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외계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6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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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츠츠이 야스타카라는 작가를 이야기하려면 역시나 애니메이션으로 더 유명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가 없을 것이다. 처음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나서는 수채화같은 아름다운 그림과 시간여행이라는 조금은 식상한 소재 -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된 시기가 1965년이라니 그 당시에는 그리 흔한 소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워낙 단골로 등장한 소재라 지금 시점으로는 식상하다고 표현해본다 - 를 청춘 로맨스로 잘 포장한 그 스토리텔링에 반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한번 꼭 보라고 권했던 그런 작품이었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한참 후에 책(북스토리, 2007년 6월)을 읽었는데, 스토리 얼개만 같을 뿐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간결한 내용에 조금은 실망했던, 같이 실렸던 두 단편 - 악몽, The Other World - 이 더 인상적이었던 그런 책이었다. 최근에 일본 SF 장르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라는 츠츠이 야스타카가 자신의 작품 중에서 직접 골랐다는(自選) 단편집 “최악의 외계인(작가정신, 2010년 6월)”을 읽게 되었는데 그의 작품으로는 이 책이 두 번째여서 그만의 색깔이나 작품세계를 논할 수 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읽고 난 후의 뒷 맛이 개운치 않은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책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데, SF 장르는 조금씩 기울어가는 해상도시의 해프닝을 그린 “기울어진 세계”, 성대(聲帶)를 울리는 대화가 아니라 온 몸의 관절을 꺾어 의사 표현하는 외계인을 그린 “관절화법”- 책 표지의 기괴한 모양의 외계인이 바로 관절화법을 구사하는 외계인을 묘사한 것이다 -, “맥맥”이라는 이름이 괴상한 별에서 파견된 외계인과의 해괴 막측한 동거를 다룬 표제작인 “최악의 외계인” 등 세 편- 그나마 기발한 상상과 독특한 유머로 제법 읽을 만 하다 - 을 꼽을 수 있겠고, 나머지 4편은 굳이 분류하자면 일종의 풍자소설 또는 블랙유머 소설로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그런 류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4편 중에서도 젖먹이 아줌마의 위험천만한 비행을 그린 “고로하치 항공”과 마치 라이트 형제를 연상시키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위해 평생을 바친 남자를 그린 “하늘을 나는 표구사”는 기발한 소재로 읽을 만 한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꿈틀꿈틀 장관”와 자기 집을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살인범과 대치하기 위해 살인범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는 샐러리맨, 결국은 끔찍한 결론에 이르는 “이판사판 인질극” 이 두 편은 읽고 나서 책 소개 글처럼 그저 세태에 대한 삐뚤어진 풍자나 익살, 블랙 유머로만 치부하기에는 영 불편한 그저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작품들이었다. 

  일본에서는 SF뿐만 아니라 풍자, 세태, 유머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그만의 과격한 독설과 그로테스크한 묘사, 파격적인 내용으로  ‘츠츠이스트’라 불리는 마니아들을 거느릴 정도로 꽤나 인기 있는 작가라는 데, 나의 독서적 소양이 부족해서인지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이 7편의 단편모음집만으로는 그에게 열광할 만한 그런 면을 발견하기가 힘든 것 같다.  다만 그만의 괴이하면서도 독특한 상상력만큼은 그동안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런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은데 호불호(好不好)는 그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 각자의 성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 같다. 물론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쉽게 좋아하기 힘들 것 같지만,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작품을 쓴 작가가 그렇게 괴상하겠어 하고 미심쩍은 분들이나 평범함에 식상해 뭔가 확연히 다른 그런 독특한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 하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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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우와 파수꾼의 탑 치우 판타지 시리즈 2
이준일 지음 / 문학수첩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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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인 “치우와 별들의 책(문학수첩, 2009년 11월)"을 통해서 재미나 완성도 면에서 다소 아쉬웠지만 가능성을 엿보였던 이준일의 판타지 소설인 치우 시리즈가 1편이 출간된 지 6개월만에 2부격인“치우와 파수꾼의 탑(문학수첩, 2010년 5월)”이 출간되었다. 가상의 섬인 가이아 랜드에서 현실 세계로 귀환하고 1년이 지난 현실세계에서의 모험을 다룬 이 번 책에서는 전작보다 스케일이 큰 박진감 넘치는 “마법”과 “현실세계”의 충돌을 그리고 있다. 

