복의 대상이었던 “인디언”들의 고대설화 뿐인 신생국가 미국은 스스로 신화를 직접 창조해내기에 이른다. “슈퍼맨”, “배트맨”, “스파이더 맨”등 종종 "~맨"시리즈로 대변되는, 우리가 애니메이션과 영화로 너무 친숙한 현대판 신화의 주인공들인 "슈퍼히어로"들의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고대 신화 속 영웅들을 현대에 모사한 이들은 멋들어진 복면과 유니폼을 입고 - 바지 위에 덧입는 슈퍼맨의 팬티는 솔직히 패션 센스 빵점인 촌스러움의 극치이다 -, 기상천외한 초능력으로 악인들을 통쾌하게 혼내주고 힘없는 일반 시민들을 범죄와 위험에서 구해준다는 도덕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이런 영웅들의 획일적이고 전형적인 스토리가 아이들에서부터 어른까지 전 세대가 열광하고, 그 어떤 나라나 종교의 신화나 영웅보다도 더 큰 유명세를 가진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아이콘이 되었다. 수천년 후 그리스 로마 신화와 같은 위상을 가지게 될지도 모를 현대판 신화 “슈퍼히어로”들에 대하여 벌써부터 신화화 작업에 돌입하기라도 했는지 미국의 유명 대학 철학, 문학 교수들과 방송, 영화 분야 유명 작가와 프로듀서들이 공동 집필한 “슈퍼 히어로 미국을 말하다”(도서출판 잠, 2010.3.)은 가상의 인물인 슈퍼 히어로들의 삶과 행동에 철학적 해석이라는 고상하고 현학적인 옷을 덧입힌다.  

수많은 슈퍼히어로가 소개되지만 그 흔한 애니메이션 삽화 한 장도 등장하지 않은 - 솔직히 이 책을 온라인서점에서 구매한 독자들 대부분은 스파이더맨이 빌딩 숲을 가로지르는 총천연색의 영화 장면쯤은 기대하고 골랐을 것이다- 이 책은 “정의는 승리하고 악은 패배한다”라는 공식 뿐이었던 슈퍼히어로의 이야기에 다양한 철학적 은혜를 입힌다. 즉 슈퍼맨이 남을 구하는 데 앞장서는 이유를 건전한 내적 욕구와 진정한 이타심을 놀랍게 잘 조화시키는 능력, 자기만족을 위한 이기적인 생각에 따른 행동이 타인의 행복을 가져온다고 설명하고, 배트맨과 그의 동료들인 로빈, 캣우먼, 집사 알프레드, 투 페이스와의 관계들을 아리스토텔레스의 우정론에 대입하여 각각의 우정 지수를 평가하기도 하고, 단 한 사람도 절대로 다쳐서는 안된다는 히어로들의 신념을 “어떤 개인이든 결코 다른 것으로 환원 될 수 없는 근본적으로 가치를 지닌다”는 칸트의 “인격주의”에 기본을 둔 행동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또한 슈퍼히어로들은 왜 선해야 하는가 라는 물음에는 키르케고르의 “이중위험”, 즉 내적 존재(이기심)과의 투쟁과 외부의 위험을 극복함으로써 궁극적인 삶을 완성해야 한다는 철학이론으로 답하고, 헐크와 브루스베너는 과연 동일인물인가 라는 물음에는 개인의 정체성을 신체영역과 정신영역으로 구분하여 고찰하고, 나아가 인간관계에서 정체성을 파악해야 한다는 “상관적 정체성”의 설명에까지 이른다. 이상을 중시하는 플라톤과 실질적이고 현실적인 아리스토텔레스를 슈퍼맨과 배트맨으로 비유하기도 하고, 국가와 사회의 법 질서에 위배되는 사적인 폭력을 할 수 밖에 없는“자경단원”들의 한계와 그 속에서 고뇌하는 히어로들의 모습을 소개하기도 하고, 슈퍼히어로들이 처음 만들어지고 거듭 책이 출간되면서 수십년이 지난 후 초창기의 모습과 달라지는 이유를 사물과 상황을 끊임없이 변한다는 “역경”과 유명한 생물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그의 저서 “이기적인 유전자”에서 처음 사용한 용어인 “밈(meme)"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위에서 잠깐 소개한 처럼 이 책은 그저 재밌게 즐기기만 했던 슈퍼 히어로들을 철학이라는 근사한 옷을 입혀 좀 더 품격 있고 고급스러운 상품으로 재포장하여 거의 신화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작업을 하고 있다. 사실 이 책은 우리에게 친숙한 슈퍼히어로들의 이름만 빌려온 일종의 철학 교재로 일반인들이 쉽게 이해하기에는 어려운 책이다. 몇몇 슈퍼히어로 팬 카페에서 소개된 이런 류의 글들을 읽을 때는 참 별난 글들이구나 하는 정도로 생각 했었는데 이렇게 본격적으로 소개된 글들을 읽으니 일종의 지식 낭비까지 느껴질 정도로 과분한 해석들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러나 이런 해석이 새로운 신화와 종교를 낳기 위한 고도의 사전 작업이었을지, 아니면 정말 순수하게 슈퍼히어로들을 사랑하는, 그것도 일반 대중이 아닌 철학을 전공한 지식인들이 자신들의 프로 근성을 발휘하여 그들에게 바치는 일종의 “오마주(hommage)"이었을지 모르겠지만 슈퍼히어로들의 이면을 색다르게 다시 한번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것 만은 사실이다. 