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통유럽사 1 - 그리스 시대부터 근대까지 ㅣ 외우지 않고 통으로 이해하는 역사
김시혁 지음 / 다산에듀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동양”하면 제일 먼저 “중국”을 떠올리듯이 - 인정하기 싫지만 아직도 많은 나라의 세계사 교과서에는 우리나라와 일본은 중국의 속국 정도로 다뤄지고 있다고 한다 - “서양”을 말할 때는 “유럽”을 제일 먼저 떠올리곤 한다. 그래서 학창 시절 세계사를 공부할 때면 “중국”과 “유럽” 역사를 중점으로 배우고, 중동, 아프리카 등 기타 지역들은 세계사 소외(?) 지역으로 그저 어떤 나라들이 있었구나 하고 간략히 소개하는 정도로만 그치고 만다. 유럽사를 공부하다 보면 암기해야 할 분량이 너무 많아 머리가 지끈지끈거리곤 했다. 이름이나 주장들 다 비슷비슷한 것 같아 영 헷갈리는 그리스 철학자들, “카이사르”와 “시저”,“제우스”와 “쥬피터” 처럼 라틴식 표기나 영어식 표기냐에 따라 달라지는 “인명”과 “지명”, “프랑크 왕국”이라는 하나의 나라에서 분리되어 각자의 왕조 체계로 발전하지만 그 분리 시점이 명확하지 않은 “프랑스”,“독일”, “이탈리아” 역사들, “교부철학”, “스콜라 철학”, “인문주의”, “계몽주의” 등 복잡한 서양 철학 흐름, 중 근세 수없이 벌어져 시기와 참전 국가들이 영 구분이 안되는 수많은 전쟁들, 즉 십자군 전쟁, 칭기스칸 원정, 종교전쟁, 영국·프랑스 전쟁 등등 종교, 철학, 정치, 사회, 경제 등등이 뒤죽박죽 섞여 마침내 두 손 두 발 다 들고 포기해버리곤 한다. 김시혁의 “통유럽사”(다산에듀, 2010.3.)는 나처럼 방대하고 외울 것 많은 유럽역사에 질려 버린 사람들을 위해 지엽적인 사건에 얽매이지 않고 “넓은 시야를 가지고 각국의 역사적 사건을 찾아내 연관성을 찾아내” 유럽 역사의 큰 흐름을 제목 그대로 “통”으로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유럽사 기초 교과서라 할 수 있다.
유럽의 정신적 고향이자 유럽문명의 시발점이라 할 수 있는 고대 그리스 에서부터 2010년 1월 유럽연합 정상회의 초대 의장, 즉 EU대통령인 반 롬푸이 벨기엘 총리의 취임까지 다루고 있는 이 책은 책 머리글에서도 소개한 것처럼 몇 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유럽 전역을 중심이 되는 “메이저 리그”와 변방 국가인 “마이너리그”로 나누어 주로 메이저 리그 국가들을 중심으로 서술하되 각 장 말미에는 그동안 소외되었던 마이너 리그 국가들도 간략하게나마 소개하고 있다. 예를 들어 5~11세기 중세 유럽을 설명하는 1권 제 3장에서는 메이저 리그로 프랑크 왕국의 탄생, 성장, 분열, 신성로마제국(독일), 동로마제국을 다루고 장 말미에 마이너 리그에서 핀란드, 노르웨이 등의 북유럽, 체코와 슬로바키아 등 동유럽의 역사를 간략히 소개한다. 유럽의 외양이 더욱 커지고 각종 전쟁과 대립으로 각 국가 간의 이해관계가 치열해진 근세 이후에는 이런 메이저, 마이너 리그 구분이 모호해져 굳이 구분하지 않고 통으로 다루고 있다.
둘째, 마치 아버지가 아들을 무릎에 앉혀 놓고 이야기를 하듯이 쉬운 설명체와 거의 매 페이지 등장하는 각종 지도, 사진 자료들이 이해하기 더욱 쉽게 만든다. 특히 보조 자료가 없었던 다른 책으로 세계사를 공부하면서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유럽 각 국가명이나 지명은 영 매칭이 되지 않아 불편했었는데 이 책은 고대 그리스, 로마 정복 전쟁이나 중, 근세 국가 간의 전쟁을 설명하는 부분에서 그 당시 지명과 위치를 지도로 적절하게 배치해줘 시각적 이해가 쉽게 하도록 했다.
셋째, 방대하고 이해하기 어려운 내용으로 난감하게 만들었던 “종교”, “철학”, “경제” 분야들은 과감히 생략하거나 또는 발생 원인과 결과 위주로 간략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취해 시선이 다른 곳으로 분산되는 것을 억제하고 연대기적 흐름에 집중하도록 했다. 물론 역사적 분기점이 되는 주요 사건들, 즉 동로마와 서로마 제국이 분리되고 로마교회와 정교회가 갈리는 “성상숭배금지령”, “사회주의”를 태동시킨 근세 철학자 “마르크스” 등에 대해서는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하기도 하지만, 종교, 철학 사상에 대한 세밀한 소개보다는 그런 사상이 발생하게 된 계기, 발전과정, 결과와 영향 등을 중심으로 소개하고 있어 쉽게 이해하게 하고 있다.
넷째, 통사적인 역사 흐름 이외에 흥미로운 역사적 상식들은 “통박사의 역사읽기”라는 코너를 통해 각 시대별로 소개하고 있다. 즉 유럽사에 흥미가 없는 사람이라도 한번씩은 들어봤을 “프레스터 존의 나라”, “콜럼버스의 달걀”, 알퐁스 도데의 “마지막 수업”, 세기의 결혼식이었던 영국 에드워드 8세와 심프슨 부인의 결혼 등과 같이 재미있고 역사 상식들을 배치해 놓아 이 코너만 별도로 찾아 읽어도 좋을 정도로 흥미를 유발하고 있다.
“~했어”, “~했단다” 투의 설명체, 마치 형광펜을 떠올리게 하는 형형색색의 표지와 내부 이쁜 색깔의 페이지들, 많은 지도와 삽화 자료 등은 분명 유럽사를 처음 접하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중국역사는 하은주 시대부터 청나라 까지 왕조명을 외울 정도로 익숙하지만, 유럽사만 대하면 막막해하는 나와 같은 성인들에게도 유럽 역사의 큰 흐름을 잡는데 도움이 되는 책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으로 큰 흐름은 어느 정도 가닥을 잡은 후에 이제 각론으로 족히 책 한권씩은 넘을 듯한 종교, 철학, 사회 분야들을 자기 욕심껏 공부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2차 세계 대전 이후 잠시 패권을 “미국”에게 넘겨 주긴 했었지만 유럽통합을 이루면서 2008년 GDP 규모가 18조 3,900억 달러로 미국을 앞지르게 되어 버린 거대 국가 유럽, 과거의 찬란했던 영화를 다시 구가할 수 있을지 그들의 과거 역사만큼이나 그들의 미래가 더 궁금한 그런 곳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