 가이아 랜드의 위기를 해결하고 저주로 고통받고 있는 어머니를 구하기 위해 현실세계로 돌아온 치우는 결국 어머니를 구하지 못하고 가이아 랜드에서 가지고 나온 태양검이 부서져 버리면서 영혼이 칼 조각에 갖히게 되고, 치우의 또다른 영혼인 로딘이 치우의 몸을 차지하게 된다. 한편 가이아 랜드를 장악하려했지만 치우에 의해 좌절된 악녀 메데스티는 가이아 랜드의 힘의 근원이었던 불멸불사의 “다람쥐”를 훔쳐 마법 장막을 넘어 현실세계로 달아나고 가이아 랜드는 힘의 근원을 잃버버리면서 마법 장막에 구멍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땅은 생기를 잃고 죽음의 땅으로 변해간다. 올리비아는 치우에게 도움을 요청하고자 장막을 넘어 현실세계로 나와 7개월 동안 갖은 고생을 하고 치우를 만나게 되지만, 치우 곁에는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또다른 올리비아가 머물고 있었고, 뒤늦게 찾아온 올리비아는 치우 곁에 있는 존재가 진짜고, 자신은 메데스티가 철저히 세뇌한 첩자가 아닌지 자신의 존재를 의심하지만 치우 곁에 머물러 있으며 "올리브"로 불리우게 된다. 치우와 그의 일행은 가이아 랜드를 구하고자 가이아 랜드를 창조하고 세상의 균형을 유지하는 “파수꾼”들의 비밀이 담겨있는, 바다에서 가장 깊은 곳인 마리아나 해구에 위치한 파수꾼의 탑으로 향하지만 메데스티가 한발 먼저 당도하여 불사불멸의 마법인 “시간마법”을 빼앗아 달아나 북극 얼음 동굴에 근거지를 마련하고 가이아 랜드의 마법사들을 꾀뇌어 불사의 마법군대를 조직하여 인간들과의 전쟁을 준비한다. 태양검 조각에 갖혀있던 치우는 올리브가 진짜 올리비아였고 곁에 머물던 올리비아는 메데스티가 성형수술까지 시켜 위장시킨 첩자였다는 것을 알게 되고, 메데스티를 막기 위해 사라져 버린 파수꾼들을 찾아나서는 데 이미 파수꾼 중 한 명이자 아버지인 “가이스”가 아들이자 또 다른 파수꾼인 “메소드”에 의해 영혼이 봉인된 것을 알게 되고는 자신의 몸을 양보하여 “가이스”를 부활시키고자 한다. 마침내 메데스티의 불사 군대와 현실세계 지구인들과의 전쟁은 시작되고, 뉴욕, 런던, 상하이, 도쿄, 서울 5개 도시는 공포와 혼란에 휩싸이게 되고, 서울에서 메데스티와 치우, 부활을 꿈꾸는 가이스, 그리고 파수꾼들을 있게 한 미지의 힘인 “후퍼”는 한 자리에 모여 최후의 싸움을 벌이게 된다.