최근 스파이더맨2 영화에서처럼 놀라운 능력을 가진, 온 몸이 도덕으로만 꽉 차여 있어야 만 할 것 같은 우리의 영웅이 자신의 정체성에 진지한 고민을 하는 장면을 볼 때 과연 피터파커의 ”존재의 물음“에 대해서 한번 정도는 같이 고민해보는 것도 영화를 더욱 즐겁게 볼 수 있는 방법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해석이 영 불편하거나 쓸데없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 아마 이런 사람들이 훨씬 더 많겠지만 - 그냥 슈퍼히어로가 등장하는 만화나 영화의 볼거리와 재미만 즐겨도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 골치 아픈 해석을 하지 않아도 슈퍼히어로는 그자체가 재미있고 흥미로운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유럽사 1 - 그리스 시대부터 근대까지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역사
김시혁 지음 / 다산에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동양”하면 제일 먼저 “중국”을 떠올리듯이 - 인정하기 싫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의 세계사 교과서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중국의 속국 정도로 다뤄지고 있다고 한다 - “서양”을 말할 때는 “유럽”을 제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학창 시절 세계사를 공부할 때면 “중국”과 “유럽” 역사를 중점으로 배우고, 중동, 아프리카 등 기타 지역들은 세계사 소외(?) 지역으로 그저 어떤 나라들이 있었구나 하고 간략히 소개하는 정도로만 그치고 만다. 유럽사를 공부하다 보면 암기해야 할 분량이 너무 많아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곤 했다. 이름이나 주장들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 영 헷갈리는 그리스 철학자들, “카이사르”와 “시저”,“제우스”와 “쥬피터” 처럼 라틴식 표기나 영어식 표기냐에 따라 달라지는 “인명”과 “지명”, “프랑크 왕국”이라는 하나의 나라에서 분리되어 각자의 왕조 체계로 발전하지만 그 분리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프랑스”,“독일”, “이탈리아” 역사들, “교부철학”, “스콜라 철학”, “인문주의”, “계몽주의” 등 복잡한 서양 철학 흐름, 중 근세 수없이 벌어져 시기와 참전 국가들이 영 구분이 안되는 수많은 전쟁들, 즉 십자군 전쟁, 칭기스칸 원정, 종교전쟁, 영국·프랑스 전쟁 등등 종교, 철학, 정치, 사회, 경제 등등이 뒤죽박죽 섞여 마침내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해버리곤 한다. 김시혁의 “통유럽사”(다산에듀, 2010.3.)는 나처럼 방대하고 외울 것 많은 유럽역사에 질려 버린 사람들을 위해 지엽적인 사건에 얽매이지 않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각국의 역사적 사건을 찾아내 연관성을 찾아내” 유럽 역사의 큰 흐름을 제목 그대로 “통”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유럽사 기초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유럽의 정신적 고향이자 유럽문명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에서부터 2010년 1월 유럽연합 정상회의 초대 의장, 즉 EU대통령인 반 롬푸이 벨기엘 총리의 취임까지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책 머리글에서도 소개한 것처럼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유럽 전역을 중심이 되는 “메이저 리그”와 변방 국가인 “마이너리그”로 나누어 주로 메이저 리그 국가들을 중심으로 서술하되 각 장 말미에는 그동안 소외되었던 마이너 리그 국가들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5~11세기 중세 유럽을 설명하는 1권 제 3장에서는 메이저 리그로 프랑크 왕국의 탄생, 성장, 분열, 신성로마제국(독일), 동로마제국을 다루고 장 말미에 마이너 리그에서 핀란드,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한다. 유럽의 외양이 더욱 커지고 각종 전쟁과 대립으로 각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치열해진 근세 이후에는 이런 메이저, 마이너 리그 구분이 모호해져 굳이 구분하지 않고 통으로 다루고 있다.
