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외계인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26
츠츠이 야스타카 지음, 이규원 옮김 / 작가정신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츠츠이 야스타카라는 작가를 이야기하려면 역시나 애니메이션으로 더 유명한 “시간을 달리는 소녀”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가 없을 것이다. 처음 이 애니메이션을 보고나서는 수채화같은 아름다운 그림과 시간여행이라는 조금은 식상한 소재 -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된 시기가 1965년이라니 그 당시에는 그리 흔한 소재는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이 출간된 이후 지금까지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만화, 애니메이션, 드라마, 영화에 이르기까지 워낙 단골로 등장한 소재라 지금 시점으로는 식상하다고 표현해본다 - 를 청춘 로맨스로 잘 포장한 그 스토리텔링에 반해서 주변 사람들에게 한번 꼭 보라고 권했던 그런 작품이었다. 애니메이션을 보고 한참 후에 책(북스토리, 2007년 6월)을 읽었는데, 스토리 얼개만 같을 뿐 애니메이션보다 훨씬 간결한 내용에 조금은 실망했던, 같이 실렸던 두 단편 - 악몽, The Other World - 이 더 인상적이었던 그런 책이었다. 최근에 일본 SF 장르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존재라는 츠츠이 야스타카가 자신의 작품 중에서 직접 골랐다는(自選) 단편집 “최악의 외계인(작가정신, 2010년 6월)”을 읽게 되었는데 그의 작품으로는 이 책이 두 번째여서 그만의 색깔이나 작품세계를 논할 수 는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읽고 난 후의 뒷 맛이 개운치 않은 그런 느낌의 책이었다. 

  책에는 총 7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데, SF 장르는 조금씩 기울어가는 해상도시의 해프닝을 그린 “기울어진 세계”, 성대(聲帶)를 울리는 대화가 아니라 온 몸의 관절을 꺾어 의사 표현하는 외계인을 그린 “관절화법”- 책 표지의 기괴한 모양의 외계인이 바로 관절화법을 구사하는 외계인을 묘사한 것이다 -, “맥맥”이라는 이름이 괴상한 별에서 파견된 외계인과의 해괴 막측한 동거를 다룬 표제작인 “최악의 외계인” 등 세 편- 그나마 기발한 상상과 독특한 유머로 제법 읽을 만 하다 - 을 꼽을 수 있겠고, 나머지 4편은 굳이 분류하자면 일종의 풍자소설 또는 블랙유머 소설로 도저히 종잡을 수 없는 그런 류의 단편들로 구성되어 있다. 4편 중에서도 젖먹이 아줌마의 위험천만한 비행을 그린 “고로하치 항공”과 마치 라이트 형제를 연상시키는, 하늘을 날고 싶다는 꿈을 위해 평생을 바친 남자를 그린 “하늘을 나는 표구사”는 기발한 소재로 읽을 만 한데, 도대체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은 걸까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꿈틀꿈틀 장관”와 자기 집을 점거하고 인질극을 벌이는 살인범과 대치하기 위해 살인범의 가족들을 인질로 잡는 샐러리맨, 결국은 끔찍한 결론에 이르는 “이판사판 인질극” 이 두 편은 읽고 나서 책 소개 글처럼 그저 세태에 대한 삐뚤어진 풍자나 익살, 블랙 유머로만 치부하기에는 영 불편한 그저 씁쓸한 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었던 그런 작품들이었다. 

  일본에서는 SF뿐만 아니라 풍자, 세태, 유머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에서 그만의 과격한 독설과 그로테스크한 묘사, 파격적인 내용으로  ‘츠츠이스트’라 불리는 마니아들을 거느릴 정도로 꽤나 인기 있는 작가라는 데, 나의 독서적 소양이 부족해서인지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이 7편의 단편모음집만으로는 그에게 열광할 만한 그런 면을 발견하기가 힘든 것 같다.  다만 그만의 괴이하면서도 독특한 상상력만큼은 그동안 다른 작품들을 통해서 쉽게 접할 수 없었던 그런 것임에는 틀림이 없는 것 같은데 호불호(好不好)는 그의 작품을 읽는 독자들 각자의 성향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것 같다. 물론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쉽게 좋아하기 힘들 것 같지만, “시간을 달리는 소녀”라는 작품을 쓴 작가가 그렇게 괴상하겠어 하고 미심쩍은 분들이나 평범함에 식상해 뭔가 확연히 다른 그런 독특한 소설을 읽어보고 싶어 하는 분들은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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