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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 즐거움의 발견 - 우울한 현대인이 되찾아야 할 행복의 조건
스튜어트 브라운 & 크리스토퍼 본 지음, 윤미나 옮김, 황상민 감수 / 흐름출판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어렸을 적 지금처럼 값진 장난감이나 게임기는 없었지만 세상 모든 것이 놀이기구가 되는 멋진 시절이었다. 딱지나 구슬이 없어도 맨 땅에 선만 그어도 오징어, 일곱 발 뛰기 등 신나는 경기장이 되었고 골목마다 서 있던 전봇대는 훌륭한 골대이며 술래잡기, 나이 먹기, 얼음땡 등 각종 놀이의 기준점이 되어주었고, 평평하고 납작한 돌은 사방치기, 비석놀이에서 없어서는 안 될 귀한 도구였고, 나무 막대와 경사지게 깍은 새끼 자로 하는 자치기는 지금의 야구 이상으로 박진감 넘치는 흥미진진한 놀이였다. 아침부터 해질 때까지 하루 종일 놀다가 밥 먹으라는 어머니의 성화에 내일 또 놀자고 단단히 약속하고는 마지못해 집에 들어와 저녁을 먹고는 피곤함에 지쳐 이내 잠들어버리지만 내일은 뭐하고 놀까 기대감에 부풀었던, 골목마다 넘쳐나던 아이들 웃음 소리와 뜀박질 소리로 가득 찼던 그 시절은 같이 어울려 노는 “놀이”만이 아이들에게는 가장 즐겁고 신났던 그런 시절이었다. 비록 유치원에는 다니지 않았지만 동네 형들과 친구들과의 놀이를 통해서 숫자를 세는 법과 각종 놀이의 규칙, 나이의 많고 적음을 통해 자연스럽게 익히는 상하관계와 또래들과의 서로 어울리는 법들을 배운 일종의 사회적 규범을 미리 선행 체험하는 역할을 할 정도로 그 당시 아이들에게 “놀이”는 어떤 교육기관도 대신할 수 없는 소중한 학습의 장이었다. 그런데 이러한 어울림의 “놀이”는 어느 정치인 말대로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면서 흙길이 아스팔트로 포장되고 골목마다 자동차가 빼곡이 들어서면서부터 골목길의 아이들 웃음소리는 뚝 끊어져 버리고 아이들은 자신의 몸무게만큼 무거운 가방을 둘러매고 학교에 학원에 쉴 틈이 없을 정도로 바빠졌고 놀이라고는 그저 혼자서 즐기는 비디오 게임이 전부가 되어버렸다. 빡빡하게 짜여진 시간표대로 시계추처럼 반복된 삶을 살고 있는 우리 아이들에게 “놀이”가 없어도 과연 괜찮을까? 스튜어트 브라운과 크리스토퍼 본 이 공동으로 저술한 “플레이 즐거움의 발견(흐름출판, 2010년 5월)”은 놀이가 없는 아이들의 삶은 “훗날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힘이 될 활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내적인 동기를 말살시키고 있는 지도 모른다”고 경고하고 있다.