 

 둘째,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하듯이 쉬운 설명체와 거의 매 페이지 등장하는 각종 지도, 사진 자료들이 이해하기 더욱 쉽게 만든다. 특히 보조 자료가 없었던 다른 책으로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유럽 각 국가명이나 지명은 영 매칭이 되지 않아 불편했었는데 이 책은 고대 그리스, 로마 정복 전쟁이나 중, 근세 국가 간의 전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그 당시 지명과 위치를 지도로 적절하게 배치해줘 시각적 이해가 쉽게 하도록 했다.
 

 셋째, 방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난감하게 만들었던 “종교”, “철학”, “경제” 분야들은 과감히 생략하거나 또는 발생 원인과 결과 위주로 간략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취해 시선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는 것을 억제하고 연대기적 흐름에 집중하도록 했다. 물론 역사적 분기점이 되는 주요 사건들, 즉 동로마와 서로마 제국이 분리되고 로마교회와 정교회가 갈리는 “성상숭배금지령”, “사회주의”를 태동시킨 근세 철학자 “마르크스” 등에 대해서는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하기도 하지만, 종교, 철학 사상에 대한 세밀한 소개보다는 그런 사상이 발생하게 된 계기, 발전과정, 결과와 영향 등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어 쉽게 이해하게 하고 있다.
 

 넷째, 통사적인 역사 흐름 이외에 흥미로운 역사적 상식들은 “통박사의 역사읽기”라는 코너를 통해 각 시대별로 소개하고 있다. 즉 유럽사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씩은 들어봤을 “프레스터 존의 나라”, “콜럼버스의 달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세기의 결혼식이었던 영국 에드워드 8세와 심프슨 부인의 결혼 등과 같이 재미있고 역사 상식들을 배치해 놓아 이 코너만 별도로 찾아 읽어도 좋을 정도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했어”, “~했단다” 투의 설명체, 마치 형광펜을 떠올리게 하는 형형색색의 표지와 내부 이쁜 색깔의 페이지들, 많은 지도와 삽화 자료 등은 분명 유럽사를 처음 접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중국역사는 하은주 시대부터 청나라 까지 왕조명을 외울 정도로 익숙하지만, 유럽사만 대하면 막막해하는 나와 같은 성인들에게도 유럽 역사의 큰 흐름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으로 큰 흐름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후에 이제 각론으로 족히 책 한권씩은 넘을 듯한 종교, 철학, 사회 분야들을 자기 욕심껏 공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잠시 패권을 “미국”에게 넘겨 주긴 했었지만 유럽통합을 이루면서 2008년 GDP 규모가 18조 3,900억 달러로 미국을 앞지르게 되어 버린 거대 국가 유럽, 과거의 찬란했던 영화를 다시 구가할 수 있을지 그들의 과거 역사만큼이나 그들의 미래가 더 궁금한 그런 곳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고트프리드 뷔르거 지음, 염정용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렸을 적 “허풍쟁이 남작”- 그때는 뮌히하우젠이라는 이름이 어려웠는지 그냥 허풍쟁이 남작이라고들 불렀었다 - 에 푹 빠져서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실제로 가능하다고 믿어서 종종 말썽을 일으켰던 적이 있었다. 밥풀을 뭉쳐서 실 끝에 붙여 놓고 실에는 참기름을 발라서 참새가 자주 앉는 나무 아래 드리워놓고 그걸 참새가 먹기만 기다렸지만 웬걸 참새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귀한 참기름 써버렸다고 어머니께 된통 혼난 적이 있었고, 친구와 새총을 겨누고 공중에서 서로 맞춰 보겠다고 서로에게 쐈지만 맞추기는 커녕 서로의 눈에 맞아 커다란 멍만 만들지 않았나, 강아지를 달나라로 보내보겠다고 연에 묶어서 날리다가 하마터면 강아지를 죽일 뻔해서 역시 어머니께 엄청 맞은 기억 등등 이 책은 어린 시절 숱한 말썽의 원흉(?)이 되었었다. 이 책의 내용이 순 거짓말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 흐르고 난 뒤였지만 어린 시절 “톰소여의 모험”과 함께 모험을 꿈꾸는 우리들에게는 소중하고 즐거운 교과서인 셈이었다. 이제 그 책을 즐겨 읽었던 내 나이만큼의 아이를 둘 정도로 어른이 되어 다시 읽게 된 고트프리트 A. 뷔르거의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인디북, 2010.02.)”은 여전히 즐겁고 유쾌한 책이다.

