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 - 최고의 음식 평론가가 말하는 음식의 진실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 1
제프리 스타인가튼 지음, 이용재 옮김 / 북캐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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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지의 음식평론가이며 <아이언 셰프 아메리카> - 인터넷을 검색해보니 당대 최고의 미국 요리사들이 2인 1조로 팀을 이루는 요리 대결 프로그램으로 최근 미국 대통령 영부인 미셀 오바마가 출연하기도 한 유명 프로그램이란다 - 의 심사위원으로 알려져 있는 제프리 스타인가튼이 쓴 <모든 것을 먹어본 남자>(도서출판 북캐슬, 2010년 3월)은 여러모로 독특한 책이다. 작가의 직업이 변호사였던 탓이지 몰라도 우리가 아무 생각없이 흔히 대하는 먹거리에 대하여 이렇게 시시콜콜히 분석하는 점도 그렇고 자신이 직접 자연 발효 빵을 만들어보고, 자신만의 고유의 물을 여러 가지 광물을 섞어서 만들어 보기도 하고, 근 31일에 걸쳐 다이어트를 실험해 보는 등 등등 먹는 것에 대한 낯설고 독특한 이야기들을 잔뜩 담고 있다.

 

그저 목마르면 마시면 그만일 “물"에 대해 작가가 어떤 행위(?)를 하는 지 소개해보자. 우선 그는 여러 종류의 병 물을 시음해보고는 뉴저지주 에딘슨의 ”워터센터“에 전화를 해서 임신을 원하는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는 ”러시아 스프링스“, 이마의 주름살을 사라지게 했다는 ”텔리치오사“ 등의 다양한 종류의 물에 대한 정보를 얻고 33가지의 후보 수(水) 샘플을 얻는다. 이 샘플들을 하나씩 시음해보고는 요리에서 쓰는 물을 지정하는 조리법이 있는 지를 조사해보기도 한다. 그리고는 불소를 처리한 수돗물이 과연 안전하지 ”워터테스트“라는 회사에다가 아침 일곱시와 오후에 받은 수돗물을 보내서 물성분과 안전성을 테스트 하기도 하고, 유명한 물 관련 저자 위젠 버거와 통화를 하여 직업적인 물 채점표를 입수하여 테스트도 해보고 채점표상 가장 완벽한 물인 ”증류수“가 맛이 없는 이유를 “예일대” 교수에게 전화를 걸어 우리의 입안에 항상 생성되는 “침과” 비슷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알아내고는 “침”의 성분에 대해서 조사를 벌이기도 한다. 결국 가장 신선하고 맛있다는 알프스 샘물의 성분을 정확히 알기 위해 과학 저널에 실린 논문 몇 편을 뒤적이고 나서 자신만의 고유의 물을 만들어보기로 결심하고는 물에 첨가할 광물질을 구하기 위해 맨허튼에서 가장 큰 화학 물질 공급업체의 두직원을 꼬셔보기도 하지만 - 자기가 먹을 것이 아니라 강아지에게만 시험하겠다고 약속을 하기까지 한다 - 보기좋게 퇴짜 맞고는 동네 약국에서 열 여섯 종류의 광물 염류를 주문하여 그 만의 물을 만들어낸다. - 시음의 결과는 밝히지 않는다. 또는 인슐린 생산을 아주 조금만 촉진하는 단백질과 지방, 혈당수치가 낮은 좋은 탄수화물만 먹어서 살을 뺀다는, 프랑스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끈 미식가들을 위한 “몽티냐크 다이어트(La Methode Montignac)"법을 근 31일에 걸쳐 자신이 직접 직접 실험 - 77kg의 몸무게는 빠지고 늘기를 거듭하다가 31일 차에는 3.2kg이 빠진 73.9kg이 된다 -해보기도 하고, 전자레인지의 조리방법을 연구하기 위해 전자레인지를 구입하고 스무 권의 전자레인지 요리책을 뒤져 생선조리법 묶음을 만들어서는 자기만의 다양한 생선 조리법을 실험해서 그 요리책들이 제대로인지도 따져보고 결국에는 ”전자레인지; 숭배인가 문화인가?“라ssm 인류학적인 측면에서 전자레인지에 열광하는 사람들에 대한 논문까지 작성해낸다.

 

 물론 4장 식도락 기행에서는 슈크르트, 와규, 바비큐, 오트 비스트로 등의 일반적인 맛 기행과 음식평론에 관한 글도 있지만 역자가 “옮긴이의 글”에서도 밝히듯이 작가의 음식이야기는 보통의 음식 평론을 기대하는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매우 낯설게 다가왔지만 한편으로는 평범한 음식 평론을 넘어 음식에 대한 과학, 역사, 문화 등 다양한 면을 아우르는 차원 높은 “음식 문화 비평서”로서의 가치는 눈여겨 볼만하다. 너무 분석적인 글이어서 딱딱하고 지루할 수 있지만 작가가 소개하는 각종 음식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이런 사실도 있었네 하는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는 지적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색다른 즐거움을 느끼게 된다.

 

마지막으로 작가가 우리 음식인 김치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 지 소개한다. 각종 언론에서는 김치가 이제는 세계인의 입맛을 돋우는 세계적인 음식으로 각광을 받는다고 하더니만 아무래도 이 작가에게만은 영 과장광고인 듯 하다. 작가는 무인도에서 쫄쫄 굶더라도 다른 모든 것들이 떨어질 때까지 손대지 않을 음식으로 “황새치”, “안초비”, “인도 음식점의 후식”과 함께 김치를 꼽는다. 작가는 이렇게 “싫어하는” 김치 공포증을 없애기 위해 김치 한 접시를 먹고나면 자기 자신에게 맛있는 초콜릿을 상으로 주는 “포상”효과를 고안해내고, 한국 음식점에 8~10번을 예약을 해서 6개월 동안 매일, 싫어하는 음식을 최소한 한 가지 먹는 방법을 써서 60가지의 다양한 김치 가운데 열 가지를 계속해서 맛보고 나니 그제서야 자신에게도 국민 절임 야채가 되었다고 한다. 물론 음식 평론가가 되기 위해선 자신의 음식에 대한 격렬한 호불호를 고쳐야 했기에 시도한 예 중 하나를 소개한 것이지만 우리들의 주식인 김치를 왜 저렇게까지 싫어하지 하는 못마땅함 보다는 김치에 대한 작가의 솔직한 생각이 재미있고 애교스럽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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