 서울, 뉴욕, 마리아나 해구, 남반구 외딴 섬, 북극 얼음 동굴 등 현실 세계 각지를 돌며 벌이는 모험들이 박진감있게 묘사되어 한층 더 큰 재미를 주는 이번 작품은 뻔한 설정과 신선함이 부족했던 전작보다 진일보한 모습을 보여주긴 하지만 아직도 완성도면에서는 여전히 아쉬움이 남는 그런 작품이었다. 치우를 위해 목숨을 던져가면서 “올리비아”를 구하려고 했던 "올리브"- 사실은 진짜 올리비아였지만 - 를 계속해서 괴롭히는 치우의 모습이나 파수꾼들의 탄생 배경과 미지의 힘이자 악마라고까지 불리우는 “후퍼”의 정체에 대한  설정, 메데스티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었던 “시간마법”에 대한 억지스런 설정 - 2초 전으로 돌리는 마법인데 사람의 숨결이 어떤 경우라도 2초는 머물러 있다는 가정 하에 만들어진 마법 -, 그리고 서울에서의 마지막 결전 결과 등은 다소 억지스러운 그런 설정들이었다. 그러나 1편보다는 2편에서 한층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었듯이 치우의 아버지를 찾기 위한 모험이 될 3편에서는 좀 더 개연성있고 탄탄한 구성의 발전된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미리 기대를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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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 - 알면 알수록 어렵지만 매력적인 일본 사람 이야기
박종현 지음 / 시공사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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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의 역사적 특수성에 의한  시선을 배제한다면 1990년대 중반까지 우리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은 “동경”과 “질시”였다. 미국을 위협할 정도였던 일본의 눈부신 경제 성장에 대해 하염없이 부러움과 질시의 눈빛으로 바라보았고, 심지어 일본의 내부 모습을 찬찬히 뜯어보면 형편없어 라고 부자인 이웃 미워하는 속 좁은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 한때 베스트셀러였던 모 국회의원의 “~없다”라는 책이 대표적이다. 읽을 때는 참 통쾌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지만 되집어 보면 일본의 나쁜 모습만 들춰 과장되게 부각시킨, 일종의 자기 만족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 그런데 21세기 들어 우리가 일본을 바라보는 시선이 바뀌었다. 이제는 더 이상 존경하거나 폄하할 필요가 없는, 한마디로 “만만”해진 것이다. 90년 대 중반이후 몰아닥친 장기 침체가 지금까지 지속 되면서 우리가 그렇게 배우고자 했던 일본의 경제 시스템은 더 이상 우리가 보고 배워야 할 벤치마킹의 대상이 아니라 우리도 저렇게 될 수 있구나 하는 반면교사(反面敎師)의 대상이 되어버렸으며, 영원히 따라잡지 못할 것 같은 산업 각 분야에서, 특히 가전, 반도체, IT, 조선, 자동차 분야에서 일본을 추월하거나 거의 턱 밑까지 바짝 따라붙었으며, 사실 우리에게는 큰 반향을 일으키진 못했던 드라마들이 일본에서는 연이어 공전의 히트를 치고 한류열풍이 일본 열도를 거세게 몰아닥친 모습을 보면서 오히려 신기해하면서 한편으로는 일본 문화 수준도 우리와 그다지 다를 것 없네 하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불과 10여년 만에 동경의 대상에서 그저 우리와는 지리적으로 가까운 이웃나라 정도로 시각이 확 바뀌어 버린 지금, 어떤 목적을 내포하지 않고 그들의 특성과 문화를 제대로 이해하는 열린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된 것은 어쩌면 좋은 현상일 수 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20여 년간 일본에서 체류하면서 겪은 경험을 토대로 일본인과 일본 문화에 관한 책을 꾸준히 집필해온 박 종현의 “일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시공사, 2010년 3월)”은 그동안의 주관적이고 배타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일본 사람들에 대하여 과장되거나 편협하지 않은 가감없는 시각으로 이해할 수 있게 하는 일종의 해설서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시원하게 속을 풀어버릴 욕이 제대로 존재하지 않는 일본 말 때문에 스트레스가 쌓여 한국지인들을 만나면 애정의 표시로 욕이 술술 나온다는 작가는 20년간 일본에서 대학교수이자 방송인으로 활동해온 경험을 토대로 우리와 일본인의 차이에 대하여 쉽고 재밌게 풀어내고 있다. 잡동사니라 표현해도 좋을 만한 물건들을 유난히 좁은 집에 가득가득 보유하고 있는 것을 일컫는 “고미야시키(쓰레기 저택)” 편에서는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와 "버리지 못한다"는 의미로써 역사에 대한 동경과 과거의 집착에서 함께 비롯된 무언가를 소중히 간직하는 일본인의 습성을 이야기하고, 집 밖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집으로 들이지 않고 선 채로 주고 받는 잡담을 뜻하는 이도바타카이기(우물가에서 여인들이 나누는 잡담)에서는 그 상대가 아무리 친한 친구일지라도 타인에게 자신의 공간을 보여주는 것을 미덕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일본인들의 대인관계를 설명하는 사례를 설명하고 있다. 또한 여행과 철도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은 인간관계에 있어 한 두 명 정도의 소수와 관계를 맺기보다는 다방면으로 폭 넓은 인간관계를 구축하는 것을 선호하여 1명당 한 달에 한 번씩 만나면서 30명과의 교우관계를 만들어가는 이들이 많겠지만, 이와는 반대로 우리는 가장 친한 몇몇 친구와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깊은 인간관계를 맺는 것을 좋아해서, 여러 명이 같이 만나며 교우관계를 돈독하게 하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설명하면서 일본인들 특유의 인간관계를 설명하고 있다.  