책에서는 “놀이(PLAY)"는 ”인생에 흥분과 모험을 되살리고, 놀이를 중심으로 일을 연장시키고 세상과 충만한 교감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며 그저 즐거움을 위한 행위일 뿐 특별한 목적이 없고, 타의가 아닌 자발적이며, 고유의 매력이 있어 시간 개념에서 자유로워지게 만들며, 또한 어울림을 통하여 자의식이 줄어 들고, 즉흥적으로 바꿀 수 있으며 지속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 일으킨다고 놀이의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동물들마저 미래에 필요한 기술을 연습하는 수단으로 즐기는 ”놀이“는 실제로 인지 능력의 상단 부문을 책임지는 전두피질의 발달과 연관이 있어 특히 다른 동물보다 유난히 긴 인간의 유년시절은 뇌가 가장 빨리 발달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놀이를 하면 똑똑해지고 변화하는 세상에 적응할 수 있는 능력이 향상 되므로 놀이의 혜택은 매우 효과적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일과 놀이는 "창의성"이라는 공통된 특징을 가지고 있어 놀이와 일이 최대한 효과적으로 통합되면 세계와 우리 자신을 이해할 수 있게 되며 인간관계의 어려움도 유머와 농담을 수반한 “놀이”가 가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아이를 가지고 있는 부모들이라면 이 책에서 “4장 아이의 미래, 놀이에서 시작한다”를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작가는 인간이 놀이를 멈춘다면 행동은 고정되고 새로운 것과 색다른 것에 관심이 없어지며, 주변 세계에서 즐거움을 얻을 기회도 점점 없어진다고 놀이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현 시대에 이르러 학교는 시험성적을 올리기 위한 조립라인으로 변했고, 아이들은 그곳에서 대학에 들어가는 데 도움이 되는 훈련을 받으면서 아이들은 좀 더 세련된 인생관을 갖게 되지만 구속받지 않은 상상력과 자유를 잃어버렸다는 느낌을 지울 수 가 없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아이들의 시간표를 대신 짜주고 온갖 활동을 시키면서 아이들이 미래를 준비하도록 돕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우리는 아이들이 자신의 재능과 지식 상태를 발견하는 데 필요한 시간을 빼앗고 있으며, 게다가 훗날 아이들의 인생을 좌우하는 중요한 힘이 될 활동을 접할 수 있는 기회와 내적인 동기를 말살시키고 있는지도 모른다고 경고한다. 따라서 부모들은 아이들을 안전하게 지키고 출세시키고 행복하게 만드는 데 한계가 있음을 받아들이고, 아이들이 스스로의 안전을 지키고 자신감을 가질수 있도록 내면의 자연스러운 욕구에 이끌려 자립적인 놀이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길러주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물론 이런 종류의 놀이는 위험할 수 있지만, 적절한 감시를 통해 위험을 최소화해야 하여야 하며 작가의 오랜 경험상 자유로운 놀이를 억압하고 아이의 활동을 엄격하게 통제하면 훗날 아이의 건강은 물론이고 성공과 행복에 훨씬 더 큰 위험이 생긴다고 충고한다.
또한 사춘기 아이들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과제는 책임과 함께 나이에 어울리는 장난스러움을 유지하는 것이며, 평생에 걸쳐 숙달된 능력을 완성하려면 내면의 놀이가 폭 넓고 다양해야 하기 때문에 부모와 교사가 아이를 너무 심하게 밀어붙이면, 아이는 자신의 능력을 실감하지 못하며 내면에서 우러나온 성취감을 느끼지 못한다고 충고한다. 작가는 사춘기 아이들에게 5년 뒤 혹은 10년 뒤에 정말로 행복하고 신나는 삶을 살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 지를 상상해보라고 말하며, 이런 상상은 정말로 자기가 원하는 인생의 모습을 똑똑히 볼 수 있게 하고, 자신의 내면에서 떠오른 진정한 요소들에 집중할 수 있게 되어 현실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 나아갈 힘이 생긴다고 이야기한다. 이러한 비전도 즉흥과 우연에 마음을 열어놓아야 하며, 이런 상상의 목적은 5년 혹은 10년 후를 대비한 발전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라, 내가 누구인지. 또 내가 어떤 종류의 미래에 감정적으로 반응하는 지를 확인하는 것으로 우리 자신에게 가장 가치 있는 활동과 관심사는 마음을 열 때 자연스럽게 보인다고 이야기한다.
놀이로 행복해지는 7가지 조언으로 끝을 맺는 책에서는 놀이의 반대말은 결코 "일 Work"이 아니라 "우울함 Depression"이라고 단언하며 놀이의 중요성과 가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놀이”에 대한 과학적, 인문학적인 학술적 접근성은 미흡하지만 놀이가 지닌 매력과 중요성, 특히 아이들의 성장과정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탁월한 해설은 그 어떤 책보다도 설득력있게 다가온다. 굳이 어린 시절 엄격한 부모 슬하에서 놀이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삭막한 환경에서 자란 소년이 훗날 커서 이유 없이 총기를 난사하는 연쇄살인범이 되었다는 극단적인 예를 들지 않더라도 어린 시절부터 “경쟁”을 강요받는 아이들의 숨통을 터주기 위해서라도, 어두운 방에서 게임기를 가지고 노는 것보다 또래들과 같이 어울려 노는 것이 훨씬 즐겁다는 것을 알게 하기 위해서라도, 교과서나 학원에서는 절대 가르쳐 줄 수 없는 친구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게 하기 위해서라도 골목마다 마음껏 뛰노는 아이들의 모습을 다시금 살려놔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