  어른이 되서 다시 읽으니 남작의 모험은 어린 시절 이걸 진짜로 믿은 내가 이상했던 것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정말 말도 안되는 허무맹랑한 이야기 투성이다-아직도 진실로 믿고 있다면 지금쯤 정신병원에 들어가 있어야 할 것이다.^^ -  대포를 타고 적진을 정찰 갔다가 하늘에서 적진이 쏘아 올린 날아오는 대포를 타고 다시 귀환하질 않나, 폭풍우의 거센 바람에 휩싸여 달나라까지 날아올라 가질 않나, 거대한 물고기 뱃 속에서 한달 여를 살다가 살아나지 않나, 지구를 관통해서 지구 반대편을 여행하질 않나 하나 하나가 만화 속에서도 찾아 볼 수 없는 괴상하고 유치한 허풍들 뿐이다.  그런데 묘한 것은 원래 말도 안되는 이야기를 들으면 기분이 나쁘거나 불쾌한 게 당연한데 이 책은 읽을수록 유쾌하고 재미가 있다. 꿈에서조차도 한번도 생각 못했을 이런 상상을 할 수 있다니 하고 남작의 기기묘묘한 허풍에 감탄하게 되고,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이런 거짓말을 정색을 하고 들려주는 남작의 뻔뻔함과 꽤나 인기 있어서 어느 모임에서나 환영받았다니 그걸 진지하게 듣고 있었을 - 속으로야 욕했을 런지 모르지만 -관중들의 모습과 이 책이 출간되었을 당시인 18세기 일대 센세이션을 일으켰던 작품이라니 계속 감탄하게 만든다. 실존 인물이었다는 뮌히하우젠 남작이 실제로 이런 허풍을 떨고 다녔을 지도 궁금하고, 여러 국가에서 수많은 판본으로 출간되었다는 이 책이 어렸을 때 내가 읽은 책은 어떤 판본이었을까 하는 것도 궁금하고 이래저래 유쾌하고 감탄하고 궁금함이 더 많아지는 그런 책이었다. 

  초대 기독교의 철학자인 “아우구스티누스”가 “거짓말”에 대해 7가지로 나누어 정의하였다고 하는데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의 거짓말은 그중 다섯 번 째 “매끄러운 화술로 남을 즐겁게 하는 거짓말”, 여섯 번째 “아무에게도 해가 되지 않고 누군가에게 이익이 되는 거짓말”에 해당된다고 생각된다.       온갖 거짓과 불의가 만연한 지금, 자신의 이익을 위해 남에게 상처주고 해를 끼치는, 그러면서도 자신은 전혀 그런 적이 없다고 오히려 더 당당해하는 뻔뻔함이 가득한 현대사회에 있어 남을 즐겁게 하고 웃음 짓게 만드는 뮌히하우젠의 농담이 차라리 더 진실로 들리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지치고 힘든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웃음을 짓게 만드는 이런 이야기들이 좀 더 풍성해지길 바래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