  친구와의 우정에 대해서도 우리와 일본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예를 들어 불륜을 저지르는 친구 남편을 보면 우리는 친구에게 알리는 것이 당연하지만 일본에서는 혼자 고민하거나 당사자를 설득하지 배우자에게도 절대 알리지 않으며, 친구 사이의 비밀에 대해서도 우리는 친한 친구들끼리 비밀을 공유하며 결속력을 다지지만 일본은 비밀 엄수라는 약속과 신뢰를 더 중시하여 절대 비밀을 나누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또한 일본에서는 결혼한 친구의 집에 가서 자고 오는 일이 극히 드물지만, 그럴 경우 친구를 손님방에 재우고 남편과 잠을 자는데 남편을 따로 재우고 친구와 같이 밤을 지새면서 수다 떠는 것이 일반적인 우리 입장에서는 이해 못할 대목이기도 하다. 이는 사랑과 우정에 대한 일본인들의 관점이 우리와 다른 것으로 그들은 부부는 가족이며 친구는 엄연한 타인이며 결혼한 이가 가족을 두고 타인과 같은 공간에서 밤을 보내는 일이 오히려 이상하며 한국 드라마에서 사랑과 우정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인공들을 일본 사람들은 이해를 못한단다. 일본 사람들이 가장 싫어한다는 “뻔뻔함”에 대해서도 우리는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남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넉살이 좋다고 여기지만 일본에서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에게 부탁하는 행위를 바로 뻔뻔하다고 여기므로 자신의 이익을 위해 상대에게 부탁하는 행위를 한다면 미움을 받을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이라고 조언하고 있다.

    책에서는 이외에도 결혼식에 참석하지 못했지만 축의금을 받는 경우 그 금액의 반 정도를 답례하는 특유의 “오카에시(보답)” 문화, 일종의 수평적인 관계로까지 보여지는 스승과 제자의 관계, 지금은 많이 없어졌지만 우리와는 다른 취업 방식인 “슈카츠(취업준비)”와 “리쿠르터” 제도들, 선진국 병이자 우리에게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는 “벤조메시(혼자서 밥 먹는 것이 싫어 화장실에 들어가 밥을 먹는 것. 직장이나 학교에서 밥을 같이 먹을 사람이 없는 것을 두려워하는 심리 현상으로 ”런치메이트 증후군“이라고 불리운다)” 현상 등 다양한 일본인의 특성들을 자신이 겪은 각종 경험담을 곁들여 설명하고 있다.  책에서는 우리와는 다른, 때대로 이해하기 힘든 일본인들의 특성에 대해 조목조목 이야기하고 있지만 이는 우리와는 다른 “차이”일 뿐 앞에서 언급한 “~없다”처럼 그것을 비하하거나 폄하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차이를 받아들이라고 조언한다.  책의 제목이기도 한 “일본 사람을 사랑할 수 있을까”에 대한 답이 바로 여기에 있다. 우리와의 차이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그들을 껴앉을 수 있겠지만, 그 차이만을 강조하여 차별이나 미움으로 해석하게 된다면 결코 일본 사람들과의 거리는 좁혀지지 않고 오히려 더 멀어지는 불편한 관계가 계속될 것이다. 예전처럼 존경이나 또는 멸시라는 선입관을 벗어버리고, 서로간의 사회적, 문화적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에 일본 사람들의 모습을 올곧이 바라보게 되며, 마침내 그들을 “사랑의 대상”으로 까지 바라볼 수 있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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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즐거움의발견>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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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렸을 적 지금처럼 값진 장난감이나 게임기는 없었지만 세상 모든 것이 놀이기구가 되는 멋진 시절이었다. 딱지나 구슬이 없어도 맨 땅에 선만 그어도 오징어, 일곱 발 뛰기 등 신나는 경기장이 되었고 골목마다 서 있던 전봇대는 훌륭한 골대이며 술래잡기, 나이 먹기, 얼음땡 등 각종 놀이의 기준점이 되어주었고, 평평하고 납작한 돌은 사방치기, 비석놀이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도구였고, 나무 막대와 경사지게 깍은 새끼 자로 하는 자치기는 지금의 야구 이상으로 박진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놀이였다.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하루 종일 놀다가 밥 먹으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내일 또 놀자고 단단히 약속하고는 마지못해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고는 피곤함에 지쳐 이내 잠들어버리지만 내일은 뭐하고 놀까 기대감에 부풀었던, 골목마다 넘쳐나던 아이들 웃음 소리와 뜀박질 소리로 가득 찼던 그 시절은 같이 어울려 노는 “놀이”만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즐겁고 신났던 그런 시절이었다. 