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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하우스 플라워 - 온실의 꽃과 아홉 가지 화초의 비밀
마고 버윈 지음, 이정아 옮김 / 살림 / 2010년 6월
평점 :
절판
애완동물과 화초 키우는 데 소질이 없었던 터라 이사 오면서 장모님이 선물해주신 군자란과 산세베리아 등의 화초가 영 부담이 되었었다. 나나 아내나 둘 다 그저 생각나면 물 한번 줄 정도로 화초 키우기에는 무심했었는데, 겨울이 지나고 봄이 되면서 군자란이 주황색 꽃망울을 터뜨리는 것을 보고는 관심과 애정은 커녕 물도 제대로 주지 못했는데 스스로 잘 자라서 이쁜 꽃을 우리에게 선물하는 것에 자연의 신비로움까지 언급할 정도는 아니지만 멍하는 충격과 놀라운 느낌을 받았다. 이후 햇살이 잘 드는 베란다로 옮겨 놓고 시간 맞춰 물도 꼬박꼬박 주니 더욱더 왕성하게 자란 화초들은 분갈이를 해주면서 작은 정원을 꾸밀 수 있을 정도로 무성해졌고 이제는 집을 방문하는 친구들에게 제일 먼저 소개하는 자랑꺼리가 되었다. 이처럼 큰 기쁨과 감동마저 드는 화초에 대한 재밌는 소설이 출간되었다. 열대 우림의 아홉가지 신비의 화초를 둘러싼 판타지 로맨스 소설인 마고 버윈의 “핫 하우스 플라워; 온실의 꽃과 아홉가지 화초의 비밀(살림출판사, 2010년 6월)”은 작가의 첫작품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흥미진진한 스토리에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재밌고 환상적인 소설이었다.
아이를 낳지 않으려는 자신에게 점점 더 멀어져 가던 술고래 남편과 결혼 4년 만에 이혼하고 뉴욕 14번가의 유니온 스퀘어로 이사온 릴라 그레이스 노바는 집에 생기를 더할 겸 동네 노점 그린마켓에 화초를 사러 갔다가 강인하고 다부진 "컨트리섹슈얼"한 구리빛 피부의 묘목상 데이비드 액슬리를 만나 "극락조화"라는 화초를 사서 애지중지 키우게 되고, 데이비드에게 또 다른 화초들을 더 구입하게 되면서 그에게서 묘한 매력을 느끼게 된다. 어느날 광고 촬영을 하던 중에 상사가 모델을 몰래카메라로 은밀히 훔쳐보는 것을 목격하고는 화가 나서 집으로 돌아오던 중에 낡은 빨래방 창문에 굉장히 특이한 식물이 매달려 있는 것을 보고 문을 열고 들어선다. 바닥에는 이끼가 깔려져 있고, 세탁기와 건조기 상단과 주변에는 양귀비꽃과 퍼플벨, 데이지 등이 빽빽하게 놓여 있고 청록색 나비가 날고 있는 야생화가 가득한 초원과 같은 신비로운 빨래방의 주인인 아르망은 밀실에 인간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신비한 아홉 가지 화초가 있으며 릴라를 빨래방으로 이끌었던 창문에 매달려있던 나비단풍 가지를 잘라주면서 잘 키워 뿌리를 나게 하면 밀실의 아홉 가지 화초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하며 어느 누구에게라도 저 화초들이 있는 곳을 발설하지 말라고 경고한다.
아홉가지 화초를 보고싶다는 호기심에 나비단풍 가지를 애지중지 키우던 릴라는 결국 뿌리를 내리는 데 성공하지만, 자신에게 냉담한 데이비드를 꼬셔볼 요량으로 나비단풍가지를 보여주고 누구에게도 발설하지 말라는 아홉가지 화초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데이비드와 활홀한 하룻밤을 보냈지만, 데이비드는 그 빨래방을 강도질하여 온통 엉망으로 만들어 놓고 아홉가지 화초를 훔쳐가고 만다. 아르망에게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힌 그녀는 아르망에게 금전적인 보상을 약속하지만 아르망은 그녀에게 멕시코 가서 아홉가지 화초를 다시 찾는 데 도와달라고 부탁한다. 망설이던 릴라는 아르망의 아내 소피에게서 받은 마리골드 꽃잎을 침대 아래와 둘레에 뿌리고 자면서 기묘하고 신비스러우며 에로틱한 예언의 메시지가 담긴 꿈을 꾸고는 멕시코로 가기로 결정한다. 먼저 출발한 아르망을 찾아 혼자 떠난 릴라는 멕시코 밀림에서 온갖 고생을 겪다가 아르망의 부탁으로 릴리를 마중 나온 멋진 원주민 청년 "디에고"와 만나 아르망의 거처로 찾아오게 되고 인간의 욕망인 "자유, 섹스, 재물, 권력, 마법, 사랑, 불멸, 모험, 지식"을 상징하는 아홉 가지의 화초의 내력과 멸종된 것으로 알려진, 아르망과 소피가 그렇게 찾아 헤맸지만 찾을 수 없었던 10번째 화초 이름 없는 열정의 화초를 찾기 위해 밀림을 헤맨다. 그러던 중 자신에게 상처를 안겨준 데이비드를 다시 만나게 되지만 그만 놓쳐버리고, 원주민 청년 디에고의 사랑을 나누고자 마법의 화초 맨드레이크의 뿌리를 먹였지만 디에고는 사경을 헤매게 되고 릴라는 유일한 해독제 은방울꽃을 가져오기 위해 데이비드의 거처로 향하게 된다.
화초를 소재로 한 가벼운 로맨스 소설이겠거니 하고 읽기 시작한 책이 초반 릴라가 극락조화를 사서 키우는 장면부터 시선을 확 끌더니 읽을수록 책장 넘기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는 마지막 장까지 단숨에 읽어낼 정도로 몰입도와 재미가 뛰어난 작품이었다. 결국 릴라에게 상처를 주긴 했지만 구리빛 멋진 남자인 데이비드와 릴라가 첫 사랑을 나누는 장면은 남자인 내가 봐도 가슴이 설레일정도로 환상적이고 아름답게 묘사되어 있고, 인간의 아홉가지 욕망을 상징한다는 화초들을 찾아 나서는 모험은 이런 화초들이 실제로 있을까 하는 궁금증과 더불어 마치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의 전설의 아이템을 찾아가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흥미롭고 신비로우며, 최고의 보물인 10번 째 화초를 찾는 과정과 디에고를 살리기 위해 모험을 나서는 장면은 조마조마할 정도로 긴장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주인공 릴라가 겪는 신비한 각종 사건들과 모험, 그 모험 속에서 만나게 되는 환상적인 로맨스가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조화롭게 어울려 읽는 재미를 한층 더하게 하는 이 책은 판타지나 모험 소설을 좋아하는 남성들이나 낯선 매력을 가진 이성과의 멋지고 신비로운 사랑을 꿈꾸는 여성들, 어느 계층이라도 부담 없이 재밌게 읽을 만한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가지고 있는 소설이다. 이 책을 읽고 나니 우리 집 베란다를 장식하고 있는 저 화초들 중에도 신비의 화초가 있지 않을 까 하는 생각에 괜히 화초를 한번 쓰다듬어 보게 되고, 정말 그런 화초가 있다면 나도 한번 키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된다. 이 책의 판권을 사들인 줄리아 로버츠가 직접 제작과 주연을 맡는다니 영화가 벌써부터 기대된다.