비록 유치원에는 다니지 않았지만 동네 형들과 친구들과의 놀이를 통해서 숫자를 세는 법과 각종 놀이의 규칙, 나이의 많고 적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는 상하관계와 또래들과의 서로 어울리는 법들을 배운 일종의 사회적 규범을 미리 선행 체험하는 역할을 할 정도로 그 당시 아이들에게 “놀이”는 어떤 교육기관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학습의 장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어울림의 “놀이”는 어느 정치인 말대로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면서 흙길이 아스팔트로 포장되고 골목마다 자동차가 빼곡이 들어서면서부터 골목길의 아이들 웃음소리는 뚝 끊어져 버리고 아이들은 자신의 몸무게만큼 무거운 가방을 둘러매고 학교에 학원에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빠졌고 놀이라고는 그저 혼자서 즐기는 비디오 게임이 전부가 되어버렸다. 빡빡하게 짜여진 시간표대로 시계추처럼 반복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가 없어도 과연 괜찮을까? 스튜어트 브라운과 크리스토퍼 본 이 공동으로 저술한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흐름출판, 2010년 5월)”은 놀이가 없는 아이들의 삶은 “훗날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힘이 될 활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내적인 동기를 말살시키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책에서는 “놀이(PLAY)"는 ”인생에 흥분과 모험을 되살리고, 놀이를 중심으로 일을 연장시키고 세상과 충만한 교감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그저 즐거움을 위한 행위일 뿐 특별한 목적이 없고, 타의가 아닌 자발적이며, 고유의 매력이 있어 시간 개념에서 자유로워지게 만들며, 또한 어울림을 통하여 자의식이 줄어 들고, 즉흥적으로 바꿀 수 있으며 지속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고 놀이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동물들마저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연습하는 수단으로 즐기는 ”놀이“는 실제로 인지 능력의 상단 부문을 책임지는 전두피질의 발달과 연관이 있어 특히 다른 동물보다 유난히 긴 인간의 유년시절은 뇌가 가장 빨리 발달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놀이를 하면 똑똑해지고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 되므로 놀이의 혜택은 매우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일과 놀이는 "창의성"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어 놀이와 일이 최대한 효과적으로 통합되면 세계와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인간관계의 어려움도 유머와 농담을 수반한 “놀이”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를 가지고 있는 부모들이라면 이 책에서 “4장 아이의 미래, 놀이에서 시작한다”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작가는 인간이 놀이를 멈춘다면 행동은 고정되고 새로운 것과 색다른 것에 관심이 없어지며, 주변 세계에서 즐거움을 얻을 기회도 점점 없어진다고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 시대에 이르러 학교는 시험성적을 올리기 위한 조립라인으로 변했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대학에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훈련을 받으면서 아이들은 좀 더 세련된 인생관을 갖게 되지만 구속받지 않은 상상력과 자유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아이들의 시간표를 대신 짜주고 온갖 활동을 시키면서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하도록 돕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과 지식 상태를 발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빼앗고 있으며, 게다가 훗날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힘이 될 활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내적인 동기를 말살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출세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음을 받아들이고, 아이들이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고 자신감을 가질수 있도록 내면의 자연스러운 욕구에 이끌려 자립적인 놀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물론 이런 종류의 놀이는 위험할 수 있지만, 적절한 감시를 통해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여야 하며 작가의 오랜 경험상 자유로운 놀이를 억압하고 아이의 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하면 훗날 아이의 건강은 물론이고 성공과 행복에 훨씬 더 큰 위험이 생긴다고 충고한다. 

 또한 사춘기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책임과 함께 나이에 어울리는 장난스러움을 유지하는 것이며, 평생에 걸쳐 숙달된 능력을 완성하려면 내면의 놀이가 폭 넓고 다양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와 교사가 아이를 너무 심하게 밀어붙이면,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실감하지 못하며 내면에서 우러나온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충고한다. 작가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5년 뒤 혹은 10년 뒤에 정말로 행복하고 신나는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 지를 상상해보라고 말하며, 이런 상상은 정말로 자기가 원하는 인생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게 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떠오른 진정한 요소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현실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비전도 즉흥과 우연에 마음을 열어놓아야 하며, 이런 상상의 목적은 5년 혹은 10년 후를 대비한 발전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또 내가 어떤 종류의 미래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우리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활동과 관심사는 마음을 열 때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놀이로 행복해지는 7가지 조언으로 끝을 맺는 책에서는 놀이의 반대말은 결코 "일 Work"이 아니라 "우울함 Depression"이라고 단언하며 놀이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놀이”에 대한 과학적, 인문학적인 학술적 접근성은 미흡하지만 놀이가 지닌 매력과 중요성, 특히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탁월한 해설은 그 어떤 책보다도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굳이 어린 시절 엄격한 부모 슬하에서 놀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삭막한 환경에서 자란 소년이 훗날 커서 이유 없이 총기를 난사하는 연쇄살인범이 되었다는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부터 “경쟁”을 강요받는 아이들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서라도, 어두운 방에서 게임기를 가지고 노는 것보다 또래들과 같이 어울려 노는 것이 훨씬 즐겁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라도, 교과서나 학원에서는 절대 가르쳐 줄 수 없는 친구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게 하기 위해서라도 골목마다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다시금 살려놔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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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애완동물과 화초 키우는 데 소질이 없었던 터라 이사 오면서 장모님이 선물해주신 군자란과 산세베리아 등의 화초가 영 부담이 되었었다. 나나 아내나 둘 다 그저 생각나면 물 한번 줄 정도로 화초 키우기에는 무심했었는데,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서 군자란이 주황색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는 관심과 애정은 커녕 물도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 스스로 잘 자라서 이쁜 꽃을 우리에게 선물하는 것에 자연의 신비로움까지 언급할 정도는 아니지만 멍하는 충격과 놀라운 느낌을 받았다. 이후 햇살이 잘 드는 베란다로 옮겨 놓고 시간 맞춰 물도 꼬박꼬박 주니 더욱더 왕성하게 자란 화초들은 분갈이를 해주면서 작은 정원을 꾸밀 수 있을 정도로 무성해졌고 이제는 집을 방문하는 친구들에게 제일 먼저 소개하는 자랑꺼리가 되었다. 이처럼 큰 기쁨과 감동마저 드는 화초에 대한 재밌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열대 우림의 아홉가지 신비의 화초를 둘러싼 판타지 로맨스 소설인 마고 버윈의 “핫 하우스 플라워; 온실의 꽃과 아홉가지 화초의 비밀(살림출판사, 2010년 6월)”은 작가의 첫작품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밌고 환상적인 소설이었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자신에게 점점 더 멀어져 가던 술고래 남편과 결혼 4년 만에 이혼하고 뉴욕 14번가의 유니온 스퀘어로 이사온 릴라 그레이스 노바는 집에 생기를 더할 겸 동네 노점 그린마켓에 화초를 사러 갔다가 강인하고 다부진 "컨트리섹슈얼"한 구리빛 피부의 묘목상 데이비드 액슬리를 만나 "극락조화"라는 화초를 사서 애지중지 키우게 되고, 데이비드에게 또 다른 화초들을 더 구입하게 되면서 그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어느날 광고 촬영을 하던 중에 상사가 모델을 몰래카메라로 은밀히 훔쳐보는 것을 목격하고는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에 낡은 빨래방 창문에 굉장히 특이한 식물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문을 열고 들어선다. 바닥에는 이끼가 깔려져 있고, 세탁기와 건조기 상단과 주변에는 양귀비꽃과 퍼플벨, 데이지 등이 빽빽하게 놓여 있고 청록색 나비가 날고 있는 야생화가 가득한 초원과 같은 신비로운 빨래방의 주인인 아르망은 밀실에 인간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신비한 아홉 가지 화초가 있으며 릴라를 빨래방으로 이끌었던 창문에 매달려있던 나비단풍 가지를 잘라주면서 잘 키워 뿌리를 나게 하면 밀실의 아홉 가지 화초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하며 어느 누구에게라도 저 화초들이 있는 곳을 발설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아홉가지 화초를 보고싶다는 호기심에 나비단풍 가지를 애지중지 키우던 릴라는 결국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하지만, 자신에게 냉담한 데이비드를 꼬셔볼 요량으로 나비단풍가지를 보여주고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는 아홉가지 화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데이비드와 활홀한 하룻밤을 보냈지만, 데이비드는 그 빨래방을 강도질하여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아홉가지 화초를 훔쳐가고 만다. 아르망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 그녀는 아르망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약속하지만 아르망은 그녀에게 멕시코 가서 아홉가지 화초를 다시 찾는 데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망설이던 릴라는 아르망의 아내 소피에게서 받은 마리골드 꽃잎을 침대 아래와 둘레에 뿌리고 자면서 기묘하고 신비스러우며 에로틱한 예언의 메시지가 담긴 꿈을 꾸고는 멕시코로 가기로 결정한다. 먼저 출발한 아르망을 찾아 혼자 떠난 릴라는 멕시코 밀림에서 온갖 고생을 겪다가 아르망의 부탁으로 릴리를 마중 나온 멋진 원주민 청년 "디에고"와 만나 아르망의 거처로 찾아오게 되고 인간의 욕망인 "자유, 섹스, 재물, 권력, 마법, 사랑, 불멸, 모험, 지식"을 상징하는 아홉 가지의 화초의 내력과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아르망과 소피가 그렇게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던 10번째 화초 이름 없는 열정의 화초를 찾기 위해 밀림을 헤맨다. 그러던 중 자신에게 상처를 안겨준 데이비드를 다시 만나게 되지만 그만 놓쳐버리고, 원주민 청년 디에고의 사랑을 나누고자 마법의 화초 맨드레이크의 뿌리를 먹였지만 디에고는 사경을 헤매게 되고 릴라는 유일한 해독제 은방울꽃을 가져오기 위해 데이비드의 거처로 향하게 된다.

   화초를 소재로 한 가벼운 로맨스 소설이겠거니 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 초반 릴라가 극락조화를 사서 키우는 장면부터 시선을 확 끌더니  읽을수록 책장 넘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는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낼 정도로 몰입도와 재미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결국 릴라에게 상처를 주긴 했지만 구리빛 멋진 남자인 데이비드와 릴라가 첫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남자인 내가 봐도 가슴이 설레일정도로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고, 인간의 아홉가지 욕망을 상징한다는 화초들을 찾아 나서는 모험은 이런 화초들이 실제로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더불어  마치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전설의 아이템을 찾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고 신비로우며, 최고의 보물인 10번 째 화초를 찾는 과정과 디에고를 살리기 위해 모험을 나서는 장면은 조마조마할 정도로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주인공 릴라가 겪는 신비한 각종 사건들과 모험, 그 모험 속에서 만나게 되는 환상적인 로맨스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려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하게 하는 이 책은 판타지나 모험 소설을 좋아하는 남성들이나 낯선 매력을 가진 이성과의 멋지고 신비로운 사랑을 꿈꾸는 여성들, 어느 계층이라도 부담 없이 재밌게 읽을 만한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 집 베란다를 장식하고 있는 저 화초들 중에도 신비의 화초가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 괜히 화초를 한번 쓰다듬어 보게 되고, 정말 그런 화초가 있다면 나도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이 책의 판권을 사들인 줄리아 로버츠가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는다니 영화가 벌써부터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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